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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에 취하다 ㅣ 매드 포 여행서 시리즈
손대현.장희정 지음 / 조선앤북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젊어서는 매사를 빨리빨리 처리하는 편이었습니다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삶이 단순해지고, 매사가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입니다. 그러다보니 느린 삶에도 관심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슬로시티에 취하다>를 읽게 된 것도 그런 연유에서였습니다. 이 책은 한국슬로시티본부 위원장인 손대현교수와 사무총장인 장희정교수가 함께 썼습니다. 2010년에 열린 국제슬로시티 시장 한국총회의 개최에 즈음하여 슬로시티운동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들이 서문에 요약해놓은 이 책의 얼개를 옮겨놓으면, “<슬로시티에 취하다>는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슬로시티란 무엇인지 설명하고, 2장에서는 슬로시티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만들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3장에서는 ‘그 마을에 가고 싶다’를 테마로 국내의 국제슬로시티를, 4장에서는 ‘매력이 아니라 마력이다’는 이름으로 국외의 국제슬로시티를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전통 발효식품의 왕국인 한국에 대해 조목조목 살펴본다.
슬로시티 운동은 1986년 미국의 맥도날드 햄버거가 이탈리아 로마에 매장을 연 것에 대하여 반발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저항운동에서 시작되었다. 1999년 10월 그레베 인 키안티의 파올로 사투르니니 전 시장을 비롯한 몇몇 시장들이 모여 ”달콤한 인생의 미래를 염려하는 치따슬로(Cittaslow), 즉 슬로시티 운동을 출범시켰다고 합니다. 슬로시티운동의 핵심은 슬로푸드 먹기와 느리게 살기라고 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조사를 해보았더니 2022년 12월 기준 33개 국가의 287개 마을이 국제슬로시티연맹에 가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에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가입했으며 2022년까지 신안, 완도, 장흥, 담양, 하동, 예산, 전주, 상주, 청송, 영월, 제천, 태안, 영양, 김해, 서천, 목포, 춘천 등 17개 시,군이 가입되어 있다고 합니다.
슬로시티의 철학은 “자연+전통+공동체를 통한 상생과 조화로 행복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지속발전이 가능하게 하려면 자연과 전통문화를 보호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제슬로시티연맹게 가입하면 인증서를 받게 되는데, 그 인증서에는 이런 시가 쓰여 있다고 합니다. 슬로시티운동의 진수가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시간의 의미를 되찾은 / 호기심으로 가득 찬 사람들로 / 생명의 삶이 숨 쉬는 고장 / 마당과 극장과 가게와 다방과 식당 / 영혼이 깃든 장소들이 가득하며 / 온화한 풍경과 숙련된 장인들이 사는 고장 / 계절의 변화가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며 / 맛과 영양 의식의 자발성이 존중되며 / 산물의 자연성에 율동, 리듬에 맞춰 / 여전히 느림을 알며 / 사람들이 살아가는 고장… / -2007년 12월 1일 그레베 인 키안티”
느림의 미학을 다양한 자료를 인용하여 설명하고 있어서 느림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는 걷는다. 고로 존재한다. 나의 마음은 언제나 나의 다리와 함께 한다’라는 말을 인용했는데, 어디에서 가져온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나는 걷는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채은 다닐로 자넹이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아직 손주를 보지 못해서 실감이 덜한 것도 사실입니다만, 구글을 이끄는 에릭 슈미트 회장이 펜실베니아 대학의 졸업식에서 졸업생에게 한 축사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고 합니다. “그 어떤 것도 손자가 첫 발걸음을 땔 때 손을 잡아주는 기쁨을 대신할 수 없다. 컴퓨터를 끄고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면 우리 주위에 인간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