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키메 스토리콜렉터 26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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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시작하는 부분이 너무나 사실 같아서 작가가 마치 정말로 누군가로부터 정보를 받아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그랬는지 11월에 읽으면서도 등골이 오싹할 때가 있었다. 천성적으로 호러 물을 싫어하고 피나오는 영화도 보지 않는 사람인지라 한 장씩 읽을 때마다 이 두꺼운 소설을 어떻게 다 읽을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막상 읽을 때는 몇 시간이 안돼서 끝나버려 허무한 부분도 있었다.

 

 

책 표지 또한 소설속의 한 부분에 있는 이야기인지라 마치 소설 속에 있는 주인공이 계속 정말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착각이 들어서 책 표지도 거꾸로 뒤집어 놓거나 책 위에 물건을 올려놓고 잘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러니까 책이 정말로 사실적으로 읽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마치 “노조키메”라는 스쿠자 산지에 괴물의 전승이 있다는 제보를 받으며 그 이야기를 담은 노트를 받으며 진짜로 있다는 그 이야기의 실체를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이 이야기를 다 읽게 되면 정말로 그 노조키메와 마주 하게 될지 모른다는 전제를 깔아 놓는다.

 

 

 

십여 년전에 보았던 영화 <링>이 충격을 주며 무서웠던 것은 마지막 장면의 귀신의 모습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었던 비디오테이프라는 소재 때문이었다. 쉽게 접할 수 있고 누구나 한번쯤은 다 보게 되는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전해지는 공포는 나만은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 그러니까 나도 그 공포의 확장에 포함이 된다는 것에 가장 큰 공포가 숨겨져 있는 것이었다.

 

 

이 책 <노조키메> 또한 그렇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을 통해 공포의 확산을 시켜 놓고 있다. 처음 읽으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 책. 그 책을 접하게 되면 결국 공포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나도 피할 수 없는 공포와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가 마치 다큐를 찍듯 두 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엿보는 저택의 괴이><종말 저택의 흉사>중 엿보는 저택의 괴이에 더 소름이 돋는 분위기가 느껴지긴 했지만 두 이야기다 모두 적절한 판타지와 현실의 만남에 등골의 식은땀이 나게 했다. 간혹 여행을 하다가 만나게 되는 외진 길에 들어서면 정말로 나는 그 소설 속에 나오는 하나의 장면이 떠오를 것만 같다. 소설 속처럼 지도에도 없는 장소를 만나게 되고, 주인공들이 보았던 예쁜 소녀를 만나게 된다면 더 화들짝 놀랄 것 같다. 다행히 외진 별장에 애써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지 않아도 되는 나의 현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어야 하는 것일까. 아마도 나는 이 소설을 두 번은 더 읽지 못할 것 같다.

 

 

간혹 피가 낭자한 영화들보다 섬뜩한 하나의 장면으로 더 큰 공포를 주는 영화들이 있는데 이 소설이 그런 부분이 많다. 머리 풀어 내린 귀신이 없어도 훌륭하게 공포를 묘사하고 있으며 이런 소설을 쓰는 작가들은 평소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참 궁금하기까지 하다. 그의 다른 소설이 궁금하면서도 사실 두렵기만 하다. 이런 공포를 다시 마주 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는 다소 버거운 시간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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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월급쟁이 나는 경매부자 - 쫄지 말고 경매하라
온짱 박재석 지음 / 더난출판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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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돈 욕심이 별로 없었다. 돈을 많이 주는 직장보다 나의 여가 시간을 보장해줄 직장으로 옮겼던 이유도 많은 돈을 받는 다고해서 그것이 결코 행복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가 시간을 보장해줄 회사를 선택해 다녔지만 이제는 여기 저기 나가야 할 돈이 많이 생기고 무엇보다 장기 여행을 다니는 맛에 들어버려서 한번 떠나면 몇 백씩 깨지는 것이 기본이니 유럽 한번과 다른 나라 한 번씩 일 년에 두 번 정도의 여행을 다녀와서 한해가 보람차게 여겨지는 여행 병에 걸리고 나니 이제는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벌기위해 미친 듯이 일을 했던 전의 직장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결국 지금의 직장을 다니며 뭔가 다른 차선책으로 돈이 생기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실행할 방법 중에 주식이나 다른 투자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경매에 관해서는 더욱더 생소했다.

