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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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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이사를 하기위해 견적을 보러온 이삿짐 직원이 나에게 물었다. 뭐하는 분이세요? 방 하나에 가득 담긴 책을 보면서 한 얘기였다. 이 책들 때문에 이삿짐 견적의 가격이 올랐고 이삿짐을 실은 차의 절반이 모두 책이라는 것을 알고 짐을 나르는 동안 아저씨들의 얼굴 표정이 힘들어 보였다. 그때, 나는 결심했었다. 책을 더 늘리지 않고 유지해 보겠다고. 하지만 그런 결심은 내일부터 다이어트 하겠다고 하는 헛된 결심과 다르지 않았다. 결국 지금은 이사 오기 전의 삼분의 일정도가 늘었다. 책장을 벗어난 책들이 너무 많고 책상과 침실, 거실에도 이제 한 자리를 잡고 있는 책들을 볼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런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오카자키 다케시의 [장서의 괴로움]을 읽는 동안 나의 책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며 안도의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약 3만권의 책을 가진 그는 집안에는 당연히 책들이 넘쳐나고 지하까지 자리 잡은 장서들로 괴로움을 호소한다. 그처럼 많은 책을 가지고 있는 장서가들은 책들로 인한 웃지 못 할 일들을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을 소개했다. 목재로 지어진 일본의 집들은 책 무게를 견디지 못해 2층의 집에서 구멍이 나 떨어진 얘기에 설마, 하겠지만 이삿짐 아저씨들이 이삿짐에서 가장 싫은 것이 등에 지고 나면 허리가 휜다는 아동전집이라는 얘기에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 때문에 집을 지어서 살아야 하고, 책을 보관하기 위해 책 보관 창고를 빌리고 그 랜탈비가 수백이 들지만 그것조차 아깝지 않게 쓰고 있는 장서가들은 왜, 책을 그토록 모으며 가지고 있는 것일까.

 

“책을 아름답게 정리해 주위에 진열해놓고 늘 책등을 바라보며 그것들에 빙 둘러싸여 살고 싶다. 책 수천 권이 방 이곳저곳을 짓눌러 식구들의 눈총을 한 몸에 받고 사는 이에게 궁금의 꿈은, ‘책으로 둘러싸인 성과 같은 집’이 아닐까.” P120

 

저자 또한 이런 비슷한 환경을 꿈꾸며 집을 옮기고 진열을 해 놓지만 정리의 정도에서 벗어난 책들은 이미 책이 아닌 짐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그처럼 짐이 아닌 멋진 장식과 함께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명함같이 살아가는 사람도 소개되었다. 가족이 함께 살지만 책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3층짜리 집을 짓고 아래층은 부모님이, 2층부터 3층까지는 자신이 살고 거실을 복층으로 디자인해서 거실 전체를 책장으로 만든 그의 아이디어는 너무 멋져서 나도 한번 들려보고 싶은 집이다. 글로만 서술되어 있는 그의 집이 얼마나 근사할 것인지 보지 않아도 짐작이 되지만 찾아간다면 한동안 나오지 못할 것 같은 집일게 분명하다. 그런데 그도 그 많은 책들을 모두 읽었을까.

 

 

 

상당히 많은 책을 소유하고 있는 나도 이 책의 삼분의 이 정도를 다 읽었을까 나를 반문하며 책을 사들이는 나를 탓할 때가 많지만, 저자 또한 삼만 권의 책을 다 읽었을까. 어찌 보면 책을 계속 사들이는 것은 지적 허영심은 아닐까 한동안 고민했던 적도 있었다. 나는 독자가 아니라 책을 수집하는 수집가로 전략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반양장보다 꼽아 놓기 좋고 가지런해 보이는 양장본을 더 선호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책속의 어떤 이처럼 책을 사기위해 일부러 값싼 점심을 먹거나 사고 싶은 물건을 억누르며 참는 생활을 하지 않지만, 좀처럼 책을 사들이는 한도액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수집을 통해 수집된 물건으로부터 자신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고 생각의 방향성을 얻는 일이 종종 있다. 사람은 스스로 목적을 알 수 없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물건을 수집하기 시작하지만, 수집한 물건은 언젠가 언어가 되고 문맥이 되어 사람을 지혜로운 길로 이끈다. 자신도 분명히 알 수 없는 어떤 호기심이 지혜의 결정체가 되어 간다.” P170

 

 

 

이런 장인 정신이 생긴다면, 책 콜렉터로 살아가는 것이 나쁘지 않겠지만 그 깨달음을 얻기까지 참 많은 투자와 정성, 저장 공간 확보와 가족과의 다툼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상당히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장서가들은 이런 괴로움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도저히 감당이 안돼서 이제는 정말 처분을 해서 사람이 살아갈 공간을 만들기 위해 헌책방 주인을 불러 눈을 꼭 감고 가져갈 만큼 가져가라고 하며 책을 팔았지만, 결국 그는 그 돈으로 일부의 새로운 헌책을 또 들고 오지 않던가. 가족들과의 분쟁을 피하기 위해 사온 책을 밖에 두었다가 다시 들고 들어가는 치밀함도 장서가들의 괴롭지만, 즐거운 행복중의 하나로 여겨진다.

 

 

유독 새 책이 아닌, 헌책을 더 많이 사오고 그 헌책들을 서로 공유하며 사고파는 일들이 별일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일본의 책문화가 조금 부러웠다. 너무 많은 책으로 인해 “1인 헌책방”을 열어 며칠 동안 장서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 새 책이 아닌 그동안 구하지 못한 귀한 헌책들을 사러 오는 사람들의 모습에 정겨워 보였다.

얼마 전에 간 오사카 전철에서 나는 요즘 우리나라의 모습과 상당히 다른 지하철 풍경을 느꼈다. 요즘 지하철을 타면 앉아 있는 사람, 서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물론 그중에 E-BooK을 읽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SNS를 하거나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오사카 지하철에서는 스마트폰에 빠진 사람들은 지도를 보기위해 애쓰는 우리 일행들뿐이었다. 서 있는 중년의 많은 아저씨들이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면서 작은 문고판 책을 읽는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숙소로 돌아가며 우리와 다른 풍경들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었다. 책을 대하는 그들의 모습이 어찌나 경건하던지. 그렇다고 우리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요즘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모습은 매우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듯, 진열해 놓은 책이 많으면 뭐하나. 읽어야 나의 것이 되는 것이니 당분간은 나 또한 읽기에 몰입해서 책 다이어트에 돌입해야 할 것 같다. 많은 책을 보유하는 장서가가 아닌 한권의 책을 열 번씩 읽어 의미를 남기는 올바른 독서가가 되어야 할 텐데, 여전히 새 책 알림 메일을 꾸준하게 읽고 있어서 큰일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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