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이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어도 약속을 못 지키거나 연락없이 늦는 건 확실히 넌센스란 생각이 든다.

 

어제는 성경공부가 없는 날이었다. 전날 성경 공부 리더님이 그렇더라도 예배 끝나고 보자고 하기에, 주일 날 그 시간엔 웬만해선 예배를 위해 교회 가지 않는 내가 그 시간에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를 갔다. 어제 하루를 겪어 본 이들은 알리라. 얼마나 더웠는지를. 무엇보다 그 시간은 해가 정수리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고, 머리카락을 태워버릴 기세였다. 그러니 여름 날 그 시간에 예배를 드리러 교회를 간다는 건 여간해서 내겐 없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 약속은 굳이 안 지켜도 되는 약속이기도 했다. 그냥 핑곗거리 하나쯤 대고 다음을 기약하면 되는 것이기도 했는데, 그룹내에서 제일 막내이기도 했고, 리더로부터 추후 연락이 없는 걸 보면 다들 나오기로 했나 본데 나만 모임에 나갈 수 없다고 하면 그도 별로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아 싫은데도 불구하고 굳이 나갔다.

 

아, 그런데 웬걸. 내가 예배 중 어디서 모이기로 했냐고 리더님께 문자를 드렸더니 그제야,

아, 연락을 안 드렸군요. 오늘 안 모이기로 했습니다. 미안해요.  

하는데 어찌나 화가나던지...

그럼 미리 연락 주시지...ㅠ

그랬더니 그렇게 결정 난지가 얼마 안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의 잘못이란 말인가? 그런 되지도 않을 약속을 만들고, 내가 문자를 하자 그제서야 안 모인다고 말하는 리더의 잘못인가? 그동안 느긋하게 있다 약속시간에 임박해서야 약속을 어긴 사람들이 문제인가?

 

그도 그렇지만, 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있다는 게 나를 더 화나게 만든다. 사람들은 그런 약속쯤 간단하게 안 지켜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 뭐 안 지킬 수도 있다고 치자. 적어도 피해는 안 가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얼마 전에는 후배와 만나는데도, 자기는 약속 시간에 늦는 것에 대해선 전혀 문제가 없고, 내가 약속 장소를 변경시킨 것에 잘못을 전가시키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 또 그전엔  이건 다른 사람인데, 약속 장소에 가고 있는데 기껏 전화로 못 갈 것 같다고 무려 1시간 전에 연락을 받기도 했다. 알겠지만 1시간 전에 연락을 한다는 건 그 시간에 연락을 못 한 것과 다르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는 사람과 만나려면 최소한 1시간 전엔 집을 나서야 한다. 집에서부터 준비한다고 치면 1시간 반 내지 두 시간 전엔 연락을 줘야한다는 얘기다.

 

아무튼 그런 여러 일을 겪다보니 약속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 늘상 사람 만나는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물론 상대도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일말의 책임의식이 없지는 않겠지. 어느 날, 성경공부 때 나의 이런 약속에 대한 트라우마를 고백한다면 어떤 일이 벌이질까? 그래. 네 말이 맞아. 약속은 잘 지켜야 해.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할게.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기독교인도, 일견 내 말을 잘 들어주다가 어느 지점에 이르거나 또는 뒤돌아 서서, "쟤는 세상을 너무 안 겪었어. 세상에 얼마나 많은 불합리와 부조리가 많은데 그런 걸 가지고 문제를 삼고 그래? 바라는 건 아니지만 더 기가막힌 일을 당해봐야 알아. 쯧쯧." 이렇게 말할 사람이 (비기독교인까지 합쳐) 모르긴 해도 열의 아홉은 될 것이다.

 

실제로 난 오래 전, 아는 후배한테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누나의 생각은 너무 옳아요. 너무 맞지만 세상은 그렇지가 않아요." 그 후배는 나와 무슨 말 다툼 끝에 이런 말을 했었다. 나는 그 후배한테 그런 말을 듣자고 했던 건 아닌데. 그저 미안하다는 진심어린 사과를 들으면 되는 거였다. 결국 남들 다 아는 도덕 가지고 얘기하지 말자는 건데, 그렇다면 걔는 그런 관계의 문제를 어떻게 풀기를 바랐을까? 그러니까 자신이 뭔가 부족하고, 남에게 피해를 줄 때마다 이런 식으로 되풀이 해왔다는 말도 될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나를 깐깐한 도덕주의자로 만드는 것이었다. 

 

관계에서 오는 문제라면 상도덕 가지고 풀일인데(나는 멀리 생각할 것 없이 상도덕의 문제만 해결해도 인간의 문제는 90% 이상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멀쩡한 상대를 기어이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고 자신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려 하는 건 그 후배만이 아니라는 것이 더 비참한 생각도 들었다. (아, 게다가 그 후배는 남자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냐며 젠더의 문제까지 들먹이기도 했다. 이쯤되면 '남자는 자꾸 나를 가르치려고 한다'쯤이 되는 건가? 아무튼 그 후배는 이상한 논리로 자꾸만 비약에 비약을 하기도 해서 질렸다. 물론 나중에 내게 사과는 했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문제가 없어지거나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또 그런 사람이 상대가 그러고 나오면 못 견뎌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도 그런 경향이 있는 걸까?) 그렇게 모든 것을 상대적으로 해석하려고 한다면 나는 문제가 없는 것이고 오직 상대만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이래가지고는 세상의 문제는 조금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문제투성이라는 것과  같다는 말인데, 이 문제는 언제쯤 풀릴런지 모르겠다. 

