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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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면 공지영의 <도가니>가 생각난다. 무진의 안개 속에 가려졌던 진실들이 서서히 걷히며 가려진 안개사이로 진실들이 보였다 사라지는 것처럼 한 가족의 비밀이 긴 터널을 뚫고 버리진 길가의 옷처럼 추레한 그들의 진실이 드러난다. 그들은 이제 고개 돌릴 수 없이 그것이 그들의 모습이라는 것을 인정하며 마주 보아야 하는 비밀 앞에 서 있다.


김상호, 진옥영, 김혜성, 김은성 그리고 김유지는 각각의 비밀을 가지며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살고 있다. 여기서 은성만이 한 집에서 살고 있지 않을 뿐 그들은 법적으로는 가족이다.

장기 밀매업을 하고 있는 김상호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직업을 숨기고 있다. 강남 외곽에 자리 잡은 사무실에 간판은 걸려 있지만 정작 그 안에서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어떤 사업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김상호의 아내 옥영은 화교출신이다. 그녀는 대만의 김상호보다 훨씬 오래전에 만난 애인이 있었고 간혹 그를 만나러 대만에 갔었다. 상호에게 친정에 간다고 했지만 그녀가 절대 떠나면 안됐던 날 남편 모르게 친정이 아닌 대만으로 밍을 만나러 갔다.

은성은 학교에 잘 다닐 것 같지만 어쩜 그녀는 모든 것을 놓은 채 살 것이라고 너무 자명하게 그녀의 삶을 묘사시켰지만 사귀는 사람들마다 문제가 있다. 허울 좋게 남아 있는 아버지의 사무실을 찾아가 월세를 받아 오는 것 말고 가족의 의미 없이 혼자 살아간다. 그리고 그녀의 새 엄마 옥영의 딸 유지를 안 좋게 해 볼까 하는 생각을 가졌었던 비밀을 가지고 있다.

혜성은 남들 다 가고 싶어 하는 의과 대학에 들어갔지만 한 학기도 다니지 않고 등록금만 받아 학생을 신분을 위장하며 살고 있다. 여자 친구와도 어떤 진도도 나가지 않고 그냥 하루가 길고 지루 할 뿐이다.

옥영의 딸 유지는 자신의 어머니가 화교 출신 이라는 것, 아버지의 두 번째 결혼 상대라는 것을 유치원과 학교에 다니면서 알게 된다. 그래서 아이들과 거리를 두며 철저하게 혼자 생활을 하는 것을 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의 힘으로 감당한다.

남들 다 하는 게임을 한다 던지 메신저에 가입해 음란행위를 요하는 아저씨를 사이버 상으로 만난 당황스러움조차 유지 혼자의 것이다. 복층으로 지어진 고급 빌라타운에 살고 있는 한 가족의 비밀은 서로만 알고 있고 모두가 서로 “너는 모른다 ”였을 것이다.


하지만 바이올린 영재 유지의 행방불명으로 너는 모르는 나의 비밀을 서로 공유하기 시작한다.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 김상호의 장기밀매업에 대해 옥영은 사실 모른 척 하고 있었다. 단지 그녀는 그가 가져다주는 돈으로 안락한 집안을 꾸미면 되는 것이었고 말갛고 뽀얀 피부에 바둑알 같은 눈을 가진 작은 얼굴의 딸 유지만 키우는 됐다. 남편의 비밀을 공유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혜성은 조작해서 만든 등록금 영수증을 아버지에게 내밀며 받아든 돈을 약간의 죄의식을 가지며 사용하지만 그 무거운 마음을 은성에게 털어 놓으며 비밀의 짐을 덜어 놓는다.

아버지의 재혼으로 멀어졌던 혜성과 은성은 새 엄마 옥영과 거대한 거리감을 느끼며 가족에게 멀어져 갔던 은성과 혜성은 어버지 때문에 가족을 잃어버렸던 그들의 자리에 아버지의 직업의 윤리상과 불법의 그림자로 다시 가족이 되어 만났다.


