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5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좀 더 정직하게 출 수 없어?" 

  "그런데 이런다고 누가 봐주기나 하니?" 

  "우리 쓸데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야 요시카와 미우도 여기서 부터 시작했어." 

  언젠가는 주인공이 되길 꿈꾸며 춤을 추는 이들에게 팀의 리더인 요시카, 오직 춤뿐인 미우, 전직 호스테스 출신인 토모에, 솔로를 꿈꾸지만 실력이 부족한 아이코라는 멤버의 백댄서즈는 꿈이요, 희망이다.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는 백댄서로 시작해서 정직하게 춤을 추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주인공으로 올라선 입지전적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 성이 있으니 선택은 알아서 하시길...

>> 접힌 부분 펼치기 >>

  미국판 영화 허니와 매우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소재, 비슷한 포맷, 마지막에 백댄서들이 떼거지로 나와 합동 공연을 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허니를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마지막의 해피엔딩은 더더욱 그렇다. 어찌보면 허니의 복사판 같은 모습이지만, 일본 영화만이 가지는 아기자기한 맛을 나름대로 가지고 잇다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 본다. 과연 정직하게 좋아하는 것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주인공이 되는 날이 올까? 영화에서는 예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정직하게 좋아하는 것을 하다보니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되고보니 과거를 정직하고 좋아하는 것을 하던 순수한 모습으로 표백하는 것이 아닐까? 너무 비뚤어진 시각일까? 

  그렇다면 다른 질문을 던져 본다.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영화에서조차 비관적인다. "더 이상 춤이 먹히지 않는 시대, 더 이상 춤으로 성공할 수는 없는 시대." 라고 주인공의 매니저조차 말한다. 아니 주인공들도 말은 않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춤은 딴따라들이 하는 것, 노는 애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편견 속에서 순수하게 춤만 고집한다는 것이 얼마나 배고픈 일인지 영화에서조차 말하고 있으니 현실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나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간단하지 않다. 아니다. 메시지는 간단하다. 그렇지만 그 메시지가 던져주는 힘은 가볍지가 않다. 돈만 벌면 된다, 안정적인 직장이 좋다, 꿈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가 우선이다라고 외치는 물질만능주의, 이것을 위해 모든 것을 올인하는 학벌주의, 성공 지상주의의 세상 가운데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백댄서즈 같은 바보들이 하나쯤은 있는 것이 보기에도 좋기 않겠는가? 그리고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지만 이런 바보들 때문에 세상은 발전하고 살만해 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언젠가는 주인공이 될 날을 꿈꾸면서 정직하게 땀을 흘리는 이 시대의 백댄서즈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나는 스포츠 만화를 무척 좋아한다. 오랫동안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끝에 간만에 스포츠 영화를 발견했다. 그것도 야구만화다. 얼마전에 "사랑을 위하여"라는 캐빈 코스트너 주연의 야구 영화를 본 뒤라 기대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젠장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여기서부터는 영화의 줄거리에 대한 부분이기 때문에 접는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영화를 보면서 약간 의아했다. 영화의 끝이 영 시원치 않아서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전반부에는 메이저리거를 향해 열정을 불태우던 주인공이 갑작스럽게 야구를 그만두고 불법체류자로 전락해 접시닦이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도 이상했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 부분도 영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고, 마치 화장실에 가서 시원하게 밀어내기를 해야하는데 떨어지는 물 한방울에 끊어치기를 한 기분이랄까? 영화의 엔딩은 비극적이든지, 희극적이든지 어쨌든 감정을 극적으로 드러내게 만드는 것이 정석인데, 이 영화는 그저 "씁쓸하구만."이라는 말 한마디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슈거라는 그의 별명이 전혀 어울리지 않게 씁쓸하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영화의 초반부에 미국으로 향하는 산토스에게 친구가 말한다. "나도 야구 경기에서 150 킬로이상을 던졌었다." 그러자 산토스가 묻는다. "그런데 왜 여기서 이렇고 있냐?" 친구는 씁쓸한 표정으로 맥주만 마실 뿐이다. 이제 산토스도 그 행동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아메리칸 드림이 결국은 백일몽이었다는 사실을 너무나 비싼 대가를 주고 깨달은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산토스와 마찬가지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태평양을 건넜다. 고학력자들이 광부로, 그리고 간호사로 독일로 건너갔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그들을 우리나라 산업을 위하여 기꺼이 희생하는 사람들로 추켜 올렸다. 그리고 그들이 본국에 보내는 돈으로 산업화를 일구어 내었다. 그 과정 속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이 되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꿈이 깨어져 버렸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산토스처럼, 산토스의 친구처럼 자기 인생을 씁쓸하게 바라보면서 살아가게 되었을까? 얼마나 고향 땅을 밟고 싶었을까?

