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하는 책읽기 - 나를 다독여주고 보듬어주세요
서유경 지음 / 리더북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때론 어느 하루는 황량한 사막에 서 있는 것 같다. 존재감 없는 어느 날은 더욱더 아무리 걸어도 그늘 하나 없는 사막 고비에 서서 해도 지지 않는 하루만 맞이하는 것 같다. 밤은 절대 오지 않을 것이고 백야도 아닌 백야를 맞아 온 몸을 태우며 서 있어야 할 것 같은 그런 날. 그 때는 그늘보다 눈부신 현실을 잠시 가려줄 작은 손짓이라도 필요하다. 그것이 함께 나눌 수 없는 부재된 공감일지라도 그 순간을 위로 받았다고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어떤 이는 긴 시간이나 짧은 시간을 통한 여행으로 치유를 할 수 있고, 사랑은 또 다른 사랑으로 치유 할 수 있다는 말처럼 상처받은 사람들과 멀어져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을 통해 상처를 보듬고 치유 받는 방법들을 찾는다.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명제를 놓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결론을 맞아 눈물 흘렸던 20대의 어느 날 나는 그 시간을 공유했던 음악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치유 받았다. 그리고 길거나 짧은 문장을 통해 울고 웃으며 힐링 받았다. 그런 이유에서 <치유하는 책읽기>는 당신이 혹시 상처 받았다면, 치유를 통한 마음을 회복하고 싶다면, 혹은 새로운 사랑을 단단하게 하고 싶다면 다시 한 번 읽어 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보통은 하루 길게는 삼일정도 책을 나눠서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참 오랫동안 읽었다.

7개의 chapter로 나눠져 있는 책속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한국 문학이 자리 잡고 있다. 그간 알려졌던 문학 고전이 주를 이루지 않고 김훈부터 김애란, 황정은, 이은조 신인 소설가부터 이재니의 시까지 그녀의 에세이와 함께 적절한 대목들의 얘기들 속에 문학의 얘기들이 길잡이를 해 주고 있다.

 

 

이 책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던 이유는 책속의 나오는 소설들을 다시 마주하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그녀의 방대한 독서는 한국 문학을 건너뛰며 읽은 나에게 추가 목록을 넣어준다. 읽고 싶었지만 어떤 책에 밀려 주문을 해 놓고 읽지 못한 책이라던가, 책이 출판 된걸 알았지만 지나치고 말았던 책들이 소개되고 부분 발췌 글이 소개 될 때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져서 집에 있는 책이 있다면 찾아서 그 부분을 읽어야 했다. 물론 소장하지 않은 책들은 따로 구매를 한 책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책들도 많다.  

 

부지런 하지 못한 독서라서 늘 책장에 쌓아두기만 한 책들을 다시 펼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줬다. 그래서 <치유하는 책읽기>는 더욱더 오랫동안 읽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닫고 잊고 있던 나의 잃어버린 상실감속의 사람들이 지나갔다.

편중된 책 읽기 때문에 끌리지 않는 작가의 책은 보지 않을 때가 많았던 독서였는데 이 책을 통해 김형경의 책을 읽고 싶어졌다. 그녀의 오랜 소설 <세월>을 읽으며 그녀의 삶을 너무 고스란히 담아 놓아서 안쓰러웠다가 비슷한 그녀의 처지를 비관하는 소설을 읽고 자신의 인생을 팔며 글을 쓰는 그녀의 글이 싫었다. 그래서 그녀의 신간은 관심이 없었다가 <꽃피는 고래>에 대한 부분을 발췌를 읽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한 나에게도 딱 맞는 제목 때문이었다. 우리는 상실을 통해 어른이 된다는 것. 어쩜 우리는 상실과 치유를 통해 과거와 헤어지며 현재를 살아가는 것일 테니 그 상실을 겁내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내게는 비가 오는 날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비가 오면 나약하고 초라한 자신을 가려줄 우산을 쓰고 나가면 빗속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그녀에게는 그녀의 아픈 모습을 가려줄 우산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녀를 보듬어줄 위로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런 그녀에게도 어쩜 글속의 위로들이 찾아와 빗속을 함께 걸어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녀의 얘기들은 상실감이 많다. 그중에 가장 심하게 요동치며 공감했던 부분은 지인들의 연락처를 옮기며 사라지는 몇몇 번호들의 상실감을 얘기한 부분이다. 회사에서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으로 바꿔야 하는 이유로 핸드폰을 바꾸면서 나는 일 년에 한 번도 연락이 닿지 않는 지인들의 번호를 과감하게 옮기지 않았다. 물론 일 년에 연락 한번 못하는 동창 녀석들도 있다. 그들의 번호는 그대로 옮겨 놓았다. 어쩌면 연락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연락이 닿지 않아도 인연의 끈을 놓고 싶지 않은 순서에서 밀려난 이들의 번호가 사라졌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그녀가 옮겨 놓은 구절이 마음에 들었다가 깜짝 놀랄 때도 있다. 사실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인생>은 어떤 책갈피를 만들지도 못하고 단번에 읽어버린 책이라 어린 주인공이 물을 끓여 먹는 과정을 말하면서 살아가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며 주인공의 대견스러움을 말한다.