언제 다시 찾을 수 있을지, 살아 있는지, 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유지를 다시 만났던 그날, 은성과 혜성 옥영은 다시 가족이 되었다. 혜성은 잃어버린 유지를 찾기 위해 전단지를 만들어 돌렸었고 은성은 어느 날부터 유지를 만나기 위해 옥영의 집으로 온다.

이제 그들은 너는 모르는 그것을 우리는 알고 있는 것으로 한번 빠지면 나오지 못할 늪지 같은 어둡고 무거운 습기가 가득한 긴 터널을 함께 갈 것이다.


그간 말랑말랑했던 글을 써 온 정이현은 조금 다른 그녀의 모습과 맞닿게 했다. 정이현의 말랑했던 얘기들이 참 건조하게 느껴졌다.

정말 열심히 썼다는 작가의 진정성이 느껴질 만큼의 두꺼운 책이다. 그 두꺼운 깊이만큼 작가는 많은 고통이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녀가 사람에 대한 느낌이 더 절실하게 다가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빨간 표지 속 여자아이의 모습이 절반 밖에 보이지 않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또한 표지속의 여자가 유지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그 모습이 정이현으로 새로운 시작을 알리며 걸어가는 것 같다. 그녀가 원하는 길로 걸어가 다시 만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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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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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날개 짓을 하는 나비가 있는 표지를 넘기면 덜컥 겁이 나는 문장이 들어온다.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몇 년전 처음으로 청소년 문학 소설을 읽은 것은 이경혜 작가의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였다. 그 소설 속에서도 주인공의 죽음으로 시작되고 죽음의 원인이 드러나며 안타까운 교육 현실과 교우 관계에 대한 본절적인 소통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소설이었다.

<우아한 거짓말>역시 아이들이 느끼는 소통의 단절, 어린 마음으로 감당하기 힘든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한병태가 전학을 오면서 권력을 잡고 있던 엄석대에게 따돌림을 당하게 되는 것처럼 천지도 전학을 온다. 엄석대와 조금 다르게 아이들 사이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화연에게 함께인 것 같지만 그속 에서 혼자를 만들어 놓는 따돌림을 시작한다.

천지는 공부도 잘하고 외모도 예쁘고 성격도 좋은 괜찮은 아이였지만 천지를 물리적으로 괴롭히지는 않지만 심리적으로 왕따를 시키는 화연과의 관계에서 힘들어했다. 말 한마디로 교묘하게 천지를 반 전체에서 바보로 만들고 생일날은 일부러 한 시간 늦게 알리고 모두가 다 먹은 밥상에서 초라하게 앉아 있게 하는 화연의 모습은 악(惡)으로 보이기 충분하다. 중국집을 하는 화연은 외동딸이니 항상 돈이 많다. 그런 화연은 천지는 너무 쉽게 낚을 수 있는 먹잇감이 되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상냥하기까지 한 그녀는 그녀의 우아한 거짓말로 천지를 천치로 만들기도 한다. 그 우아한 거짓말이 천지에게는 얼음 송곳이 되어 결국 자살을 하게 되는 것이었을까. 


하지만 천지가 언제나 뜨고 있던 빨간 실, 그리고 그 실로 자살을 했던 천지의 빨간 실은 다섯 개의 주인을 찾아가면서 꼭 천지가 화연의 악랄한 모습 때문에 자살 한것이 아니라는 진실이 보인다. 첫 번째 붉은 실의 주인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중학교에 올라올 때까지 자신을 괴롭히는 화연에게 붉은 실 뭉치 하나를, 자신의 옆을 지켜준 언니 만지에게, 그리고 엄마에게....나머지 두 개는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갔다.


책을 읽다가 한숨이 절로 났다. 사람의 관계란 이렇게 변함이 없는 것일까...시간이 많이 흘렀어도 언제나 있던 문제들은 변치 않고 있는 것인가.

