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간 지 2주 만에 남편이 내려왔다. 금요일 밤 11시에 도착하는 남편을 맞이하러 아이들과 야단법석을 떨며 터미널로 나갔다. 반갑고 보고 싶었는데 내가 남편에게 한 말은 고작 "배 고프겠다." 휴게소에서 간단하게 먹었다는 말에 밥준비도 안 해놓았으면서...
집으로 들어오기 전에 아파트 앞에 있는 생맥주 집에 들러 맥주 한 잔씩 했다. 맥주집에서 바라본 남편의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입술 주변이 부르터서 헐었고, 얼굴도 많이 핼쓱해 보여 서울살이가 만만치 않구나 싶었다. 남편은 마누라 잔소리를 못 들어서 그렇게 되었단다. 보약 먹어야겠다고 했더니 세상에서 가장 좋은 보약은 마누라 잔소리라면서 나를 웃겼다. 또 마음이 짠해진다.
남편은 일이 힘든 건 괜찮은데 시끄러워서 죽겠다고 했다. 사무실만 나서면 시끄러워서 귀가 멍멍해질 지경이라고. 서울에서 처음 살아본 것도 아닌데... 완도 내려와 사는 2년 8개월 동안 조용한 시골 분위기에 익숙해진 탓이리라.
남편은 출장이 있다며 일요일 새벽같이 집을 나섰다. 하루 동안 현관에 놓여 있던 남편의 구두를 보며 든든했는데 그 자리가 또 비었다. 미국으로 떠나 보낼 때도 그렇지 않았는데 자꾸만 마음이 허전한 건 왜일까? 가을 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