 

어쨌든 난 어제 그런 일을 당하면서 리더님한테 평소 받은 고마운 일들을 생각하며 내 화난 마음을 진정시키긴 했는데, 그래도 뭐 나의 마음이 아주 깨끗해진 것은 아니다. 미안한 것은 미안한 거고,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며, 고마운 것은 고마운 것이다. 서로가 그런 생각을 가져줘야 문제 많은 세상을 조금이나마 해결하며 살 수가 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이해만 가지고는 문제해결은 절대로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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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6-04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날씨가 무척 뜨거웠는데, 고생하셨네요.
일요일 하루는 다들 쉬고 싶은데, 어제는 너무 더웠으니까요.
오늘 저녁에도 비가 오려는지 날씨가 눅눅하고 덥습니다.
stella.K님, 편안한 밤 되세요.^^

stella.K 2018-06-05 14:39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가끔 저를 자극하는 날도 있네요.
오늘은 다시 더워졌어요.ㅠ

2018-06-04 2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6-05 14:39   좋아요 1 | URL
그래서 이렇게 하소연이나 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허허허~

cyrus 2018-06-06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때 ‘바른생활‘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이 ‘고미안‘이었어요.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안녕하세요.‘ 그때나 지금이나 아주 기본적인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요.

stella.K 2018-06-07 11:15   좋아요 0 | URL
헉, 너 때도 그런 게 있었니? 나 초등학교 때도 있었는데...
그러고 보면 고미안의 역사가 꽤 오래된 거네.ㅋ
물론 이 기본을 지키는 사람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영혼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도 문젠 같아.ㅠ
 

<군함도>는 보다가 말았는데 <택시운전사>는 보겠더라.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둘 다 우리나라의 뼈 아픈 역사를 다고 있는데도. <군함도>는 언제고 다시 각 잡고 봐야할 것 같긴한데, 언제가 될런지 기약이 없다.

 

'양민 학살'이란 말은 근대사에서나 다룰 법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멀지않은 현대사에서 다뤄질 수도 있다는 게 참 믿기지가 않는다. 굉장히 낮선 단어이기도 하고.

 

전쟁은 같은 민족끼리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난 평화주의자지만, 적국의 양민을 학살한다는 건 그나마 이해는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한 나라에서 죄없는 국민들을 그렇게 무참히 살육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 영화에서 시종 흐르는 전제는, 우덜 가지고 왜들 그랬쌌는지 도무지 모르겠구마이다. 왜 광주여야 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때, 이 도무지 모르겠는 사실을 광주만 알고 있다는 것도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다. 

 

영화계가, 보수가 정권을 잡으면 박정희를 상징하는 새마을 운동이, 진보가 정권을 잡으면 광주 민주화 항쟁을 소재로한 영화가 만들어 진다는 이 프레임도 언젠가는 좀 벗어나야 할 과제는 아닐까? 꼭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영화든 시대의 조류에 구애 받지 말고 자유롭게 만들 수 있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해서 하는 말이다. 판단은 관객의 몫일뿐이고.

 

영화가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나야 늘 영화 평점이 짠 편인데, 이 영화만큼은 별 4개 내지 4개 반도 줄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어떻게 찍었을지 궁금하다. 그 시절엔 흔했지만 지금은 귀한 대접 받는 명마 포니가 한꺼번에 몇십 대씩 출연한다는 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나중엔 백미러도 부러지는 건 일도 아니다. 차체가 완전히 완파되다시피 하던데 그러자고 그 귀한 명마를 렌트했을 리는 없을 것 같고, CG라고 간단히 우기면 될 것도 같지만 또 그렇게 말하기엔 너무 빈티나는 설명 아닌가? 그밖에 피를 철철 흘리는 군중씬도 그렇고.

 

영화에서 유해진과 류준열은 진짜 닯은 꼴이다. 둘은 삼촌 조카해도 믿을 사이 같다. 그렇지 않아도 영화에서 유해진이 류준열에게 자기 막내 동생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웃었다. 이런 걸 두고 트릭이라고 해야하는 건가?

 

 

나라가 위기에 빠지면 속물 같은 시민도 애국자가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내 가족, 내 친구, 내 동료가 피를 철철 흘리고 쓰러지는데 이 위기 때 가만 있을 사람이 누가 있는가? 그렇지 않아도 서울내기인 만섭은 독일 기자를 어쨌든 광주에 내려줬겠다 자신의 임무는 얼추 끝냈으니, 서울로 돌아가도 누가 뭐랄 사람이 없다. 더구나 서울엔 자신의 기다라는 딸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결국 자신의 눈 앞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독일 기자 양반이 이 끔찍한 상황을 취재한다니 차마 광주를 떠날 수가 없는 것이다. 타지 사람도 그렇게 하는데 본향 사람은 어떻겠는가? 

 

나는 저 장면이 가장 웃기긴 했다. 시 전체가 마비가 된 상황에서 우여곡절 끝에 같은 택시 운전으로 밥을 빌어 먹는 황태술(유해진)의 집에 일행이 잠시 몸을 숨긴다. 거기서 늦은 저녁을 먹는다. 그때 꼭 클리세처럼 나오는 대사와 장면이 있다.이를테면 태술처가, "아유, 어째쓰까 찬이 마땅찮아 밥하고 김치 밖에 없는데..." 이걸 정말 그런 줄 알면 영화에 대한 모독이다.