 

 

 

[너는 월급쟁이 나는 경매부자]는 월급쟁이로 살다가 어느 날 회사를 나오게 된 저자가 경매를 시작하면서 몇 십억 부자가 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처음엔 이런 얘기에 사실 그다지 흥미가 없는지라 뭐 자기 돈 번 이야기 잘난 척이나 하려고 책을 썼나 보군하며 읽었다. 사실 난 이렇게 해서 돈을 벌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웬만한 소설책보다 훨씬 몰입도 있게 재미나게 읽었다. 이정도의 경매라면 나도 한번 뛰어 들어 볼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저자의 재미있는 표현들, 아주 간결한 문장들에 빠지게 된다.

 

 

한곳도 아닌 여러 곳의 경매 학원을 다니며 미친 듯이 공부를 하고 강의를 들으러 가면서 경매에 매진하기 위해 애쓴 그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몇 십억 부자가 되었겠지만, 그가 가장 타고난 능력은 아무래도 사람을 다루는 통찰력이 아닐까. 나는 처음 경매로 물건을 사게 되면 그 물건의 소유주가 되어 가지면 된다고 아주 간단하게 생각했는데 가장 큰 복병이 존재하고 있는 것에 깜짝 놀랐다. 경매의 꽃이라고 불리는 “명도”가 존재하고 있었다. 명도를 얼마나 잘하는가에 따라 경매의 성공 여부가 좌우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라는 저자의 말에 책을 읽으면서 알아가게 되었다. 참, 단순하게 생각한 경매가 사실은 모두 사람하고의 관계가 있는 것이다.

 

 

이미 살고 있는 사람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기 위한 그의 끊임없는 노력에 눈물겹다. 무엇보다 조폭 앞에서도 당당하게 그의 의중을 읽어내는 모습은 놀랍다. 나라면 그 사람과 마주 앉아 어떻게 처리 했을까 생각하니 손이 벌벌 떨리기 시작한다. 조폭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보다. 둘이 마주 앉아 원하는 것을 해 주지 않으면 나를 죽이면 어쩌나 그 생각부터 드니 말이다.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 위해 조폭과도 대화 아닌 대화를 이끌어내어 이사를 시키고, 마음씨 좋은 세입자는 빨리 나갈 수 있게 도움도 주고, 고집불통 할아버지도 그에게는 오래 끌지 않고 해결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마치 드라마 같은 엔딩이라고 할까. 정말 이 많은 일들을 이렇게 쉽게 (물론 그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해결을 할 수 있단 말인지.

 

 

그가 경매를 통해 얻은 것이 많은 돈이겠지만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들을 더 많이 얻은 것 같다.

요즘 가장 핫한 드라마 중에 [미생]을 보다보면 결국 모든 것은 사람과 사람이 이뤄져 있는 곳이 회사고 그 회사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관계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다. 경매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그 이면에는 사람이 사람의 관계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는 것이다.

 

문득 나는 경매를 하기위한 배짱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그들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며 나의 마음을 노출 시키지 않고 다스릴 유연함이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어쩌면 그런 부분들이 부족했기 때문에 경매뿐만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도 많이 부족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경매로, 나의 인성을 점검하게 될 줄은 몰랐다. 뭐든 시작하기 전에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해보고 덤벼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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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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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이사를 하기위해 견적을 보러온 이삿짐 직원이 나에게 물었다. 뭐하는 분이세요? 방 하나에 가득 담긴 책을 보면서 한 얘기였다. 이 책들 때문에 이삿짐 견적의 가격이 올랐고 이삿짐을 실은 차의 절반이 모두 책이라는 것을 알고 짐을 나르는 동안 아저씨들의 얼굴 표정이 힘들어 보였다. 그때, 나는 결심했었다. 책을 더 늘리지 않고 유지해 보겠다고. 하지만 그런 결심은 내일부터 다이어트 하겠다고 하는 헛된 결심과 다르지 않았다. 결국 지금은 이사 오기 전의 삼분의 일정도가 늘었다. 책장을 벗어난 책들이 너무 많고 책상과 침실, 거실에도 이제 한 자리를 잡고 있는 책들을 볼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런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오카자키 다케시의 [장서의 괴로움]을 읽는 동안 나의 책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며 안도의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약 3만권의 책을 가진 그는 집안에는 당연히 책들이 넘쳐나고 지하까지 자리 잡은 장서들로 괴로움을 호소한다. 그처럼 많은 책을 가지고 있는 장서가들은 책들로 인한 웃지 못 할 일들을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을 소개했다. 목재로 지어진 일본의 집들은 책 무게를 견디지 못해 2층의 집에서 구멍이 나 떨어진 얘기에 설마, 하겠지만 이삿짐 아저씨들이 이삿짐에서 가장 싫은 것이 등에 지고 나면 허리가 휜다는 아동전집이라는 얘기에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 때문에 집을 지어서 살아야 하고, 책을 보관하기 위해 책 보관 창고를 빌리고 그 랜탈비가 수백이 들지만 그것조차 아깝지 않게 쓰고 있는 장서가들은 왜, 책을 그토록 모으며 가지고 있는 것일까.

