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스 테일 1 스토리콜렉터 20
마크 헬프린 지음, 전행선 옮김 / 북로드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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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윈터스 테일 _ 겨울은 또 다른 신기루를 만들어 낸다.  

 

작가가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간혹 이런 이야기를 쓰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일까 궁금할 때가 많다. 책을 읽다가 작가의 방대한 정보력에 놀라기도 하고 정보력과 자료 수집력은 잘 모르겠지만 상상력으로 펼치는 시사적 구조에 놀라기도 하는 작품을 만나면,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그의 능력이 한없이 부러워질때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윈터스 테일]은 두 개를 모두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갱단부터 시작해 신문사, 기계 장비, 대 저택의 구조나 상위 사람들의 모습까지 매우 사실적인 묘사에 깜짝 놀랄만한 문장도 있었다. 간혹 한국 소설을 읽을 때 아주 세세한 묘사에 숨이 턱 막혔는데 이 소설은 그런 묘사들이 많았다. 간혹 외국 작품들을 묘사보다는 서사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읽다보니, 소설이 주는 묘미를 잃을 때가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에서 놓칠 수 없는 묘사로 한 문장을 허투루 읽으면 안 되는 부분도 많았다.  

 

 

주인공이면서 주인공이 아닌 것 같은 피터 레이크를 통해, 작가의 하고 싶은 말을 찾아내려 한참을 읽다보면 이건 또 피터 레이크라는 인물만이 아니라 또 다른 새로운 인물들이 나타나서 간혹 인물 구도를 종이에 적어 가면서 읽었던 부분도 있다.

 

 

윈터스 테일이라는 책이 1, 2권으로 나눠졌지만 합치면 약 천패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이다보니 한정된 주인공들을 가지고 쓰기에는 스케일이 너무 큰 소설이라 얽혀 있는 주인공들의 인물의 묘사와 구성의 부분이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다행히 러시아 문학에서는 주인공들 이름 외우기도 참 힘들었는데 아주 쉽게 외울 수 있는 인물들의 이름이 나올 때는 반갑기도 했다.

[윈터스 테일]이 분명 1990년대의 뉴욕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그 이전의 시대의 모습이라고 생각이 드는 것은 피터 레이크의 모습 때문일 수 있다. 습지에 길러져 아무것도 모르는 그는 여자도 의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물론 기억 상실증에 걸렸지만) 참 무지하고 순진하고 순수한 부분도 많았기 때문에 현대적이라는 생각보다 고전에 가까운 60년대 이전의 배경이라는 생각이 훨씬 많이 들었다.

 

 

방대한 소설에 로맨스가 빠지면 섭섭한 부분인데 역시나 처음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묘사로 시작한다 했더니만, 로맨스도 작가의 표현력이 좋다. 무엇보다 시처럼 쓰인 부분들의 내용에는 한참동안 이 부분에서 둘이 뭘 했다는 거야? 라는 생각에 이런 것은 좀 사실적으로 써주길 원했지만, 사랑은 판타지의 시작이라고 참, 판타지적으로 끝을 맺는 부분이 많다. [별에서 온 그대]만큼 피터 레이크의 마지막 엔딩은 허무했지만 아름다웠다. 호수에서 건져진 그래서 성이 레이크인 그의 처음도 슬프고 아름다웠지만, 마지막 엔딩 또한 그를 구한 백마와 함께 슬프고 아름답고 기막힌 묘사의 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작가적 마인드로 묘사된 부분은 이 부분이 대체 뭘 얘기하는지, 내가 지금 소설을 읽고 있는 건지 인문 사회를 읽는 건지 혼동되는 부분도 있더라. 이런 부분을 보면 작가가 친절한 작가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런 방대한 작품을 쓰는 작가가 친절하면 뭐하겠는가. 잘 쓰면 되는 것 아닌가.