 

 

나는 주인공의 상황만 이해하며 읽었던 부분을 그녀는 그런 사소한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대견함을 찾아내고 안쓰러워해 주고 위로해주고 있다. 그렇게 똑같은 상황에 놓은 우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위로 받을 것이다.

책속에 참 많은 책이 담겨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부터 이름을 들어도 잘 모르는 신인 작가까지 참 많은 작품들 속에 수많은 감정들을 꺼내 놓았다. 참 부지런한 독서가 아니라면 이런 책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작가의 끝임 없는 독서와 다신의 성찰, 감성의 치유까지 고루 스며있는 얘기들이다.

책을 읽으며 간혹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분명 그녀 또한 책을 통한 마음의 치유를 했을 것이다. 지금은 또 어떤 책으로 치유의 과정에 있을까. 문득 지금 내 앞에 놓인 책을 들여다본다. 그 속에서 나는 잃어버린 나의 기억을 치유 받을 수 있을까. 혹시 책을 통한 치유가 되지 않는다고 한들, 현실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책속의 세상으로 잠시 나를 던져 놓고 그 시간을 즐기면 될 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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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1-30 0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엔 읽었으나 내것이 아닌 책. 그러나 두고 보고 싶은 작가들의 책들을 구입하는 걸..목표로..하고 있어요. 아마도 신간들보다는 묵은책들이 제 구매리스트가 될테지요. 책욕심은 갖지말자 했었는데...
얼마나 산다고..앞으로 인생에 있어 자녀에게 물려줄것이라면 차라리 책들이 가득한 내 공간을 주자..싶어서..그 망설임은 버리기로 합니다. 저보다는. 앞으로 제 딸이 사는데 치유의 시간들을 책들과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바라면서요.
감사히 읽고갑니다.

오후즈음 2015-01-30 12:31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습니다. 정말로 책은 좀 줄이자...우선 산 책을 다 읽고 사자 했지만,
책을 사는 즐거움이 저의 삶의 즐거움중에 몇개 안되는 즐거움이더라구요.

그 즐거움을 포기 하지 말자며, 책을 계속 사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더 많이 읽자로 ^^
그장소님 또한 따님과 함께 꾸려 나갈 책이라고 생각하시고 더 멋진책 많이 들이시길!

2015-01-30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후즈음 2015-01-30 12:32   좋아요 1 | URL
ㅋ 제가 블로그에만 서평을 쓰고 알라딘으로 옮기지 않은 서평이 너무 많더라구요.
그래서 소개 하고 싶은 책은 옮기려고 했는데, 아 글쎄...자목련님 책을 알라딘에 안 옮겼더라구요!! 이럴수가 ㅋㅋ
조만간 예스24, 인터파크도 옮겨서 알려 놓겠습니다. ^^
 
여름을 삼킨 소녀 스토리콜렉터 2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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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우누스시리즈로 유명한 넬레 노이하우스의 새로운 작품 [여름을 삼킨 소녀]는 그녀의 전작들을 읽었던 독자라면 다소 의아한 마음이 들것이다. 어쩌면 당혹스러운 마음이 훨씬 많이 들것 같다. 저자는 그동안 범죄 소설 시리즈를 내 놓으면서 탄탄한 재미를 쌓고 있던 그녀가 그동안 전혀 다른 얘기를 해 보고 싶다는 욕구로 쓴 소설이라는데, 나는 문득 요즘 방송하고 있는 모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들의 얘기가 떠올랐다.



