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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윤대녕 지음 / 현대문학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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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작가에게 참 미안한 표현들을 할 때가 있다. 분명 굉장하고 대단하고, 훌륭한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나하고는 너무 먼 작가들. 그중에 나는 김형경이 있고, 전경린이 있고, 그리고 윤대녕이 있었다. 특히 윤대녕은 이상하게 그의 소설은 늘 미끈거리는 비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이름을 알게 되었던 이상문학상의 [천지간]은 그렇지 않았는데 그 이후의 작품들은 대부분 그랬다.

 

 

 

2011년 10월부터 2013년 9월까지 약 2년간 [현대문학]에 연재되었던 그의 에세이들이 한권의 책으로 나왔는데 내가 생각했던 윤대녕의 그 끈적끈적하고 눅눅한 이미지와 걸맞은 표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출판사도 이런 느낌을 알고 있는 것일까 궁금하기까지 했다.

 

 

 

작가의 유년시절부터 시작되는 얘기에 그동안 내가 알았던 윤대녕이라는 작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뭔가 우울해 보이는 인상, 조용하고 말수가 없을 것 같은 이미지. 글을 쓰는 손도 한참을 생각하고 느리게 움직일 것 같은 느낌. 집을 나오지 않고 하루 종일 책만 읽을 것 같은 분위기를 느낀 작가였는데 정말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좀처럼 집을 나가지 않는 그를 못 마땅해 하는 부인이 그가 가끔은 술을 먹고 털털하게 돌아와 널브러져 잠이 드는 모습을 하루쯤 보여 주라고 할까.

 

 

요즘 한참 즐겁게 보고 있는 [꽃보다 청춘]으로 인물을 비교 한다면, 나에게 윤대녕은 윤상과 비슷한 이미지라고 할까. 말수가 적고 수줍어 말을 많이 하지 않는 마른 남자로 생각이 되었는데 역시 그런 이미지도 비슷하게 쓰여 있는 에피소드편도 있더라.

모두 다, 내 스타일은 아니군! 했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역시 여행을 임하는 그의 모습이다.

 

 

“고백하건대 나는 50이 넘은 지금까지도 골목길의 정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느 도시를 가든 재래시장 골목부터 찾아다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외국 여행을 하는 중에도 나는 대개 시장부터 들르곤 한다. 또한 술기운에 젖어 변두리 골목을 서성이곤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P102

 

 

나 또한 여행을 가면 가장 먼저 들리고 싶은 곳이 시장이다. 시장에서 피어나는 생동감이 너무 좋다. 이후 변두리를 둘러본다. 그 주변에서 풍기는 하루의 끝의 향기가 나는 것만 같다. 그런 부분 때문에 나는 늘 여행의 중심은 박물관, 성당이 아닌 주변이 되고 있다. 오랜 여행을 통해 얻어낸 나만의 진리가 되어 버렸다. 유명한 명승지도 가봐야 겠지만, 시장에서 느끼는 생동감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역사가 아닐까.

 

 

“흑백으로 각인된 골목의 풍경들은 내 육체 속에 숲의 잔해처럼 남아 있다. 비록 어두웠던 기억일지라도 내게는 여전히 잊지 못할 추억의 공간으로 존재하고 있다. 저 낯선 그림자들이 서성대는 익숙한 공간으로 말이다.” P106

 

 

 

그의 유년시절부터 시작된 사라진 공간들을 같이 찾아 다녀 보았다. 때로는 엉뚱한 그의 면들에 웃기도 하고 그의 어두운 단면에 그를 처음에 떠 올렸던 모습들과 이어 맞추기도 한다. 그가 꿈꾸었던 소설가가 되어 직장 동료에게 결국 등단을 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처음에 얼마나 하고 싶었을까 생각하니, 그 단 몇 분을 혼자 숨기느라 끙끙댔을 모습이 떠올라 귀엽기도 하다. 어쩜 이런 사소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에세이를 쓴 것을 보니, 그에게 사라진 공간들은 없는 것은 아닐까.