  우리는 얼마나 그들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가? 얼마나 고마워하는가?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고 있는가? 그들이 어디에 가서든지 "I'm Korean"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부심을 심어주었는가? 자부심은 커녕 고국으로 돌아오고 싶은 그들의 마음을 이용하여 돈벌 궁리를 하고 사기치지 않았던가? 왠지 영화의 씁쓸한 뒷부분이 떠올라 입맛이 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침에 메일을 확인하여고 메일함을 열었다가 유니세프로부터 받은 후원 요청 메일을 확인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루 1달러의 삶 - 콩고민주공화국 

 

  오랜 내전을 겪은 서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은 구호가 절실한 곳입니다. 공식적으로 전쟁이 끝나고 민주적인 선거도 치렀지만 여전히 동부지역에서는 반군이 활동하며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합니다. 국제적인 금융위기로 나라의 근간산업인 광업이 침체하면서 경제는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세계은행은 현재 콩고의 1인당 국민소득이 102불에 불과하다고 추정합니다.

국민의 70% 이상이 하루 1달러 미만의 돈으로 살아가는 최빈곤층입니다. 5세 미만 어린이의 38%가 만성영양실조 상태이며, 키부지역의 경우 13%의 어린이가 심각한 급성영양실조로 건강을 크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어린이의 절반이 초등학교에 다니지 못하며, 1년에 태어난 어린이 8명 중 1명은 생후 1년 안에 생명을 잃습니다. 5세 미만 어린이 사망률도 161명입니다. 46%만이 안전한 식수를 마시며. 10명 중 3명만이 위생적인 화장실을 사용합니다. 그 결과 오염된 물로 인한 설사병이 어린이사망원인의 14%를 차지하고 있으며, 북부와 남부 키부지역에서는 매년 콜레라가 발생해 어린 생명을 앗아가고 있습니다.

노동착취를 당하는 어린이, 매춘과 인신매매에 희생되는 어린이가 늘고 있는 가운데 분쟁지역에서는 소녀들에 대한 성 착취와 어린이 유괴, 강제징집 등이 계속됩니다. 설사와 말라리아, 증가하는 에이즈까지 지금 콩고민주공화국은 모든 문제를 복합적으로 안고 있습니다.

유니세프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여성과 어린이들을 위해 필수의약품과 영양실조 치료식 제공, 영양실조율 감소를 위한 비타민 A, 요오드, 철분 제제 공급, 말라리아, 설사, 에이즈 등 주요질병 예방과 치료, 어려운 처지의 어린이 보호사업 등을 중점적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열어 본 메일치고는 너무나 우울한 내용이다. 더군다 오늘 아침에 보건소에서 두 아이의 예방접종을 하고 왔기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른다. 18개월 6개월 된 두 아이덕에 이번주는 계속 보건소에 다녔다. 하루는 큰 녀석, 이틀은 작은 녀석. 매일 늦게 출근하면서 보건소에 아이를 데리고 예방 접종을 하러 가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예방접종비가 들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다음 주에는 작은 녀석을 데리고 로타 바이러스 접종하러 가야하는데 이게 한번 접종할 때마다 10만원이란다. 총 세번을 맞아야 하기 때문에 로타 바이러스 접종을 마치려면 총 30만원이 든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웃긴 것은 맞춰야 할 예방접종이 이것뿐만이 아니다. 폐구균 예방접종도 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한번 접종에 10만원씩 3번이란다. 2살 이후에 접종하면 2번이라고 하니 20만원이다. 우리 부부가 유별나서 이것 저것 다 접종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기본으로 이것들을 예방접종하고, 거기에 더하여 이것저것 더 접종한다.  

