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과천에서 가장 먼 곳으로 가자고 할 때( 근무 지역을 선택할 수 있음) 저는 아무 망설임도 없이 그러자고 했지요. 한 번도 과천을 떠나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안 간다고 난리였지만 엄마 아빠가 가니 따라 나설 수밖에요. 사실 아이들 때문에 망설이긴 했지만 도시에서 얻을 수 없는 것을 더 많이 얻을 수 있으리란 기대감으로 용감하게 떠나왔답니다.

과천을 출발하자마자 눈물이 터져 서해 대교를 지날 때까지 울음을 그치지 않던 딸아이 때문에 우리 가족 모두 펑펑 울었지요. 그 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짠해져요. 

완도가 얼마나 먼 곳인지 지도상으로만 보아도 알 수 있었지만 사실 감이 잡히질 않았어요. 그러다가 이사하던 날 서해 대교를 지나던 남편이 이제 네 시간 반 정도만 가면 된다는 말에 정신이 확 들었습니다. 그렇게 새벽에 도착한 완도는 정말 조용했습니다.

 완도에서의 일주일은 여행이라도 온 것처럼 보냈습니다. 걸어서 30분이면 어지간한 곳은 다 갈 수 있기에 하루에 한 군데씩 탐험하는 기분으로 아이들과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도 완도라는 작은 동네에 정이 들기를 기대했지요. 그래서일까요? 아이들은 완도가 마음에 든다고 했습니다.

 작은 아이 입학과 함께 큰 아이도 3학년이 되었네요.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질문을 퍼부어대지만 아이들은 이사하기 전과 별반 다르지 않게 대답합니다. 벌써 친구도 사귀고 선생님도 마음에 든다고 하니 이제 슬슬 마음을 놓아야 할까 봐요.

사실 아이들보다 엄마인 제가 적응을 잘 못하고 있어 걱정이랍니다. 저도 곧 적응이 되겠죠?


댓글(8)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07-03-05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기쁘고 행복해 흘린 눈물이겠지요. 제가 다 뻐근합니다.
좋은 시간 보내고 오셨군요. 걸어서 30분이면 다 갈 수 있는 곳,
완도, 가보고 싶은 섬입니다.

하늘바람 2007-03-05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엄청 어려운 결단을 하셨네요 다들 과천으로 못가서 안달이던데
완도라~
저도 꼭 가보고 픈 곳이었어요.
소나무집님은 누구보다 잘 적응하실 수 있을 거에요.
완도 소식 자주 자주 전해주셔요

홍수맘 2007-03-06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도라~. 제주도랑은 또 다른 느낌이겠죠?
자연을 즐기시다 보면 님도 금방 적응하시라 생각되네요. 힘내세요!!!

소나무집 2007-03-08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 놀러 오세요. 안내는 책임질게요.

씩씩하니 2007-03-08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딸아이..생각에 갑자기..저도 눈물이 나네요...
그래도..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에서 님의 가족들이...예쁘게 자리 잡아가는 것같아,,,
얼마나,,반가운지...
님....님도 빨리 적응하시길 제가 기도할께요...


2007-03-08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유 2007-03-12 0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랬군요..
이사가신거였군요..벌써 적응 다 되셨지요??
아이들이 무엇보다도 행복하고 즐겁게 도시에서 처럼 문화의 혜택을 누리진 못해도 자연을 많이 접하며 더 많은 것을 배우며 즐겁게 지낼거라 믿어요..
인심 후한 남쪽..남쪽으로 가셨군요...
적응 잘 하셔서 날마다가 감사와 기쁨이 넘치시길 바랄께요..

소나무집 2007-03-13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화 혜택은 조금 미뤄두었다가 누릴려고 해요.
 
나무야, 안녕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는 동화
도종환 지음, 황종욱 그림 / 나무생각 / 200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허리가 꺾여 말라 죽고 말았을지도 모르는 자두나무가 힘든 고비를 넘기고 열매를 맺었군요. 몸의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컸던 어린 자두나무는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이해할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골짜기 물이랑 반달의 위로에도 침묵을 지켰고요. 결국 별의 정령이 나서고 나서야 자두나무는 입을 열었답니다.

"몸 다친 곳은 시간이 지나면 나을 거야. 지금은 보기 흉해도 다시 새살이 돋아날 거야. 그렇지만 네 마음은 네가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낫지 않아."

가장 중요한 것은 다시 살 수 있다는, 살아야 한다는 믿음이라는 별의 정령의 말에 용기가 생긴 자두나무. 봄이 오고 꽃다지랑 냉이랑 골짜기 물이랑 주변에 있던 풀과 나무들의 응원 덕분에 자두나무는 드디어 싹을 피우게 되었어요. 힘든 상처를 이겨내고 어린 잎을 피워낸 자두나무는 울고 말았지요.

자두나무에게 상처를 준 아이들은 자두나무가 겪을 고통쯤은 금방 잊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자두나무는 그 상처를 견디느라 일 년의 시간을 보내야 했지요. 그 시간이 얼마나 힘겨웠을까요?