 

 

그가 밀라노 중앙역에서 만났던 어느 여자와 악수한 그 59초가 영원할 것 같은 순간. 때로는 그 순간들 때문에 사라진 공감들이 되 살아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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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 10] 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두 번째 이야기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2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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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블로그에 유럽 여행 붐이 일어나는 것 같이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갔다 온 포스팅을 많이 읽게 된다. 물론 그 전에도 많이들 여행을 갔다 왔지만 블로그를 하지 않아 올리지 않은 사진들이 훨씬 많겠지만, 요즘은 많은 블로거들의 여행 일기를 많이 보게 된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을 읽지 못해서 이 두 번째의 책과는 어떻게 다른지 비교를 할 수 없지만 그녀가 말하는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어떤 것인지 짐작은 할 수 있다.

 

 

 

직장 생활을 하던 도중 가금이 답답하고 마음이 먹먹할 때, 나는 누구이며 여긴 어디인가를 수 없이 머릿속에서 동그라미를 치며 생각하던 그때 가장 많이 생각하는 단어는 떠나고 싶은 생각이 아닐까. 여길 떠난다면 우선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니 행복할 것만 같지만 막상 떠나고 나면 여행을 다녀오고 난 후가 얼마나 중요 한 것인지 알게 된다. 무작정 떠나서 그곳에서 마음을 정리 해 보려고 한다지만 그러지 못하고 돌아 왔던 적이 얼마나 많은가.

 

 

 

“물론 여행이 모든 문제를 저절로 해답을 주는 것은 아니다. 틈만 나면 무턱대고 여행을 가는 것도 바람직한 권장사항은 아니다. 일 때문에 떠나는 출장이나 패키지여행은 ‘홀로 떠나는 여행, 여행 자체를 위한 여행’을 따라오지 못한다. 하지만 내 힘으로 준비하고, 내 머리로 생각하고, 내 몸으로 직접 뛰어다니는 배낭여행은 분명 우리 자신의 지친 영혼을 낯선 풍경으로 바꾼다. 여행이 저절로 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서라도 내 삶을 바꾸겠다는 절실한 의지가 우리 자신을 바꾸는 것이다.” P16

 

 

 

 

 

저자의 마지막 구절에서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다. 여행이 저절로 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서라도 내 삶을 바꾸겠다는 절실한 의지가 자신을 바꾼다는 것을 왜 그토록 인지하지 못했을까. 나는 여행을 다녀오면 뭔가 달라져 있기를 바랐다.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와 좁디좁은 인성의 굴곡을 파헤치고 싶었고, 습자지보다 못한 얇은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싶었다. 진로를 해결가고 싶었고, 여행만 갔다 오면 달라지겠지. 내가 좀 더 성숙된 사람이 되어 있길 바랐던 부분이 많았는데 그러지 못했던 부분은 생각은 한국에 머문 채, 정신은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났기 때문일까.

 

 

 

이번 터키 여행을 통해서 그동안 다른 나라를 방문했던 느낌이 너무 다른 부분은 소통과 연결되어 있다. 그동안 갔던 몇몇 유럽의 나라들은 매우 차갑거나 도도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현지인과의 대화도 어려웠지만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올해 다녀온 터키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여행을 갔다 온 것이 아니라 친구를 만나러 갔다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였는지 터키의 여행 사진이 많지가 않다.

 

 

그곳의 사람들과 웃고 떠드느라 사진 찍을 시간이 부족했고, 그들의 천진한 웃음에 사진기를 들이밀기도 힘들었다. 또한 경건한 그들의 기도에 카메라가 너무 부끄러웠고, 기도를 위해 의식을 치르기 위해 발과 손, 얼굴을 씻는 모습이 아름다워 눈으로만 담고 말았다. 간혹 저자의 말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가 아니라 눈으로 더 많이 담아 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한 번 느낀 여행이었다.

 

간혹 길을 잃으라고 하는 저자 생각에 공감한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 그것도 소매치기 많다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골목이나 포르투갈의 후미진 모퉁이라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길을 잃어야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파리에 갔을 때는 박물관을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것으로 하루 일정이 끝이 난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유명 랜드 마크를 찍느라 정작 나는 파리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고 서울로 떠났다. 마을 어디쯤 길을 잃었다면 나는 파리를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빈둥거리며 서성이던 골목길을 그리워했을 것이다.

