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민주당 비례대표로 당선되어 원주시 의회 활동을 훌륭하게 해낸 용정순 의원. 그녀는, 내가 처음 원주 살 때 여성민우회 활동을 하면서 만난 분이다. 그때 원주 대표였다. 남편과도 잘 아는 사이라서 다시 원주로 오면서 의지가 된 분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에서 2등하신 분과 2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의 압도적인 표를 얻어 당선되었다.  

어제 저녁 내내 그 분 선거 사무실에 있다가 11시가 넘어 돌아왔고, 아이들 재워놓고는 다시 나가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개표 방송을 보다가 새벽 4시가 되어 들어왔다. 일단은 내가 찍은 분들이 교육위원 하나만 빼고 모두 당선. 특히 고교 평준화를 즉각 시행하겠다는 전교조 출신 교육감이 당선되어서 기쁨 두 배다.


강원도지사로 당선된 이광재 의원과 용정순 원주시의원. 강원도와 원주를 변화시킬 주역이다.

3월 어느 일요일 용정순 의원의 부름을 받고 새벽같이 올라간 봉화산에서 만난 사람이 있었다. 바로 기세등등하던 한나라당 이계진을 누르고 강원도지사로 당선된 민주당 이광재 의원. 내가 요로코롬 만난 적이 있어서 더 뿌듯. 여론 조사에서 내내 이계진에게 지고 있어 걱정되었는데 승리를 확인하는 순간 정말정말 좋았다. 


이 양반 보고 있으니 노무현 대통령 생각도 많이 나더라... 


함께 막걸리도 한 잔 하고...   


산행에 따라온 딸아이와 찰칵. 이광재 의원은 초등학교 다닐 때 국회의원 선거 유세를 보며  정치인에 대한 꿈을 꾸었다며 자신의 어린 시절과 아들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우리 딸은 원주로 이사 와서 용정순 의원 덕분에 정치에 관심이 많이 생겼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정치가 정말 매력적이라며 여러 가지 꿈에 정치인을 포함시켜서 나를 놀라게 하는 중...

이광재 도지사님, 용정순 의원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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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6-03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원도민 멋져요!!
이계진을 꽉 눌러줘서 고마워요!^^

소나무집 2010-06-05 07:16   좋아요 0 | URL
이계진은 만나본 사람들이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에다 정책 같은 것도 없고 아나운서 이미지로 정치인하고 있는 사람이래요.
이광재 의원이 잘해주었으면 좋겠는데... 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네요.ㅜㅜ

무스탕 2010-06-03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강원도의 빛이 푸른빛에서 벗어난걸 정말 기쁘게 생각해요 ^^

소나무집 2010-06-05 07:17   좋아요 0 | URL
당장 강원도가 어떻게 바뀌는 건 아닐 텐데 그래도 기대가 되고 기쁘고 그래요.
 

친정에 가던 날 엄청나게 밀리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피해 국도로 들어섰는데 국도도 밀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기왕 늦은 거 하면서 쉬어가자며 해미읍성에 잠깐 들렀다. 6학년 1학기 읽기책 둘째마당해미읍성을 찾아서라는 단원이 나오기 때문에 아이들을 데리고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해미읍성은 조선시대 해안 지방에 출몰하는 왜구를 방어하기 위해 쌓은 석성으로 230여 년간 종2품 병마절도사가 주둔한 성이라고 한다. 선조 때(1579년) 이순신 장군이 10개월간 이곳에서 근무한 기록도 있다. 해미라는 이름은 조선 태종 때 정현과 여현을 합하면서 두 현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따온 것이다. 

조선 시대에는 190여 곳에 읍성이 설치되어 있었으나 지금까지 원래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은 해미읍성과 고창읍성 정도라고 한다. 해미읍성도 일제 시대 해미가 서산에 통합되면서 읍성의 역할이 끝났고, 관청 건물은 민간에게 매각되고 학교와 면사무소 등이 들어섰다가 1970년대부터 복원과 발굴 작업이 시작되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담쟁이가 무성하게 늘어져 있어서 성벽이 훨씬 운치 있게 보였다. 신혼 초 남편과 친정에 가다 들렀을 때는 근처에 흐르는 냇가도 있고 길도 지금처럼 넓지 않았는데 주변을 너무 깔끔하게 정비를 해놓았다. 연휴라 그런지 사람들도 너무 많고 관광지가 된 느낌이 들었다. 예전의 느낌이 더 좋았던 것 같다. 

