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숲에서 1년 - 떠나고 싶은 도시인을 위한 자발적 휴식 프로젝트
토르비에른 에켈룬 지음, 장혜경 옮김 / 심플라이프 / 2018년 8월
평점 :

한달에 하루, 숲으로 들어가 살아 볼까? [숲에서 1년]
너무 힘들게 일했던 몇 년 전 어느 날, 거리를 지나다가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앞에 놓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웠다. 나도 저런 시간을 평일에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그런 시간이 되니 문득 다시 치열하게 회의하며 혹은 앞에서 톤을 높여 이야기하고 있었던 그 순간이 그리워졌다. 이 모든 것은 다 타인의 거울 속에서만 행복해 보이는 모습일지 모르겠다. 때론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 보면 모두가 비극일 수 있는 그런 일이라고 하지 않았나.
저자는 어느 날 모든 것을 다 놓고 숲으로 떠나 살고 싶었다. 하지만 숲에서 계속 살아간다는 것은 그렇게 녹녹한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누리는 것에서 벗어나면 불편함이 생기는 것이다. 불편한 잠자리, 음식을 먹는 시간도 모두 생각보다 낭만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생각했다. 핸드폰도 끄고 세상사의 모든 짐들을 내려놓고 사계절을 누리며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하지만 생활을 위한 경제수단을 버릴 수 없기 때문에 그가 선택한 것은 한 달에 하루만 숲에서 살아보기로 했다. 오전에 일을 하고 점심을 먹고 숲으로 들어가서 다음 날 아침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그런 그의 소망을 이해해주는 가족들은 한 달에 한번 숲에서의 하루를 줬다. 여름은 가족들과 함께 숲에 머물렀다. 그렇게 그는 숲에서 봄, 여름 그리고 가을에서 겨울까지 꼬박 1년의 모습을 기억하고 마음속에 담아 볼 수 있었다.
그의 첫 숲에서의 하룻밤은 낭만적이지 않았다. 모두 필요 할 것 같아 챙겨온 짐들은 하룻밤에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았고, 그가 생각했던 텐트 바닥 생활이 생각보다 훨씬 더 불편했던 것이다. 다음 달 그는 조금씩 불필요 없는 것들을 덜고 조금 더 가벼운 가방으로 숲으로 들어갔다. 가방의 무게가 가벼워지면서 그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 졌다.
여행을 자주 다니다보면 필요 있는 것들과 불필요 한 것들을 가려지는 눈이 조금 길러지는 것 같다. 처음 유럽을 떠났을 때의 가방의 크기가 24인치 꽉 찬 캐리어라면 이후 22인치로 조금 줄고 다음은 20인치까지 줄일 수 있었다는 지인의 말에 일정부분은 공감하지만 사실 내 캐리어는 늘 24인치에서 머문다. 아직 뭔가 버릴 수 있는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것일지도. 그런 부분에서 본다면 저자의 가방은 한결 가벼워 졌고 침낭 같은 것들은 훨씬 더 견고한 것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숲에 필요 없는 것들을 더 많이 버리고 숲으로 들어갔다.
“7월과 5월은 정반대였다. 문명 속의 불만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아예 문명을 입에 올리는 일조차 사라졌다.” 154쪽
모든 것들이 익어가고 삶을 마무리 하는 가을에 저자 또한 마음의 안식을 느꼈다. 겨울잠을 자러 가는 분위기속에 저물어가는 것들을 정리하는 그 시간을 맞는 가을을 기다린 저자는 숲속의 고요함을 느끼며 다시 다가올 계절들을 기다렸고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이런 생각을 하니 살짝 위안이 되었다. 뜻 깊기도 했다. 그러니까 마이크로 탐험을 마치고 숲에서 1년을 보낸 내가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은, 어디서 주워들었을 수도 있고 내 머리에서 나왔을 수도 있는 바로 이런 지혜인 것이다. 때로는 자신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알 수 있을 만큼 위대해질 필요가 있다.” 257쪽
모두가 숲으로 들어가 1년을 살 수 없다. 그가 선택한 한 달에 하루의 숲속에서의 하루라는 것이 너무 매력적인 선택이라서 사실 많이 끌리는 이벤트라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잠들기 전까지 유투브와 팟케스트를 보고 기사를 검색하며 잠드는 일상에서 벗어나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없는 혹은 있어야 할 것들은 모두 있는 그 숲에서 하루를 보내는 밤이, 얼마나 아름다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