 

 

 

“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은 ‘평소보다 무언가를 더 많이 해보기’보다는 오히려 평소보다 행동의 가짓수를 줄이는 데서 나온다. 사진을 많이 찍는 것보다는 최대한 사진기를 덜 쓰고 오랫동안 걸어 다니며 수많은 풍경들을 가슴에 담는 것이 훨씬 기억에 남는 여행이다." P67

 

 

 

가끔은 여행을 다니다가 내가 누굴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을까 고민이 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남는 것이 사진이라며 무작정 사진을 찍느라 정작 해가 떨어지는 썬 셋의 풍경을 놓치기도 하고,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인 풍요로운 한가로움을 놓치기도 했다. 물론 한국에 돌아와 사진을 보며 한 장의 사진마다 장면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좋아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놓쳤던 것이다. 유명 박물관 투어로 인해 파리의 아름다운 모습을 다 못 봤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타인의 마을 투어 사진을 통해 알게 되는 아이러니도 있지만, 여행을 통해 진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내려놓음은 아닐까. 유명 장소에는 때로는 사진을 찍지 말라는 곳이 있다. 건물 보존을 위해, 그림에 플레 쉬가 터져 색이 바라는 것을 막기 위해 찍지 말라고 하지만 왜들 그렇게 몰라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일까.

 

 

 

“여행은 쇼핑도 아니고, 남에게 보여주거나 자랑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가장 나다운 삶이 무엇인가를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내밀한 기쁨이 아닐까. 길을 떠난 뒤 집에 돌아왔을 때 그 집이 더욱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 내 사람을 잠시 접어두고 오랜 방랑의 길을 걷다가 다시 돌아와 보니 내 사람이 더 소중해지는 것. 내가 반드시 고쳐야 할 나 자신의 그릇됨을 통렬하게 돌아볼 수 있는 여행이야말로 힐링보다 더 절실한 우리 마음의 여행이다. 우리 여행은 이제 좀 더 깊고, 소박하고, 차분한 성찰의 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 P202

 

 

 

오랫동안 집을 비우고 제주도에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내내 마음이 뜨거워졌다. 내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제주도의 생활이 물론 즐겁고 신났지만, 낡은 옷들이 나의 살 냄새를 풍기며 침대에 널려 있고, 읽다가 중단한 책들이 책상에 빼곡히 쌓여 있고, 신발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뒤축이 닳은 낡은 운동화가 아침마다 뛰어 나가고 싶어 할 것이고, 내가 사랑하는 그 공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여행이 아니었다면 새로 장만한 운동화를, 비싼 고어텍스 바람막이와 가벼운 가방을 훨씬 좋아하며 아꼈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을 통해서 나는 내가 있었던 자리의 소중함을 오래도록 함께 한 것들의 애잔함을 느꼈다. 이런 부분에서 본다면 저자가 말하는 여행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많다. 보이기 식의 여행이 아니라, 진정한 나를 찾는 나만을 위한 힐링 여행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매번 여행을 떠나면서 이런 무거운 생각을 한다면 얼마나 머리가 아플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행은 분명, 우리에게 삶의 어느 부분은 분명 달라지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비루한 나의 삶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것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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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 핀의 모험 북로드 세계문학 컬렉션
마크 트웨인 지음, 북트랜스 옮김 / 북로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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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왜 이런 정겨운 만화를 안 해주는 것일까 궁금한, 명작 만화들을 좀 봤다면 익히 알고 있는 [톰 소여의 모험]의 두 번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두 이야기가 다르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닮아 있다. 앞의 얘기를 몰라도 허클베리 핀의 이야기가 이해가 되며, 허클베리 핀의 이야기를 안 읽어도 두 소년의 우정과 모험은 상상 이상으로 흥미롭게 엔딩을 맺을 것 같다.