해미읍성의 정문인 진남문이다.


읽기책에 나온 것처럼 진남문에 올라가서 본 성 안 풍경. 


읍성이 평지에 있어서 성 밖의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 딸의 말에 의하면 실제보다 국어책에 더 멋지게 표현해놓았단다.


내 마음 같아선 1800미터인 읍성을 한 바퀴 다 돌고 싶었으나 오랜 시간 차 안에서 지친 아이들의 불만이 커서 잠깐 걷다 내려왔다. 


성 안으로 걸어가다 보면 중앙에 가장 눈에 띄는 게 이 회화나무이다. 해미읍성이 더 유명해진 까닭은 이곳이 바로 천주교 성지이기 때문. 1790년대 정조 때부터 시작된 천주교 박해는 병인양요와 1868년 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 묘 도굴 사건 이후 극심해지는데 당시 천주교인들을 잡아다가 해미읍성에서 처형하였다. 이곳에서 처형당한 분들이 1000여 명이나 되는데 이 나무에 철사줄로 매달아놓고 고문을 했다고 한다.  


이 순교기념비 뒷면에 자세한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의 가독성을 생각해서 안내판을 다시 설치해줬으면 싶을 정도로 인내심 없이는 읽을 수 없는 깨알 같은 글씨와 세로쓰기 설명이었다.


회화나무 바로 앞에 있는 옥사.  직접 옥사 안에 들어가서 체험해볼 수도 있다.


병마절도사와 현감의 집무실이었던 동헌. 


재현해놓은 신기전이 신기해서 들여다보고 있는 아들. 


성 안에서 바라본 진남문. 성문 중앙에 붉은 글씨로 황명홍치4년신해조라고 쓰여 있다. 이때는 성종 22년(1491년)에 중수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는 기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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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5-26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신기전~

소나무집 2010-05-27 09:01   좋아요 0 | URL
우리 아들 해미읍성에서 가장 좋아했던 거랍니다.

치유 2010-05-26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들 며칠 데리고 역사공부한번 시켜주면 좋겠어요~!
선우랑 지우는 똑똑하고 야무진 엄마 아빠 둬서 넘 좋겠어라~~~~!

소나무집 2010-05-27 09:04   좋아요 0 | URL
날은 덥고 차에서 다섯 시간 가까이 보내고 난 뒤라 울 얘들 가기 싫다는 거 억지로 데려갔음. 좋기는...우리 부부 몇 번 만나봐서 야무지고 똑똑한 거랑은 거리가 멀다는 거 다 알면서 그러네용.

세실 2010-05-26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주말 여행 다녀오면서 잠깐 들렀던 곳인데 님 설명 들으니 한결 와 닿네요.
회화나무가 참 멋스러워요~~

소나무집 2010-05-27 09:05   좋아요 0 | URL
저도 다녀와서 딸아이 국어책 보면서 다시 공부했어요.^^
회화나무 정말 멋지죠. 저런 나무에 어찌 사람을 매달아 고문할 생각을 했는지...

같은하늘 2010-05-27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둘째가 좀 더 크면 부지런한 엄마가 되어보겠다고 마음은 먹고있지만...^^

소나무집 2010-05-27 09:05   좋아요 0 | URL
저도 일부러 간 게 아니고 친정 가는 길에 들렀어요.

순오기 2010-05-28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도 예전에 고향가면서 이 앞으로 지나가기만 했는데~
님 덕분에 잘 봤어요.^^

소나무집 2010-06-03 11:24   좋아요 0 | URL
저도 서해안 고속도로 생기기 전에는 종종 그 앞으로 지나갔는데 고속도로 생긴 후에는 지날갈 일이 있더라구요.

꿈꾸는섬 2010-05-28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미읍성 요새 가면 참 좋지요. 우리 아이들도 크면 꼭 데려갈거에요.^^

소나무집 2010-06-03 11:24   좋아요 0 | URL
네, 봄에 가면 신록이 푸르러서 참 좋아요.