 

또한 예고도 없이 들이닦친 남편의 손님 때문에 태출처가 화를 낸다면 그건 태술 가문에 먹칠하는 것이 될 것이다. 하긴, 그런 상황에선 아무리 악처여도 웬지 잘 챙겨주고 싶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밥상씬에선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다. 우리 집 보다 잘 먹는다.

 

그리고 이제 갓 스물이된 대학생 재구(류준열)의 꿈이 대학 가요제에 나가는 것이라는 걸 안 우리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노래를 불러 보라고 한다. 재구, 처음엔 빼더니 앳따 모르겠다 불러 재낀 노래는 샌드페블스의 '나 어떡해'다. 그 선곡은 적절하다 못해 탁월하다 싶기도 하다. 물론 그 시절 대학 가요제를 상징하는 노래들이 몇곡 있겠지만 이 노래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 노래가 또 있을까? 더구나 재구는 그룹 사운드를 조직해서 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하지만 문제는 노래를 너무 못 부른다는 것. 못 불러도 오지게 못 불러 결국 흥이나지 않아 만섭은 제지시킨다. 하지만 재구는 꿋꿋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보컬이 아닌 기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몇 개의 장면을 건너 뛰면 결국 죽음을 맞는다. 죽으면 꿈도 사라진다. 저 장면 결국 그의 대학 가요제 꿈도 사라진 것이다. 국가가 한 개인의 꿈을 이루어줄 의무는 없을지 몰라도, 영영 물거품이 되게 만들 권리 또한 없다. 시나리오가 좋은 영화다.

 

지금도 왜 당시의 군이 시민을 향해 총을 발포했는지 그 이유가 명확치 않다. 사건엔 반드시 원인이 규명되야 하는데 영화도 그렇고, 역사도 그렇고 명확히 진상이 규명된 바가 없는 것이다. 단지 아는 건, 당시 군 총사령관인 전두환이 이 모든 사건을 주도했다는 것 외엔.

 

얼마 전, 전두환이 이 사건으로 다시 재판을 받을 거란 소식이 있었는데, 지금은 북미회담과 두루킹 사건, 6.13 선거 때문에 쏙 들어간 양상이다. 무엇보다 그런 민족적 살인마를 전 대통령이란 이유만으로 한 해 9억의 경호비를 쓴다고 해서, 내가 낸 세금 그렇게 쓰게 할 수 없다 해서 청와대 게시판에 청원 글이 수억 이라고 하던데, 나도 영화 보면서 내내 그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전두환이 돈이 엄청 많다는데, 그에게 9억은 한 해 먹는 사탕과 껌값인지도 모른다. 국민의 혈세 좀 재대로 집행됐으면 좋겠다.

 

영화가 다 좋긴한데 마지막 엔딩 때 세월이 흘러 2012년. 만섭은 여전히 택시운전사로 손님을 받는데, 어느 손님이 광화문으로 가 줄것을 주문한다. 글쎄.. 좀 피로해서일까? 그게 왠지 옥의 티 같다는 느낌도 들고, 영화적으론 전두환을 다시 재판해야 한다는 선동처럼도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저 영화가 상영될 무렵 재판 건의가 나오긴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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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8-06-04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영화는 특히 5. 18을 잘 모르는 젊은 세대나 노인들이 봤으면 좋겠더라고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꼭 봐야 할 영화...

저는 책으로 많이 접했죠.

stella.K 2018-06-04 18:27   좋아요 0 | URL
늘 무플이 되지 않도록 해 주시는 언니. 고마워요.^^;;

서니데이 2018-06-04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보았는데, 지금은 기억나는 것이 많지 않아서 아쉽네요.
마지막 부분은 아마 영화 속 배경이 되는 시기와 지금 영화 밖 시기를 연결하고 싶어서 넣은 것 같기도 해요. 지난해에 이 영화를 볼 때는 더운 시기였는데, 그 사이 시간 많이 지나갔네요.
잘 읽었습니다.
stella.K님,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stella.K 2018-06-04 18:28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니 이게 작년 영화였네요.
올봄에 나왔나 했는데...
언제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났는지 모르겠어요.ㅠ
 

동생 심부름으로 세금도 낼겸 마트에서 필요한 물품 몇 가지를 사고,

그 앞 분식점에 들러 점심으로 먹을 순대를 사 가지고 돌아왔다.

세금 고지서 액수는 17만 얼마쯤 되서 20만원 중 거스름 돈이 2만 얼마쯤 될 것이다.

천원짜리 몇장이 지갑에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런데 이놈의 돈을 집에 와 추스르는데 만원짜리는 없고,

천원짜리 몇 장과 동전 몇 개가 전부다. 

중간에 D님께 내 책 보내드리려고 미리 준비한 돈으로 부친 게 전분데,

어찌된 일인지 알 수가 없다.

내가 이제 돈도 흘리고 다니나?

 

찝찝하다. 

이걸 누구에게 말도 못하겠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 수가 없다.ㅠ

 

 

책을 읽은 건 아니고, 내가 보는 올레 TV에서 일드로 방영해 주는데 서비스가 이달 말로 종료한다기에 부지런히 챙겨봤다.

총 10부작이다.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인데, 이게 현지에서 방영하기는 무려 2010년이다.   

