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삼킨 소녀 스토리콜렉터 2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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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우누스시리즈로 유명한 넬레 노이하우스의 새로운 작품 [여름을 삼킨 소녀]는 그녀의 전작들을 읽었던 독자라면 다소 의아한 마음이 들것이다. 어쩌면 당혹스러운 마음이 훨씬 많이 들것 같다. 저자는 그동안 범죄 소설 시리즈를 내 놓으면서 탄탄한 재미를 쌓고 있던 그녀가 그동안 전혀 다른 얘기를 해 보고 싶다는 욕구로 쓴 소설이라는데, 나는 문득 요즘 방송하고 있는 모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들의 얘기가 떠올랐다.



지는 게임이라도 잘하는 것을 하고 져야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유희열의 얘기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입장으로 작가들의 작품이 꼭 이겨야 하는 게임은 아니지만, 잘하는 장르를 더 재미있게 쓰는 것이 훨씬 좋은 에너지 발산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1994년 미국 중서부 네브라스카 주의 작은 마을, 열다섯 소녀 셰리든이라는 주인공을 시점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중 정상적인 이성을 가진 인물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날 고모할머니의 책을 빌려 읽는데, 하필 그 책이 19금에 가까운 책이었고 그 책으로 인해 잠들어 있는 소녀의 몸에서 여자를 발견하게 된다. 이야기의 시작은 사실 그간 나왔던 전작들보다 훨씬 빠른 흡인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후 그녀에게 벌어지는 일들은 예측 가능했던 불행을 가져왔다.



그녀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양어머니는 늘 학대와 구박으로 그녀를 스트레스 받게 하고, 그녀의 양 아버지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떠나자 어쩔 수 없이(그건 아버지가 그렇게 얘기하니까 그렇다고 인정한다면) 그 언니와 결혼을 하서인지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없어 보인다. 세 명의 오빠들은 그나마 막내 여동생 셰리든을 좋아하며 아껴주지만 유독 못살게 구는 한명은 왜 그토록 비뚤어진 행동을 하는 것일까.


또한 셰리든을 거쳐 간 동급생 친구 말고 성인 남자들의 로리타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도 아니지만 유독 그녀와의 관계에 죄의식을 가졌던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런 배경으로 이뤄진 이 소설이, 사실 나는 매우 불편했다.

몇 년 전 유럽 여행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느낀 것은 절대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어두운 곳에 혼자 다니지 마라, 사람 많은 곳에 갈 때는 소지품 관리를 잘하면서 다니자,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정신 줄을 놓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인지하며 다닌다고 해도 사건 사고가 나는데, 왜 낯선 곳에 잘 모르는 환경 속에 있으면서도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일까. 셰리든이 그런 아이라고 생각된다. 하지 말라고 하면 꼭 하는 그런 아이들.



계절노동자를 자극해서 첫 관계 맺을 때는 어느 정도 호기심으로 시작된 철없는 아이의 불장난 같았지만 이후 관계를 맺게 되는 남자들은 더 철없는 사람들이다. 마지막 나이 많은 유부남 목사와의 관계는 참, 할 말이 없게 만든다. 나는 차라리 그녀가 마을을 떠나는 과정에서 좀 더 성숙한 남자를 만나서 자신을 둘러싼 비밀을 풀고 자아를 찾아 갔으면 했는데, 떠나긴 하지만 그 끝이 매우 깔끔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딸이 셰리든같이 매력적인 아이라서 어쩔 수 없이 그런 일들이 꼬여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내 딸을 죽도록 팰것 같아 걱정이 되기 때문에, 넬레 노이하우스가 빨리 그녀의 재미있는 범죄 소설 시리즈로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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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9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후즈음 2015-01-29 15:42   좋아요 0 | URL
아, 주인공이 농장의 딸로 나오는데요. 너무 넓은 농장이라서 여름 한 계절에만 일꾼을 부르는데 그런 일용직 노동자를 소설에서 계절 노동자로 묘사 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