2010-06-01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3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 연휴에 친정엄마 생신도 있고 해서 친정에 갔는데 그날 마침 모내기를 하셨다고 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내기는 다 끝났고, 뜬모를 하러 가시려던 참이었다. 친정아버지께서 논구경이나 하라며 외손주들을 몽땅 데리고 가셨다. 

나도 모내기를 하는 걸 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던 참이라 함께 따라 나섰다. 요즘 모내기야 모두 기계로 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모내기하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내가 우리 아이들 만했을 적엔 모내기철만 되면 결석하는 친구들이 여럿 있었을 정도로 바빴고, 학교에서 단체로 모내기 봉사를 나가기도 했는데...

염치없게도 나는 결혼하고 내내 친정에서 쌀을 가져다 먹었다. 밥을 먹을 때마다 아이들에게 할아버지 할머니께 고마운 마음을 가지라 일렀지만, 논이 집에서 좀 멀다 보니 한번도 친정집 논에 데려가 본 적은 없었다.  

친정아버지 혼자 뜬모를 하고 아이들은 논 끝에 옹기종기 앉아 놀고 있다. 뜬모란 기계로 모를 심으면 군데군데 모가 자리잡지 못하고 뜨는 경우가 있는데 그 부분에다 손으로 모를 심는 일.


논에 심기 전의 모판. 예전에는 집에서 볍씨를 뿌려서 모판 만드는 것도 큰일이었는데 요즘은 이렇게 자란 모판을 팔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모판을 가져오라는 할아버지의 심부름을 하는 2학년 조카.  


차마 논에는 못 들어가고 논둑에 앉아서 모를 심어보는 아이들. 


우리 딸이 바지를 걷어 올리고 용기를 내어 논에 들어갔다. 맨발에 닿는 진흙의 감촉에 깜짝 놀라고, 거머리가 나와서 꽉 물을 거라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놀라고...

할아버지의 뜬모 심는 기술을 전수받아  열심히 모를 심는 중. 딸아이, "해보니 재미있어요." 그러자 할아버지의 말씀, "잠깐이니 재미있지 하루 종일 해봐라!!!"


논 끝에 앉아 놀던 우리 아들과 조카.


엄마의 격려에 논으로 들어간 아들, 생각보다 발이 깊이 빠져서 깜짝 놀라고


하지만 모를 심어보니 할 만하다고... 


이렇게 한 시간 정도 할아버지랑 논에 있다 온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고생하는 걸 조금이라도 느끼고, 그동안 먹은 쌀밥이 그냥 밥상 위에 올라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길... 

*** 읽어보면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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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10-05-26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교육을 하고 왔군요..참 잘했어요.^^__

소나무집 2010-05-27 09:0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농사 짓느라고 고생하는 거 이젠 진짜로 알겠다네요. 그리고 할머니 집에 갈 때마다 논에 가 볼 거래요.

같은하늘 2010-05-27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산교육이네요.^^

소나무집 2010-05-27 09:07   좋아요 0 | URL
전 시골에 농사짓는 부모님이 계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해요.

순오기 2010-05-28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싼 교육을 공짜로 했군요.
요즘에 이런 체험에 참여하려면 비싸잖아요.^^
쌀밥이 입에 들어가려면 백번의 손을 거친다던가요?

소나무집 2010-06-03 11:22   좋아요 0 | URL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체험 효과가 더 큰 것 같아요.
농사 짓느라고 고생하시는 부모님 생각하면 쌀 그냥 갖다 먹으면 안되는데 냉큼 받아 먹기만 한답니다.

꿈꾸는섬 2010-05-28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잠깐이니 재밌지~~~하루종일 해봐라 ㅋㅋ
아이들에게 산경험해주셨네요.

소나무집 2010-06-03 11:22   좋아요 0 | URL
하루 종일 하면 허리 끊어진다가 생략되어 있어요.^^
 

4학년 과학 1단원 무게재기저울의 원리에 대해서 나옵니다. 평소 공부 전혀 안 하는 우리 아들 중간고사 대비 문제집 좀 풀다가 가정용 저울 때문에 한바탕 시끌시끌했어요.  

