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인생 (1disc) - 아웃케이스 없음
김상호 외 감독, 김윤석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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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준익 감독의 영화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의 영화는 뭐랄까, 차라리 진지했으면 좋겠는데 꼭 유머를 쫓다 보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 보고나면 김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아쉽다면 또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희망이 있다는 것이고, 애정이 있다는 말이 되니까. 하지만 보통의 관객들이라면 아쉬워 하지 않는다. 그 다음부턴 그 감독이 만드는 영화를 안 보면 그만이니까. 그야말로 영화의 세계는 넓고, 볼 영화는 많다. 내 취향이 아니면 그만이지 뭐 그리 할 말이 많겠는가. 그래서 난 오래도록 이 영화의 선택을 미뤄왔다. 그런데 이 영화 크게 기대를 안하고 봐서 그런지 의외로 빠져드는 뭔가가 있었다.

 

 

사실 인생이 멋있다고 느껴지는 건, 그꿈을 이룬 영웅이 되서가 아니다. 솔직히 영웅이 되면 좋기는 할 것이다. 남이 나를 알아봐 주고, 존경해주고, 멋있다고 하는데 으쓱거리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 사람은 그때부터 서서히 나락의 길을 걷게되는 경우가 대부분 아닌가? 오히려 인생이 멋있다고 느끼는 건, 그 사람이 아직 젊고, 꿈이 있고, 패기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지만 그것 역시 안타깝게도 결혼하고 나이듦과 함께 묻혀지는 경우가 많다.

 

왜 사람은 결혼과 함께 하나 같이 그렇고 그런 사람으로 변해버리는지 모르겠다. 물론 모르는 바는 아니다. 사람이 한 가정을 이끌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자기 희생을 해야하는지 모른다. 거기에 아이라도 낳으면 뒤바라지 하느라 자신의 꿈을 접어야 한다. 그냥 한때의 꿈이야 하며 자기 자신을 자조하며 말이다. 더구나 락 밴드는 더하지 않을까? 왕년에 이런 꿈을 꿔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도 한때는 로션병 마이크 삼아 가수가 되보고 싶은 마음에 다리깨나 떨어 봤었다. 물론 내 방에서, 혼자. 이상하지? 팝송이 좋아지고, 밴드 음악이 좋아지면 허황되지만 꿈이 있는 것이고, 그런 것이 싫어지면 현실적이 되나 꿈은 없어진다. 

 

우리나라의 40대 중년 가장들은 얼마나 불쌍한가? 뼈 빠지게 일하지만 나라에 경제 한파라도 닥치면 언제 날아갈지 모른다. 까지 꺼, 여태까지 가족들 먹여 살리느라 고생하다 실직 좀 해서 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하지만 그게 얼마나 사람의 기를 죽이는지,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가 사람을 하루아침에 실직자를 만들어 놓고도 편히 쉬게끔 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지 않는가? 물론 그게 꼭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쉬게 만들면 편히 쉬게 만들어 주던가, 일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면 그럼 일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던가 해야할 텐데 이런 사회는 100년을 살아도 가능할 것 같지가 않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우리나라 가장들이여, 제발 자식 공부시키겠다고 유학 보내고 기러기 아빠 같은 건 되지 마라. 가정이 있고 교육이 있지, 교육 있고 가정이 있는 것 아니지 않는가? 가족이란 함께 같이 살라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자식 유학 보내고, 기러기 아빠되면 뭐 할 건가? 나중에 그 자식이 이런 공을 알아 주기나 할 건가? 정 유학 보내려거든 그 자식이 적어도 자기 앞가림이나 하거든 그때 보내라. 가족도 부부가 먼저고, 그 다음이 자식이다. 부부 관계는 뒷전이고 자식만 오냐오냐 키운 가정 행복한 거 못 봤다. 나중에 그 자식 결혼하는 것이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결혼하지 않을 확률이 더 많다. 물론 나의 이런 말이 씨알이 먹힐 리 없을 것이다. 니가 뭔데 남의 젯상에 밤 놔라, 대추 놔라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이말은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러다면 방법은 그런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의 질을 확 높여서 오히려 남의 나라 자식들이 우리나라에 유학을 오게 만드는 것이다. 교육열은 높으면서 그것 하나 이룩하지 못하고 살다니. 원통하고, 애통해 해야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가 어떤 나란가? 의지의 한국인 아닌가. 난 이 문제만 해결이 되면 우리나라 가정 문제의 대부분이 해결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더 이상의 기러기 아빠, 가족의 해체는 격지 않아도 될 것이다. 솔직히 우리나라 공부가 좀 빡세서 그렇지 다른 여타의 나라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공부를 하면서 행복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야하는데 그런 것은 형편없이, 낫으니 높은 곳에서 몸을 던지는 아이들이 그렇게 많은 것이 아닌가.