내게도 초등학교때 화연 같은 친구가 있었다. 너무 예쁘게 생기고 공부도 잘해서 선생님들이 참 좋아했고 반 남자 아이들은 한번쯤 마음에 품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만큼 예쁜 그녀에게서 나오는 그 독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 없었다. 웃으면서 뒤 돌아 오늘은 누굴 따돌려 볼까하며 친구들에게 전화하고 집으로 불러 자신이 정한 그 아이는 일주일이고 한달이고 말을 하면 안됐다. 참 어린 시절 어떤 권력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았을까? 하지만 이것도 딱 초등 6학년때 끝으로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어림없는 얘기가 되어버렸고 결국 그녀 주변에는 그녀가 따돌렸던 사람들이 모두 외면했고 중학교 삼년 내내 혼자 다니게 되었던 그때의 기억이 떠 올라 책을 읽는 것이 참 힘들었다.

하긴 이런 일이 어린 아이들에게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에 나오면 직장에서도 은근히 배어져 나오는 거리감을 상당히 두게 되는 어떤 이들의 무시 섞인 말로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없을까....


<완득이>이후 1년 만에 내 놓은 <우아한 거짓말>의 작가 김려령의 큰 장점은 몰입 할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이다. 또한 그녀의 시리디 시린 대사들은 각 캐릭터들을 잘 살려준다. 우리 엄마가 쓰는 대사들, 내 친구가 했던 말, 내가 언젠가 어릴 때 했던 말들. 천지와 천지의 엄마, 만지에게서 각각 제 옷을 입은 대사들이 톡톡 튄다. <우아한 거짓말>을 읽고 <완득이>를 읽었는데 김려령은 <완득이>같은 박장대소할 수 있는 작품을 또 써 줬으면 좋겠다.



조잡한 말이 뭉쳐 사람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혹시 예비 살인자는 아닙니까? -23P


사과 하실 거면 하지 마세요. 말로 하는 사과는요, 용서가 가능 할 때 하는 겁니다. 받을 수 없는 사과를 받으면 억장에 꽂힙니다. 더군다나 상대가 사과 받을 생각이 전혀 없는데 일방적으로 하는 사과, 그거 저 숨을 구멍 슬쩍 파놓고 장난치는 거예요. 나는 사과 했어, 그 여자가 안 받았지. 너무 비열하지 않나요? 2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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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부터 헬로라이프 스토리콜렉터 29
무라카미 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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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매년 다이어리를 장만하면서 다음해에 어떤 일정이 있는지 기록하면서도 정작 나의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는 적어 놓지 않는다. 대부분 다이어리에 이제 내가 몇 살이라고 적어 놓는 사람들이 있을까. 몇 살인지 생각하지 않으면 나이를 잊고 있다가 회사에서 치러지는 건강검진때 실질적인 나의 나이와 마주하게 된다. 그때, 나는 숨기고 싶은 비밀을 타인에게 발각되어 놀란 것처럼 화들짝 놀라는 수선을 떨곤 했다. 아, 벌써 나이가 이렇게 많아졌다며. 나는 뭐 하며 살아 온 것이냐며 우울해 하지만, 그것도 생물학적 나이와 마주하고 나서 아주 잠깐의 소란이다. 이내 곧 나이를 잊고 말다가 이런 책을 만나게 되면 점점 다가오는 중년의 무게를 어떻게 지나가야 하며 노후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을 하게 된다.

 

 