 

처음엔 한 두 편만 보다가 말아야지 했다. 그런데 보다보니 5, 6편을 보게 되었고 이왕 보는 거 끝까지 봐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국내 드라마 같으면 그렇게 오래된 건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 약간의 중독성이 있다. 일본의 아기자기한 문화도 엿볼 수가 있고, 무엇보다 범죄 수사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따뜻한 휴머니즘도 깔려있다.

 

그들의 수사기법이란 게 그다지 화려하지는 않다. 오히려 그런 장면은 우리나라가 더 앞서있지 않을까? 꼭 옛날 수사반장을 보는 것 같다. 순전히 주인공 가가 형사와 수사팀의 직관과 추리로 범인을 잡는 형식인데, 현실이라면 좀 우스울 수도 있겠지만 뭐 그냥 드라마니까 봐 줄만 하다.

 

재밌는 건, 일본에도 붕어빵이 있었다는 사실. 그렇다면 이 붕어빵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건너 온 걸까? 아니면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건너 간 걸까?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선 포장마차나 어느 가게 한 귀퉁이에서 팔지만, 일본은 전문 가게로 운영되고 그것도 줄 서서 사 먹는다는 것. 물론 그 가게가 유명해서인지도 모르고, 벌써 8, 9년전 일이니 지금도 줄 서서 붕어빵을 사 먹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렇게 줄 서서 사 먹는데 막상 사는 양은 그렇게 많지 않다. 주인공 가가 형사의 경우 하난가, 두 개를 사려고 지폐도 아닌 동전을 세고 있었다. (그의 캐릭터가 엉뚱하고 우습기도 한데, 돈을 세다 모자라니 조카가 꿔 주겠다고 하는데 굳이 은행에 가 돈을 찾아 올 테니 자리를 봐달라고 한다) 그것도 꼭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가 가게 주인인지 종업원인지가 꼭 그 앞의 손님까지만 주문을 받고 영업 종료를 선언하는데, 딱 한 번 성공하던가? 우리나라 같으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악성루머 퍼트리지.ㅋ

 

아무튼 괜찮은 드라마였다. 이달 초무렵부터 보기 시작해서 이달과 함께 완방한다. 정말 저질체력이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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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9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5-29 16:15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제가 칠칠맞게 어디 가 돈을 흘리고 다닐 사람이 아닌데.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그런 일이 생기면 꽤 찝찝해요.
그렇다고 역추적이 가능한 상황도 아니예요.
좀 지나고 보니까 생각나더라구요.
그냥 없는 셈 쳐야죠.
그렇지 않아도 동생이 미안했던지
거스름 돈은 됐다고 했거든요. ㅠ

cyrus 2018-05-29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살 수 있다는 마음에 너무 기분이 up되어 있다가 지갑을 열어 보고 돈이 부족한 걸 깨달았을 때 깊은 절망감이란.. ㅎㅎㅎ 진짜 그 상황이 되면 OTL입니다.

stella.K 2018-05-29 19:0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맞아. 깊은 절망감이지.ㅠㅠㅠㅠ
그런데 그건 책을 살 수 있어도 마찬가진 것 같아.
방금 중고샵에서 정말 사고 싶은 책 한 권 발견했어.
그런데 난 얼마 전에 책을 샀거든.
그래서 이달 치 할인 서비스는 다 받았거든.ㅠ

아, 그건 그거고, 왜 만원짜리는 흔적도 안 보이느냔 말야.ㅠㅠ

서니데이 2018-05-29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만원 한 장 없어졌어요. 계산을 하려는데, 없는 거예요.
그래서 카드로 결제를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찾을 수가 없어서 기분이 이상했어요.
어쩐지 칠칠맞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없어질 게 아닌데 없어져서요.
요즘 만원 실종을 겪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갑자기 궁금해요.
저는 못 찾았지만, 나중에라도 그 때 그 만원 다시 찾으시면 좋겠어요.
stella.K님, 오늘 저녁부터 밖에 비가 꽤 많이 오고 있어요.
빗소리 들리는 편안한 밤 되세요.^^

stella.K 2018-05-30 11:02   좋아요 1 | URL
이거 왠지 동병상련 같아 저는 좀 위로가 되는데요?ㅎㅎ
저도 그런 생각했어요.
어디선가 나오던가 아니면 그때 내가 이거했었지 하며
깨달음을 얻던가.
괜찮아요. 칠칠 맞기는요. 살다보면 다 그런 거죠.
남은 그 보다 더한 돈도 사기당하고 그러는데요 뭐.
그렇게 생각하자구요.ㅋ
비는 매주 오네요. 가물지 않아서 좋은 것 같습니다.^^

비연 2018-05-30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참자.. 재미있죠. 아베 히로시가 묘한 매력이 있고...
그나저나 돈... 어디로 간 걸까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

stella.K 2018-05-30 11:05   좋아요 0 | URL
참, 비연님 추리소설 좋아하시죠?
재밌더라구요. 정말 아베 히로시 독특하면서도
힘들이지 않는 자연스런 연기가 좋더군요.

