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스 테일 1 스토리콜렉터 20
마크 헬프린 지음, 전행선 옮김 / 북로드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윈터스 테일 _ 겨울은 또 다른 신기루를 만들어 낸다.  

 

작가가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간혹 이런 이야기를 쓰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일까 궁금할 때가 많다. 책을 읽다가 작가의 방대한 정보력에 놀라기도 하고 정보력과 자료 수집력은 잘 모르겠지만 상상력으로 펼치는 시사적 구조에 놀라기도 하는 작품을 만나면,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그의 능력이 한없이 부러워질때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윈터스 테일]은 두 개를 모두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갱단부터 시작해 신문사, 기계 장비, 대 저택의 구조나 상위 사람들의 모습까지 매우 사실적인 묘사에 깜짝 놀랄만한 문장도 있었다. 간혹 한국 소설을 읽을 때 아주 세세한 묘사에 숨이 턱 막혔는데 이 소설은 그런 묘사들이 많았다. 간혹 외국 작품들을 묘사보다는 서사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읽다보니, 소설이 주는 묘미를 잃을 때가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에서 놓칠 수 없는 묘사로 한 문장을 허투루 읽으면 안 되는 부분도 많았다.  

 

 

주인공이면서 주인공이 아닌 것 같은 피터 레이크를 통해, 작가의 하고 싶은 말을 찾아내려 한참을 읽다보면 이건 또 피터 레이크라는 인물만이 아니라 또 다른 새로운 인물들이 나타나서 간혹 인물 구도를 종이에 적어 가면서 읽었던 부분도 있다.

 

 

윈터스 테일이라는 책이 1, 2권으로 나눠졌지만 합치면 약 천패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이다보니 한정된 주인공들을 가지고 쓰기에는 스케일이 너무 큰 소설이라 얽혀 있는 주인공들의 인물의 묘사와 구성의 부분이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다행히 러시아 문학에서는 주인공들 이름 외우기도 참 힘들었는데 아주 쉽게 외울 수 있는 인물들의 이름이 나올 때는 반갑기도 했다.

[윈터스 테일]이 분명 1990년대의 뉴욕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그 이전의 시대의 모습이라고 생각이 드는 것은 피터 레이크의 모습 때문일 수 있다. 습지에 길러져 아무것도 모르는 그는 여자도 의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물론 기억 상실증에 걸렸지만) 참 무지하고 순진하고 순수한 부분도 많았기 때문에 현대적이라는 생각보다 고전에 가까운 60년대 이전의 배경이라는 생각이 훨씬 많이 들었다.

 

 

방대한 소설에 로맨스가 빠지면 섭섭한 부분인데 역시나 처음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묘사로 시작한다 했더니만, 로맨스도 작가의 표현력이 좋다. 무엇보다 시처럼 쓰인 부분들의 내용에는 한참동안 이 부분에서 둘이 뭘 했다는 거야? 라는 생각에 이런 것은 좀 사실적으로 써주길 원했지만, 사랑은 판타지의 시작이라고 참, 판타지적으로 끝을 맺는 부분이 많다. [별에서 온 그대]만큼 피터 레이크의 마지막 엔딩은 허무했지만 아름다웠다. 호수에서 건져진 그래서 성이 레이크인 그의 처음도 슬프고 아름다웠지만, 마지막 엔딩 또한 그를 구한 백마와 함께 슬프고 아름답고 기막힌 묘사의 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작가적 마인드로 묘사된 부분은 이 부분이 대체 뭘 얘기하는지, 내가 지금 소설을 읽고 있는 건지 인문 사회를 읽는 건지 혼동되는 부분도 있더라. 이런 부분을 보면 작가가 친절한 작가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런 방대한 작품을 쓰는 작가가 친절하면 뭐하겠는가. 잘 쓰면 되는 것 아닌가.

 

 

<산>과 <고스트>의 두 신문사의 이야기속보다 역시 나는 피터 레이크와 베버리의 사랑에 훨씬 많은 심박수를 뛰며 좋아했고 버지니아의 당돌한 모습이 좋았고 막대한 재산을 받았지만 휴지 조각이 된 수표를 버리지 않고 은행에 넣어두는 하디스티의 모습에 감동 받았다.

 

 

“난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있어. 도시는 엔진과도 같아. 이제 막 스스로를 태우기 시작한 엔진.” P152

 

 

 

제목이 [윈터스 테일]이니까 겨울을 그리면서 책을 읽게 되었다. 이제 막 스스로를 태우기 시작한 도시에 눈이 내리고, 그 속에 희미하게 걸어가는 한 남자의 모습에 그것이 누구일까 생각하게 되는 책 표지는 쓸쓸한 도시의 한 뒷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저 도시 속에서 쓸쓸한 모습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 우리들의 모습도 보이고, 죽음을 맞이한 피터 레이크도 보이기도 한다. 언제까지 내릴 지 알 수 없는 눈은 모든 것을 감춰 버리지만 봄이 오면 분명 선명한 도시의 모습을 대시 내 놓을 것이다. 봄이 오기전까지만, 잘 버티면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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