그간 [오디션]이라는 영화 때문에 나에게는 충격의 작가였던 무라카미 류의 책이라는 것에 사실 반갑지 않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이렇게 착한 무라키미 류라니 믿기지 않는다고 할까. 무라카미 류의 소설은 폭력과 섹스만 강조된 엽기 소설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의 소설은 너무 착한 소설이었다. 그도 나이를 먹으니 변한 것일까. 그간 신문에 연재된 총 5편의 단편 소설을 묶어 놓은 [55세부터 헬로 라이프]는 이미 고령화가 심각하게 이뤄진 일본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황혼 이혼을 이후로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다름 [결혼상담소]는 읽는 동안 마음이 불편했다. 퇴직 후 집에 들어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남편과 이혼을 결심하고 마트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다가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서 재혼을 위해 결혼상담소를 찾아간 시즈코는 여러 번 선을 보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남편에게서 받은 위자료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견딜만하다고 생각하고 좋은 재혼 상대를 찾아보지만 현실은 마음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 것이다. 만약 이때, 돈이 많은 상태의 남자였다면 황혼 이혼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땠을까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주인공을 부인이 아니라 남편의 시각으로 풀어 봤다면 그동안의 아내의 소중함을 얘기하며 지금의 배우자와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교훈적인 내용으로 끝을 내지는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다섯편의 가장 좋았던 [하늘을 나는 꿈을 다시 한 번]이란 단편 소설이었다. 회사에서 정리해고가 된 후 주인공 안도 시게오는 끊임없이 새로운 직장을 찾으려 애를 쓰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어떤 작가가 말했듯이 노년에 접어든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해주는 직장을 찾기가 어려웠다. 직장을 찾으며 그는 거리의 노숙자를 보면서 혹시 자신도 더 이상 취직을 하지 못하면 저런 상태로 되는 것은 아닐까 괴로워 할 때쯤 공사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때 만나게 중학교 동창생과의 만남에서 같은 처지에 놓인 자신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 소설이 가장 좋았던 것은 얇은 지갑 속에 자리 잡은 몇 만원을 내 삶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을 위해 쓰이고 나면 나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걱정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두 달간 여관에 투숙하면서 더 이상 나가지 않고 있다며 그 친구가 나갈 수 있게 도와 달라는 전화를 받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부분은 친구의 생사가 아니라 그 친구의 두 달치 여관비를 대신 내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간 몸이 아파 공사 현장에도 나가지 못하고 있고 그에게는 충분하게 쓸 돈이 없었다. 그런데 절친한 친구도 아닌 동창생의 전화에 두 달이나 밀린 여관비를 내러 가야 할 것인가 갈등하는 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짧은 탄식이 나왔다. 나였다고 해도 어쩜 잠깐이라도 정말, 그 밀린 여관비를 생각했을 것이고 빈 지갑을 떠 올리며 갈등했을 것이다. 친구가 지금 많이 아프냐고 물어 보는 것보다 밀린 여관비를 내줄 형편이 되지 않는 자신의 입장을 먼저 말했을 것 같아 우울했다.

 

 

 

나머지 세편의 소설도 노후에 벌어질 일들을 얘기하고 있다. 가족이 다 떠나고 두 부부가 새로운 가족으로 맞은 개가 세상을 떠남으로 인한 상실감을 다룬 [펫로스]나 이른 퇴직을 하고 그 돈으로 캠핑카를 사고 일본을 돌며 여행을 하고 싶은 주인공과 달리 자신의 노후의 삶이 있다며 거부하는 아내를 두고 고민하는 [캠핑카], 그리고 한 번의 이혼 후 혼자 살면서 내형 트럭을 몰다가 이제는 체력적으로 힘들어 그런 일을 못하고 헌책방에서 헌책을 사서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 만나게 된 여인과의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앞으로의 자신의 남은 시간을 어떻게 여행을 하며 보내게 될 것인지 다룬 [여행 도우미]의 이야기는 노년의 쓸쓸함이 있지만 이야기의 끝은 대부분 희망으로 끝이 난다.

 

 

결혼상담소의 여주인공은 헤어진 남편을 다시 만나서 다시 재결합을 생각해 보다가 앞으로 결혼상담소를 더 다녀보며 남은 인생을 함께 할 사람을 더 찾아보기로 하며 희망을 갖는다.

 

 

“ 분명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절망이나 실의를 겪고 난 뒤에는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방식을 발견했다 고해서 단순히 제자ㅣ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이 순간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P76

 

 

 