 

 

<산>과 <고스트>의 두 신문사의 이야기속보다 역시 나는 피터 레이크와 베버리의 사랑에 훨씬 많은 심박수를 뛰며 좋아했고 버지니아의 당돌한 모습이 좋았고 막대한 재산을 받았지만 휴지 조각이 된 수표를 버리지 않고 은행에 넣어두는 하디스티의 모습에 감동 받았다.

 

 

“난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있어. 도시는 엔진과도 같아. 이제 막 스스로를 태우기 시작한 엔진.” P152

 

 

 

제목이 [윈터스 테일]이니까 겨울을 그리면서 책을 읽게 되었다. 이제 막 스스로를 태우기 시작한 도시에 눈이 내리고, 그 속에 희미하게 걸어가는 한 남자의 모습에 그것이 누구일까 생각하게 되는 책 표지는 쓸쓸한 도시의 한 뒷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저 도시 속에서 쓸쓸한 모습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 우리들의 모습도 보이고, 죽음을 맞이한 피터 레이크도 보이기도 한다. 언제까지 내릴 지 알 수 없는 눈은 모든 것을 감춰 버리지만 봄이 오면 분명 선명한 도시의 모습을 대시 내 놓을 것이다. 봄이 오기전까지만, 잘 버티면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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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베스트5

1. 헌 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헌책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저자가 찾은 그 세월의 사인 같은 흔적을 찾아내는 노력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돌아갈지 모를 책이라는 생각에 가끔 책에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2. 모든 게 노래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통해서 더욱 좋아진 김중혁 작가의 에세이를 읽는 동안 가슴이 따뜻해졌다. 이런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졌다. 김중혁 작가가 알게 된다면 깜짝 놀랄지 모르지만, 그의 세심한 문장 하나에 나도 모르게 그가 추천한 노래들을 따라 부르며 책장을 넘기곤 했다.

3. 인생 수업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마음을 가꾸는 일이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나는 반성하고 고치는데 상대방은 전혀 그런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속상하고 열 받을 때가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서 부족한 나를 반성하고, 또 다스리는 방법을 또 터득하게 되었다. 아니 터득하게 되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4. 미처 다 하지 못한

 

 

 

 

 

 

 

 

 

 

 

 

 

오랜만에 김광석을 다시 듣게 되었다. 중학교 단짝은 아니었지만 친한 친구가 참 좋아했던 가수였다. 그런 그녀가 나에게 선물한 공 테이프속의 남자였는데, 어느덧 친구도 그도 더 이상 세상에 없다. 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던 참, 소중한 시간을 준책이었다.

5.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헤르만 헤세의 소박한 시간을 엿볼 수 있었던 책. 평화를 위해 애썼던 그의 모습과 정원을 키워가며 자신을 성찰하는 모습에 나도 반성이 많이 되었던 책이었다. 그의 소설과 다르게 애틋한 마음이 훨씬 많이 들었던 책.

- 내맘대로 베스트 5 중에 단 한권만을 고른다면?

 

 

 

 

 

 

 

 

 

 

 

 

 

모든 게 노래.

책을 통해 사람이 훨씬 좋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나는 이 책을 통해 (사실 빨간 책방속의 그의 입담을 통해) 김중혁이라는 남자가 너무 좋아졌다. 우리의 일상이 모두 노래가 되어 행복해 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무리를 하면서]

 

이곳 저곳 서평단을 여러번 해봤지만

역시 알라딘이 참 좋았습니다.

신간을 내가 고르는 재미도 있어서 그 덕에 새로 나온 책들은 유심히 내용을 읽곤합니다.