지는 게임이라도 잘하는 것을 하고 져야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유희열의 얘기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입장으로 작가들의 작품이 꼭 이겨야 하는 게임은 아니지만, 잘하는 장르를 더 재미있게 쓰는 것이 훨씬 좋은 에너지 발산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1994년 미국 중서부 네브라스카 주의 작은 마을, 열다섯 소녀 셰리든이라는 주인공을 시점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중 정상적인 이성을 가진 인물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날 고모할머니의 책을 빌려 읽는데, 하필 그 책이 19금에 가까운 책이었고 그 책으로 인해 잠들어 있는 소녀의 몸에서 여자를 발견하게 된다. 이야기의 시작은 사실 그간 나왔던 전작들보다 훨씬 빠른 흡인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후 그녀에게 벌어지는 일들은 예측 가능했던 불행을 가져왔다.



그녀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양어머니는 늘 학대와 구박으로 그녀를 스트레스 받게 하고, 그녀의 양 아버지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떠나자 어쩔 수 없이(그건 아버지가 그렇게 얘기하니까 그렇다고 인정한다면) 그 언니와 결혼을 하서인지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없어 보인다. 세 명의 오빠들은 그나마 막내 여동생 셰리든을 좋아하며 아껴주지만 유독 못살게 구는 한명은 왜 그토록 비뚤어진 행동을 하는 것일까.


또한 셰리든을 거쳐 간 동급생 친구 말고 성인 남자들의 로리타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도 아니지만 유독 그녀와의 관계에 죄의식을 가졌던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런 배경으로 이뤄진 이 소설이, 사실 나는 매우 불편했다.

몇 년 전 유럽 여행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느낀 것은 절대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어두운 곳에 혼자 다니지 마라, 사람 많은 곳에 갈 때는 소지품 관리를 잘하면서 다니자,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정신 줄을 놓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인지하며 다닌다고 해도 사건 사고가 나는데, 왜 낯선 곳에 잘 모르는 환경 속에 있으면서도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일까. 셰리든이 그런 아이라고 생각된다. 하지 말라고 하면 꼭 하는 그런 아이들.



계절노동자를 자극해서 첫 관계 맺을 때는 어느 정도 호기심으로 시작된 철없는 아이의 불장난 같았지만 이후 관계를 맺게 되는 남자들은 더 철없는 사람들이다. 마지막 나이 많은 유부남 목사와의 관계는 참, 할 말이 없게 만든다. 나는 차라리 그녀가 마을을 떠나는 과정에서 좀 더 성숙한 남자를 만나서 자신을 둘러싼 비밀을 풀고 자아를 찾아 갔으면 했는데, 떠나긴 하지만 그 끝이 매우 깔끔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딸이 셰리든같이 매력적인 아이라서 어쩔 수 없이 그런 일들이 꼬여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내 딸을 죽도록 팰것 같아 걱정이 되기 때문에, 넬레 노이하우스가 빨리 그녀의 재미있는 범죄 소설 시리즈로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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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9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후즈음 2015-01-29 15:42   좋아요 0 | URL
아, 주인공이 농장의 딸로 나오는데요. 너무 넓은 농장이라서 여름 한 계절에만 일꾼을 부르는데 그런 일용직 노동자를 소설에서 계절 노동자로 묘사 했더라구요.
 

 

 

 

 

 

 

 

 

 

 

모처럼 주말에 혼자 여유를 부렸던 시간이었다. 배도 고프고 책도 읽고 싶어서 잘 가지 않는 패스트 푸드점을 찾아 햄버거 하나 시켜 놓고 먹으면서 책을 뒤적거렸다. 그런데 사실 그때 읽은 책은 뭘 먹으면서 볼만한 책이 아니었기에 스마트폰을 잠깐 검색을 했다. 그렇게 한동안 햄버거를 먹고 콜라도 마시고 감자튀김도 먹는 사이 건너편 테이블에 앉은 남녀의 모습이 자꾸 거슬리기 시작했다.

 

 

아주 잠깐 고개를 들어 보았을때 그들은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녀였는데 이미 햄버거는 다 먹고 마주보지 않고 옆자리에 앉아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다. 건너편에 앉아 있는 내가 엎드리지 않는한 그들의 실루엣정도가 보이는 상황이라서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의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보였다.

 

 

 

그들은 계속 입을 맞추고 있었다. 잠시 얘기를 하고 입을 맞추고 또 얘기를 하며 까르르 웃다가 입을 맞췄다. 점심시간이 지난 페스트 푸드 점이었지만 끊이지 않게 테이블 교체를 이룰 만큼 사람들이 들어왔었다. 입을 맞추는 그들의 옆에도 모두 사람들이 2명 혹은 4명이 앉아 있었고 혼자 앉은 사람은 나뿐인 것 같았다.

