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렛 스토리콜렉터 19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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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클로니클’의 두 번째 작품 [스칼렛]은 고전 동화를 기초로 한 판타지 소설이다. 이전[신더]를 통해 고전 동화를 SF로 바꿔 놓은 설정이 재미있게 쓴 작가가 탄력을 받아 두 번째 작품을 내놓았다. 물론 지금 그녀는 네 번째 소설을 쓰고 있다고 한다.

신더보다 훨씬 소설의 양이 더 많은 [스칼렛]은 작가가 하고 싶은 얘기가 참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신데렐라를 SF로 바꿔 놓은 신더는 소설 [신더]로 끝이 나지 않고 [스칼렛]에서도 활약을 펼친다.

 

 

[스칼렛]은 두 개의 얘기가 교차하게 된다. [빨간 모자]의 동화속 주인공은 스칼렛이라는 인물로 재탄생된다. 그녀는 매우 용감하다. 그러고 보니 신더도 신델렐라 동화속의 여자처럼 남자가 찾아와야만 신분이 상승했던 나약한 여자는 아니다. 몸의 일부가 기계로 만들어졌고 그 몸의 일부를 스스로 고쳐 나가는 능동적인 인물이며, [스칼렛]속에서 감옥에서 탈출까지 하는 용감한 여자다.

 

 

[빨간 모자]의 동화 속에서 소녀는 할머니를 잡아먹은 늑대의 몸속에서 할머니를 구해내는 슬기로움을 가졌는데, 이 소설속의 스칼렛은 오히려 정반대의 모습으로 느껴진다. 스칼렛이 늑대를 만나 총을 쏘거나 저항도 하지만, 왠지 울프라는 남자 늑대와 함께 있으면서 그녀는 그냥 여자가 되어 버렸다고 할까. 오히려 동화속의 빨간 모자의 소녀가 더 당당하고 지혜롭다고 할까.

이 부분은 몇 년전에 개봉한 [빨간 모자] 시리즈의 애니메이션에서도 절대로 소녀는 늑대에게 당하는 약한 여자는 아니었다. 늑대들을 골탕 먹이고 할머니를 구해내는 인물이었는데, 왜 이 시리즈의 빨간 모자의 스칼렛만 수동적인 느낌이 드는 것일까. 중간에 울프와의 로맨스도 너무나 짜여진 듯한 느낌의 설정이고, 점점 가까워지는 스칼렛과 울프의 만남에서 두 사람에게 불꽃처럼 피어나는 로맨스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모두 적중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스칼렛과 울프의 로맨스보다 신더의 로맨스에 더 집중하고 싶지만, 그녀는 스칼렛보다 훨씬 강해보이고 무뚝뚝해보인다. 작가가 신더는 좀더 강한 여자로, 스칼렛은 전형적인 여자로 만들어 놓은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스칼렛과 신더, 두 여자의 활약이 처음에는 어떻게 풀릴 것인가 궁금했는데 두 여성의 캐릭터는 살아났다가 결국 울프라는 인물에 스칼렛의 존재가 미미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시리즈를 이어나가기 위한 신더의 내용은 꼭 필요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까 이 얘기는 [빨간 모자]의 스칼렛의 이야기지만 앞으로 다른 시리즈를 예고하는 신더의 또 다른 활약상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그녀가 다 쓴 시리즈에는 역시 신더의 활약이 나올 것이고 신더의 고백처럼 더 이상 숨어다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시리즈의 마지막은 신더의 자유로운 생활이 그려지는 것일까?

 

 

오래전에 읽은 우리나라의 전래동화들의 다른 의미들을 다룬 얘기의 책이 생각이 난다. [콩쥐팥쥐]나 [장화홍련전], [춘향전]들도 시대에 맞게 각색되었고 이야기의 내용이 변형되었고 한다. 우리나라 얘기들은 워낙 권선징악이 많기 때문에 나쁜 놈은 벌을 받고 착은 놈은 복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지금을 착하게 살기 권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요즘은 나쁜 놈이 훨씬 잘 산다. 착하면 손해 보는 세상이 아닌가. 그래서 그런지 신더와 스칼렛의 SF 시리즈물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전래동화들도 시대를 바꿔 각색한다면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다.