 

 영화 중 혁수(김상호 역)를 보며 문득 드는 생각은, 저렇게 했으면 우리나라에 한창 만연중인 자살만은 막을 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 봤다. 그것은, 혁수가 아이들의 캐나다 유학에 같이 따라간 아내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게 된다(그러게 가족은 그렇게 떨어져 사는 게 아니라니까!). 순간 절망의 나락에 빠진다. 표현은 안 됐지만 그도 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뼈 빠지게 일하고 돌아오는 결과는 겨우 그런 것이라니. 그럴 때 구원이 됐던 건 친구 기영(정진영)과 성욱(김윤석)의 위로(이럴 땐 친구가 가족 보다 낫다)와 음악이었다. 모든 사람이 죽고 싶은 때 음악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물론 할 수도 있겠지. 요는, 그렇게 문제에 빠져 한없이 절망하고, 낙심하고 결국 제 목숨도 하찮은 것으로 만들지 말고, 다른 곳으로 자꾸 마음과 관심을 돌려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중요한 건 역시 가까이 있는 사람의 관심과 성원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드는 생각은, 중년은 왜 꿈을 꾸면 안 되는가였다. 왜 중년은 자기 가정에 자신의 꿈을 묻고 현실만을 쫓으며 후줄근하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물론 가정은 지켜야 한다. 그러면서도 언젠가 한번쯤은 반란을 꿈꾸라. 이 영화는 한마디로, 중년의 반란은 이런 것이라는 걸 제대로 보여준 영화다. 솔직히 중년도 늘 반란을 꿈꾸긴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반란의 방법이란 게 문제 아닌가? 별로 건전하지가 않다는 것에 있다. 그에 비하면 활화산 멤버의 사이키델릭한 화장은 훨씬 건전하고 멋있기까지 하다.    

 

'언젠가 터질 거야'란 노래가 귓가에 멤돈다. 이 영화는 누가 봐도 저예산 영화다. 그래서 크게 터트리지는 않았지만, 제대로 터트린 건 확실하다. 그리고 확실히 386세대가 락을 본격적으로 불렀던 세대였지만 그것을 완성시킨 세대는 그 이후 세대인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어쩌면 같은 노래를 불러도 아버지 세대와 자식 세대가 이토록 다를 수 있을까? 아버지 세대는 뻣뻣하고, 감성이 떨어지지만, 아들 세대는 감성이 풍부하고, 기술도 좋아 음악의 질을 한층 드높인다. 그것은 활화산 밴드에 객원 보컬겸 죽은 친구의 아들로 나온 장근석(난 이 영화에 나올 때까지만 해도 그를 좋아했다고 생각한다. 미안하지만, 성형하고 나온 지금의 그는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니다)을 보면 알 수가 있다. 확실히 멋있다. 이 영화 아직 안 봤다면 꼭 보라.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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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1-19 0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제 아이랑 같이 앉아서 본 영화네요.
잘 지내셨지요? 반가와요 ^^

stella.K 2013-01-19 11:37   좋아요 0 | URL
앗, 닉넴을 바꿨는데도 알아보시는군요.
바꾸면 바꿨다고 공식으로 인사도 띄우고 그래야 하는데
게을러서인지 그러질 못하고 있네요.ㅜ
그래도 이렇게 먼저 인사해 주시니 황감할 따름입니다.ㅋ
hnine님도 잘 지내시죠? 저도 반가워요.^^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 위대한 문학작품에 영감을 준 숨은 뒷이야기
실리어 블루 존슨 지음, 신선해 옮김 / 지식채널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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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몇 수십 년째 괜찮은 소설을 써 보는 게 꿈이다. 그러려면 소설도 많이 읽어야겠지만, 나는 언제부턴가 소설 그 자체 보다는 소설의 이면 그러니까 그 소설의 탄생 배경나 그 작품을 쓴 작가는 누구인가? 어떤 생각에서 그런 작품을 쓰려고 했는가에 알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분명 이 이야기가 막연히 하늘에서 뚝 떨어졌을리 없고 , 들었던 또는 보았던 이야기가 작가의 영감을 빌어 생겨났을 터인데, 작가는 또 어디서 이야기를 찾아 썼을까?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또 꼭 내가 문학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만은 아니다. 나의 욕구는 그런 것이다. 어차피 없는 이야기를 가공해서 만들 수 없을 것이라면, 내가 잘 아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초짜 작가들의  작품은 자전적 작품일 확률이 높다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새내기 작가들만 자전적 작품을 쓰는 것은 아니다. 중견 작가들도 아예 그런 작품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자신은 체험이 아니면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작가로 유명한 작가는 프랑스의 작가 에니 아르니노가 있고, 이 책속에 발견한 앤 라모트라는 작가도 있다(그녀는 소설가 겸 논픽션 작가며, 자전적인 경험을 글로 쓴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작가들은 과연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도 전혀 거리낌이 없는가 그런 의문도 든다. 사실 이건 나의 고민이기도 하다.