 

 

 

햄버거를 먹었던 20여분의 시간동안 그들은 처음에 입맞춤을 하다가 이내 키스로...아주 짧은 키스 정도로 바뀌더니 이내 서로의 몸을 밀착하기 시작했다.

처음 어린 학생들이 잠깐 입 맞추는 것에 뭐, 요즘 애들은 참 서슴없구나 하는 생각이었지만 갈수록 점점 심해지는 그들의 행동에 불편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주변의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나 좀 더 나이 있어 보이는 연인들은 그들의 행동에 전혀 관심 없어 보였다는 것이 사실 더 충격이었던 것 같다. 아니, 나처럼 생각은 하지만 안쳐다 보는 것인가? 햄버거를 먹고 책을 보겠다고 온 이 장소는 분명 잘못 된 선택이었다고 스스로 결론을 내리고 절대로 이렇게는 오지 말자고 생각하며 일어서며 그들에게 “얘들아, 공공장소에서는 적정한 애정 행각을 좀 하렴”이라고 말할 뻔 했다.

 

 

 

꼰대가 되어 가는 것인가, 아니면 요즘 아이들이 이런 것인가. 하긴 내가 가르쳤던 고딩1학년 아이는 학교에서 저런 모습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얘기 하던데. 나도 어린 시절 기성세대들에 반항하며 꼰대라고 조롱했던 날들이 분명 있었는데, 나는 그날 페스트 푸드 점에서 있었던 그 아이들을 이해하기엔 부족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날, 내가 햄버거를 먹으면서 보려고 했던 책은 <눈먼 자들의 국가>였다.

 

 

그 책속에는 더 이상 햄버거 집에서 남자친구와 입맞춤을 할 수 없는 아이들의 얘기가 담겨 있었다. 아, 너희들.....

 

 

 

 

 

 

 

 

 

 

 

 

 

 

 

 

 

두 책을 같이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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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23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상황이라면 기분이 묘해요. 어느새 내 자신이 꼰대가 되어가는 듯한 느낌이 드니까요. 나는 분명히 어린 상대방을 위해서 올바른 말을 하고 싶은 건데 이게 아이 입장에서는 잔소리로만 들리니.. 한순간에 꼰대되기 쉽죠... ^^;;

오후즈음 2015-01-25 16:0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들을 이해하고 싶지만, 아닌것은 또 아니라고 말해줘야 하는 것이 어른인데..뭐 저런 꼰대가 다 있나 그런 말은 또 듣고 싶지는 않구요. ㅋ
 
탄탄동 사거리 만복전파사 반달문고 33
김려령 지음, 조승연 그림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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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를 알게 되고 그 작가의 신작이 나오면 당장 구매 버튼을 눌렀다. 요즘은 하루면 오는 배송이지만 그 시간도 참 기나긴 시간이었던 작가의 신작. 그런 독자를 알고 있는 작가의 마음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막상 받아 놓고 읽어 본 책이 기존에 좋아했던 작품보다 뭔가 구성이 밋밋하고 인물의 활력이 부족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 작가의 믿음은 쉽게 변하지는 않는다. 그 변하지 않는 믿음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완득이>에 빠져서 좋아하게 된 작가 김려령이 내게 그런 작가중의 하나다. 완득이의 묘사에 어쩌면 이렇게 재미난 소설을 쓸 수 있는 것일까. 또 등장한 인물들의 인성은 하나같이 착한가. 그런 착한 인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작가의 심성이 그렇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소설가 김려령보다 인간 김려령을 더 기대하며 좋아 했던것 같다.

 

최근에 내 놓은 <너를 봤어>를 그간 써온 청소년 소설이나 동화가 아닌 성인 소설이라고 말해야 할 장르라고 본다면 그녀의 최초의 성인 소설이 아닐까 싶은 그 작품을 읽고 나는 적잖이 실망했었다. 그렇다고 그녀의 고운 심성이 변질되거나 바뀌지는 않았다고는 생각한다. 작품의 주인공은 그녀의 마음속을 투영했을 것이고 표현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다시 그녀가 잘 쓰는 아이들을 위한 얘기로 돌아왔다. 이것은 뭐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고 그녀는 또다시 <너를 봤어>같은 작품을 준비 중일 수 있겠지만. <탄탄동 사거리 만복 전파사>의 책은 초등 3,4학년 권장이라고 쓰여 있다. 아동 도서다. 사실 아동 도서라고 생각 못하고 구입했다. 김려령 이니까, 구입 완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읽는 동안 아동 도서였지만 만복 전파사라는 공간을 떠 올리며 아련한 나의 동네를 생각해본 기회가 되었다. 그 작은 골목을 지났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고, 그때 만났던 친구들과 그 분식집들이 떠올랐다.