괜찮아요. 할 수 없죠.
그냥 계산을 잘못 했겠거니 합니다.
대신 이런 일 다신 있지 말아야죠.ㅠㅋㅋ

희선 2018-05-31 0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붕어빵은 어디에서 먼저 만들었을까요 그래도 한국은 붕어빵이라 하지만 일본은 다이야키라고 해서 다이는 도미(생선 이름은 알지만 먹어본 적은 없군요)를 나타내요 붕어빵 예전보다 비싸지기는 했지만 일본에서 파는 다이야키가 더 비쌀거예요 원작소설에는 그런 부분 없었던 것 같기도 한데, 드리마에는 재미를 주려고 넣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가가는 다른 사람이 별로 크게 생각하지 않는 걸 잘 보려고 하지 않나 싶어요


희선

stella.K 2018-05-31 13:05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군요. 사실 아시는지 모르겠는데,
우리나라에 붕어빵이 있기 전 풀빵이란 게 있었어요.
70년대 초반에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빵틀은 지금의 붕어빵과 크게 다르지 않죠.
그런데 워낙에 기술이 없어서 정말 풀 같이 질척하다고 해서
풀빵인 거죠. 그게 세월이 흐르는 동안 진화해서
지금의 붕어빵이 되지 않았나 해요.
희선님은 책으로 읽으셨군요.
드라마가 매력적여서 책으로 읽어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곽재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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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관한 책은 가급적 읽지 않으려고 했다. 요즘 그런 책이 얼마나 많이 나와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안다. 물론 읽어서 나쁠 리 없다. 하지만 읽으면 뭐하나? 중요한 건 내 글을 써야지. 그래서 글쓰기 강사가 될 것이 아니라면 가급적 안 읽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 책은 왠지 끌렸다. 제목이 길기도 하지만, 뭔가 나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는 책 같아서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지난 날 글 쓰다 엎은 적이 어디 한 두 번이랴? 왠지 그런 나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말하는 책인 것 같아서였다.

 

제목에서 풍기듯 이건 글쓰기 생초보를 위한 책은 아닐 거라고 지레 짐작한다면 걱정은 붙들어 매시라. 생초보라도 읽을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표지 중앙의 그림에서 느껴지듯 이건 어려운 책이 아니라는 것쯤 빤히 알 수 있다. (고양이를 그려 넣을 생각을 하다니.)

 

(여러 번 밝혔지만)나의 꿈은 작가였다. 그리고 지금은 그 꿈을 이룬 것도 같다. 오래 전교회에서 대본을 썼고, 2년 전엔 책도 냈으니. 하지만 인생이 어디 내 뜻대로만 되던가? 이건 내가 원하던 그림은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그림은 소설로 데뷔하는 거였다.

 

사실 내가 교회에서 대본을 쓴 것도 소설을 써 보고자 하는 뜻에서 시작한 일이다. 책에서도 저자가 지적하지만, 글 쓰는 일이 지난한 것도 있지만 지지부진한 것도 많아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대본 쓰는 일이 그랬다. 소설이야 혼자 하는 작업이니 지지부진해질 누가 뭐랄 사람이 없지만, 연극이란 장르가 워낙에 여러 사람과 협업으로 해야 하는 것이니 대본은 잘 쓰든 못 쓰든 제때 나와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것은 작가가 마감에 맞추는 것과 같은 것이다.

 

저자도 그런 말을 한다. 기왕이면 마감에 맞추는 작가가 되라고. 마감에 못 맞추면 기회는 다른 사람에게로 넘어간다. 그러나 마감에 맞추면 출판사나 잡지사로부터 신뢰를 얻고, 그 다음을 도모할 수가 있다. 나는 바로 이 훈련을 대본 쓰는 것으로 했기 때문에 겹쳐서 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마감에 맞추는 일은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

 

그런데 저자는 책에서, 전업 작가가 좋으냐, 아니면 자기 일을 하면서 글을 쓰는 것이 좋은가 했을 때, 당연 후자에 손을 들어준다. 그도 그럴 것이, 전업 작가는 아마도 신이 내려준 직업일 것이다. 글만 써서 집세 내고, 공과금 내고, 생활비 한다? 이건 정말 꿈같은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배우자를 잘 만나거나, 부모님 집에 그야말로 잠만 자고 밥만 먹는 입주 가사도우미가 되어, 눈물에 밥을 말아먹을지언정 절대로 부모님 그늘을 떠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꿈같은 이야기지만, 본인이 금수저이거나.

 

결국 작가는 훌륭한 직업이긴 하지만 현실을 생각할 때 거의 수익을 보장할 수 없으니 겸업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소리다. 그렇게 생각하면 서글프긴 하다. 직업이 뭐가 됐든 그것은 자아실현과 경제적인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작가란 직업은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작가는 여타의 직업과 겸직을 하게 되는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저자는 이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때로는 자신의 직업이 무엇이든 직장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소재로 삼을 수 있으니 좋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니, 화학자 출신이고 그래서 그런지 전작들도 과학적 요소가 많기도 하다.