사람도 마찬가지겠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하면서 살아가니까요. 하지만 상처를 받았다고 용기를 잃고 힘에 겨워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요. 자두나무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어야 합니다. 몸과 마음의 상처가 아물고 거기 새잎이 돋고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자두나무에게 힘을 준 달과 별과 물과 바람까지도 우리를 응원하고 있을 테니까요.

딸아이는 말하더군요. 이 책은 용기를 잃은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책이라고요. 맞아요. 작가가 뒤뜰에 있던 허리가 꺾인 자두나무를 보며 이 동화를 쓴 까닭은 희망을 잃은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주기 위해서였을 거예요.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참 좋은데 도입부가 너무 길어서 지루한 감을 떨칠 수가 없네요. 시골집으로 아이들이 놀러와서 자두나무에게 상처를 주는 장면을 구구절절 너무 길게 늘어놓는 바람에 독자들이 손에서 책을 놓지나 않을까 염려됩니다. 자두나무의 상처와 그걸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좀더 간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홍수맘 2007-03-08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소나무집 2007-05-03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아들<유아체능단을 졸업하는 아들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

지우가 마지막 셔틀 버스를 탄 날, 매일같이 "빨리 빨리"라는 말로 하루를 시작했건만 오늘은 지우도 서둘러 준비하는 폼이 마지막 하루를 잘 보내고 싶었나 봅니다. 셔틀 버스를 태우고 돌아서는 발길이 어째 섭섭한 아침입니다. 아마도 체능단 마치고 멀리 이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섭섭한 마음이 더한 듯하네요.

아기 때부터 몸이 약했고 병원 드나드는 게 큰 일이었던 지우, 네 살 때까지 걸음도 제대로 못 걸어 엄마의 애를 태웠던 지우에게 유아 체능단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단지 건강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뿐이었지요. 여섯 살 일 년을 보내는 동안 다른 친구들보다 운동은 뒤처져도 많이 건강하고 씩씩해져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일곱 살 반으로 올라가는 데 주저할 일이 없었답니다. 진급하자마자 제주도에 갔다가 큰 사고가 나서 한 달 동안 그곳 병원에 있을 때는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모릅니다. 모든 게 엄마 탓인 것만 같아 제 원망만 하며 병실을 지켰지요. 그때 자주 전화를 주시며 지우의 안부를 묻고 친구들 소식을 전해 주시는 선생님이 정말 고마웠답니다.

사실 뇌를 다쳤다는 사실 때문에 운동을 많이 하는 체능단이 너무 위험해 보였고 그만두어야 하나 몇날 며칠을 고민했지요. 그러다가 스케이트만 빼고 그냥 다니기로 했습니다. 지우가 일반 유치원에 가는 걸 완강하게 거부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죠. 그만큼 유아 체능단은 지우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었답니다.

그러고 얼마 되지 않아 생긴 재혁이와의 사건, 덩치도 큰 아이한테 맞아서 얼굴이며 몸에까지 상처를 만들어 가지고 돌아온 날은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자기 아이만 아는 이기심으로 가득찬 엄마들 때문에 마음이 참 혼란스러웠지요. 사실 이웃의 아이가 잘 자라야 내 아이도 잘 자랄 수 있다는 걸 왜 모르는지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때를 잘 넘겨준 선생님께도 고맙다는 인사 전하고 싶네요.

얼마 전 참관 수업에서 본 지우의 모습은 세상에 둘도 없는 장난꾸러기였습니다. 1학기를 보내면서 점점 장난이 심해진다 싶었지만 아무리 지적을 해도 고쳐지지 않더군요. 지우의 마음속에 들어앉아 있는 유쾌하고 즐거운 마음이 그렇게 드러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친구들과 놀고 싶다는 표현인데 괴롭힌다고 오해를 해서 지우가 슬퍼하는 걸 종종 보았지요. 앞으로 학교에 가서도 그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날 것 같은데 사실 걱정이랍니다.

늘 아기 같고 모든 게 굼뜨고 늦지만 세상을 사랑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하길 소원합니다. 유아 체능단에서의 생활이 그 모든 밑거름이 되겠죠?  이제 지우가 졸업을 합니다. 장난꾸러기 지우를 위해 애써 주신 모든 선생님들께 이렇게나마 감사의 인사 전합니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씩씩하니 2007-02-20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우선생님이 얼마나 행복해하셨을까요...이렇게 사랑이 가득 담긴 님의 편지가 선생님에게 큰 선물이고 보람이겠지요...
예쁜 마음으로 보아주는 님의 마음도 감사하게 생각하실꺼 같애요,선생님 입장에서...
지우가 정든 친구들 모두를 두고 떠난다는게 조금 서운하기도 하겠지만,,,모두 잘해내리라 믿어요...
님..화이팅하시구요...참, 명절은 잘 보내셨지요???

