도쿄 산책자 - 강상중의 도시 인문 에세이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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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떠난 뒤로는 서울의 옛 도심에 갈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도심은 물론 변두리의 걷기 좋은 길을 따라 걸으면서 서울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조만간 서울 도심걷기에 다시 나설 것 같기도 합니다. 산책 삼아 도심을 걷는다면 일상에서는 미처 보지 못했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코에는 학회와 출장 때문에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전철과 걸어서 도시를 구경한 적도 있습니다. 확실히 도쿄와 서울은 닮은 듯하면서도 다른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도쿄 산책자>는 도쿄를 방문한다면 유념해서 볼만한 것이 있을까 싶어서 고른 책읽기였습니다.


책을 쓴 강상중 교수는 규슈의 구마모토 현에서 태어난 재일 한국인 2세로 세이가쿠인대학 교수입니다. 젊어서는 재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하여 고민을 했는데, 21살이 되던 해 한국을 방문하면서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저자가 서울을 찾았을 무렵, 저 역시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저자의 눈에는 서울이 도쿄의 어두운 그림자로 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지하철1호선 공사가 막 시작되는 등 서울은 역동적인 도시였습니다.


필자가 도쿄에 처음 가본 것은 2003년 무렵이었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거품경제가 막바지에 올라있던 시절이고, 사람들은 여유가 넘쳐흘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거품경제가 무너지고 지진과 쓰나미 등의 재해가 덮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도쿄 산책자>에서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도쿄의 옛 모습을 되살려보고, 또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았다고 합니다. 저자는 도쿄의 깊숙한 면모를 살펴보기 전에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젊었을 적에 고민했던 정체성의 문제를 짚었는데, “인간 누구나 다양한 가능성을 숨기고 있는 보물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감이 없음을 부정하기 않아도 됩니다. 그것을 그것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입니다.(27)”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곳이 바로 도시라는 것입니다. 타자와의 교류를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게 된다는 것인데, 도시란 바로 그런 타자를 만나는 장소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시는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은 도쿄에 가본 것도 몇 번 되지 않는데다가 업무 차 간 것이라서 제대로 구경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메이지신궁 정도를 제외하고는 저자가 찾아간 곳이 모두 생소한 까닭에 저자가 느낀 점에 쉽게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도시를 들여다보는 방법을 배운 것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학생 때는 야간 침대열차를 타고 집에 다녀오고는 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여행은 흔히 인생의 전기가 되기도 하고,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것은 여행이 사람을 순수하게 보는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46)”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쇼와 중기까지 활동한 철학자 미키 기요시(三木淸)가 쓴 인생론 노트(人生論 -)(1947)에서 읽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함께 여행을 떠나세요라는 대목을 기억해냈습니다. 누구의 말인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오래 전부터 들어 알고 있던 말입니다.


저보다는 연배가 조금 있으신 편입니다만, 시대적 배경이 거의 비슷한 까닭인지 인용하는 것들이 익숙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일본적인 것들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살아온 배경의 차이 때문인지 금세 와 닿지 않는 부분도 없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의 특정한 장소로부터 떠올리는 생각들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은 접근방식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물론 산책삼아 길을 나섰다기보다는 우연한 일로 가본 곳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놓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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