 

아무튼 나도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나는 오래도록 교회에서 글을 썼으니 오죽 겪고 본 일이 좀 많겠는가? 그걸 책으로 써도 책 몇 권은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므로 겸직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작가에겐 어쩌면 축복인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어느 작가도 편의점에서 일한 것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고 그러고, 우리나라 어느 법조인은 자신의 경험을 소설로 써서 그게 현재 TV 드라마로까지 방영되고 있다(말에 의하면 작가가 직접 각색까지 했다고 하는데 무슨 복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정작 원하는 소설을 안 쓰고 있다. 아니 못 쓰고 있다. 역시 저자가 지적하기도 했지만, 작가로 살아남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한 두 권의 책을 내 본 것으로 작가 딱지를 달았으니 거기에 만족하는 것이다. 거기엔 작가의 의지의 문제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야말로 생업이 발목을 잡아서 못 쓰게 되는 경우도 아주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좀 복잡하다. 그렇게 대본을 써 봤으니 소설도 금방 잘 쓰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대본 쓰는 일과 소설 쓰는 일은 결코 같은 게 아니다. 그동안 내가 대본을 쓰면서 소설은 안 써 봤겠는가? 그런데 꼭 실패했다. 어떤 땐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가당치 않다고 생각할 때도 많았다. 그야말로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작가란 꿈은 가져서 이런 생고생을 하나? 차라리 없었던 것으로 하려고 발버둥쳤던 때도 있고, 글 쓰는데 매번 실패를 하니 일부러 팔짱끼고 있다가 뭔가 내 안의 욕구가 빵빵해져 더 이상 못 견디겠다 싶을 때 써 보는 것은 어떨까 하던 때도 있었다.

 

이 책은 애석하게도 그런 심리 상태를 진단해 주는 책은 아니었다. 즉 왜 실패하는가에 대해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계속 쓸 수 있는가를 모색해 보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 책에서 주목해 본 것이 두 가지가 있었다.

 

먼저 저자는 베껴 쓰기가 얼마나 고역인지를 털어놓는다. 사실 베껴 쓰기는 창작을 공부할 때 빠지지 않는 수련 과정 중의 하나다. 그것에 대해 저자는, ...... 아닌 게 아니라 어떤 글을 찬찬히 베껴 쓰면, 그 글의 특징과 구조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는 기회가 될 때도 분명 있다.

그렇지만 나의 경우에는 베껴 쓰는 일에만 몰두하다가 정작 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상상하는 일을 방해할 때가 많고 소모되는 힘과 시간도 너무 컸다. (162p) 그 뒤 저자의 설명은 그냥 기계적으로 무의미하게 베껴 쓰는 일에만 몰두하게 되고, 글을 쓰면 내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한데 그 일에서 내가 뭔가를 했다고 만족하고 만다는 것이다.

 

그건 나 역시도 동감하는 바이다. 그런데 왜 글쓰기에 관한 책들이나 그것을 가르치는 선생들은 하나같이 필사가 중요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저자의 의견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솔직히 난 내 글 쓰는 것만으로도 어떤 땐 팔이 떨어져 나갈 지경이다. 베껴 쓰느라 에너지를 쓴다는 건 너무 힘들다.

 

대신 저자가 추천하는 방법이 있다. 이건 나도 언젠가 한 번 해 보고 싶은 것이기도 한데, 베껴 쓰기를 아주 안 할 수는 없으니 괜찮은 영화나 드라마를 자기 식으로 베껴 써 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소설로 옮겨보는 것이다. 그것이 소설이면 시나리오나 대본으로 옮겨 써 보는 것이다. 그냥 베껴 쓰기는 단순하지만, 이 작업은 상상을 해야 하고, 문체를 다듬기도 해야 하니 좀 보람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등장인물의 심리가 어떤지 글로 표현해 보기도 하고.

 

저자는 그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거기서 개작을 해 보라고 한다. 즉 모작을 해 보라는 것이다. 나라면 이 작품 또는 이 장면을 어떻게 해 볼 것인가를 써 보는 것이다.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 구조를 바꾸고, 구성을 바꾸고 하면서, 새로운 창작물로 나갈 수만 있다면 좋은 일이겠지.

 

또 작가는, 자신이 쓰고 싶은 데서부터 글을 써 보라고 한다. 이건 꼭 소설이나 시나리오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수필이든 일기든 지간에 전체 쓰고 싶은 글에서 가장 쓰고 싶은 부분부터 쓰는 것이다. 그 부분을 읽으니 갑자기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가 생각이 났다. 거기서보면 해리는 책을 읽을 때 맨 끝 페이지를 먼저 읽은 후 첫 페이지부터 읽는 버릇이 있다. 그러자 샐리는 왜 그렇게 하냐고 묻는다. 해리는 첫 페이지부터 읽기 시작하면 혹시 자신이 심장마비나 사고로 죽기라도 하면 맨 마지막 페이지는 못 읽게 되니 그러는 거라나 뭐라나.(워낙 본지가 오래라 정확히 옮기는 건 불가능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침 기가 막힌 장면을 염두에 두어두고 있는데 갑자기 죽게 된다면 이건 영구미제로 남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모든 컴퓨터엔 워드 기능이 있다. 이것은 자유로운 편집이 가능하다. 아주 오래 전, 다큐멘터리를 본적이 있는데, 마르셀 프루스트였는지, 제임스 조이스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암튼 원고를 보여주는데 그야말로 누더기였다. 노트에 메모를 길게 늘여 붙였는데 왜 그랬는지는 짐작이 갈 것이다. 하지만 오늘 날은 그렇게 글을 쓰는 작가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나도 발단 쓰고, 전개 쓰다 정작 중요한 부분을 못 쓰고 중단했던 적이 너무 많다.