 

“책을 아름답게 정리해 주위에 진열해놓고 늘 책등을 바라보며 그것들에 빙 둘러싸여 살고 싶다. 책 수천 권이 방 이곳저곳을 짓눌러 식구들의 눈총을 한 몸에 받고 사는 이에게 궁금의 꿈은, ‘책으로 둘러싸인 성과 같은 집’이 아닐까.” P120

 

저자 또한 이런 비슷한 환경을 꿈꾸며 집을 옮기고 진열을 해 놓지만 정리의 정도에서 벗어난 책들은 이미 책이 아닌 짐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그처럼 짐이 아닌 멋진 장식과 함께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명함같이 살아가는 사람도 소개되었다. 가족이 함께 살지만 책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3층짜리 집을 짓고 아래층은 부모님이, 2층부터 3층까지는 자신이 살고 거실을 복층으로 디자인해서 거실 전체를 책장으로 만든 그의 아이디어는 너무 멋져서 나도 한번 들려보고 싶은 집이다. 글로만 서술되어 있는 그의 집이 얼마나 근사할 것인지 보지 않아도 짐작이 되지만 찾아간다면 한동안 나오지 못할 것 같은 집일게 분명하다. 그런데 그도 그 많은 책들을 모두 읽었을까.

 

 

 

상당히 많은 책을 소유하고 있는 나도 이 책의 삼분의 이 정도를 다 읽었을까 나를 반문하며 책을 사들이는 나를 탓할 때가 많지만, 저자 또한 삼만 권의 책을 다 읽었을까. 어찌 보면 책을 계속 사들이는 것은 지적 허영심은 아닐까 한동안 고민했던 적도 있었다. 나는 독자가 아니라 책을 수집하는 수집가로 전략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반양장보다 꼽아 놓기 좋고 가지런해 보이는 양장본을 더 선호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책속의 어떤 이처럼 책을 사기위해 일부러 값싼 점심을 먹거나 사고 싶은 물건을 억누르며 참는 생활을 하지 않지만, 좀처럼 책을 사들이는 한도액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수집을 통해 수집된 물건으로부터 자신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고 생각의 방향성을 얻는 일이 종종 있다. 사람은 스스로 목적을 알 수 없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물건을 수집하기 시작하지만, 수집한 물건은 언젠가 언어가 되고 문맥이 되어 사람을 지혜로운 길로 이끈다. 자신도 분명히 알 수 없는 어떤 호기심이 지혜의 결정체가 되어 간다.” P170

 

 

 

이런 장인 정신이 생긴다면, 책 콜렉터로 살아가는 것이 나쁘지 않겠지만 그 깨달음을 얻기까지 참 많은 투자와 정성, 저장 공간 확보와 가족과의 다툼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상당히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장서가들은 이런 괴로움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도저히 감당이 안돼서 이제는 정말 처분을 해서 사람이 살아갈 공간을 만들기 위해 헌책방 주인을 불러 눈을 꼭 감고 가져갈 만큼 가져가라고 하며 책을 팔았지만, 결국 그는 그 돈으로 일부의 새로운 헌책을 또 들고 오지 않던가. 가족들과의 분쟁을 피하기 위해 사온 책을 밖에 두었다가 다시 들고 들어가는 치밀함도 장서가들의 괴롭지만, 즐거운 행복중의 하나로 여겨진다.

 

 

유독 새 책이 아닌, 헌책을 더 많이 사오고 그 헌책들을 서로 공유하며 사고파는 일들이 별일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일본의 책문화가 조금 부러웠다. 너무 많은 책으로 인해 “1인 헌책방”을 열어 며칠 동안 장서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 새 책이 아닌 그동안 구하지 못한 귀한 헌책들을 사러 오는 사람들의 모습에 정겨워 보였다.