처음에는 저자를 선택하며 읽게 되었다가 나중에는 좋아 하는 출판사의 책들만 눈에 들어 왔었는데

이제는 유명한 저자나 유명 출판사가 아니더라도 새로나온 책들은 모두 살피는 꼼꼼한 독자가 되었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시는 알라딘, 정말 너무 감사했고 기회가 되면 또 함께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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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다 하지 못한 - 김광석 에세이
김광석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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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읽었던 성석제의 에세이가 생각이 났다. 기형도의 학교 동창이자 친구인 그는 가끔 기형도의 집에 찾아가 놀기도 하고 당연히 문학 얘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의 많은 책들을 보면서 가끔 한권씩 슬쩍 하고 싶지만, 귀신같이 그의 책 흔적을 찾아내는 기형도 때문에 한 번도 책을 가져 온 적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그가 어느 삼류 영화관에서 잠을 자듯 세상을 떠나고 난 뒤, 그의 텅 빈 방에 놓인 수많은 책들이 있는 책장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빈손으로 집에 돌아왔다는 그 페이지를 읽는 순간 눈물이 뚝뚝 흘려졌다.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먹먹함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가까운 누군가를 보낸 사람이라면, 설명할 수 없는 쓸쓸함을 잘 알 수 있다.

 

 

중학교 때 참 조숙했던 친구 녀석이 좋아한 사람이라며 두 개의 공 테이프에 녹음해온 노래를 처음 듣고 나는 김광석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노래를 통해 나는 복잡하게 마음이 요동치는 사춘기를 앓게 되었다. 그것 때문이었을까 나는 김광석 하면 그 친구를 생각하게 되고 더 이상 세상에 없는 그와 그녀를 떠올린다. 어쩌면 친구가 김광석의 노래를 녹음해 오지 않았다면 나는 어딘가에 있을 다른 집으로 빨리 돌아간 노래 잘하는 김광석이라는 사람으로 기억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좋아했던 친구 때문에 나는 그가, 참 특별하게 생각된다.  

 

 

단 한 번도 그의 공연을 본적이 없고 실물로 만나 본적도 없는 그이지만, 그의 노래에 한동안 빠졌던 사람이라면 옆집 오빠처럼 너무도 익숙한 그의 목소리에 그의 부고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을 것이다. 불치병도 아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어느 가수처럼 교통사고도 아닌 스스로 삶을 정리했다는 것이 더 가슴 아팠다. 이렇게 가슴을 울리는 노래를 불렀던 그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모진 고통의 시간을 견디며 삶을 정리했을까.

그의 장례식장에 들어선 노영심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는다. 다시는 그의 목소리로 노래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믿을 수 없고 너무 슬프다는 그 얘기에 한 번도 만나 본적이 없는 사람의 죽음 때문에 텔레비전 속 그의 환한 영정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렸던 어느 계절의 끝을 기억하고 있다.

 

 

[미처 다 하지 못한] 책속에는 우리가 기억하는 김광석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 있다. 그가 짧게 써내려간 일기, 아직 멜로디가 붙여지지 않는 노랫말이 담겨 있는 이 책을 참 오랫동안 읽고 또 읽어봤다. 소설처럼 페이지를 다 채웠다면 한권의 분량이 되지 않을 책이지만, 내용은 수십 권의 책을 읽고 난 후처럼 아주 긴 여운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기형도를 떠올리면, 문득 김광석이 생각이 났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도 기형도를 생각하며 자신의 모습을 떠 올렸다.  

 

 

 

 

“기형도 산문집을 읽다. 짧은 여행의 기록. 느낌이 많다. ‘짜쉭’ 스물아홉에 신춘문예 당선이라니. 그럴 만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관심사에 목매다는 것이니까. 다른 이들보다 좀 나은 것은 그는 그렇게 자신의 삶으로 시를 완성했다는 사실이다. 스물아홉 살, 어느 삼류 극장에 앉아 조용히 굼을 거둔, 그 짧은 여행의 마지막 눈빛은 어떠했을까. 01.10” P40 

 

 

 