 

사실 나 같은 사람은 귀도 얇아 남의 말은 잘 듣는 편이다. 과거 나를 가르쳤던 글 선생님은 한 번도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았다. 베껴 쓰기는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고 했고, 어느 한 장면을 위해 앞뒤로 무엇인가 살을 붙이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난 이 책에서 이 두 가지만을 아는 것만으로도 자유로움이 느껴졌고, 당장이라도 해 보고 싶어졌다. 하긴, 글쓰기에 왕도가 어디 있겠는가? 내 나름대로 쓰면 그게 내 길인 거지.

 

그런데 작가는 또 말한다. 그렇게 못 쓰겠으면 쓰지 않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그래도 계속 쓰서 어떻게든 끝을 보는 것이 좋은지. 둘 다 나름에 일리는 있는데, 결국 저자가 내린 결론은 그래도 계속 써서 끝을 보라는 것이다. 안 쓰면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말도 안 되는 글이라도 어떻게든 완성하면 후에 고칠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건 맞는 얘기다. 고칠 것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희망이 있다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더불어 기억할 말은 그렇게라도 완성한 후에 그 다음에도 또 쓰고 싶어지냐고 묻는 것이다. 만일 또 쓰고 싶어지면 작가가 되는 것이고, 쓰고 싶지 않으면 작가는 내 길이 아닌 것이다. 이것은 나의 말이 아니고, 나의 사부가 했던 말씀이다(왜 그 말이 생각이 나는 것일까?).

 

아무튼 글쓰기에 관한 책은 정말 오랜만에 읽어보는데, 나름 알뜰살뜰 유용하게 잘 쓴 책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기력보충용으로 비타민 먹듯 한 번씩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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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5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5-26 19:10   좋아요 0 | URL
ㅎㅎ 이런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주시다닛!
알겠습니다. 한번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슴다.^^

마태우스 2018-05-26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용. 저도 겸직작가설에 동의합니다. 작가가 제일 잘 쓸 수 있는 건 자신의 경험을 글로 쓸 때거든요. 교회소설 아직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감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안팔리는 책을 마구 낼 때는 마감 정말 잘지켰어요. 근데 지금은...ㅠㅠ 1년 2년 늦는 건 일도 아니더군요. ㅠㅠ초심을 잃은 걸까요.

2018-05-26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6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7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8-05-26 17: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괜찮은 영화나 드라마를 자기 식으로 베껴 써 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소설로 옮겨보는 것이다.˝
- 이것 좋은 방법 같습니다. 저도 해 보고 싶군요.

˝책을 읽을 때 맨 끝 페이지를 먼저 읽은 후 첫 페이지부터 읽는 버릇이 있다.˝
- 제가 이미 종영된 드라마를 재방송 해 주는 채널이 있어서 시청할 때가 있는데 재미가 있더군요. 만약 부부의 이야기라면, 아 저렇게 해서 처음 만났구나 또는 저런 일이 있어서 헤어지게 되었구나 하고 끝 장면과 연결해서 보는 특별한 재미가 있더라고요.

˝베껴 쓰느라 에너지를 쓴다는 건 너무 힘들다.˝
- 저의 경우엔 필사를 많이 하지 않고 며칠에 한 문단 정도 베껴 쓰기를 한 적이 있어요. 지금도 신문의 칼럼을 읽고 맘에 드는 문단이 눈에 띄면 그 문단만(5~6줄) 필사해 둡니다. 그렇게 조금씩 해 놓아도 1년이 되면 꽤 많은 글 필사가 됩니다. 티끌모아 태산이 되어요. 힘 빠질 정도로 필사하는 건 저도 반대입니다.

stella.K 2018-05-26 19:34   좋아요 0 | URL
저는 벌써 정했습니다.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로 해 보기로.ㅋㅋ

정말 좋은 글만 베껴 쓰기하는 게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책 전체를 베껴 쓴다는 건 그냥 의무에 매여서 뭐가 좋은지 모르겠더군요.
제가 또 팔 힘이 약해서 서너 시간만 글을 써도 팔이 빠질 지경이라 꾸준히
할 자신도 없고. 저도 매일 조금씩이라도 해 봐야겠습니다.^^

서니데이 2018-05-27 17: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손글씨를 매일 조금씩 쓰고 있는데, 글씨 쓰는 것에 신경을 쓰면 내용은 잘 기억이 남지 않는 것 같아요. 좋은 글을 필사해서 두면 나중에 읽어보면 좋다는 점은 있겠지만, 손글씨 쓰는 것이 시간도 많이 걸려서 워드로 작성하거나 아니면 사진을 찍어두는 것이 더 나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필사하는 것을 하시니까, 아마도 제가 알지 못하는 좋은 점을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stella.K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편안한 하루 되세요.^^

stella.K 2018-05-27 18:37   좋아요 1 | URL
ㅎㅎ 저도 그래요. 더구나 요즘엔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지라.
과연 필사가 필요한 건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래도 안하는 것 보단 낫지 않을까요?
전체 필사는 필요가 없을 것 같고, 기억하고 싶은 구절이나
부분만 해도.
아니면 색인 카드가 더 유용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무엇에 관한 것이 무슨 책 몇 페이지에 있다는 거요. 암튼...