 

지금은 “전파사”라는 간판을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전자 제품을 파는 회사마다 서비스가 좋아지다 보니 이제는 가전제품 고장이 나면 전파사가 아니라 서비스 센터를 부르거나 물건을 보내는 시대가 되었다. 지금은 “전파사”라는 단어가 생소한 아이들이겠지만 내 나이대의 사람들은 “전파사”가 어떤 곳인지 아니 이 단어 하나로 나이를 가늠할 수 있는 단어가 되었다고 할까.

 

주변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전파사, 그 전파사를 하고 있는 주인공 순주는 어쩌면 전파사를 알 고 있는 마지막 세대가 되지 않을까. 오래된 건물이 헐리지 않는다면 어쩌면 승주네 집은 계속 탄탄동에서 전파사를 하고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세월의 흔적이 승주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승주네 식구를 옮겨 가길 원했다. 넉넉한 집안이 아닌 순주네가 선택한 것은 시골의 어느 별장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오래된 승주네 “만복 전파사”는 어느 시골 별장으로 이사를 가면서 벌어지는 두 개의 판타지가 이 동화속의 가장 큰 주된 이야기다.

 

시골 별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순주와 진주가 별장 굴뚝으로 들어가면서 만나게 된 산타 마을의 산타와 건물에 부딪혀서 부러진 뿔을 단 사슴을 만난다. 전파사에 찾아와 고쳐 달라고 왔던 물건들처럼 그곳의 대부분의 물건들은 고장이 났거나 고물들이다. 마치 이사 온 순주의 아버지가 이곳을 찾아가 내가 다 고치겠다고 생각할 만큼 엄청난 양이다. 산타 할아버지는 그 고물을 고쳐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에게 선물로 나눠 준다고 하는 이 엉뚱한 발상은 그동안 순자 아버지가 고쳤던 물건들은 새롭게 만들어 내서 사람들에게 다시 돌아간 의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지금은 집을 찾아도 나오지 않는 카세트가 순주네 전파사에는 많았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유동에게 줬지만 요즘 아이들처럼 좋아하지 않았다. 닌텐도나 MP3를 줬으면 좋아했을까? 하긴 이젠 이것들도 대부분 스마트 폰이 해결하기 때문에 이 두 개의 제품도 추억의 물건이 될 것이다. 얼마 전 에플사에서도 아이팟 클래식을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고 하니 이제 더 이상 아이팟 클래식을 새롭게 만날 수는 없을 것이다.

 

순주네 전파사에 많은 것 중 제일 예쁜 노랑 카세트를 가지고 유동을 만나고 고장난 시계 때문에 자린고비를 만나게 되는 또 판타지 얘기는 그 시대에 없을 카세트 녹음 시스템으로 인해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만들어 냈다.

 

두 이야기는 배품에 대한 얘기가 있다. 산타는 아이들을 위해 고물로 변한 물건을 고쳐 크리스마스때 선물로 나눠주고, 자린고비 할아버지는 한돌이라는 기특한 손자로 인해 마음의 큰 빗장을 내려놓고 마을 사람들에게 환갑날 잔치를 열며 음식을 나눠준다.

만복 전파사도 마지막 모습이 그랬다. 쓸 만한 물건들을 모두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시골 별정으로 떠나는 모습으로 이야기가 끝이 난다.

요즘 누군가에게 친절하면 큰일 나는 것처럼 자신의 지위를 휘두르는 일이 너무 많다. 그런 일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 아이들이 주변을 대하는 배려 없는 모습을 당연하게 받아 들일까하는 일이다. 아이들에게 지금의 어른이 부끄럽지 않게 잘 살아가야 할 텐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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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1-22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오후즈님 글을 읽으며 어쩌면 저와 비슷한 세대를 지나고 계시지 않나 생각해봤어요 전파상 이나 만물상 노란카세트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 단어였거든요 작가에 대한 무한 믿음과 신뢰로 김려령 작가님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오후즈음 2015-01-23 14:25   좋아요 0 | URL
앗! 해피북님 저와 비슷한 나이?? 아님 세대?? 좋아요. ㅋㅋ 비슷한 시대를 함께 공유 할 수 있다는 것으로 행복하네요 ^^
 

 

 

 

 

 

 

 

 

 

 

 

 

 

 

집에는 81년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부터 2002년 권지예 "뱀장어 스튜"까지만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있는것으로 확인했다.

