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주말에 혼자 여유를 부렸던 시간이었다. 배도 고프고 책도 읽고 싶어서 잘 가지 않는 패스트 푸드점을 찾아 햄버거 하나 시켜 놓고 먹으면서 책을 뒤적거렸다. 그런데 사실 그때 읽은 책은 뭘 먹으면서 볼만한 책이 아니었기에 스마트폰을 잠깐 검색을 했다. 그렇게 한동안 햄버거를 먹고 콜라도 마시고 감자튀김도 먹는 사이 건너편 테이블에 앉은 남녀의 모습이 자꾸 거슬리기 시작했다.

 

 

아주 잠깐 고개를 들어 보았을때 그들은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녀였는데 이미 햄버거는 다 먹고 마주보지 않고 옆자리에 앉아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다. 건너편에 앉아 있는 내가 엎드리지 않는한 그들의 실루엣정도가 보이는 상황이라서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의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보였다.

 

 

 

그들은 계속 입을 맞추고 있었다. 잠시 얘기를 하고 입을 맞추고 또 얘기를 하며 까르르 웃다가 입을 맞췄다. 점심시간이 지난 페스트 푸드 점이었지만 끊이지 않게 테이블 교체를 이룰 만큼 사람들이 들어왔었다. 입을 맞추는 그들의 옆에도 모두 사람들이 2명 혹은 4명이 앉아 있었고 혼자 앉은 사람은 나뿐인 것 같았다.

 

 

 

햄버거를 먹었던 20여분의 시간동안 그들은 처음에 입맞춤을 하다가 이내 키스로...아주 짧은 키스 정도로 바뀌더니 이내 서로의 몸을 밀착하기 시작했다.

처음 어린 학생들이 잠깐 입 맞추는 것에 뭐, 요즘 애들은 참 서슴없구나 하는 생각이었지만 갈수록 점점 심해지는 그들의 행동에 불편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주변의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나 좀 더 나이 있어 보이는 연인들은 그들의 행동에 전혀 관심 없어 보였다는 것이 사실 더 충격이었던 것 같다. 아니, 나처럼 생각은 하지만 안쳐다 보는 것인가? 햄버거를 먹고 책을 보겠다고 온 이 장소는 분명 잘못 된 선택이었다고 스스로 결론을 내리고 절대로 이렇게는 오지 말자고 생각하며 일어서며 그들에게 “얘들아, 공공장소에서는 적정한 애정 행각을 좀 하렴”이라고 말할 뻔 했다.

 

 

 

꼰대가 되어 가는 것인가, 아니면 요즘 아이들이 이런 것인가. 하긴 내가 가르쳤던 고딩1학년 아이는 학교에서 저런 모습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얘기 하던데. 나도 어린 시절 기성세대들에 반항하며 꼰대라고 조롱했던 날들이 분명 있었는데, 나는 그날 페스트 푸드 점에서 있었던 그 아이들을 이해하기엔 부족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날, 내가 햄버거를 먹으면서 보려고 했던 책은 <눈먼 자들의 국가>였다.

 

 

그 책속에는 더 이상 햄버거 집에서 남자친구와 입맞춤을 할 수 없는 아이들의 얘기가 담겨 있었다. 아, 너희들.....

 

 

 

 

 

 

 

 

 

 

 

 

 

 

 

 

 

두 책을 같이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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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23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상황이라면 기분이 묘해요. 어느새 내 자신이 꼰대가 되어가는 듯한 느낌이 드니까요. 나는 분명히 어린 상대방을 위해서 올바른 말을 하고 싶은 건데 이게 아이 입장에서는 잔소리로만 들리니.. 한순간에 꼰대되기 쉽죠... ^^;;

오후즈음 2015-01-25 16:0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들을 이해하고 싶지만, 아닌것은 또 아니라고 말해줘야 하는 것이 어른인데..뭐 저런 꼰대가 다 있나 그런 말은 또 듣고 싶지는 않구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