 

혹시 알아, 물에 빠진 장화 홍련이 미래에서 다시 나타나 계모를 죽이려 총 들고 나타날지. 이런 얘기 너무 식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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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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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사람의 집이 서점이었기 때문에 학창시절 나는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었다. 잘생긴 동네 오빠를 보러 가기위한 방법은 오빠와 서점 주인인 오빠네 아버지가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교대를 하러가는 한 시간을 놓치고 나면 다음날을 기약해야 했기 때문에 철저하게 서점의 저녁시간이 나의 나들이 시간이 되어버렸었다. 나는 이미 학교에서 공부 좀 한다고 소문이 난 아이었고, 그것 때문에 서점에 오는 일이 이상하지 않았다. 공부와 독서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주었던 20년도 더 지난 일이긴 하지만. 공부를 위해 문제집을 자주 사가거나 이후, 유명한 문고판 책을 사거는 일로 오빠를 자주 만나기도 했지만, 학창시절의 가장 큰 즐거움은 [슬램덩크]가 나오는 날이었다. 만화책은 비닐로 쌓여 있기 때문에 사야만 책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책을 사면 오빠는 슬램덩크 책을 같이 보자는 말을 자주 했고, 나는 내가 미리 산책을 오빠에게 양보하며, 그 책을 다 읽을 동안 나는 서점 안에서 다른 책들을 보곤 했다. 그때 읽은 책들은 지금도 나의 추억의 독서 목록이 되어 있다.

 

 

 

어쩌면 서점은 나에게 유일한 누군가를 향한 마음의 레이저를 쏘아대는 장소였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서점을 통해 나는 많은 꿈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지금은 그런 공간이 없어서 쓸쓸하기만 하다.

 

시미즈 레이나의 저자가 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을 읽으며 이런 멋지고 훌륭한 서점이 아니라도 동네에 향수 가득한 추억을 간직 할 수 있는 정겨운 곳이라도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너무 많다.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하는 그 짝사랑 오빠네 서점도 분명 없어졌을 것이고, 그 오빠의 아버지도 직업을 잃어버렸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언제부턴가 서점이 아니라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고 있었을까. 유명한 인터넷 서점 두 곳을 통해 책들을 고르고 편안하게 택배로 받아보는 책사는 일이 벌써 10년 가까이 되는 것 같다. 물론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다가도 간혹 유명 서점을 가곤하지만, 그 횟수가 일 년에 열 번도 안 되는 것 같다. 인터넷 서점은 하루에 한 번씩 신간 나온 것들을 살피면서도 오프라인 서점은 지하철역 대형 건물 속 쇼핑상가에 자리 잡은 곳에 가는 것도 가문에 콩나 듯 있는 것이다. 종로에 만나게 되면 종로 서점에서 만나는 것이 일이었는데, 이제는 유명 브랜드 매장 앞에서 만나는 것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영국, 런던에 갔을 때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당장 갔을 곳이 바로 [바터 북스]다.

 

" ‘교환 서점’이라는 뜻을 가진 바터 북스는 35만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어 영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그곳을 찾는다. 그들은 다 읽은 책을 이곳에 두고, 가져온 책의 가치를 따져 적당한 책을 골라 가져간다. 그렇게 사람과 책이 끊임없이 그 역사를 찾았다가 다시 떠나간다. 일찍이 여행자들로 붐볐던 역사의 여정을 지금은 책의 역이 된 서점이 계속해서 이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P22

 

 

 

 

여행자들이 지니고 있는 책을 놓고 다른 책으로 가져 갈 수 있는 곳, 중고 서점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지만, 중고 서점이라는 뜻보다 여행자의 서점이라는 뜻으로 생각하면 너무 멋진 서점이지 않을까. 마치 누군가에 의해 다시 시작되는 여행의 시발점이 되는 것 같아 두근거리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아메리칸 북 센터] 서점은 2층에 피아노가 있다고 한다. 가끔 서점에서 연주회가 열리기도 한다니. 정말 매력적인 서점들이 참 많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20곳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 참 묵직하고 컬러판으로 훌륭하다. 그런데 유독 유럽의 서점이 많다. 아시아의 서점 중에 우리나라 서점이 없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은 읽는 독자들은 누구나 생각할 터.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나는 여전히 책에 소개된 이런 멋진 서점도 좋겠지만, 감성과 소통을 공유 할 수 있는 동네의 작은 서점들이 다시 부활했으면 좋겠다. 동네에 알라딘 중고 서점이 생겼다. 그나마 놀이터가 생긴 것 같아서 즐겁다. 일주일에 한번은 들렸다가 오는 경우가 많다. 그로인해서 집에는 책이 계속 쌓이고 있다. 하지만 그 즐거운 비명을 즐기고 싶은 날들이 계속 됐으면 좋겠다. 분명 우리는 디지털로 인해 아날로그로만 해결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잃어버렸을 것이다. 가슴 아프게도.