주방에서 흔히 쓰는 가정용 저울은 용수철의 원리를 이용한 저울. 여기까지는 고개 끄덕끄덕! 그런데 물건을 올려놓았을 때 저울 속에 있는 용수철은 늘어날까요? 줄어들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저울 위에 물건을 올려놓으면 접시가 내려가니까 당연히 용수철이 줄어들 것 같은데 책에는 용수철이 늘어나는 원리라고 되어 있더라구요. 우리 아들도 상식적으로 생각하니 이 원리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던 것!  

집에 저울이 있다면 당장 분해해서 속을 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늦은 밤 저울을 사러 갈 수도 없고 아들과 계속 실랑이만 했답니다. 그냥 외우라는 엄마와 책이 잘못되었다는 아들과의 싸움은 밤을 지나 아침까지 계속되었구요. 

나도 답답 아들도 답답... 그리하여 오늘 저울 사다 줄테니 속을 들여다보자고 약속을 했어요. 좀전에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 드디어 저울을 해체하고 실험에 돌입~  


바로 요 녀석이 4학년 과학책에 나오는 가정용 저울입니다.


이렇게 전화기를 올려놓았더니 100g이 나가네요. 그렇다면 속에 들어 있는 용수철은 늘어난 걸까요? 줄어든 걸까요? 


예쁜 분홍색 케이스를 뜯어내고 보니 속은 이렇게 삭~막합니다. 용수철을 자세히 보니 촘촘하네요. 


이번엔 접시가 눌러주는 부분을 아들이 손으로 꾹 눌렀을 때의 모습인데 용수철이 약간 늘어났어요. 2kg짜리 저울이다 보니 용수철이 더이상 늘어나지는 않더라구요.

위에서 눌렀을 때 줄어들려면 용수철이 고정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저울 위에 물건을 올려놓으면 그 무게에 의해 용수철 맨 아래에 있는 고리가 당겨지면서 용수철이 늘어나게 되어 있었던 것.  

이렇게 생긴 저울 속을 들여다본 적이 없으니 엄마나 아들이나 상식적으로만 생각할 수밖에요. 고집탱이 아들 덕분에 하나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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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010-05-19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어이 해내셨군요. 대단하세요. 아침에 퇴근해서 들어오는 남편에게 저울 이야기를 했더니 남편이 그림을 그려가면서 설명을 해주더라구요. 위의 사진과 비슷하게 맞아떨어지네요.
아무튼 지우도 대단하고 소나무님도 대단하세요. 본받아야쥐~~

소나무집 2010-05-20 10:13   좋아요 0 | URL
아들의 우기기와 고집에 제가 죽어나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랍니다.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저울 속을 한번만 보여줬어도 속이 시원했을 텐데...
울 남편한테 물어보니 단 1초도 생각 안 하고는 줄어들지~ 했어요.

순오기 2010-05-19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거야말로 산교육이군요.
원리도 모르면서 무조건 외우게 하는 교육은 한계가 있지요.
덕분에 저도 배웠어요~ 지우야, 고마워!!

소나무집 2010-05-20 09:24   좋아요 0 | URL
울 아들은 직접 눈으로 확인 안 한 건 인정을 안 해요. 아직 안 보고도 상상 할 수 있는 단계는 멀었나 봐요. 하지만 이번엔 아들 덕분에 하나 확실히 알긴 했어요.^^

세실 2010-05-20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우 대단합니다. 원리를 터득하려고 하는군요. 멋진걸요.


소나무집 2010-05-24 09:21   좋아요 0 | URL
멋지다기보다 고집이 너무 세서 제가 넘 힘들어요. ㅜㅜ

치유 2010-05-26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결국은 이렇게 했군요..ㅋㅋ
그 아들에 그 엄마에요..
짝짝짝~~~~~~!
이렇게 한번 보고 나면 속이 다 후련한 것을~~!
나도 아들 따라가기 벅차지만 자기도 만만찮을것 같애요..ㅋㅋ

소나무집 2010-05-27 09:08   좋아요 0 | URL
그랬지요. 한 번 뜯고 나니 저울이 살짝 맛이 가서 정확성이 떨어지더구만요.
나도 배꽃 님도 벅찬 아들 잘 키워보자구요.^^

강지영 2014-04-20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학습지에도 나와있지 않은 것을 블로그를 통해 산교육을 보고 갑니다.
꼭 집고 넘어가야하는 것이라
이렇게 보고가니 아이들도 아~~~! 도움 많이 받고 갑니다.