프레이야 2007-02-20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 지우가 유치원을 졸업하는군요.
이제 초등생이 될 아들 보며 님도 많이 설레겠어요.
님의 진심이 담뿍 담긴 감사의 편지가 선생님께도 힘이 될 것 같아요.
설 잘 보내셨지요? ^^

하늘바람 2007-03-05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우 졸업 정말 뿌듯하시겠어요. 이제 사랑스런 지우가 초등학생이 되었네요. 학부모님이 되셨어요,
축하드려요, 님
 
봄 여름 가을 겨울 24절기 소중한 우리 것 재미난 우리 얘기 46
우리누리 지음, 윤종태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지금도 친정집에 가면 절기 따져가며 농사를 짓는 부모님이 계십니다. 하지만 농사일을 빼면 24절기 따져가며 살 일이 그다지 없지요. 그러다 보니 얘나 어른이나 입춘이나 하지, 입하, 입추, 입하 등 몇날을 빼고 나면 뭐하는 날인지 모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다시 24절기로 나누었으니 한 달에 두 번의 절기가 들어 있습니다. 이 절기에 따라 우리 조상들은 농사를 짓고 고기 잡이를 나가고  관혼상제를 치르곤 했대요. 24절기를 빼고 일 년을 산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겠어요. 이 책에서는 24절기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입춘날 관아에 가서 도둑질을 한 선비 이야기, 서서히 농사일을 준비하는 우수, 은혜를 비로 갚은 할아버지가 생각나는 경칩,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하고 신성한 불을 일으키는 청명, 나무에 물이 오르고 조기가 잘 잡히는 곡우, 대관령 고개보다 더 넘기 힘든 보릿고개가 있는 소만.

여름이 오는 입하, 낮이 가장 긴 날 하지, 보리를 거두고 모내기를 하는 망종, 구슬 욕심 부리다 개장국이 된 개 이야기가 재미있는 소서, 장마가 오는 대서, 큰 비를 내리려고 옥황상제 흉내를 내다 죽은 백중 이야기가 있는 처서.

 가을이 오는 입추, 백로 무렵에 햇곡식 대신 도끼로 제사를 지낸 나무꾼 백로 이야기,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 산에 올라가 단풍놀이를 즐기는 날 한로, 서리가 내리고 농사일을 마무리하던 상강.

 김장을 하면서 겨울을 준비하던 입동, 날씨가 추워지고 땅이 얼기 시작하는 소설, 서낭당 앞에 돌을 쌓아두게 된 사연이 생각나는 대설, 팥죽을 쑤어 먹으면서 집안의 잡귀를 몰아내던 동지, 일 년 중 가장 추운 날 소한, 겨울을 매듭짓는 절기 대한.

절기마다 모두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책을 한 번 읽고 나면 이야기와 함께 저절로 절기가 떠오를 것 같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룡 도시락 시공주니어 문고 1단계 19
재클린 윌슨 지음, 닉 샤랫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다이나는 엄마가 없어요. 창문닦이인 아빠는 다이나를 세심하게 챙겨주지 못한답니다. 아침은 늘 콘플레이크와 우유고 도시락도 잘 챙겨주지 않아요. 다이나는 모든 게 지겹고 학교마저 가기 싫어요. 학교에서는 늘 실수 투성이에다 아이들은 다이나랑 잘 놀아주지도 않고 선생님마저 다이나에게 화를 내지요.

기분 좋은 일이 하나도 없는 다이나. 이렇게 기분이 우울해질 때마다 다이나는 엄지손가락을 빠는 버릇이 있어요. 자연사 박물관에 견학을 간 날 다이나가 누구를 만났는지 아세요? 엄지손가락이 뽀족한 이구아노돈이랑 친구가 되었어요. 이구아노돈이 만들어준 공룡 도시락이랑 공룡 주스를 마셨지만 그 비밀은 아무도 모르지요.

다음 날 잠에서 깬 다이나는 자신이 공룡으로 변한 사실을 알았지요. 다이나가 공룡으로 변하자 아빠도 친구도 선생님도 모두 다이나를 좋아합니다. 실수를 하거나 말썽을 피워도 즐거워 하지요. 친구들은 서로가 공룡 다이나와 놀겠다고 야단입니다. 선생님마저 다이나의 꼬리에 앉아 놀고 있군요. 공룡으로 변한 다이나에게 신나는 일 투성이인데 하룻밤이 또 지나고 보니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거 있죠! 하지만 꿈이 아니라니까요. 잠에서 깬 다이나의 손에 공룡 주스가 들려 있었거든요.

엄마 없는 다이나가 정말 외로웠던 것 같아요. 꼼꼼하게 도시락을 챙겨주고 실수할 때도 따뜻하게 안아주는 엄마가 정말 그리웠던 모양이에요. 박물관에서 만난 이구아노돈을 엄마처럼 생각하는 걸 보니 말이에요. 아빠도 선생님도 친구들도 정말 야속하네요. 그렇게 외로운 다이나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늘 구박만 했으니...  이젠 모두 다이나의 마음을 알았을 것 같아요.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물론 그림책에서 글책으로 넘어가기에 딱 좋은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