 

 

 

 

 

“ 서점 안에는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고. 서점은 하나의 매체로서 이야기를 엮어내는 스토리텔러인 것이다. 젊은 작가에게 서점 한견을 잠자리로 내주고 기꺼이 장서까지 제공하는 ‘아틀란티스 북스’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새로운 이야기를 자아내는, 미래를 향해 열린 참된 서점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클릭 한 번으로 책은 살 수 있겠지만 그곳에는 이야기가 없다. 서점으로 향하는 길목의 풍경, 서점을 가득 채운 공기,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배려와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사소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는 편리하고 효율적인 삶을 탐욕스럽게 추구하지만 결코 그것만으로 채워질 수 없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점을 찾는지 모른다." P7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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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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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를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지만, 그 속에 담긴 영혼의 자유는 느꼈었다. 조르바를 이해하는 일은 나의 고정된 척박한 사고를 내려놓지 않는다면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려놓고 그를 이해한다고 한들, 뭐가 달라질까 생각도 들지만, 조르바와 같은 사람들을 분명 마음속으로 닫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도 든다.

 

 

번역본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번역하는 사람의 사상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랬기 때문에 어쩌면 나는 이윤기 번역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좋아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장미의 이름]때와는 다른 뭔가 투박한 작가와 동일시되는 그의 번역을 반박할 만한 지식이 없어서 마음이 답답했는데, 같은 출판사를 통해 두 번째 번역본을 낸다는 기사를 보고 내가 가졌던 지역적 감정과 함께 번역 작가들의 편견을 조금 깼다.

 

 

소설가들도 그렇겠지만 번역 작가들에게도 글쓰기라는 것이 어떤 것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문학이 주는 인생의 통로는 어떤 것이기에 그렇게 뚫고 가고 싶은 것일까 생각하게 되는 것도 있을 테고, 그것이 해결이 될 때까지 글 쓰는 일을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스 신화 시리즈로 유명한 저자 이윤기 또한 문학이 자신에게 어떤 것인지 고민이 한가득 있는 일기장을 보는 것 같은 이 책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소설가이지 번역 작가인 이윤기를 더 많이 알 수 있게 한다.

모든 작가들이 글을 쉽게 쓰지 않을 것이고 한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괴로움을 가지고 있을 것인지 짐작하듯, 그도 쉽게 써지지 않은 글들 때문에 고민이 많은 모습을 엿보니 오래전 소설 한편을 써보겠다고 앉아 괴로워했던 지난날의 나의 모습을 떠 올려보니 모든 것이 쉽게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진리가 떠오른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그가 [장미의 이름]을 번역했을 때 오역과 오독을 했다고 스스로 고백한 부분에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누군가 실수를 하고 그것을 통해 새롭게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번역한 [장미의 이름을 무려 3백여 군데의 부적절한 번역, 빠져 있는 부분 및 삭제해야 할 부분을 지적해주고 있는 그 원고를 받아 들었을 때의 그 화끈거리는 부끄러움을 감당하고 있을 그 시간을 떠 올려보니 마치 나의 일인 것처럼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사실 나는 지금도 나의 실수를 쉽게 인정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깨끗하게 승복될 실수의 반전을 만들 수 있을 텐데도 왜 완벽한 인간으로 남으려 하는 것일까. 그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멋지게 다시 [장미의 이름]을 다시 펴냈다. 물론 새롭게 쓴 번역본은 읽어보지 못했다. 내가 읽은 책은 한권짜리의 책이었고 이후 같은 출판사에서 상, 하 권으로 두 권의 책으로 출판되었다. 기회가 된다면 이 두 권의 번역본 책을 다시 읽고 싶기만 하다.

 

 

“겨울이 오고 있다. 살아 있는 것들에게 겨울은 매우 혹독한 계절이다. 풀은 말라야하고 나무는 자라기를 그만두어야 하는 계절이다. 새들은 배를 곯아야 하는 계절이다. 하지만 봄이 오거든 보라, 자연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살아난다.” P89

 

 

 