기형도의 스물아홉, 그리고 서른둘로 삶이 끝이 난 김광석은 영원히 젊은 오빠들로 남아 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좋아했던 김광석이었는데 어느덧 나는 그가 삶을 멈춘 나이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되었다. 영원히 젊은 나이로 있을 그는 어느 콘서트에서 환갑 때 뭘 하고 쉽냐고 동료들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는 동료들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환갑 때 연애를 하고 싶다고.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그가, 왜 세상을 떠났는지 궁금해 하지 않기로 하자. 이렇게 마음을 구구절절하게 썼던 노트들이 많은데 왜 유서 한 장 없이 세상을 등졌는지 궁금해 하지도 말자. 또 하루가 멀어져 간다는 서른을 지나 마흔이 되기도 전에, 환갑도 맞이하지 못한 그가 분명 어디쯤에서 그가 원하는 연애를 실컷 하고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지 않다. 혼자 읽으면서 그의 숨겨진 이야기를 나 혼자 알고 싶다. 마치 그의 비밀을 혼자만 알고 숨겨줘야 할 것만 같다. 그렇게 잊히지 않는 누군가를 내내 기억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책이다. 오랜만에 먼지 쌓인 그의 CD들을 꺼내본다.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참, 한결같다.

 

 

 

 

“하루 종일 누군가를 그리워했습니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를 그리워하며

내 속의 일부가 되어 있었던 그가 그리워

미치도록 보고팠던 겁니다.

구부러진 환기통 사이로, 내 피워 문 담배 연기는

소리 없이 사라집니다.

그도 사라졌습니다.

흔적 없이

내 잘못이 아니라 우기고 싶겠지만

내 잘못입니다.

그를 보고 싶습니다. _03. 19 ” P53 

 

 

 

마치 미래로 갔다가 왔는지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적어 놓은 것 같은 그의 일기장의 글에 마음을 훌쩍여 본다. 오랜만에 틀어 놓은 그의 앨범 속 노래는 다 끝나 가는데 새로운 노래를 불러줄 그는 더 이상 없다는 것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한 번도 본적 없는 그를 이렇게 그리워하다니.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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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 최인호 유고집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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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대하는 자세를 생각해보다. -최인호 유고집 [눈물]  

 

 

요즘 들어 유독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책을 읽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가 가끔 나도 모르는 눈물이 떨어지곤 한다. 정말로 오랜만에 책을 읽다가 울어봤다. 책의 내용이 슬퍼서가 아니다. 세상을 떠난 그들이 아쉬운 것들도 있지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라는 물음 앞에 스스로 한숨이 절로 나와서도 아니다. 그냥, 누구에게나 있는 이 마지막을 너무 빨리 마주한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 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작가 최인호라는 분이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그의 책을 읽었던 것들을 살펴본 적이 있다. 언젠가 작가 박완서 선생님의 이별과 함께 집에 있는 책을 모아 다시 읽어 보고 싶었던 책들을 정리했었던 날들도 있었는데, 이렇게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을 책을 다시 만나는 것이 가슴 아프다.

 

 

이 책은 작가의 유고집이라기보다 작가가 마지막에 남긴 작은 기록, 혹은 그가 마지막을 찾았던 종교의 어떤 분을 위한 고백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작가가 침샘에 있던 암이 폐로 전이 되면서 7번의 항암 주사와 35번의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도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고민했던 작가 최인호의 유고집 [눈물]은 다 읽고 나서 나에게 있는 믿음은 어떤 것일까 고민하게 만들었다.

 

 

종교가 없는 나는 누군가를 간절하게 그리워 한 적이 없다. 어떤 종교를 통해 나를 구원해 달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사실 이 책이 많이 불편하다. 작가의 종교가 불교였다가 어느 날 세례를 받으며 천주교인으로 변하고 그가 마지막까지 종교를 통해 마음을 위안 받는 것은 알겠지만, 원치 낳는 신앙서적을 읽은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나는 종교에 자유롭지만, 편견이 있는 사람이라 더욱 이 책이 감동보다는 불편한 마음이 훨씬 많았다. 아마 작가와 같은 종교인이 이 책을 읽었다면, 작가가 밤마다 쓰는 일기의 구절들이 훨씬 감동적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그냥 한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 쓰는 종교 일기라기보다는,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은 작가로서의 하루들이라는 생각이 훨씬 많다. 그는 어느 일기에 이런 구절을 써 넣었다.  