 

 

미국의 대 문호 마크 트웨인의 작품이라는 것을 모르고 읽었던 문고판 [톰 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아주 오랜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런 명작들이 만화로 방영되어 이른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봤던 내 어린 시절을 기특하게 여기고 싶을 정도로 참, 매력적인 내용이다. 물론 자세한 내용이야 생각이 많이 안 나지만 대부분의 굵직한 줄거리는 말 할 수 있을 정도니, 아직 기억력이 죽지 않았나보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시작 하기전 작가 또한 [톰 소여의 모험]을 읽지 않아도 괜찮고, 읽어도 상관없다며 너무 쿨하게 시작하시기에 흥, 뭐 그 정도는 나도 감안해서 읽어 볼게라고 생각했는데 쿨한 응대가 대충은 맞아 떨어지게 습득이 된다.

 

미망인 더글라스 부인에게서 양자로 들어가게 된 허클베리 핀은 자유로움을 떨칠 수가 없다. 매일 밖에 나가 땀 흘리며 놀러 다녀야 하는데 더글라스 부인의 규정과 단속에 귀가 아플 지경이다. 그런데 이런 더글라스 부인이 문제가 아니라, 술 취한 날이 멀쩡한 날보다 훨씬 많은 고주맹태이며 자식을 자식으로 생각하지 않고 매일 매질을 하는 아버지가 더 큰 문제였다. 톰 소여의 모험이 끝나는 부분에 두 소년은 엄청난 부자가 되는데, 그 돈을 가지게 된 것을 안 아버지는 허클베리 핀을 찾아오는걸 보면, 막장 얘기는 이미 고전에 다 있었던 것 같다. 부자가 된 자식, 그것도 아직 성년이 안 된 아들의 돈으로 술을 마시고 살고 싶어 아들을 찾아와 돈을 내 놓으라고 때리고, 협박을 한다. 심지어 아들이 정말로 돈을 주지 않자 돈을 받기 위해 섬으로 아들을 데리고 들어가 감금한 채 생활을 하는 장면은 눈물이 난다. 왜 이런 아버지들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일까. 자식을 부양하지 않더라도 학대로 가슴에 응어리지는 트라우마를 남기는 아버지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구나. 그런 아버지만 아니었다면 헉(허클베리 핀)은 도망가지 않았을 것이고, 짐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여전히 귀찮은 잔소리를 들으며 더글라스 아주머니와 함께 잘 살고 있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아버지로 인해 헉은 진정한 모험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면 참, 긍정적인 해석이 아닐까.

 

 

아버지의 학대를 피해 도망쳤던 헉이 만난 짐은 당시 노예로 사고팔았던 흑인이었고, 마크 트웨인이 소설을 썼던 시대는 흑백 논쟁이 심각했던 시대였다. 그런걸 따진다면 작가 또한 소설속의 주인공처럼 모험심이 막강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두 사람의 우정을 그린다고 하지만 소설속의 흑인 ‘짐’은 너무 모자라게 나온다. 뱀을 만지면 안 된다는 미신과 풍속을 가지고 있다. 물론 소설 속에서는 결국 그것 때문에 짐이 많이 다치기도 하지만, 짐에게는 현명한 대체가 많이 없고, 그런 짐을 도우는 것은 오로지 헉과 톰이여야 했다. 하지만 남들이 짐을 가두고 학대하며 매질을 해도 그를 믿으며 탈출을 도와주려 했던 사람은 결국 우정을 가진 헉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소설을 쓴 작가 또한 백인이었을지라도 그들의 우정에 토를 달지 말아야겠다. 마지막 장에서 마크 트웨인은 그런 말을 하지 않던가. 이제 더 이상 쓸 것이 없다고, 그래서 홀가분하고 너무너무 기쁘다고. 그들의 우정에는 그냥 그 어떤 역사적 사실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어려운 모험을 함께한 친구로 남겨야 하지 않을까.

 

 

 

 

길고 길었던 어느 밤, 미시시피 강을 건너는 그 들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여전히 가슴이 뜨거워진다. 뗏목이 태풍으로 산산조각이 나고, 무서운 갱단을 만나서 목숨을 건지기도 어려운 상황을 함께 했던 동지이자 친구였던 헉과 짐의 우정이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요즘 어디 그런 우정을 쌓을 아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절대로 그런 환경이 주어지지 않으니까.