요즘엔 마음 먹은 게 있어 주로 오전과 오후에 걸쳐 글을 쓰니까
서재에 글은 잘 안 쓰게 되더군요.
전에는 오후에 글을 쓰려고 하면 잘 안 잡혀서
대신 서재에 뭐라도 써야지 해서 쓰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일단 오전에 글을 쓰니까 좋긴한데 서니님과 멀어지는 것 같아
아쉽긴 하더군요.ㅠ
이해하시고 가급적 댓글 남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음 한 주도 활기차시길...!^^

 

김해완 

1993년 12월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 3년에 한 번꼴로 수도권 이곳저곳으로 이사한 통에 이렇다 할 고향은 없다. 연구실이 있는 ‘남산’과 부모님이 농사짓는 ‘제천’이 현재 나의 베이스캠프다.착하지도 않은데 무슨 복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훌륭하신 부모님 밑에서 제멋대로 (긍정적인 의미^^) 자랐으며, 학교 다닐 때는 마음 따뜻한 친구들과 선생님들 속에서 비로소 인간이(?) 되었고, 학교 밖에서는 끝없는 배움을 베푸는 스승과 친구들을 만났다. 초반기에 이렇게 복을 많이 받았으니, 앞으로 수없이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

관심사는 잡다하다. 초딩 때는 퍼즐과 뜨개질과 만화책에, 중딩 때는 소설책, 수학문제와 홈베이킹에, 고딩 때는 기타와 작곡에 푹 빠졌었다. 아직도 만화책과 음악은 매우 좋아한다. 그러나 현재 할 줄 아는 것은 책 읽고 글 쓰는 것뿐이다. 여러 관심사 중에 하나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택의 여지 없이 그렇게 되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사유를 하지 않으면 안 되고, 내가 사유한 딱 그만큼만 글이 나온다. 그래서 글을 쓸 때만큼 부끄럽고 또 자유로운 때가 없는 것 같다.

열일곱 살에 학교를 자퇴했고 그후 멋대로(?) ‘중졸백수’를 자처했다. 그때부터 ‘남산강학원’에 눌러앉았는데, 5년간 즐겁고도 ‘빡센’ 코스를 거치며 읽기, 쓰기, 살기를 동시에 배웠다. 현재 내 일상의 중심은 공부다. 하지만 이 공부는 시험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다. 공부를 하고 있으면 그 힘이 내 일상을 받쳐준다는 느낌이 든다. 매일매일 밥 먹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글을 쓰기 위해서는 사유하지 않으면 안 되고, 내가 사유한 딱 그만큼만 글이 나온다. 그래서 글을 쓸 때만큼 부끄럽고 또 자유로운 때가 없는 것 같다.

정규코스에는 무관심한 성격 때문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살아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다행히 인복 하나는 많다. ‘방임주의’를 표방하면서도 공부만큼은 늘 든든하게 지원해 주셨던 부모님, 학교 바깥에서 새로운 공부와 새로운 일상을 선물해 주었던 연구실의 선배들과 친구들. 앞으로 어디서 무엇을 하게 되든, 내 인복을 믿고 있다.
학교와 집을 나온 십대 때 『다른 십대의 탄생』을 썼다. 이십대인 지금은 좀더 다양한 글쓰기, 다양한 언어와 만나볼 계획이다.

 

이런 저자 소개 마음에 든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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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숲 2018-05-11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해완
리좀, 나의 삶 나의 글이란 책을 아주 잘 읽었기에 기억해둔 이름이에요. 새책을 냈군요. 읽어보고싶네요.

stella.K 2018-05-12 18:34   좋아요 0 | URL
저자의 책을 읽어보셨군요.
젊은 사람이 아주 당차게 사는 것 같아
부럽기도하고 응원하고 싶더군요.^^

박균호 2018-05-12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는 이런 저자소개가 쓰기 귀찮아서 담 책에 그간 써온 책 제목만 나열하고 싶은데요...

stella.K 2018-05-12 18:38   좋아요 0 | URL
오, 그러시면 안 됩니다.
작은 차이가 디테일을 만든다고
그건 일종의 작가의 특권이자 얼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사는 동안 몇 권의 책을 내게될지
모르겠지만 책 낼 때마다 다르게 해 보고 싶습니다.ㅋ

페크pek0501 2018-05-16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부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밑천이 떨어진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독서 모임에 들었죠.

stella.K 2018-05-16 14: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런데 왜 나이들수록 공부한다는 게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늦은 나이에도 공부하는 사람 제 주위에서도 많이 보는데.
저도 용기를 내야겠어요.ㅋ

서니데이 2018-05-16 2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내용이 저자 소개인 거네요. 저는 이 책의 간단한 리뷰 정도로 생각했는데, 자세하게 쓴 자기소개서를 읽은 기분인데요. ^^

위의 페크님과의 대화를 읽으면서, 요즘은 전에 없었던 새로운 것이나, 변하는 것이 너무 많아서 공부를 한다고 해도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점점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것이 많아서 보편적인 상식 정도를 최신버전으로 유지하는 만으로도 힘든 것 같아요. 이미 구버전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제가 사는 곳에는 점심 시간에 비가 많이왔어요.
저녁에는 조금씩 비가 옵니다.
stella.K님,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stella.K 2018-05-17 15:18   좋아요 1 | URL
전 이런 저자 소개가 좋더라구요.
딱딱하지 않고, 개성 있어 좋잖아요.ㅎ

오늘도 비가 많이 왔어요.
꼭 봄장마 같아요. 한 몇 년 가뭄이었는데...
이런 예측불가능한 기후속에서 인간은 참 잘도
버티며 살아간다 싶어요.
어제는 천둥소리에 잠을 설쳤는데, 오늘 밤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서니님도 좋은 저녁 시간 되시길...^^

2018-05-21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1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