상당히 오랜기간동안 나는 이상 문학상 작품집을 읽지 않았던것 같다. 아마도 "모"작가의 상을 받은것에 혼자 짜증이 났던 것이겠지.

문학하시는 분들은 그 작가의 작품이 대단하다고 하는데 읽는 나는 그녀의 작품을 읽을때마다 답답했으니까. 그래서 떠났던 이상문학상 작품집이었는데 좋아하는 작가 "김숨"이 2015년 당선된 책을 보니 다시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된다.

어제 구매 하려고 했는데 오늘 구매를 하고 모두에게 찬사받았다는 그녀의 "뿌리 이야기"를 읽고 싶다.



김숨의 작품 "철"을 읽으면서 그로테스크한 글에 홀릭되어서 그녀의 책을 사 모았는데 부지런하게 읽지 못했다.

아마도 이번 "뿌리 이야기"에 감동한다면 집에 쌓아둔 책을 다 뒤져 읽어봐야겠다.


 

그나저나 그녀의 네번째 단편집이라는 "국수"를 통해 그녀의 기사를 다시 읽어 봤는데 볼수록 참 동안이신 분이시네.

http://ch.yes24.com/Article/View/24386

그녀의 남편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도언의 "불안의 황홀"을 읽어보고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두 부부가 어쩜 이렇게 단아하고 차분한 글을 쓰시는지 부럽기도 하고.


책이 오면 그녀가 받은 상의 무게를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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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1-21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변에서 국수_ 이야기를 하도 해서 이번에 한번 읽어보려고 해요.

오후즈음 2015-01-21 17:01   좋아요 1 | URL
저는 그 전 작품을 좀 가지고 있어서...그걸 좀 읽고 읽어 보려구요.
<철>을 읽을때 정말 좋았거든요.

cyrus 2015-01-21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나왔군요! ^^

오후즈음 2015-01-21 17:01   좋아요 0 | URL
넵! 따끈 따끈한 신간이네요. ^^

[그장소] 2015-01-21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오~(^o^)b~~!!!! 예쁘네요..이러나 저러나 신간나오면 가슴이 두근두근..제가 낸 것도 아닌데..별나요..! 이 달에 구매를 하나..다음 달에..구매를하나 계산기두들기는중..(-_ど)

오후즈음 2015-01-21 23:15   좋아요 0 | URL
그쵸. 표지도 이쁘게 나와서 맘에 들어요. 무엇보다....김숨 작가가 상을 받았다는게 그냥 좋네요 ㅎㅎ

보물선 2015-01-21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수> 정말 뜨끈했죠.

오후즈음 2015-01-21 23:15   좋아요 0 | URL
오~~ <국수>가 그렇단 말이죠?? 꼭 읽어야 겠습니다!

[그장소] 2015-01-21 2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아드셨군아...뜨건 육수..내서..??^^
그 런 말투를 좋아해요..해주랴..그랬지요..하는식의..ㅎㅎ

오후즈음 2015-01-21 23:16   좋아요 1 | URL
ㅋ 정감있죠, 그런 말투?

[그장소] 2015-01-21 2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가 그런 상 차려주면 눈물이 후두둑 떨어질것 같아서..저는 못 앉아있겠죠..
그런 정성어린 음식..

오후즈음 2015-01-22 01:14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때문에...국수 결제 했습니다. ㅋㅋ 완전 기대됩니다!! 주문된 책 오면 제일 먼저 읽어야 겠어요

해피북 2015-01-21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전 이런 글 너무 좋아요 >~< 책과 관련된 추억들이요 저는 이제야 문학동네 계간지를 읽게되었는데 이웃님들은 이상문학 계간지 많이 보셔서 참 궁금해요 ㅎ

[그장소] 2015-01-22 00:33   좋아요 1 | URL
국수는 이번이 아니라 2013년 였나..김영하씨 수상작에 우수작으로
그러니까..심사에 오른 작품들중 하나였던셈.. 뜨거운 상을..받아..혹은 차려주고 싶게..만드는 수작였어요..(응?..뭔 수작?^^)

오후즈음 2015-01-22 01:15   좋아요 1 | URL
저는 한동안 뜸했다가...김숨님때문에 다시 지난것도 읽어보려고 해요.

