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키메 스토리콜렉터 26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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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시작하는 부분이 너무나 사실 같아서 작가가 마치 정말로 누군가로부터 정보를 받아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그랬는지 11월에 읽으면서도 등골이 오싹할 때가 있었다. 천성적으로 호러 물을 싫어하고 피나오는 영화도 보지 않는 사람인지라 한 장씩 읽을 때마다 이 두꺼운 소설을 어떻게 다 읽을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막상 읽을 때는 몇 시간이 안돼서 끝나버려 허무한 부분도 있었다.

 

 

책 표지 또한 소설속의 한 부분에 있는 이야기인지라 마치 소설 속에 있는 주인공이 계속 정말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착각이 들어서 책 표지도 거꾸로 뒤집어 놓거나 책 위에 물건을 올려놓고 잘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러니까 책이 정말로 사실적으로 읽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마치 “노조키메”라는 스쿠자 산지에 괴물의 전승이 있다는 제보를 받으며 그 이야기를 담은 노트를 받으며 진짜로 있다는 그 이야기의 실체를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이 이야기를 다 읽게 되면 정말로 그 노조키메와 마주 하게 될지 모른다는 전제를 깔아 놓는다.

 

 

 

십여 년전에 보았던 영화 <링>이 충격을 주며 무서웠던 것은 마지막 장면의 귀신의 모습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었던 비디오테이프라는 소재 때문이었다. 쉽게 접할 수 있고 누구나 한번쯤은 다 보게 되는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전해지는 공포는 나만은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 그러니까 나도 그 공포의 확장에 포함이 된다는 것에 가장 큰 공포가 숨겨져 있는 것이었다.

 

 

이 책 <노조키메> 또한 그렇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을 통해 공포의 확산을 시켜 놓고 있다. 처음 읽으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 책. 그 책을 접하게 되면 결국 공포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나도 피할 수 없는 공포와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가 마치 다큐를 찍듯 두 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엿보는 저택의 괴이><종말 저택의 흉사>중 엿보는 저택의 괴이에 더 소름이 돋는 분위기가 느껴지긴 했지만 두 이야기다 모두 적절한 판타지와 현실의 만남에 등골의 식은땀이 나게 했다. 간혹 여행을 하다가 만나게 되는 외진 길에 들어서면 정말로 나는 그 소설 속에 나오는 하나의 장면이 떠오를 것만 같다. 소설 속처럼 지도에도 없는 장소를 만나게 되고, 주인공들이 보았던 예쁜 소녀를 만나게 된다면 더 화들짝 놀랄 것 같다. 다행히 외진 별장에 애써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지 않아도 되는 나의 현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어야 하는 것일까. 아마도 나는 이 소설을 두 번은 더 읽지 못할 것 같다.

 

 

간혹 피가 낭자한 영화들보다 섬뜩한 하나의 장면으로 더 큰 공포를 주는 영화들이 있는데 이 소설이 그런 부분이 많다. 머리 풀어 내린 귀신이 없어도 훌륭하게 공포를 묘사하고 있으며 이런 소설을 쓰는 작가들은 평소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참 궁금하기까지 하다. 그의 다른 소설이 궁금하면서도 사실 두렵기만 하다. 이런 공포를 다시 마주 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는 다소 버거운 시간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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