얼마 전에 간 오사카 전철에서 나는 요즘 우리나라의 모습과 상당히 다른 지하철 풍경을 느꼈다. 요즘 지하철을 타면 앉아 있는 사람, 서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물론 그중에 E-BooK을 읽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SNS를 하거나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오사카 지하철에서는 스마트폰에 빠진 사람들은 지도를 보기위해 애쓰는 우리 일행들뿐이었다. 서 있는 중년의 많은 아저씨들이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면서 작은 문고판 책을 읽는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숙소로 돌아가며 우리와 다른 풍경들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었다. 책을 대하는 그들의 모습이 어찌나 경건하던지. 그렇다고 우리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요즘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모습은 매우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듯, 진열해 놓은 책이 많으면 뭐하나. 읽어야 나의 것이 되는 것이니 당분간은 나 또한 읽기에 몰입해서 책 다이어트에 돌입해야 할 것 같다. 많은 책을 보유하는 장서가가 아닌 한권의 책을 열 번씩 읽어 의미를 남기는 올바른 독서가가 되어야 할 텐데, 여전히 새 책 알림 메일을 꾸준하게 읽고 있어서 큰일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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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하와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꿈꾸는 하와이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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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도 더운 나라로 여행을 가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친구를 만나러 한 달 동안 머물렀던 필리핀과 가족 여행으로 갔던 태국 말고는 일부러 찾아서 갔던 적이 한 번도 없다. 늘 여름휴가를 통해 다녔던 유럽도 모두 시기가 맞아 어쩔 수 없이 더운 여름이었을 뿐, 화려한 이미지가 그려지는 열대지방은 없었다. 나는 그런 것보다 오히려 칼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의 북유럽이 훨씬 가고 싶었고, 칼바람과 함께 오들거리며 밤이면 창궐하는 오로라의 현란한 축제를 보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 겨울의 차디찬 바람을 좋아하는 것처럼 더운 열기속의 화려한 꽃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듯, 요시모토 바나나는 나와 정반대의 사람이다.

 

 

그녀가 태생적으로 섬나라의 사람이고, 당연히 바다를 많이 접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바다에 대한 남다른 사랑이 있기 때문에 그녀에게 있어 하와이는 더욱더 특별했을 것 같다. 그래서였는지 그녀는 하와이의 예찬이 책 첫 페이지에서부터 마지막장까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꿈꾸는 하와이]를 통해 그녀의 하와이 사랑을 살펴 볼 수 있었는데 사실 이것이 하와이의 사랑이라기보다 그녀가 몇 년 동안 배웠다는 “훌라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훨씬 많은것 같다.

 

 

 

“훌라는 수화 같은 것이다. 머리 위에다 빙글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다른 팔을 쭉 뻗는 것이 ‘바람’ 즉 카마카니의 손동작이다. 곡에 따라, 또 거기에 등장하는 바람의 모습에 따라 표현 방식이 미묘하게 다른데, 그날의 밤바람은 정말 부드럽고 천국 같았다.” P17~18

 

 

그녀가 말하는 훌라는 수화 같다고 한다. 사실 눈앞에서 훌라춤을 추는 사람을 본적이 없고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통해서만 보았기 때문에 그 춤의 화려한 매력을 느껴 본적이 없다. 여성의 상의가 너무 짧다는 것(사실 그걸 상의라고 해야 하는 걸지.) 더욱이 훌라춤을 춘 여자들이 모두다 글래머스해서 흔들었던 엉덩이가 너무 커서 육감적이라는 생각도, 매력적이라는 느낌도 없어서 그녀가 찬양하는 훌라의 그 느낌을 받지 못해 안타까운 표현이었다. 생각해보니 아주 살짝 흔들며 넘겼던 그 손동작이 마치 언어를 표현하는 하나의 모습이라는 것에 생각을 맞춘다면, 모든 춤들이 그렇지 않을까. 우리나라 고전 무용들도 손끝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움직임인지.

 

 

 

그녀는 훌라를 배우며 인생을 배우고 있다. 오랫동안 같이 춤을 추었던 지인이 어느 날은 훌라가 아닌 다른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워하고 그녀의 빈자리를 아쉬워하며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낀다. 그때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소중한 만남에 대해 간직하려 애쓰고 훌라를 배워도 늘지 않았던 자신의 춤을 한탄하며 그만두고 싶었던 때에 자신을 잡아주었던 선생님의 편지 한 장에 인생의 실패란 있을 수 있지만, 포기는 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을 훌라를 통해 배워 나갔다.

그런 훌라를 출수 있게 했던 하와이는 그녀에게 또 다른 세계의 한곳 같다.