 

지금은 유명한 성석제 작가가 몇년 전 <참말로 좋은 날>이란 작품을 내놓고 독자와의 만남을 가졌던 적이 있다. 그날 나도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곳에 간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작가가 지금만큼 유명하지 않았고, 이 독자와의 만남이란 것도 지금만큼 활성화 되기 이전이었다(아마도 그 무렵부터 활성화가 되었으리라). 이런 말을 해도 좋은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기억이 나는 건, 성 작가는 지금은 상당히 유려한 입담으로 주어진 시간을 이끌어 가지만,  그때는 처음 불려나온 사람마냥 어색한 빛이 영력했다. 그나마 그 어색함을 완화시켜 줬던 것이 질의응답 시간이었는데(지금쯤 성 작가와 질의응답을 갖는다면 나 같은 사람은 끼지도 못할 것이다. 하도 여기 저기서 치고 받고 올라오는 질의자들이 많아서 잠시의 틈도 없다. 이건 가장 최근에 그의 독자와의 만남에서 확인한 것이니 믿어도 좋다), 질문하는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아 나는 용감하게 질문 하나를 한적이 있다. 요는, 소설을 쓸 때 실제인물을 다루게 되는 경우를 피해 갈 수 없을텐데 나중에 그 사람이 와서, 왜 나를 작품에 다뤘냐고 시비거는 사람이 없었냐고? 그런 경우  어떻게 대처하느냐고 물어 본적이 있다. 그때 작가는 예의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조폭을 다룬 작품에서 실제로 조폭 두목이 찾아와 멱살을 잡힌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때 그는 침착하게, 나에게 이러지 말고 위에 계신 분을 만나 보라고 해서 위기를 넘긴 적이 있다고 해서 웃은 기억이 있다. 그 사람은 위에 계신 분 누구를 만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것이 참말로 정답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건 극히 드문 예고, 보통은 작품에서 자기를 다룬 것을 알면 사람들은 좋아하는 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하도 오래된 이야기라 정확한지는 확신할 수는 없다).

 

사실 그 질문은 나의 고민의 일부를 내보인 것이기도 하다. 만일 내가 작가가 되어서, 최대한 실제 인물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고 가공하겠지만 그래도 그 사람이 나의 작품에서 자기를 읽게된다면 싫어하지는 않을까? 뭐 그런 상상을 해 보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없지는 않았다. 벌써 십수 년 전, 내가 교회 주일학교 교사를 하고 있었을 때 나는 우연찮게도 아이들에게 연극을 지도한 적이 있었다. 뭘 알고 했던 것은 아니고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기로 시작한 일이었다. 짧은 연극이긴 하지만 그것도 나름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던 일이라 때마침 내가 가르쳤던 아이 하나가 대학교에 들어가고 와서 나를 도와주겠다고 했다(그런 일은 주일학교에서 흔한 일이다). 그것은 확실히 대견한 일이 아닐 수 없겠지만 웬걸, 녀석은 겉으로만 나를 돕겠다는 거였지 그 속내는 따로 있었다. 팀 아이들과 선생인 나를 갈라놓고, 제멋대로 팀을 운용하려고 했던 것이다.  난 도무지 이 난세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러다 중여지책으로 그 상황 그대로를 연극으로 재연시켜 무대에 올렸다. 제발 좀 깨달으라고.  녀석은 금세 내가 자기를 타깃으로 만든 연극인 줄 알았고, 그 다음부터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짐작은 갈 것이다.  좀 특수한 상황이긴 하지만,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 때 부딪히지 않을 수 없는 문제가 표절 시비와 함께 이런 문제가 아닐까 싶다. 즉 실제 인물을 다루는 것 말이다.  그것에 대해 모 작가는,  작가가 되려면 못된 사람이 되기를 각오하라는 말로 스스로를 격려하기도 했나 보다. 

