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증폭사회 - 벼랑 끝에 선 한국인의 새로운 희망 찾기
김태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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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금까지 나에게 보험이란 기껏해야 자동차 운전과 관련된 보험뿐이었다. 어쩌다가 어머니께서 내 이름으로 드신 보험이 전부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내 책상에 보험 약관이 쌓이기 시작했다. 해지할 것은 해지하고 정리할 것은 정리하지만 아직도 몇 개의 보험은 유지하고 있으며, 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이 생활비 중 무시하지 못할 부분을 차지한다. 매번 버리는 돈 같으면서도 막상 보험을 해지하지 못하는 것은 "만의 하나"라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그렇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가장 먼저하는 것이 자기 앞으로 상해보험 혹은 생명 보험을 드는 것이며 그것도 부족해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해서 태아 보험을 들고, 상해보험을 든다. 텔레비전 곳곳에서는 라** 무배당보험, A으헤헷 보험 등등 많은 보험사에서 사람들의 불안감을 조장하면서 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불안해져서 보험에 들지 않고는 안될 것같은 초조함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왜 이런 광고가 넘쳐나고, 보험 한두개쯤은 필수인 사회가 되었을까? 이 책은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사회심리학적인 측면에서 분석을 하고 처방을 내리려고 시도한 책이다.  

  한국 사회는 불안함을 해소시켜주는 사회가 아니라 오히려 증폭시키는 사회다. 과거 독재 정권은 6.25라는 민족의 트라우마를 건드려 불안함을 조장함으로 자기들의 권력을 정당화했고, 공고히 했다. 불안함을 조장하여 사람들의 손해를 감수시키며, 권력에의 충성을 끌어내는 상당히 교묘하고 효과적인 매커니즘을 자주 남발하여서 일까? 사람들은 이제 왠만한 불안함에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불안함에 면역이 된 사람들의 마음에 불안함을 불러 넣어주려면 도대체 얼마만큼 더 큰 불안감을 조장해야 하는 것일까?  

  정치권의 전매특허였던 이 방법을 시장들은 철저하게 배워 자기들의 마케팅에 이용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성공한 기업들은 거의 공짜로 막대한 금액을 모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것으로 사업에 투자하고, 로비하고, 비자금을 만들고 하면서 그들은 대기업으로 성장하였다.(중상모략으로 들리겠지만) 대기업들은 예외없이 보험사를 끼고 금융업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금산분리업이 그 앞길을 막아왔지만 조만간 무너질 것 같다. 자신들의 이익을 채워줄 소비자를 만들어 내기 위하여 기업들도 불안감을 조장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무엇으로 개인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가? 공동체를 파괴한다. 승자독식주의를 사회가 따라야할 복음으로 제시한다. 삶의 가치보다는 물질적인 가치에 모든 기준을 맞춘다.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큰 태풍을 만들어 내듯이 이렇게 손본 별것 아닌 것들이 우리의 불안감을 한없이 증폭시킨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더하여진 사회 속에서의 네트워크의 부재는 불안의 무한 증폭을 야기시킨다. 불안감이 불안감을 부르고, 그 불안감이 또 다른 불안감을 부르고. 한없이 증폭되는 불안감은 도무지 감소하지 않는다. 그러니 기댈 곳이 없는 사람들은 보험사로 달려가 보험이라도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자기의 정치적인 이해와는 다른 보수주의 정당을 찍어 놓고 거기에 기대어 뭔가 얻을 수 있고 보호받을 수 있다는 환상을 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것도 아니라면 사이비 종교, 혹은 광신이라는 현실 도피의 극단적인 수단을 찾을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러한 현상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고민해야 하지 않겠는가? 협동 조합도 좋고, 동창회도 좋고, 마을 잔치도 좋다. 무엇이 되었든지 보험이 아닌 인간관계로 불안감을 해소시켜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만약 그렇지않는다면 영원히 우리는 불안감 때문에 소비하고, 불안감 때문에 충성하는 불쌍한 존재를 벗어날 수 없다. 물론 그런 사회에는 희망이 있을 리 없다. 우리 사회에 과연 희망은 있는가? 공동체를 재건할 현실적인 방법은 있는가? 너무 어려운 숙제를 만난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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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1-01-07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났네요. 감사합니다.

세인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aint236 2011-01-07 10:32   좋아요 0 | URL
한번 읽어보세요. 재미있습니다.

cyrus 2011-01-13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책 읽고 있는데, 재미있더라구요, 진화심리학을 반박하는 저자의 관점도 흥미로웠구요. 읽으면서 많이 공감되기도 했습니다.

saint236 2011-01-13 22:50   좋아요 0 | URL
그렇죠. 사회학이나 심리학을 이렇게 가르치면 참 재미있을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2011-02-01 0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1-02-01 10:26   좋아요 0 | URL
일단은 집안일, 다음은 인사드리러, 그 담은 책을 좀....그동안 정신이 없어서 못 읽었는데 이젠 읽어야죠.

마녀고양이 2011-02-09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점과 해결책에 공감을 느낍니다.
승자 독식 주의... 정말 큰일이예요, 날이 갈수록 점점.
어제 시나리오 작가의 죽음 뉴스를 보니 슬펐습니다.

세인트님, 그래두여, 즐거운 새해되세요.

saint236 2011-02-09 11:10   좋아요 0 | URL
저도 어제 그 기사를 접하고 사람을 사람이 아니라 도구로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