  그런데 콩고에서는 하루를 1달러로 생활한단다. 1달러를 대충 1200원으로 계산하면, 10만원이면 100달러가 조금 못 된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내 아이가 한번 예방 접종비면 콩고에서는 약 90여명이 하루를 생존할 수 있는 거금이라는 말이다. 둘째 녀석이 로타 바이러스 접종 세번을 다 접종하는 돈이라면 90여명의 아니가 3일을 살던지 아니면 한 아이가 거의 1년을 살 수 있는 돈이 된다는 이야기다. 뭐라 꼭 집어 말할 수 없지만, 속에서 무엇인가 울컥하고 넘어오는 것 같다. 

  내 아이들과 이 아이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저 내 아이들은 운이 좋아서 한국에서 태어나고, 그 아이들은 운이나빠서 콩고에서 태어난 죄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그 아이들이 무슨 죄를 지어 그렇게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지... 

  예전에 그런 생각을 했었다. 도대체 저 아이들의 불행은 누구의 잘못인가? 부모의 잘못인가? 정치인들의 잘못인가? 아니면 미국을 위시한 1세계의 잘못인가? 그것도 아니면 나의 잘못인가? 불행의 원인을 따지기 위하여 고민했었지만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물론 답도 찾지 못했다. 설령 답을 찾는다고 해도 그 아이들의 불행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질문을 바꿨다. 누구의 잘못인가가 아니라 내가 지금 할 일이 무엇인가로 말이다. 이 아이들을 웃게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눈에서 눈물이 조금이라더 덜 나게 하기 위해서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 그래서 나는 유니세프 정기후원자가 되었다. 두 아이에게 쏟는 것의 몇십분지 일이라도 그 아이들을 위하여 사용하자는 생각에 3만원을 후원하는 정기 후원자가 되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이 후원은 유지하려고 한다. 가능하면 1년에 1만원씩 증액하면 더 좋고 말이다. 

  가끔은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누리는 것들이 다른 이들에게는 꿈도 못꿀만한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했으면 좋겠다. 내게 있는 것을 다 포기하고, 그것들을 누리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그냥 조금만 나누자는 것이다. 세상이 조금은 더 밝아질 수 있도록. 혹 더 밝아지지 않더라도 덜 깜깜해지도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년 전인 것 같다. 내가 알라딘을 처음 시작한 것이.  

  부의 미래라는 책을 사야하는데 책 사러 나가기는 싫고 해서 같이 일하는 후배에게 아는 인터넷 서점이 없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알라딘"이었다. 그런가 보다라는 생각에 책을 한권 구입했다. 그리고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알라딘이 뭐하는 곳인가 탐구하기 시작했다. 암스트롱이 달을 탐사하듯이 알라딘의 이곳 저곳을 들어가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알라딘 서재!!  

  도대체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거인고? 궁금해서 개설해봤다. 이렇게 저렇게 만지다 보니 서평을 올리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모든 군인들이 그렇듯이 싸이에 몰두해 있었기에 블로그라는 것이 있었음을 알았지만 그렇게 큰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그냥 그런갑다 생각하고 지나가는데,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어린쥐를 비롯하여 막말을 쏟아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만수 형과 승수 형을 좌청룡 우백호 삼아, 무인지경을 가듯이 지금가지 정책을 사그리 무시하고 질주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일까? 총선 또한 한나라 당에서 먹었던 것이다. 젠장. 도대체 이 나라는 어디로 간단 말인가?  

  답답한 마음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미친듯이 책질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딱 50권만 읽자고 시작했는데 어느덧 50권은 다 읽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사 놓고 읽지 못한 책들이 수북하다.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자식들이 있음에도 눈치를 봐가면서 책질을 시작했다.  