 

 이책도 그렇다.  결국 소설도 사람의 이야기고 보면 등장인물 내지는 주인공은 현실 어디에선가 있을 법한 인물을 가공하던가, 그대로 이미지화 하던가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 어느 날 어느 작가가 자기를 작품속에 출연시키더라도 놀라거나 노하지 말기를 바란다. 물론 그것을 오히려 기대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그 작품속에서 자신을 멋지게 그렸을 때나 가능한 거지, 세상이 부조리하다는 것을 알면 어느 누구도 작가의 손에선 착하고 멋지게만 그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멱살잡힐 것을 두려워 작가로서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책에서 가장 나의 마음을 찡하고(물론 이책은 가슴 찡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천기가 누설된 것만 같은 책은 아무래도 제일 첫번에 나온 '안나 카레니나'를 쓴 톨스토이가 아닐까 싶다.  주인공 안나 카레니나가 실제로는 두 인물을 합쳐놓은 것이라니!  하지만 그 작품이 찡한 건, 주인공과 톨스토이의 마지막이 같다는 것일게다. 마치 자신을 예언하기나 한 것처럼. 얼마 전, 그를 다룬 영화를 본 것과도 겹치기도 하고. 

 

책은 솔직히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다. 뭐 서양 문학사에서 다룰 법한 작품들의 이면을 다룬 것까지야 그럴 수 있다고는 쳐도, 생각했던 것만큼 깊이있게 다루지는 못한 것 같다. 각 작가의 작품을 쓰는 패턴을 다룬 것은 흥미롭기는 하다. 어디 가면 이런 책을 또 만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그런데 읽다보면 작가란 과연 어떤 족속일까에 대해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도대체 무엇이 작가로 하여금 그 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일까? 오래 전, 신경숙 작가의 말을 또 한 번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작가란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 천형으로 끊임없이 책상에 앉아 무엇인가를 써야만 하는 존재라고 했다. 거기에 더해,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땅속에 대고라도 외쳐야 하는 존재는 아닐지?

 

언젠가 배우 유준상이 나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그 사람을 보고 감탄한 것은, 그는 한마디로 연기만을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물론 그가 연습 벌레라는 건 익히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그는 인터뷰하는 중에도 끊임없이 이 상황을 연기에 어떻게 써 먹을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사람이었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혼 반은 연기 연구에 반은 현재에 있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은 반쯤은 미친 사람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보면서 작가도 그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내가 오늘 들은 이야기, 어떤 사건, 상황이 작품에 어떻게 표현되고, 다룰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상상하고, 연구하는 사람이 작가인 것 같다. 그래서 책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한 사건이나 계기를 다루지만, 작가들 자신이 이미 훌륭한 이야기꾼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단순히 이야깃거리 하나를 두고도 어떻게 비틀고 매만져야 흥미로운 작품으로 재탄생될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06p) 사람들이라고 규정했다.  작가는 이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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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1-09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는, 삶을 짓는 이야기, 생각을 짓는 이야기,
이것저것 아울러 글을 짓는 사람이겠지요

stella.K 2013-01-10 14:59   좋아요 0 | URL
그렇죠? 함께살기님처럼.
잘 지내시죠?^^

마립간 2013-01-09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로 돌아오셨군요. 환영합니다.

stella.K 2013-01-10 15:46   좋아요 0 | URL
네. 오랫만에 이곳에 글을 쓰려니 꽤 멋쩍네요.
잘 지내시죠?
환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13-01-10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영합니다 2.

오랜만이에요. 무척 반갑습니다.
새해에 이루고자 하는 것, 꼭 이뤄지시길 빌겠습니다.
저의 마음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
(닉네임을 바꾸셨네요.ㅋ)

stella.K 2013-01-10 15:46   좋아요 0 | URL
다 언니 덕분이어요.ㅠ
그렇지 않아도 제 글을 봐 주실까? 내심 기다리기도 했는데
정말 약속대로 봐 주셨네요. 고맙습니다.
언니도 새해 꼭 바라는 소원들 다 이루시길 빌어요.
(네. 바꿨습니다. 마음에 드시나요?ㅎ)

2013-01-10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11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3-01-10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티커스님 안녕. 갑자기 생각났는데 그 '담요'는 어떻게 됐나요? 저랑 인연이 없었으니 애티커스님께는 갔나요?ㅋㅋ

stella.K 2013-01-11 10:46   좋아요 0 | URL
ㅎㅎ 아이리시스님께 인연이 없는 걸 저라고 있겠습니까?
워낙 경쟁률이 센데다 모집 인원이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
그때 기회가 왔을 때 잡았어야 했던 건데 하필 아파 가지고.ㅜㅜ
참, 님 프라하의 묘지는 어떻게 됐나요?ㅋㅋ


2013-01-12 0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12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진 2013-01-14 00:04   좋아요 0 | URL
오, 두분의 재회다! 꺅

아... 재회아닌가 ㅋㅋㅋ

2013-01-12 0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12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 류시화 제3시집
류시화 지음 / 문학의숲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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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언제나 나에겐 관심 밖이었다.  