 

 

 

“ 정작 나는 아무 애도 쓰지 않았는데, 너그럽게 품어주는 듯 한 느낌. 하와이는 그런 섬이었다. 처음부터 친군하게 뭐든 다 보여 줄게, 하고 말하는 것처럼.” P123

 

 

그녀에게 다정하기만 한 하와이에 대한 이 무한한 애정이 담긴 이 책을 통해 분명 같은 공감이 불어 왔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녀는 왜 그토록 훌라춤에, 하와이에 매료 된 것인지 공감을 찾기가 어려웠다. 물론 하이와를 취재하며 그녀는 소설을 썼고 그런 과정에서 겪었던 하와이와 훌라춤의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쓴 에세이라고 하지만 뭔가 초점이 없는 흐릿한 사진 한 장을 보는 느낌의 에세이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하와이를 여행하며 곳곳을 다녔던 여행기는 아니다. 하와이의 곳곳을 다녔을 그녀였지만 그곳의 매력을 표현하기에 너무 얄팍한 느낌의 표현들만 바다 수면위에 둥둥 떠 있는 것 같다. 마치 반짝이는 햇살을 보이며 출렁이는 바다가 하와이의 섬을 감싸고 있다고만 말하는 것 같다고 할까. 그냥, 그녀가 빠져든 훌라춤의 매력을 더 보여줬다면, 나는 어쩌면 칼바람이 부는 북유럽의 눈보라가 아닌 느리게 흐리며 수화를 하듯 손짓을 하는 훌라춤을 배우고 싶어 하와이로 떠나고 싶어 안달이 났을지도 모르겠다. 일 년에 몇 번씩 해외여행을 나가는 것이냐고 주변 사람들의 잔소리를 듣고 있는 나에게 여행의 속삭임을 잠재워준 낭만의 하와이 에세이를 고마워해야 하는 것인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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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교양을 읽는다 - 현대편 - 복잡한 세상을 꿰뚫는 현대 경제학을 만나다 경제의 교양을 읽는다 시리즈
김진방 외 지음 / 더난출판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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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온 경제학 서적을 고전과 현대편으로 나눠진 이 책은 현대편을 다루고 있다. 흔히들 경제학이라고 하면 머리 아프고 많은 수식에 놀라서 이 정도까지 알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경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소개된 저서를 한권도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허다할 것이다. 그 속에 나 또한 포함되어 있지만, 정리가 잘된 이 책 한권으로 많은 서적들을 접해 본 경험은 상당히 상식의 선이 상향가로 올라가는 느낌을 받는다.

경제학은 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방식이고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 아닌 유력한 방법이니 어려워하지 말고 접근해 보기를 원하고 있다. 그렇게 편찬된 현대편은 총 5개의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고전에서 이어진 현대편을 기초로 다지는 제 1부는 현대 경제학의 기초를 이룬 학자들의 저서를 소개하고 있다. 책의 특징과 그 책을 읽기위한 이론과 사상 그리고 저자의 소개까지 놓치지 않고 있다. 첫 도입부가 무난하게 읽힌다면 700페이지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이 그저 무겁게 들고 다니며 읽은 보람을 느끼게 된다. 사실 처음 도입부까지 나는 상당히 힘들게 읽었기에 앞부분을 두 번 반복해서 읽어야 했다. 그리고 제 2부로 넘어 오면서 저자들의 흐름을 느끼는 부분에서는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2부와 3부를 딱히 두 부분으로 나눌 필요가 있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아마도 비판으로만 끝나지 않는 비평이 필요했던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은 책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비판만 있을 뿐 대안을 소개하며 고민하는 부분을 많이 만나지 못했는데 이 책의 3부는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3부가 현대 주류 경제학을 밖에서 비판아고 대안을 제시하는 부분이었다면 4부는 모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계 일반에서 그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인물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P432) 4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자원의 고갈, 즉 희고 자원들의 한정적 고민은 뛰어 넘어야 하는 부분을 제시하고 있다.

 

 

“ 우리는 다양한 목적 혹은 욕구를 충족하는 데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을 것인지의 문제에 경제학이 관심을 기울이던 시대는 갔고 연구 대상을 그것이 개인이건 사장이건 조직이건 제도이건 정보처리장치로 파악하여 그 장치의 작동에서 생겨나는 여러 문제들을 경제학의 중심 연구 주제로 삼는 시대가 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P433)"

 

 

 

여러 경제학자들을 통해 그들이 내세운 이론과 사상을 접하면서 그동안 범접하지 못한 학문에 문을 살짝 열어 본 기분이다. 나름의 깊이 있는 학문에 새로운 얘기들로 사실 아직 뒤죽박죽인 상태이지만, 경제학이 어렵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다면 폭 넓게 이해 할 수 있는 아주 깔끔한 구성으로 편집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책을 통해 현제의 경제를 비교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일테지만, 아직까지 그 정도 실력의 깊이가 있지 않아 다소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는 하다. 다만, 어렵다고 생각됐던 부분을 스스로 조금은 이해의 폭을 마련했다는 것으로 이 책이 주는 큰 미덕의 일부를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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