*** 2014-04-22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완전 신기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덕분에 도움이됬습니다.

장우현 2015-07-02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고맙습니다.. 저희 딸아이랑 저 속이 다 시원하네요.. ^^
 

한 달에 한두 번 소설 토지학교 수업이 있는 날마다 다른 일이 꼭 겹치곤 한다. 5월 8일 어버이날에도 수업이 있어서 친정에 가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야만 했다. 5강을 맡으신 분은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30년 동안 계셨던 김형국 교수님이었다.  


박경리 선생의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가지런히 놓인 돌이 예쁘다. 이 돌은 선생이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나가셔서 직접 주워다 깔았다고 한다. 돌을 밟을 때마다 그 분의 손길이 느껴져서는 뭉클해진다. 요즘 선생의 집 마당도 서서히 신록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연휴 때문인지 차가 많이 막혀서 교수님이 30분이나 늦게 오셨다. 5강의 제목은 박경리 주변에서 오고 간 말, 말, 말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미리 준비된 강의록을 살펴보니 남편도 들으면 좋을 것 같아 직원들에게 허락을 받은 후 불러서 함께 강의를 들었다.  


교수님에 대한 첫 인상은 단정함과 깐깐함 그 자체였다. 도시 계획을 하는 분이 박경리 선생과 어떤 인연으로 만났을지부터가 궁금했다.  

교수님은 <토지>가 드라마로 나오고 있을 때 처음 소설을 읽으셨다고 한다. 당시 나온 3부를 세 번이나 읽은 후 군부 세력에 의해 폐간된 <뿌리깊은나무> 최종호(1980년 6,7월 합병호)에 <토지> 속 주요 인물들의 행적 연대기를 현대도시이론으로 추적한 <소설 토지의 주인공들과 오늘의 도시 생활>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고 한다.  

이 일을 계기로 원주에 와서 처음 박경리 선생을 뵈었는데, 선생은 당신이 기록해둔 주인공의 연보와 꼭 일치하는 걸 확인하시더니 문학평론가 중에도 <토지>를 제대로 읽지도 않고 평을 쓰는 이가 있다는 말로 교수님을 칭찬하셨다고 한다. 첫 만남에서 박경리 선생과 김형국 교수님은 어머니와 아들 같은 인연을 맺었고, 토지 개발로 단구동 집이 헐리게 되었을 때 교수님의 활약 덕분에 선생의 집이 지켜질 수 있었다.  


합죽선에 박경리 선생이 친필로 적어준 시가 있다며 보여주셨다. <토지> 4부를 쓰던 무렵 선생의 심경이 드러난 시 같다고. 빈 들판에/ 비들기/ 한 마리/ 가을비에 젖는다.

<토지> 5부가 완간되었을 무렵 단구동 토지개발사업이 한창이었고, 선생의 집도 수용 위기에 처해 있었다. 선생의 집이 사라지면 안 된다는 문인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토지개발공사에서는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즈음 단구동을 찾았다가 불도저 소리가 낭자한 꼴을 직접 목격한 교수님은 서울로 돌아와 토지개발공사 관계자를 만났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당시 토개공 부사장이 문학을 좋아하는 분이었고, 단구동 집이 지금처럼 보존될 수 있었던 것. 문학의 가치를, 그리고 선생의 가치를 알아주는 이가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고마운 일인가 모르겠다.

시끄러웠던 단구동 집 수용 과정 때문에 감정이 많이 상해 있던 박경리 선생은 토개공 부사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냉담했는데, 넉살 좋은 토개공 부사장의 한마디에 바로 마음이 풀리셨다고 한다. "선생과 토개공은 동업자입니다. 선생은 소설 <토지>를 팔아 살아가고, 우리 토개공은 대지 조성 사업으로 꾸려갑니다." 단구동 집을 둘러싸고 내내 말로 상처를 받던 선생의 마음을 녹인 것도 바로 마음을 알아주는 말이었던 것이다. 토개공은 그후 선생이 매지리 토지문화관을 조성할 때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다음은 선생이 써놓은 토지문화관 조성 연혁이다. 