 

 

 

 

“아아, 주님. 그래도 난 정말 환자로 죽고 싶지 않고 작. 가. 로. 죽. 고. 싶. 습. 니. 다.” P33 

 

 

 

침샘암이라는 흔하지 않는 병을 통해, 그는 더욱더 말라갔고, 먹는 것조차 힘들었던 그 당시에도 그는 암 환자가 아니라, 고등학교 2학년 때 신춘문예로 등단을 하며 천재 작가로 시작을 하고 수많은 소설을 쓰고, 또한 그의 소설이 영화가 되며, 시나리오를 쓰기위해 몇 달씩 여관에서 칩거 생활을 하고 나오는 작가. 암을 극복하며 마지막 소설도 멋지게 써내는 그런 작가로 남고 싶은 그의 간절한 저 문장에 나는 그의 종교 얘기보다 그의 나약한 한 사람의 간절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의 마지막을 다 알면서 가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암이라는 질병을 통해 서서히 쇠약해 가는 자신을 알아가는 그 시간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생각해본다. 그러면서 찾게 되는 나약한 인간이 원하는 의지하고 싶은 마음을 통해 찾은 무언가가 이토록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처음 불편하게 읽은 이 책이 나중에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느 날 작가가 일기를 쓰다가 눈물을 흘려 놓은 그 페이지에 스스로도 마음이 먹먹해 졌다는 그 페이지를 나도 본다면, 같이 눈물을 흘릴 것 같다. 때로는 거지같은 하루라고 욕했던 그날마저도 없어지는 날까지,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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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내공 - 내일을 당당하게
이시형.이희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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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늙어 간다는 것. [인생내공]

 

 

100세를 맞이하는 시대에 80세의 노장이 충고하는 이야기로 이 책을 한 줄로 정의할 수 있을까? 우선,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다. 처음 저자의 나이나 경력을 살피며 읽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을 보지 않고 읽었다. 읽는 중간마다 저자가 자신의 나이를 밝히는 부분이 있었다. 아니 80대의 할아버지라니? (할아버지라고 하면 화를 내시겠지만) 그런데도 이렇게 노장의 느낌이 아니라 세련된 책을 쓸 수 있다니 놀랍다.

 

 

이미 많은 시대를 살아왔던 저자가 앞으로의 미래를 살아갈 이들을 위한 충고하는 이 책을 통해 짧은 시간동안 저자의 충직했던 시간들에 대해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100세까지 살다가 죽을지 알수 없는 내일이겠지만, 저자처럼 늙을 때까지 현역으로 있고 싶고 치매 걸리지 않고, 내 발로 걸어 다니고 싶으며 내 손으로 음식을 해 먹고, 멀리 여행을 다니며 삶을 즐겼으면 좋겠다.

 

그런 삶을 살기위해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충고해주는 이 책이 다른 여타 30세, 40세를 위한 지침서와 다르지 않지만 80세에도 이런 책을 거뜬히 쓰는 저자를 통해 진정성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일본 노장의 한 경영인이 쓴 책을 읽었을 때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 들었던 것은 꼬장꼬장한 가르침이 없다는 것이다. 나이별로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충고하지 않고, 이런 방식으로 살아봤더니 좋았더라, 이런 선택은 어떻겠니라는 권유가 좋았다. 그러니까 꼰대의 느낌이 없다는 것이다.

며칠 전에 읽은 소설책에서도 삶의 중간에 끼어든 문에 관련된 저자의 주제를 읽었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부분의 내용이 있다.

 

 

 

 

 

 

“터닝 포인트는 새로운 문이다. 당신 인생의 지평을 넓혀 주고 빛내줄 결정적 순간, 그 순간을 포착, 현명하게 움직여야 한다.”