 

상당히 많은 양의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쉽게 읽혀서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장 즐거웠던 부분 중에 하나다. 간혹 고전이 몸에 좋기는 한데, 재미있지는 않았던 기억이 많고 읽는 동안 힘들었던 과정도 생각이 났는데 그런 부분 없이 쉽게 읽혀서 고마웠던 소설이다. 참고로 이번 북로드의 고전문학 시리즈 표지들이 참 세련되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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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교황입니다
슈테판 폰 캠피스 지음, 전진만 옮김 / 더난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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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성문이 열린 느낌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교황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 많은 수십만 명이 살지는 않지만 그곳에 가면 꽉 차 보이고 성스러운 느낌을 받아서 도시에 머물렀던 날들이 너무 아름다운 시간이었다고 그곳을 여행 갔었던 지인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비록, 이탈리아 로마에도 바티칸에도 못 가봤지만, 그리고 비록 비 종교인이지만 17대 교황의 선출된 배경을 읽는 동안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몰입되었다. 사실 나에게는 17대 교황이 유럽인이 아닌 비 유럽의 첫 번째 교황이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모른다. 다만, 그가 이렇게 작은 나라 심지어 천주교보다 타 종교를 믿는 신앙인이 많은 이 나라에 방문을 한다는 그의 마음을 엿 보니 그가 그 동안 형식적으로 방문하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대관식에서도 입어야 할 옷들보다 평범하고 편한 옷을 원했던 그의 성품이 아닌가.

 

비 종교인이 이 책을 읽기란 쉽지 않은 시간이라는 부분은 확실하다. 다만 종교인을 대하는 나의 주관적인 느낌을 다시 한번 느꼈던 시간이라서 그 시간이 많이 고단하지는 않았다.

 

신부와 수녀님, 스님들은 모두 종교를 모시는 분을 위해 결혼을 하지 않는다. 그런 삶을 살기 위한 그들의 선택이 궁금할 때가 있다. 분명 누군가를 사랑했던 순간도 있을 것이고 가슴 아픈 이별도 했을 텐데 모든 순간들은 그들의 기억 속으로 남겨 놓고 오로지 신을 모시는 그들은 대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프란치스코 교황의 어린 시절부터 성인으로 자라 그가 사랑했었던 한 여자의 남편이 아니라 성당으로 자신의 삶의 터전을 옮기는 과정까지 드라마틱한 삶이라서 읽는 동안 그의 선택에 때로는 가슴이 울리고 때로는 울컥거리기도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신부였던 프란치스코, 험한 시골길을 걸어 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던 신부, 어머니와 함께 요리를 하는 것을 즐겼다는 신부의 소탈한 모습을 보면 그가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교황의 자리에 앉아 있을지 짐작이 가지만, 그 마음이 오래도록 유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세상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미국에서 단 한번도 흑인이 대통령이 될 수 없었지만 이미 버락 오바마는 성공하지 않았던가.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아카데미에서 여주, 남우 주연상은 흑인들에게 돌아가지 않았지만 이미 그 한계를 넘은 배우들이 있지 않던가. 그리고 비 유럽권에서 단 한번도 바티칸에서 교황이 탄생하지 않았지만 단단한 유리 벽을 넘은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을 시작으로 세상의 단단한 편견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이틀 전 보궐선거가 있었다. 비록 나의 지역에서는 해당이 없었지만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 마음이 착잡했다. 세계는 이렇게 바뀌는데 우리는 왜 이토록 어려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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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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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끝나도, 삶은 시작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벌써 20주년이 되었다. 아버지가 떠났던 날들을 생각해 보면 처음에는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벌어진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가족들은 삼 사 년 동안 미친 듯이 일을 했고 일을 해결해 나갔다. 대학교에 입학을 하면서 나는 더 정신 없이 지내다 어느 날 사귀던 남자친구가 아버지가 유독 좋아 하셨던 그린 색 폴로 티셔츠와 비슷한 옷을 서 입고 나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는 순간 장례식장 이후로 단 한번도 흘리지 않았던 몇 년 동안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말았다. 처음으로 누군가 내 곁을 떠 났고, 더 이상 세상에 존재 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토록 좋아했던 그린 폴로티셔츠를 입을 수 없으며 달달한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킬 수 없고, 유난히 고기 기름이 많이 들어간 김치 찌개를 먹을 수 없으며, 초여름 마늘 종을 짤라 고추장에 찍어 찬물에 말아 먹고 시원한 거실에 앉아 낮잠을 잘 수 없는 것이다.