[하늘을 나는 꿈을 다시 한 번] 또한 동창생의 죽음을 알리는 동창생의 어머니에게서 받은 미네랄워터를 마시며 남은 삶의 희망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적어도 가족이 있고 아직 살아 있지. 맛있는 물도 마실 수 있고, 그리고 살아만 있으면 언젠가 다시 하늘을 나는 꿈을 꿀 수 있을지도 모르지.” P167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꼭 그때까지 살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이렇게 의미 없는 어떤 희망으로도 행복한 노후를 맞아야 하는 것일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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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유 - 가슴 뛰는 여행을 위한 아홉 단어
밥장 글.그림.사진 / 앨리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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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국 정도를 여행한 친한 언니에게 “당신에게서 여행은 어떤 의미인지”를 물어 본적이 있었다. 왜 이토록 떠나야 하는지 물어 보자 그녀는 여행이라는 단어보다 어느 한 나라의 소도시 이름을 듣는 순간 죽어 있던 연애 세포가 살아나는 느낌이라고 했다. 다시는 연애는 못할 것 같아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생각하다가도 가슴 뛰는 이상형을 만나는 것, 그래서 그 사람 생각만 하면 가슴이 울렁거려서 잠이 오지 않는 그런 날들을 맞이하는 열병을 앓아서 나도 누군가를 사랑 할 수 있는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그런 순간이 오는것 같다고 했다. 그 두근 거림은 여행책자에도 한 줄로 설명되어 있는 작은 시골 골목길을 만났을 때 생긴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골목길을 발견하기 위해서, 아니 가슴 뛰는 날들을 맞이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꼭 이렇게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일상은 늘 떠나야 하는 이유가 없다가도 있기도 한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면서 작가이기도 한 밥장님의 [떠나는 이유]는 그가 여행을 떠나면서 사람들에게 던지는 아홉 개의 단어들을 제시한다. 여행을 준비하고 가려고 했던 곳에서 사람을 만나고 사람과 함께 자연을 느끼고,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그 공간을 공유하는 것, 그렇게 삶의 시간을 나누고 돌아오는 것은 어쩌면 평범한 일상의 행운일지 모른다. 그리고 돌아와서 혹은 여행을 하는 도중 남겨 놓았던 기록들은 그 작은 행운들을 다시 곱씹게 될 것이다.



한때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참 부러웠었다. 물론 그 부러움의 크기가 조금 달라졌을 뿐이지 지금도 여전히 부러움의 대상이다. 나에게는 참 위대한 작가 김훈도 밥벌이의 지겨움을 하고 있는데, 어떤 이들은 이런 밥벌이가 놀러가는 것처럼 여행을 즐기고 있다니 얼마나 부러운가. 하지만 유럽의 8일 이상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내가 있었던 집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몇 달간씩 여행을 한다는 것을 부러워했다가도 안락한 나의 낡은 침대를 발견하는 순간 그 부러움이 모두 사라진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내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돌아갈 곳에는 나를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고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하루 종일 잠을 잘 수 있는 아늑한 침대가 있다는 것, 그것은 세상의 가장 위대한 보물과도 같은 것이다.




아무 음식이나 잘 먹는 나도 일주일 정도 버터 냄새만 가득한 면 종류 혹은 볶은 밥을 먹고 나면 늘 그리운 음식이 하나가 있다. 집에 돌아 왔다고 느끼는 것은 MSG 냄새가 가득한 라면 냄새이다. 무거운 캐리어 가방을 거실에 놓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집에 들어오기 전에 (우리 집에는 라면을 사 놓고 먹지 않는다. 그만큼 즐겨 먹지 않는다.) 제일 매운 맛으로 라면 하나를 사와서 끓여 먹는 일이다. 적당히 잘 익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아삭한 소리가 나는 김치와 함께 라면을 먹고 나서야 비로소 나의 긴 여행이 끝이 나서 집으로 돌아 왔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저자처럼 나 또한 컴백 기념은 라면 한 그릇이다.




지난해에 회사 사람들과 함께 오사카로 여행을 간적이 있었다. 그때 여행 스케줄을 짜면서 정말 힘들었던 것은 모두의 입맛에 맞는 여행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첫날 한국에서 빡빡하게 짜온 일정을 소화를 다 하느라 힘들었던 그날들을 생각해보니 왜 우리는 지도를 놓고 스케줄 표를 놓고 길을 잃는 여행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안타까웠다. 물론 말도 안 통하는 나라에서 길을 잃고 헤맨다는 것이 여행의 즐거움을 가져 오는 것은 아닐지라도 적당히 길을 놓치며 만나게 될 새로운 길에 대한 기대를 왜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블로그들의 여행 리뷰를 통해 마치 그 골목을 찾아 갔던 것도 같은 착각을 줄 정도로 친절한 리뷰가 많지만 어쩌면 그것은 때로는 진짜 여행을 방해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패키지여행이 싫다며 자유여행을 떠나보지만 우린 결국 <론리 플래닛>을 철석같이 믿거나 스마트폰으로 쉼 없이 검색합니다. 뻔 한 길을 가면서도 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내 여행은 어쨌든 달라야 하기에 허풍만 늘어납니다. 낚시꾼들이 자기가 잡은 물고기가 더 크게 보이게끔 카메라 쪽으로 팔을 쭉 뻗어 사진을 찍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면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훈훈하게 마무리 합니다. 하지만 <론리 플래닛>을 버리고 블로그에 소개되지 않은 길로 가야 ‘초행자의 행운’이 찾아옵니다. 행운은 우리가 길을 벗어나길 바랍니다.” P37