실수와 실패를 축하해야 하는 이유들도 이런 부분을 가지고 있다. 요즘 어린 친구들이 시험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기사들을 본다. 내 윗세대들도 우리에게 그런 말을 하지만 나도 비슷한 생각이 든다. 우리는 그동안 잘한다, 좋다는 말만 들으며 자라온 세대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혹독하게 대하는 말에 상처 받아 일어나지 못하는 나약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더 가혹한 말에도 상처 받지 말아야 하는데 이런 생각은 쉽게 가슴까지 내려오지 못한다는 것이 이론과 현실의 차이라고 할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분명 부드러운 시선으로 이윤기의 글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생각하고 출판한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이 책의 가장 아쉬운 개인적인 부분은 이윤기 작가의 딸의 서문이다. 이 책을 어떻게 읽던 그것은 분명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본인 또한 “보는 사람의 잣대가 옹졸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에 낯이 뜨거워졌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이런 부분이 없었다면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는 책의 서문이 더 아름다워 지지 않았을까. 그냥,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단 한 줄의 서문으로 시작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다면 글이 글로 자리를 잡아야 하고, 문장이 문장다워야 한다는 그의 마지막 얘기가 더 애잔하게 들렸을지 모르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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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 아침을 열다 - 마음이 한 뼘씩 자라는 이야기
사색의향기문화원 지음, 이영철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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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부암동의 [라 갤러리]에서 시인 박노해의 사진전을 보고 왔다. 그곳의 애플 시나몬티가 유명하다기에 마셔 보고도 싶었는데, 역시 소문처럼 맛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곳이 정말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박노해의 사진전을 공짜로 볼 수 있다는 것과 맛있는 애플 시나몬 티때문이 아니라 화장실 때문이었다. 매일 매일 박노해 시인의 시가 화장실문에 붙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로맨틱한 화장실이라니.

 

 

요즘 병원을 가더라도 화장실 문에 한 줄의 명언이나 감동적인 문장들이 프린트되어 붙여졌다. 이런 것은 회사서도 볼 수 있다. 간혹 그 한 줄의 문장으로 감동을 받아 눈물이 흘려지지는 않지만 가슴 한편이 복잡한 부분을 정리할 때가 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몇 번 받으면서 때로는 삭힌 마음을 풀어 놓을 수가 있었는데 [사색의 향기, 아침을 열다]의 책도 이런 비슷한 종류의 책이다. 요즘 들어 명문장을 인용하여 그것을 더 풀어 놓고 이야기 하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간혹 주변 지인들도 마음을 다스리는 책을 좀 달라고 하는걸 보면 복잡한 세상에서 단순하게 마음을 정리할 방법은 한줄의 문장을 통해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당사자가 둘이 있을 때

한쪽 말만 듣는 사람은

반쪽만 들은 것이다.

-아이스킬로스“” P28

 

 

참 당연한 이야기다. 두 명의 친구가 싸움을 했고, 나는 두 명의 친구와 너무 친하지만 간혹 한쪽의 귀만 신중하게 들었던 적은 없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영화 [오, 수정]을 보면 모든 사람들이 기억해내는 과거의 자신의 모습이 조금씩 다르다. 나는 능동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는데, 상대방은 나의 모습을 굉장히 적극적인 모습으로 생각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면, 분명 자신에게 조금 더 유리한 관점을 만든다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데도 늘 닥쳐진 문제 앞에서는 이렇게 당연한 이치와 너무 멀어진 생각을 하고 만다.

 

 

누름돌의 얘기에서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김치를 담그기 위해 살짝 숨을 죽이려고 쓰인 그 누름돌이 나에게도 있었다면, 그렇게 흥분해서 몰아쳐 일을 처리하지 않았을 텐데. 뭐 그런 반성적인 생각이 가득하다고나 할까.

유명한 시인의 시도 있고, 유명한 학자의 이야기로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 나에게 가장 감동적인 얘기는 한 독자의 글이었다.

 

 

 

“받은 상처는 예리한 메스가되어 가슴을 후벼 팠고

준 상처는 아둔하여 두루 뭉실 기억이 없었습니다.

나 잘난 멋에 살아온 빈 껍데기였고

나의 관점이 진리라 고집했습니다.

남이 나를 칭찬할 때 그것이 나의 전부라 착각했고

남의 허물을 덮어 줄 내 안에 여백이 없었습니다.

나가진 것 너무 많아 교만했고

나 받은 것 너무 많아 감사할 줄 몰랐습니다. " P72

 

 

마치 찬송가 어느 구절의 노래 같기도 하지만 읽다보면 한 구절 한 구절, 절절하게 나를 좀 생각해 봤던 몇 구절이 있었다. 유독 받은 상처에 대한 기억을 쉽게 지우지 못할 때가 많았다. 이제 그것도 세월을 견디다 보니 그럭저럭 넘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럭저럭 그렇게 쉽게 넘어가지도 않는 것이 마음 아프기도 한다. 받은 상처에 대한 가슴 아픔이 절절하기만 하고, 나도 이런 비슷한 경험은 또 없었는지 생각도 해 보는데 이런 반성적인 생각이 그리 오래 가지 못하고, 스스로도 너무 작위적은 하루를 보내는 것 같아 나를 반성하는 시간을 생각하지 않을 때가 많다.

