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나기 비법공개!
경기도에 살다가 남쪽으로 이사를 오면서 염려되었던 것 중에 하나가 더위였다. 분명 남쪽이기 때문에 더 더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에 에어컨 먼저 마련하는 부지런을 떨었다. 하지만 여름 한철을 나보니 서울 경기 지역보다 훨~씬 시원했다. 서울에서 열대야에 시달린다고 할 때도 참을 만하게 더웠을 뿐 죽을 지경은 아니었다.
벌써 남도에서 맞는 세번째 여름이다. 시원하다고는 해도 그래도 여름인지라 밖으로 나서면 무덥다. 동네에 극장이 없으니 공포 영화를 보러 갈 수도 없고, 사랑방 수준의 도서관으로 출근하기도 내키지 않는다. .... 올 여름을 어떻게 보낼까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그래도 세 가지는 꼭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지 않을까?
첫번째 친정에 다녀오기. 여행 다녀오고, 남편 시험 공부하고 뭐 그러다 보니 친정에 못 간 지 8개월이 다 되어간다. 작년에 김장김치 가지러 가고는 아직 못 갔다. 친정엄마께 몹시 죄송하다. 필요한 게 있을 때마다 전화해서 보내 달라는 말은 참 잘도 하면서 "손주새끼들 보고 싶다"는 친정엄마의 말은 모두 귓등으로 들어넘겼다. 정말 죄송하다.
친정에 간 지 8개월이라니... '멀리 살아서'라는 말은 다 핑계였다. 친정엄마 이야기를 하려면 왜 자꾸 눈물샘이 근질근질하는지 원... 하지만 가서 너무 오래 있지는 않을 것이다. 날도 더운데 너무 오래 있는 것도 친정엄마께는 짐이 될 것 같으니 고추밭고랑에 앉아 인생살이 푸념이나 좀 들어주다가 서운하다 싶을 때쯤 돌아오리라.
두번째 시댁에 다녀오기. 요즘 시어머니께서 허리가 아파서 검사를 받고 계신다. 엊그제 전화를 받고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우리가 갈 때마다 부엌에서 잠시도 못 나오시는 시어머니의 모습, 늘 그러하니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시어머니 허리 아픈 거 뻔히 알면서도 허리 한 번 주물러 드린 적도 없다.
친정엄마께서 아프다고 할 때는 노심초사 잠을 못이루었으면서 시어머니 아프다는 소식에는 내가 너무 무덤덤했다는 생각에 반성했다. 그래서 얼마 전 시댁에 다녀왔지만 방학이고 하니 또 다녀오려고 한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면 더위도 물러갈 것 같다.
세번째 수목원에 다녀오기.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못하는 내가 요즘 몇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고 있다. 그래서 일주일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가버리곤 한다. 그 몇 가지 일 중 나를 사로잡은 일이 완도수목원에서 숲해설을 공부하는 것이다. 숲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자연의 입장에 서서 숲을 바라볼 줄 알게 되었고, 그동안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인간이었는지 깨달은 것은 덤이다.
현장 수업이 있는 날 숲에 들어서면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시원하다. 피서가 따로 없다. 바다보다 숲이 더 시원하다는 걸 깨달은 것도 요즘이다. 이 방법은 많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피서법이기도 하다. 책 몇 권 들고 가까운 수목원을 찾아보자. 나는 태안 친정 간 김에 천리포 수목원에도 꼭 다녀오려고 한다.
* 내가 수목원에 가서 읽고 싶은 책
* 아래 사이트에 들어가면 국공립 수목원 정보가 있다. 우리 동네에서 가까운 수목원을 찾아보자.
http://www.nature.go.kr/plant/arboretum/overview.jsp/
* 사진은 요즘 공부하러 다니는 전라남도립 완도수목원.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난대수목원인데 앞으로 국립 수목원이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