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토요일에 남편이 승진 시험을 본다. 작년부터 내내 "당신의 승진이 바로 내 인생"이라며 은근히 압력을 무지하게 넣었는데 정작 시험 날짜가 다가오니 아무 말도 못 하겠다. 자리는 7개라는데 승진 대상자가 80명이 넘는다네...
남들 열공하고 있을 때 울 남편 미국 가서 3개월 동안 교환 근무하고 왔는데... 승진 시험 앞두고 미국 간다고 말리는 사람도 많았건만 시험은 내년에도 볼 수 있지만 미국 근무 기회는 늘 오는 게 아니라며 용감무쌍하게 미국행을 선택한 남편.
우리 가족이 가 있는 3주 동안 책 같은 것 들여다볼 시간도 없었고... 잘못되면 이거 우리랑 함께 놀러 다닌 탓인가 걱정도 되고...
지난 주부터 아예 휴가를 내고 도서관 문 닫을 때까지 고시생처럼 공부를 하고 있다. 그 두꺼운 책들을 벌써 몇 번째 보고 있는 건지... 일주일 동안 수염도 깎지 않고 덥수룩한 모습이 안쓰럽다. 세상에서 잠 자는 걸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잠을 안 자고 공부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결혼 12년 만에 처음 발견하고 놀라는 중.
난 남편 공부할 때 뭐하냐... 아이들하고 놀다가 12시에 들어오는 남편을 이불 속에 누운 채 "왔어?" 한마디만 하고는 그대로 자는 게으른 아내다. 처음으로 수험생 아내 노릇을 하려니 뭘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먹는 거나 잘해줘야지 싶어 꼬박꼬박 밥만 열심히 해주고 있다.
서방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