  알라딘 서재 유저가 된지 어느덧 2년! 이젠 마이 리뷰 155편을 기록했다. 앞으로 200을 넘어가고 300을 넘어가겠지. 또한 리뷰 분 아니라 몇가지 생각의 단상들을 함께 기록하려고 페이퍼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귀찮음 대문에 시작은 안했지만  조만간 여러가지를 시도해보려 한다. 

  헤 알레세이야 엘류텔로세이 휘마스(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6년간 학교를 다니면서 지겹게 쳐다봤던 말이 내 서재의 이름이 되었다. 진리가 나를 자유롭게 하리라. 이 소중한 꿈을 품고 오늘도 알라딘 서재에 들어와 리뷰를 남긴다. 물론 알라딘 서재의 글들과 함께 늘어난 책들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면서 말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글샘 2009-10-09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 하는 시대가 과연 올까 싶습니다.ㅠㅜ
좋은 서재 잘 가꾸시길...
 
 전출처 : saint236 > From 순수 To 노욕(老慾)

 

 

 

 

   

   

  사람의 일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여러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나는 처음부터 마지막을 통틀어 살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 이 작업이 힘들다면 나는 전반부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후반부를 살펴본다. 인생의 마지막을 평생의 신념을 지키면서 살았는가? 평생동안 그가 하고 살았던 말을 지키기 위하여 노력하면서 살았던가? 아무리 대단한 성공을 하고 사회적인 명성과 권위와 권력을 얻는다고 할지라도 그가 평생 간직했던 신념을 지키지 못했다면 그의 인생은 아닌 말이지만 실패했다고 본다. 

  과연 김대중 대통령은 그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았는가? 우리는 그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김대중 대통령은 내가 처음으로대학생이 되던 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당시 IMF 체제와 가계부담, 그리고 높은 학비의 부담. 많은 학생들이 원하지 않게 휴학을 해야 했고 남자들은 서둘러 군대를 가야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입대를 하는 것도  하늘에 별따기였으니 국방부 전성시대는 박정희 시절도 아니고 전두환 노태우 시절도 아니고 김영삼 시절이 아니었겠는가? 여하튼 첫 투표권을 가지고 찍은 김대중 대통령은 선망의 대상이자 거목이었다. YS에 질렸던 나는 DJ라면 무언가 다를 것이라 기대를 했었는데 대통령으로 그의 모습은 기대이하였다. 남북정상회담, 노벨평화상 수상까지는 자랑스러운 대통령이었지만 그 이후 그가 보여준 행보는 실망 그자체였다. 성급한 판단이라고 해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카드를 통한 내수 활성화라는 생각은 분명한 실책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끊었으며, 신용불량자가 되었던가?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것은 진보라는 말과는 달리 신자유주의에 충실한 그의 정치색이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회장이나 김대중이나 거기서 거기였다.  

  알라딘 서평단을 통해 백무현씨의 만화 김대중1~2를 접하게 되었다. 그뒤로 3~5권은 사서 보았는데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왜 샀는가? 김대중 대통령을 평가하기 위한 데이터를 얻고 싶어서였다. 5권까지 책을 읽고 내린 평가는 80점이다. 

  순수하게 시작했던 그의 일생,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 그가 한 희생을 보자면 100점을 줘도 부족하지만 말년에 대통령이 되기 위하여 그가 행했던 모습들을 감점의 요인이다. JP와의 연합은 YS의 보통 사람과의 연합에 버금가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게다가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모습 등 대통령이 되기 위하여 그가 행한 행보들은 전략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효과적일지 모르겠지만 그가 평생 지킨 대의와 신념에 비추어 보자면 잘못된 선택임이 분명하다. 김대중의 매력은 우직함과 뚝심, 그리고 대의였는데 그 매력을 스스로 버리는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는가 생각한다.  그도 인간인지라 노욕에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YS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의 일생을 간략하게나마 돌아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는 것이 감사하다. 그것도 만화로. 만약 자서전이었다면, 혹은 평전이었다면 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일생에 대하여 평가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한다. 물론 이 책은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그렇게 씌여졌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5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