여행은 안전이라는 말과 함께 생각을 하게 된다. 이곳에 가면 안전하지 못해 큰일이 나면 어쩌나 걱정이 되고, 누군가 그 길을 걸어가 보고 괜찮았다는 말을 들으면 나도 그 길을 걸어가야 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길을 잃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때로는 어느 곳에서 반짝이고 있을 행운을 믿으며 지도와 스케줄 표를 가방에 집어넣고 무거운 카메라도 없이 여행을 떠나는 것이 진짜 여행일 것이다.



저자가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에 가슴이 뭉클했다. 특히 같이 시장에 나가 오렌지를 팔기위한 애썼지만 소득은 별로 없었지만 그것을 탓하지 않고 맛있는 밥(하지만 그 밥은 사실 특별하지 않는 그런 그냥 집 밥)을 먹으며 흙탕물 같은 강물에 비린 손을 씻고 맨손으로 밥을 먹어도 전혀 비위 상하지 않았던 그 순간은 어쩌면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운일지 모른다.



나는 작년에 갔다 온 터키에서 만난 사람들을 잊을 수가 없다. 한국 가수 “수지”를 좋아해서 한국 이름을 수지라고 지었다는 열여섯 소녀는 수지와 전혀 닮지 않았지만 동네에 있는 작은 자미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소녀의 해 맑은 웃음으로 오랫동안 일정으로 힘들었던 우리를 웃게 만들어줬다.


쉬린제 마을에서 만난 그녀도 내가 터키를 가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이었다. 터키가 좋아 오랜 여행 끝에 터키인과 결혼을 하고 무슬림이 되었다는 그녀에게 한국으로 돌아와서 선물을 보내주고 싶었지만, 소포비가 너무 많이 나온다며 주소를 알려주지 않은 그녀 때문이라도 터키를 다시 가고 싶은 나라가 되었다. 여행은 이렇게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놓기 때문에 떠나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닐까. 그때 나는 깨달았다. 여행은 사진이 아니라 사람을 가슴에 남겨 가는 것이었구나. 그런 여행을 왜 오랫동안 해보지 못한 것일까.



설 연휴 때 홋카이도로 여행을 떠난다는 한 지인의 카톡에는 홋카이도 책과 함께 이런 글귀가 써져 있다.



“어떤 사람은 마음이 아파서 떠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일상이 지겨워서 떠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아무 이유 없이 떠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떠날 이유를 찾느라 떠나지 못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떠남은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가슴이 뛰길 원해서 떠난다는 언니처럼, 때로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 위해서 떠나는 친구처럼 저마다의 이유와 함께 길 밖을 나서는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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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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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연히 알게 된 [이동진의 빨간책방]이 아니었다면 나의 책 읽기는 얕은 시냇물같이 흘러갔을지도 모르겠다. 같은 책을 읽고 서로 다른 감상을 얘기하면서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두 남자의 얘기에 때로는 아주 오래전, 고등학교 때의 문학 토론 동아리를 떠올리게 됐다.