천구백구십육년 한국토지공사(사장 이호계 김윤기)의 뜻깊은 출자금 사십억원과 작가(박경리)의 희사금 칠억오천만원, 김형국 교수의 노력을 기간으로 삼아 토지문화재단을 구성하고 토지문화관 건립을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건물 부지는 토지공사 현장소장(김재성)이 선정하였으며, 설계는 동우건설(임금배)이, 시공은 현대건설(김충식)이 맡아 천구백구십팔년 십일월 준공을 보게 되었다.

얼핏 도시계획이 문학과 거리가 먼 분야처럼 보이지만 문학적 감수성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도시의 질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문학에서 위로를 받듯 문학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탄생한 도시라면 그곳에서 사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당시 관련자 중에 문학을 좋아하는 이가 없었다면, 그리고 김형국 교수가 없었다면 내가 박경리 선생의 단구동 집에 앉아 강의를 듣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개발도 도시를 만드는 것도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4대강처럼 사람의 마음이 들어가지 않은 곳에는 행복도 위로도 없을 것 같다.  (2010년 5월 8일 강의)


강의가 끝난 후 조별 활동으로 원주시의 도시 계획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조에서는 박경리문학공원을 사색이 가능한 공간으로 넓고 여유 있게 설계했다.  

도랑물이 흐르는 넓은 공원에 도서관과 창작이 가능한 공간도 하나씩 만들어놓아서 누구든지 산책길에 들러 책도 보고 글도 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해 보았다. 그리고 시민들이 직접 가꾸는 텃밭을 만들었는데 박경리 선생처럼 농사를 지으며 생명을 느끼고 작은 것의 소중함을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어 있다. 우리 조장님이 결석을 해서 얼떨결에 내가 마이크를 잡았다. 

*** 김형국 교수님은 미술에도 조예가 깊은 분이었다. 수업중에 장욱진 화백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길래 집에 와서 찾아보니 나무숲에서 나온 어린이 미술관 시리즈 <날고 싶은 화가 장욱진>을 쓰신 분이었다. 그 외에도 장욱진 화백에 관한 책이 여러 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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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0-05-18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번 강의 잘 읽으면서 감사 말씀은 제대로 전하지 못했네요.
소나무집님. 이번에도 잘 읽었습니다 ^^

소나무집 2010-05-19 08:50   좋아요 0 | URL
아는 만큼 사랑한다더니 이제야 토지랑 박경리 선생에 대해 진짜 애정이 솟네요.

꿈꾸는섬 2010-05-18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지 5강도 잘 읽었습니다.^^
오늘은 비가 촉촉히 내려 참 좋아요.^^

소나무집 2010-05-19 08:55   좋아요 0 | URL
6강은 1박 2일 수학 여행이랍니다. 새벽 5시 출발이래요.
5월 29, 30일에 가는데 모든 일 제쳐놓고 간다고 했어요.
통영이랑 하동 다 다녀올 것 같아요. 기대 만발~

꿈꾸는섬 2010-05-28 20:11   좋아요 0 | URL
와, 내일 가시는군요. 전 통영은 다녀왔는데 하동은 아직 못 가봤어요.
잘 다녀오세요.^^ 통영도 아이들 크면 다시 가보고 싶어요. 소나무집님 페이퍼 또 기대되요.^^

순오기 2010-05-19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는 '뿌리깊은 나무' 1980년 2,3,4월호 갖고 있어요. 5월호 이후는 왜 안 샀는지 생각나지 않아요.ㅜㅜ 그리고 나온 '마당'은 81년 창간호부터 10.11. 12월호까지 갖고 있는데, 여기에 토지 4부가 실렸지요. 젊은 날의 박경리 선생도 나오고요. 생각해보면 나도 토지와 인연이 깊어요.^^

소나무집 2010-05-20 09:25   좋아요 0 | URL
저는 이런 잡지들 이사할 때마다 정리하면서 버렸는데 지금 생각하니 아까워요. 그냥 놓아두었으면 모두 좋은 자료가 되는 건데 말이죠.... 언제 원주 한 번 오세요.

순오기 2010-05-28 19:44   좋아요 0 | URL
언제 갈지 모르지만, 소나무집님의 토지 안내는 최고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