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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내공 - 내일을 당당하게
이시형.이희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2월
평점 :
멋지게 늙어 간다는 것.
[인생내공]
100세를 맞이하는 시대에
80세의 노장이 충고하는 이야기로 이 책을 한 줄로 정의할 수 있을까? 우선,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다. 처음 저자의 나이나 경력을 살피며 읽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을 보지 않고 읽었다. 읽는 중간마다 저자가 자신의 나이를 밝히는 부분이 있었다. 아니 80대의 할아버지라니?
(할아버지라고 하면 화를 내시겠지만) 그런데도 이렇게 노장의 느낌이 아니라 세련된 책을 쓸 수 있다니 놀랍다.
이미 많은 시대를 살아왔던
저자가 앞으로의 미래를 살아갈 이들을 위한 충고하는 이 책을 통해 짧은 시간동안 저자의 충직했던 시간들에 대해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100세까지 살다가 죽을지 알수 없는 내일이겠지만, 저자처럼 늙을 때까지 현역으로 있고 싶고 치매 걸리지 않고, 내 발로 걸어 다니고 싶으며 내
손으로 음식을 해 먹고, 멀리 여행을 다니며 삶을 즐겼으면 좋겠다.
그런 삶을 살기위해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충고해주는 이 책이 다른 여타 30세, 40세를 위한 지침서와 다르지 않지만 80세에도 이런 책을 거뜬히 쓰는
저자를 통해 진정성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일본 노장의 한 경영인이 쓴 책을 읽었을 때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 들었던 것은
꼬장꼬장한 가르침이 없다는 것이다. 나이별로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충고하지 않고, 이런 방식으로 살아봤더니 좋았더라, 이런 선택은 어떻겠니라는
권유가 좋았다. 그러니까 꼰대의 느낌이 없다는 것이다.
며칠 전에 읽은
소설책에서도 삶의 중간에 끼어든 문에 관련된 저자의 주제를 읽었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부분의 내용이 있다.
“터닝 포인트는 새로운
문이다. 당신 인생의 지평을 넓혀 주고 빛내줄 결정적 순간, 그 순간을 포착, 현명하게 움직여야 한다.”
P31
많이 친한 지인분이 얼마
전 실직을 하게 되었다. 몇 번의 부도로 위험했던 회사가 결국 도산하게 된 것이다. 그런 분위기를 읽은 그가 회사가 부도가 나기 전부터 계획했던
것은 50이 가까운 나이에 할 수 있는 자격증을 따는 일이었다. 가장이라서 힘들었던 그였지만 술로 며칠을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도 하지 않고 다른
직장으로 옮길 수도 없는 나이라, 자격증을 따기 위해 새벽부터 도서관에 들렀다가 밤에는 독서실까지 다니며 공부한다는 얘기에 그의 쿨한 선택에
감동까지 받았다.
며칠 전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의 얘기에 가슴이 아팠다. 20대를 모두 게임에만 쏟았더니 할 줄 아는 것이 없더란다. 실패를 통해 경험을 얻을 수 있고, 그 경험이 큰
자신이 될 것인데 그런 것이 하나도 없더라고. 그래서 지금 무작정 열심히 하고 있다고, 그래서 그것이 실패일지라도 자산이 될 것이라 두렵지
않다는 얘기. 간혹 평가를 받게 되는 회사의 일정기간에 무척 예민해 있던 나를 반성했다.
책속에는 인생을 살기위한
인생 내공을 쌓는 방법을 많은 예들을 통해 얘기하고 있는데 그중에 가장 큰 공감을 가졌던 것은 나이를 먹어도 나잇값을 하기 힘든 사람들의
얘기였다. 저자는 친절했던 혹은 자신이 배품을 받았던 그 사람들에게는 분명 그만큼의 은혜를 보답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식들의 결혼식도 친한
사람들은 모두 알면 오니 청첩장을 찍지 말라고 했다는 부분에서는 저자의 합리적인 생각에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얼마 전에 일 년 전
직장을 그만둔 동료에게서 단체로 청첩장을 받았다. 나와 몇몇 동료들은 그녀를 서너 달에 한 번씩 얼굴을 보고 차를 마시는 사이 이긴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그녀와 사적으로 혹은 메신저에 등록되어 있어도 한 달에 한 번도 얘기 한번 건너지 않는 사람들인데 모두 보낸 것이다. 물론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이라서 소식을 보내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녀의 청첩장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나한테까지 뭘? 이라는 반응이었으며 토요일 4시에
예식이 있다는 것에 더욱 난감했다. 주말이면 어디든 놀러 다니는 요즘에 오전이나 점심시간이 아니라 오후 4시라면, 하루 종일 뭘 하기도 참
애매한 시간이 아닌가. 거기다 서울 근접도 아닌 4호선의 마지막 종점 역에 자리한 예식장까지 가려면 최소 2시간을 소비해야 할 결혼식이라서 나
또한 청첩장을 받고 오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생각에 조금 불만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의 결혼식을 참석하겠지만, 문득
저자라면 이 결혼식을 참석했을까 궁금해진다.
“인생 후반부 축복이라면
지금 있는 행복을 느끼고 감사할 줄 아는 능력이 생긴다.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하라. 세상 모든 일에 감사하고, 매일이 감사로 넘쳐야 한다.
삼라만상을 그냥 단순한 물질로 보지 말고, 대자연의 예지와 정령이 깃들어 있는 것으로 본다면 어찌 감사하는 마음이 안 생기겠는가.”
P91
비록, 어제가 우울하고
절망스러웠을지라도 내일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성을 가지고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하지만, 역시 아직 인생 내공이 부족해서 잘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언제 이만큼 살아 온 것일까, 아무것도 이뤄 놓은 것도 없는 나는 앞으로 정말 괜찮을까 고민스러웠던
작년의 어느 겨울날을 잊게 만들었다. 어쩌면 인생에 필요한 내공은 절대로 후회하며 하루를 보내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