 

아버지가 떠났어도 우리 가족의 삶은 계속 유지 되었고, 간혹 떠난 사람의 모습을 기억하며 홀로 있을 때 눈물을 흘리거나 좋아했던 노래를 들으며 자신이 만들어 낸 우물에 갇혀 슬픔을 다독여야 했다. 사랑했던 사람들이 떠 났어도 살아 남겨진 사람들의 삶은 모질게 어이지는 것에 서러워할 수도 없다. 몇 달 전 일어난 세월호 참사로 인해 어린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를 보면서 한 시간 동안 눈물을 같이 흘렸던 것은 그들의 남겨진 시간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 것인지 충분히 공감하기 때문이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너무도 유명한 줄리언 반스는 이런 공황상태에 놓여 있다. 30년 동안 그의 옆을 지켰던 그의 아내가 2008년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30년 동안 단 한번도 사랑을 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던 그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공허 했을까?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참 까칠한 남자라고 느꼈던 적도 있었는데, 그에게 이토록 지고 지순한 애정이 있었다니. 금술 좋았다는 그들의 사랑은 나만 몰랐나 보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처음 읽으면서 책의 소개를 이미 알고 있어서 시작이 어떻게 될지 짐작을 하고 읽었는데 한동안 읽으면서 당황스러웠던 부분은 이 책의 시작이 20세기가 아닌, 19세기의 실존 인물이라는 프레드 버나비와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 사진 작가 나다르의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을 시작하는 열기구를 타고 하늘에 오르려 했다는 프레드 버나비와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의 이야기를 혹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것은 아니었고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한 자신의 얘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쳐보라. 그러면 세상은 변한다. 사람들이 그 순간을 미처 깨닫지 못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세상은 달라졌기 때문이다.  P11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의 원래의 제목은 [Levels of Life]이다. 줄리언 반스인 아내인 팻 캐배나가 세상을 떠났어도 그의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의 줄기로 제목이 정해졌겠지만, 원래의 제목을 생각해 봐도 사랑을 떠나 보낸 그의 삶이 단계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짐작을 할 수 있다.

 

나는 아내를 다시 보게 되리라고 믿지 않는다. 보고, 듣고, 만지고, 안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웃을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아내의 발소리가 들리기를 기다리거나, 아내가 문을 여는 소리를 듣고 미소를 짓거나, 그녀의 몸이 내 몸에, 내 몸이 그녀의 몸에 꼭 맞물리는 날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나에겐 우리가 물질을 초월한 형태로 다시 만나리라는 믿음도 업다. 죽은 건 죽은 거라도 나는 믿는다. P128

 

 

 

그녀를 떠나 보내고 자살까지 생각도 해 봤던 그였지만 그녀를 떠나 보내고 남은 심정은 매우 담담하거나 때로는 너무나 단호히 그녀의 부재의 믿음이 보인다. 이것은 그가 자살을 하지 않기 위해 늘 자살을 할 도구까지 생각하며 하루를 견뎠다는 것과 비슷한 마음이 아닐까. 그녀의 죽음을 이해하지만, 마음은 그녀의 부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없음으로 인해 삶이 풍부하지 않을 것이다. 있었던 것이 없어지므로 겪는 아픔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절대 이해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남은 시간의 쓸쓸함의 시간을 달래보지 않은 사람은 그 마음의 빈 곳에 불어 오는 바람이 얼마나 차디찬지 모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침을 맞는 한 삶은 계속되는 것이다. 소멸된 사랑하는 사람들의 시간에 더 이상 아파하지 않고 그녀와 함께한 행복한 시간을 기억하며 남은 시간이 반짝이길, 그렇게 빌어 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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