꽃핑키 2015-01-22 0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상문학상 작품집, 제가 구매를 안 하는 동안 뭔가 너무 예뻐졌군요!! ㅋㅋ

오후즈음 2015-01-22 01:16   좋아요 1 | URL
그동안 이상 얼굴만 큼직하게 있더니만...몇년전부터 수상작가 얼굴로 바꿔 주셨더라구.
그래도 이상 문학상이니깐 나는 이상 얼굴로 있었으면 좋겠는데 ㅋㅋ

[그장소] 2015-01-22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는 책이 손때..이 번책은 살짝 결이 있어서..먼지 .때 관리 잘해야 해요..^^

오후즈음 2015-01-22 01:17   좋아요 0 | URL
오~~ 그래요? 금요일 배송 된다니...ㅠㅠ 이틀이나 기다려야 하는군요.

[그장소] 2015-01-22 0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김 숨 작가..뜸 다 들어서 밥만 푸면 될거라..생각했다니까요..^^
양념장없이 맹숭한 멸치국수여도 분명..
좋았어..국수..만들어..우리 한끼 먹자..하고플 걸요..ㅎㅎ
아..문학사상사..는 나..상줘야해..푸하하

오후즈음 2015-01-22 11:19   좋아요 1 | URL
문학 사상사는 그장소님께 적립금을 줘라!!

[그장소] 2015-01-22 0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역시..이전 디자인이 좀더 정이 가요.
관리도 쉽고..때타도 슥 닦아내면 되었는데..이번책은 안된다는..지우개로 지워야해요..살살살..ㅎㅎㅍ

요즘 작가들 중..약진하는 작가들이 몇 있어요..
연혁을 보면..아..이작가가..늦었네..싶은 사람도..있고..어떤이는 이야..참..대차구나..싶은 작가도 있고..
깊은..정을 끄집어내는데..김 숨이..있다고..
황정은 과는 색이 많이 다른..

오후즈음 2015-01-22 11:21   좋아요 1 | URL
그쵸, 몇년전부터 바뀐 디자인이 맘에 안들어요. 이상의 얼굴을 가진 전통이 좋지 않나요?
다른 현대 문학상도 요즘 다 작가 얼굴이던데...

김숨이 신인 작가는 아니지만, 신인 작가들이 좀 깊이 있는 소설을 써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얼마전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그런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왜 요즘 이런 고민이 들어 있는
소설은 없는가...

[그장소] 2015-01-22 1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년이 온다..좋았죠..그러니..예전 단편엔 길이든 뭐든 체험의 맛이 있었던것 같은데..요즘은 참으로 순간..감각적 이라 휙하고 지나가요...그들도 그런 순간을 잡으려니 얼마나 힘들까..싶고..그러려면 긴호흡을 ..쉬는게 중한데...왜..다들 c.f. 같은 순간만..그리는지..그래서는 이 앞의 선배들
이름을 넘지 못할 거예요..지금은 읽히겠지만..길게 오래 갈 수는 없지않나..하는 거요..아무튼..충격요법은 신선해..다른 갈망을 불러오긴하니까...기다려볼 일..있겠죠..누군가는..내가 ..쓰지뭐...하는.분이.ㅎㅎㅎ확실히 이상문학은 초상을 돌려놓으라 요구해야겠어요...
하하하..참..이상에 대한 논문들과 논저들만권두가 엄청난데..
정작 이상문학상은 ..뭘 추구하자는...

오후즈음 2015-01-22 15:48   좋아요 1 | URL
ㅋㅋ 그쵸...이상 문학상은 처음 표지로 고전의 자리를 입지했으면 좋겠어요.

어떤 작가가 했던 말인데..누군지 기억은 안나지만...요즘 나오는 소설들이 입에 달고 맛있을지 모르겠지만 약이 되는 소설이 없다고 했던말이 기억이 나네요.
고전이 재미없지만 (재미 있는것도 많지만요) 몸에 좋은 약이 되는 얘기가 많잖아요?
그래서 요즘 신인 소설들은 읽을때 좀 거부감 드는 것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