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에 완도를 떠났던 원어민 강사 트리샤랑 브라이언이 놀러왔다. 지금은 트리샤는 분당의 한 초등학교에서, 브라이언은 중학교에서 원어민 강사를 하고 있다. 금요일 오후 분당을 출발하면서 완도에 내려온다고 전화가 왔고, 그들에게 은혜를 입은 남편은 무조건 오케이...
두 사람은 토요일 하루 종일 놀다가 저녁에 왔다. 정말 너무 반가워서 현관으로 들어서는 트리샤를 덥석 안아주었다. 브라이언은 차마 못 안아주고... 오랜만에 본 두 사람 모두 볼이 통통해졌다. 특히 브라이언은 살이 많이 찐 걸 보니 도시 물이 좋긴 좋은가 보다.
완도에 있는 동안은 입에 맛는 음식을 구할 수가 없으니 늘 콘프레이크 같은 걸로 끼니를 때우다가 먹고 싶은 음식 실컷 먹은 덕분이란다. 트리샤도 예전보다 훨씬 더 멋스러워졌고...
밥상을 차리다 말고 급하게 사진을 찍었더니 흔들렸다. 여전히 해맑게 웃는 두 사람. 성격이 좋은 트리샤 덕분인지 완도에 내려와서도 오전에는 사람들 만나느라 바빴단다. 얼굴이 벌겋게 익었길래 손짓으로 얼굴을 가리키며 "Why?" 하고 물었더니 오후 내내 신지해수욕장에 가서 놀았단다. 아직은 물에 들어가면 추울 텐데 하고 걱정을 했더니 캐나다는 8월에도 눈이 내릴 때가 있다며 한국이 좋다고 했다.
내가 이들을 위해 준비한 음식은 닭백숙과 닭죽. 해보니 여름에 손님 접대하기 가장 손쉬운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찬은 김치랑 오이 파프리카, 단호박 하나 삶아서 썰어놓는 걸로 끝. 닭을 삶을 때 인삼이랑 전복 작은 거 몇 개 넣었다가 건져놓았더니 너무 좋아했다. 분당 가서도 전복 생각이 많이 났다면서...
우리 아들이 기습으로 찍은 사진. 엄마가 찍은 사진보다 훨씬 잘 나왔네.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은데 영어가 안 되니 웃기만 하는 것도 힘들었다. 이렇게 영어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왜 공부를 안 하는 거야, 왜? 왜?
돌아가는 두 사람을 배웅하러 나가다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무리 봐도 살찐 브라이언은 영 딴 사람 같다. 선우 뒤에 있는 아이는 우리집에 놀러 와 있던 딸아이 친구다.
여름 방학 끝나고 9월쯤 한가해지면 또 올지도 모르겠다고... 그런데 그때는 우리가 어디에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