언젠가 나의 멘토인 스승이 해 준 얘기가 생각난다.

 

 

“화 내지 마라, 화낸다고 언제 일이 다 해결 된 적이 있었냐”

 

 

그래, 내일은 화 내지 말고 웃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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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게 살해 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
곤도 마코토 지음, 이근아 옮김 / 더난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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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에 대한 공포는 죽음의 공포만큼이나 엄청나가. 하지만 통증을 잘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죽음도 평온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_P99

 

 

 

 

무엇이든 풍족한 시대에 가장 큰 관심은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 있나, 그것이 나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되어 버렸다. 누구나 태어나서 죽는 것이니 죽는다면 고통스럽지 않게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아마도 암에 걸려도 통증과 고통이 없다면 암을 위협적이거나 무서워하지 않을 것 같다.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안에서 잘 살다가 웰다잉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안내해주고 있다.

 

 

유럽 각국은 복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보다 병원문턱이 높다. 네덜란드의 경우 감기 증상 때문에 주치의에게 진료를 받으려면 2~3일이 걸린다.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당일 진료는 아예 받지 않기 때문이다. P6

 

 

 

선진국인 나라에서도 병원 이용실태는 이런데 우리는 조금만 아파도 병원을 가고 있다. 환절기 때 병원에 가면 감기 환자들로 들 끊는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막상 의사는 너무나 상식적인 얘기를 한다. 뜨거운 물을 많이 드세요. 습도 조절을 하세요. 따뜻한 옷을 입고 다니세요 등등. 별다른 처방은 없고 주사와 약 처방이 전부다. 그런데도 감기에 걸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병원에 가야겠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증상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보다 자연치료를 택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얘기하고 있다. 편의점 가듯 병원에 가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콧물 한 줄만, 기침 한번으로 병원 행이 제일 먼저가 되었다. 이것은 과잉 진료의 폐해가 환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사실을 얘기하고 있다고 한다.

 

 

 

책을 통해 혼란스러운 얘기도 많다. 현미가 몸에 좋다는 책을 통해 계란은 몸에 좋지 않고, 우유는 오히려 우리의 몸 속의 철분을 빼고 있다고 하는데, 저자는 계란과 우유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또한 소금은 고혈압 환자들의 가장 큰 적대시할 양념인데도 싱겁게 먹으면 오히려 몸에서 활동하는 염분 부족으로 좋지 않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이런 내용들이 사실 많이 혼동이 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자가 밝혔듯이 적당하게 운동하고 먹는 것이다.

 

 

요즘 많이 발병하고 있는 암들은 적당하지 못해서 생기는 암이 훨씬 많다. 적당한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우리의 생활이 적당이라는 것이 개인별로 차이가 많이 나고 그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습관만 있다면 암이 창궐하는 시대에도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고 아프지 않게 죽음을 맞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적당한 운동은 주사와 약물 치료보다 훨씬 좋은 처방이 될 것이다.

 

누구나 걱정하는 암이라는 것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걱정하기보다 걸리더라도 아프지 않게 마지막까지 삶을 유지하다가 마감하고 싶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은 수술을 받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수술을 통해 암의 발병을 더 키울 것이고 그것으로 인해 예측되었던 수명이 더 짧아 진다는 것이다.

자궁경부암을 수술이 아니라 방사선으로 치료를 한다는 것에 사실 좀 놀랐다. 자궁경부암에 걸린 한 지인이 사라진 자신의 자궁 때문에 여성성을 잃었다며 우울증에 걸렸던 일들을 생각하면 얼마나 깔끔한 치료인가. 몸 속의 장기는 온전하게 있어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의 통증이나 불편함은 자연의 섭리이니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하고, 그런 증상과 잘 사귀어 나가는 것이 합리적인 태도이다. P42

 

 

 

언젠가 한번은 닥쳐올 일이지만, 만약 찾아 온다면 그 일들을 차분하게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은 간절하다. 그래서 열심히 운동을 하며 적당한 식습관을 가지고 싶지만 그것이 참 쉽지 않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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