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는 제주도 시댁에서 보내고 왔다. 시댁에 제사가 있어서 내가 아이들만 데리고 먼저 건너갔다. 결혼한 지 12년이 되었건만 남편 없이 가는 시댁은 여전히 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허리 아픈 시어머니는 못미더운 며느리들에게 제사 음식 만드는 일을 맡기지 못했고 누웠다 일어났다 하면서 혼자 일을 다 하셨다.
제주도에서 김대중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들었고, 마음 한 켠이 또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김대중, 그 이름 석자만으로도 든든했던 어른, 부디 고이 영면하시길...
그리고 제주도에 있는 동안 남편의 발령 소식을 들었다. 여름 내내 마음의 준비를 했으면서도 막상 본사 발령이 나니까 잠이 오지 않았다. 지금 서울로 가서 살 형편도 안 되고, 서울에 미련도 없다 보니 회사 관사가 있는 지방으로 발령이 나길 바랐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앞으로 어디로 가서 살아야 하나 정말 고민이다. 도시를 옮겨 다니며 이사할 때마다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
그리고 어제 남편은 우리 셋을 남겨둔 채 서울로 떠났다. 있을 곳도 마땅치 않아서 상사가 사는 오피스텔에서 임시로 같이 있겠다며 옷가방 하나만 들고 떠나는 남편을 터미널까지 따라가서 배웅했다. 내 몸 반쪽을 떼어보낸 것 같다. 그동안 출장이다 뭐다 하며 떨어져본 적이 수도 없이 많건만 이번은 좀 달랐다. 어쩌면 앞으로 우리 가족이 계속 떨어져 살아야 할 것 같은 생각 때문에...
집으로 걸어오다가 문득 눈에 띈 미용실에 들러 완도 온 후 3년 만에 처음으로 퍼머를 했다. 동행했던 우리 딸 엄마 머리가 폭탄을 맞았단다. 그동안 완도라는 동네에 정도 주지 못하고 여행자처럼 어정쩡하게 살았는데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완도의 작은 골목, 작은 미용실 하나도 새롭게 마음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폭탄 맞은 어색한 내 모습에도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