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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무언가 있어 보이는 제목이다. 게다가 표지도 깔끔하면서 심플하면서 아름답다. 거친 촉감도 좋다. 그래서 하이드님이 이달의 아름다운 표지로 선정을 했던가? 먼저 표지를 펴면 몇 장에 걸쳐서 추천사가 적혀있다. 감동적, 휴머니즘적, 유머러스, 과학적, 천재적 등등 온갖 찬사들로 치장되어 있는 추천사들이 일렬 종대로 늘어서 있다. 문학 동네에서 알라딘신간 서평단으로 그리고 나에게까지 이 책이 건네지게 된 이면에는 나도 일렬종대 가운데 동참하라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참 고민이다. 만약 내 돈주고 이 책을 샀다면 불같이 화내고, 똥밟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아직 책을 보는 안목이 부족하겠다고 투덜대고 말겠지만, 서평을 써달라고 받은 책이기 때문에 고민을 좀 해본다. 좋은 평을 썽줘야 하는 것인가? 나도 일렬 종대에 동참해야 하는 것인가? 잠깐 고민 끝에 그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고작 책 한권 때문에 독자로서의 양심이랄까, 혹은 투덜거림을 잊어버린다면 안하느니만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서두에 한참 잡설을 놀어 놓는 이유는 책이 마음에 안들기 때문이다.
우선 이 책이 인문학으로 분류된 이유를 모르겠다. 내용은 에세이다. 자기 아버지 이야기, 자기 이야기, 어릴 때 농구한 이야기, 지금은 어떻게 늙어가고 있는지 등등 정말 사소한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늘어 놓는다. 어느 부분에서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의 유언만을 모아 놓았다. 중간중간 과학적인 사실들(대체로 인체의 성적인 부분들에 관한 이야기이지만)이 끼워져 있지만 그것을 가지고 이 책을 인문학으로 분류하는 것은 넌센스가 아닐까? 문학으로 분류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이 책은 정말로 두서가 없다. 3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으로 내용은 자기 삶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진도는 철학책을 읽는 것보다 더 안나간다. 편집과 구성이 이해가 안된다. 그리고 문맥이 많이 끊긴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들이 쌩뚱맞게 들어가 있다. 한참 자기 아버지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어느 작가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 번역하면서 혹시 몇 페이지씩 빼먹은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정도로 문맥이 맞지 않는다. 마치 책 한권을 다쓴다음 그것을 믹서기에 넣고 약간 거칠게 갈아서 다시 늘어 놓은 것 같다. 솔직하게 어설픈 무협지 한권만 못하다. 여기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찬사들이 주어진 것인지 모르겠다.
그 복잡한 내용을 읽고 간신히 저자의 생각을 끄집어 내 본다. 우리는 언젠가 다 죽는다, 인생은 생식과 번성을 마치고 나면 죽음으로 달려간다는 지극히 파괴적이고 비관적인 결론이다. 인생 뭐 있어, 죽으면 그만인데. 대충 이정도가 되지 않을까? 보통 죽음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 낸다면 인생의 유한성을 이야기하면서 열심히 살자는 시각과 어차피 죽을 거 뭐하러 열심히 사는가라는 허무주의적인 시각으로 양분되는데 이 책은 철저하게 후자이다. 그러다보니 이 책을 덮고 나서 갖는 생각은 이렇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그래서 어쩌라구?
참 재미없는 책이다. 내용도 없다. 기억에 남는 건 일렬 종대의 찬사문구뿐. 서평단 도서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읽지 않았을 책이다. 마지막으로 서평을 추천하면서 남긴 코멘트는 꿈보다 해몽이다. 어쩌면 내가 이 책을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무지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