혈기 왕성한 나이의 토론장이라서 모두 자신의 얘기에만 집중하게 됐고, 혹여 자신의 공감이 배신당했다는 생각이 들면 그날로 반대의 의견을 제시한 친구와 며칠 서먹하게 되었던 날들은 우리가 타인의 얘기에 집중하지 않고 오로지 나의 목소리만 들려주고 토론 할 줄 모르는 사회에 살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간 자신이 읽은 책의 리뷰를 묶은 서적들을 많이 읽으면서 한 사람의 느낌만 받았다면 팟케스트로 듣게 된 두 사람의 책 이야기에는 존중과 공감, 배려가 함께 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형태를 알려주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의견이 달라도 자신의 얘기가 먼저라고 내세우지 않는다. 특히 한 작가의 대표작을 두고 얘기 할 때도 서로가 다르지만 그 다름을 틀리다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은 그동안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통해 소개된 총 7개의 소설은 모두 외국 소설이다. 그중에 단 한편 동양소설 하루키의 책이 들어가 있고 대부분은 유럽권 소설이다. 벌써 100회가 넘은 빨간책방에 그동안 수많은 비소설과 소설이 소개 되었지만 그중에 엄선된 그들이 택한 총 7권의 책은 그냥 책을 읽는 형태로 지나치지 않는다.

간혹 책을 읽지 않고 팟케스트를 들을 때가 있어서 다음에 그 책을 읽는데 분명 알고 있는 반전 내용 때문에 방해가 될 것 같아 듣지 않고 책을 먼저 읽고 듣는 경우도 있는데 어쩔때는 먼저 듣고 책을 선택해서 읽기도 한다. 내 경우에는 둘다 책을 읽는데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첫 번째 책을 읽고 들을 때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두 분들은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뒷얘기를 알고 계신건지) 두 번째 팟케스트를 통해 듣고 책을 읽게 되면 훨씬 풍부한 사전지식을 통해 몰입도가 생기기도 한다.



원작을 가지고 영화를 만든 <속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파이 이야기>는 원작과 영화의 다른 부분도 소개해준다. 무엇보다 영화 평론가로 있는 이동진 기자님(나는 기자라는 호칭이 더 입에 착 붙는다)이 하나의 작가를 통해 확장되는 이야기는 듣고 있노라면, 이 남자 정말 참 많이 알고 있지만 잘난 척하지 않아 더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어떤 네티즌이 쓴 덧글이 생각이 나는데 누군가 이동진처럼 영화 평론을 하려면 이동진보다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정말이다, 그는 정말 많은 책을 보유도 하고 있지만 (언젠가 집에 만권 이상의 책이 있다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그 많은 책을 다 읽었을까 의심할 여지없이 방대한 지식을 팟케스트를 통해 쏟아 낸다.


그들이 꼽아 놓은 7편의 소설 중에 가장 마음을 쫀득하게 했던 소설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었다. 이 소설을 통해 두 사람이 바라본 인연과 운명의 얘기에 한권의 책을 읽고 이렇게도 생각을 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우연은 찾아내는 사람이 발견하는 것이고 찾아내서 의미를 붙이는 사람이 그것을 운명으로 만들어놓는 것이기 때문에 세상에 수많은 우연이 있죠.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 조립해서 우연으로 운명을 만들고 필연으로 만드는가 자체가 매우 중요한 삶의 태도일 거예요. 그것이 자기 인생을 꾸리는 방식이니까요.”P99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김중혁 작가의 말



“사랑이란 꼭 그 사람이어야 할 필요가 없는 우연을 반드시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 운명으로 바꾸는 것” P87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이동진기자의 말.




책을 한권 읽을 때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팟케스트 <빨간책방>을 통해서 들을 때마다 지금 내가 책을 잘 읽고 있는 것인가 한번쯤은 점검을 하게 된다. 간혹 블로그를 통해 올리는 책 리뷰가 어쩌면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표면적인 읽기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좋아해서 열 번을 그 책을 읽었다는 김중혁 작가처럼 나도 그렇게 곱씹어 놓을 수 있는 책을 읽고는 있는지 생각해본다. 그렇게 읽고 있지 않는 나를 발견하고 나니 마음이 무겁지만 이제 알았으니 깊은 맛을 느끼는 책 읽기를 다시 해야 할 듯 하다.



두 남자의 수다가 정겨운 빨간책방에서 골라 놓은 한국문학 소설들은 또 어떤 것들일지 궁금하다.







친구가 빌려가서 가져 오지 않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빼고는 총 여섯권의 책이 다 있다니, 놀랍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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