 P31

 

 

 

많이 친한 지인분이 얼마 전 실직을 하게 되었다. 몇 번의 부도로 위험했던 회사가 결국 도산하게 된 것이다. 그런 분위기를 읽은 그가 회사가 부도가 나기 전부터 계획했던 것은 50이 가까운 나이에 할 수 있는 자격증을 따는 일이었다. 가장이라서 힘들었던 그였지만 술로 며칠을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도 하지 않고 다른 직장으로 옮길 수도 없는 나이라, 자격증을 따기 위해 새벽부터 도서관에 들렀다가 밤에는 독서실까지 다니며 공부한다는 얘기에 그의 쿨한 선택에 감동까지 받았다.

 

며칠 전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의 얘기에 가슴이 아팠다. 20대를 모두 게임에만 쏟았더니 할 줄 아는 것이 없더란다. 실패를 통해 경험을 얻을 수 있고, 그 경험이 큰 자신이 될 것인데 그런 것이 하나도 없더라고. 그래서 지금 무작정 열심히 하고 있다고, 그래서 그것이 실패일지라도 자산이 될 것이라 두렵지 않다는 얘기. 간혹 평가를 받게 되는 회사의 일정기간에 무척 예민해 있던 나를 반성했다.

 

책속에는 인생을 살기위한 인생 내공을 쌓는 방법을 많은 예들을 통해 얘기하고 있는데 그중에 가장 큰 공감을 가졌던 것은 나이를 먹어도 나잇값을 하기 힘든 사람들의 얘기였다. 저자는 친절했던 혹은 자신이 배품을 받았던 그 사람들에게는 분명 그만큼의 은혜를 보답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식들의 결혼식도 친한 사람들은 모두 알면 오니 청첩장을 찍지 말라고 했다는 부분에서는 저자의 합리적인 생각에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얼마 전에 일 년 전 직장을 그만둔 동료에게서 단체로 청첩장을 받았다. 나와 몇몇 동료들은 그녀를 서너 달에 한 번씩 얼굴을 보고 차를 마시는 사이 이긴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그녀와 사적으로 혹은 메신저에 등록되어 있어도 한 달에 한 번도 얘기 한번 건너지 않는 사람들인데 모두 보낸 것이다. 물론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이라서 소식을 보내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녀의 청첩장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나한테까지 뭘? 이라는 반응이었으며 토요일 4시에 예식이 있다는 것에 더욱 난감했다. 주말이면 어디든 놀러 다니는 요즘에 오전이나 점심시간이 아니라 오후 4시라면, 하루 종일 뭘 하기도 참 애매한 시간이 아닌가. 거기다 서울 근접도 아닌 4호선의 마지막 종점 역에 자리한 예식장까지 가려면 최소 2시간을 소비해야 할 결혼식이라서 나 또한 청첩장을 받고 오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생각에 조금 불만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의 결혼식을 참석하겠지만, 문득 저자라면 이 결혼식을 참석했을까 궁금해진다.

 

 

“인생 후반부 축복이라면 지금 있는 행복을 느끼고 감사할 줄 아는 능력이 생긴다.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하라. 세상 모든 일에 감사하고, 매일이 감사로 넘쳐야 한다. 삼라만상을 그냥 단순한 물질로 보지 말고, 대자연의 예지와 정령이 깃들어 있는 것으로 본다면 어찌 감사하는 마음이 안 생기겠는가.” P91

 

 

 

비록, 어제가 우울하고 절망스러웠을지라도 내일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성을 가지고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하지만, 역시 아직 인생 내공이 부족해서 잘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언제 이만큼 살아 온 것일까, 아무것도 이뤄 놓은 것도 없는 나는 앞으로 정말 괜찮을까 고민스러웠던 작년의 어느 겨울날을 잊게 만들었다. 어쩌면 인생에 필요한 내공은 절대로 후회하며 하루를 보내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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