어쩌면 그리도 속 깊은 것인지? 어쩌면 그리도 낮선 것인지? 

내가 나를 알 수가 없는데 남의 속 깊은 뜻을 어찌 알까 싶어 일부러 외면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문외한이 되었다. 그래도 시인 류시화를 모른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워낙에 시로, 번역으로 잘 알려진 사람이라 언젠가 한번은 그의 작품을 마주하고 싶었다. 

 

비록 우리는 시인이 될 수 없을지라도

 

 시인의 시는 뭐랄까, 명상을 하는 시인이라서 그럴까? 상당히 깊은 언어의 세계를 구가한다. 또 그래서 그럴까? 그는 시인의 시어를 사랑한다. 정말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어떻게 만들어질까 궁금하다. 그에 대한 실례로 시인은 몇 가지 단어를 그만의 언어로 재해석 한다.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말들이 달라졌으리라'고 하면서,

 

봄은 떠난 자들의 환생으로 자리바꿈을 하고

제비꽃은 자주색이 의미하는 모든 것으로

하루는 영원의 동의어로

인간은 가슴에 불을 지닌 존재로

얼굴은 그 불을 감추는 가면으로

                                         (32p) 

그렇다. 세상에 벼라별 사전이 다 있으면서 시인의 사전이 없다니? 만약 시인의 사전이 있었더라면 세상은 좀 더 아름다워질까? 다른 건 몰라도 시인은 단언하건데, 세상의 많은 단어들이 바뀌었으리라고  말하고 있다.

눈동자는 별을 잡는 그물로

상처는 세월이 지나서야 열어 보게 되는 선물로(33p) 말이다.

그리고 또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사랑은? 인생은? 죽음은? 미움은? 후회는? 절망은? 어제는? 만남은? 이별은......?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

나 나름의 언어로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요는 자신만의 사전을 가지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는 것도 같다. 그것이 꼭 시인이 되는 것이 아니어도 좋으리라.

언어가 자신을 구원할 수 있을까?  나는 그것에 어느 정도 긍정하고 싶다. 요즘의 싸구려 언어는 타인을 공격하고, 스스로를 자해하고 있다.  메스가 사람을 살리는 도구도 될 수 있고 해하는 도구도 될 수 있는 것처럼 언어 또한 그렇지 않는가? 오늘 하루동안의 생각들, 무심코 썼던 말들을 종이에 써 보라. 그것이 그 사람을 말해 줄 것이다. 

자신이 믿는 신에게 기도를 할 때 나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 다 좋은 마음과 정제된 언어로 기도를 한다.  인간이 쓰는 언어는 그래야 한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비록 시인이 될 수 없을지라도 소망의 언어탑을 쌓아야 할 것이다.

 

 가끔 K2본부에서 하는 <김승우의 승승장구>라는 프로를 보면 그날의 출연 게스트에게 자신을 나타내는 단어를 꼽으라고 한다. 그래서 그 단어의 의미와 자신이 생각하는 의미를 재해석하게 한다. 사람이 쓰는 언어란 그런 것이구나 싶다. 

 

상처를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 

 

시인은 말한다. '상처는 세월이 지나서야 열어 보게 되는 선물'이라고.

시인은 유독 시집에서 상처를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상당히 긍정적이고,  자기치유적이다.

요즘은 하도 상처 받았다는 사람이 많고, 그것을 다루는 책도 많이 나왔고, 치유법도 많아졌다.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겠지만 그런 현상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뭐 그리 상처가 많아서 성처, 상처 하는 것일까? 세상은 온갖 이론을 앞세워 상처를 규명하려고만 한다. 상처가 있으면 그것을 치유하는 방법도 자기 안에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것들을 무력화시키고 자기 스스로는 고칠 수 없다고 그러고, 다른 것에서 상처를 치유 받으라고 하고, 잊으라고 한다. 

왜 상처는 똑바로 응시하면 안 되는 걸까? 내 안에 상처 이외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려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나는  '상처는 세월이 지나서야 열어 보게 되는 선물'이라는 말에 동감한다. 나도 지난 날 적지 않은 상처를 받고 살아왔다. 아니 상처 받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물론 그것은 되네이기도 싫은 것들이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그때 이해하지 못한 것들이 지금은 이해가 되면서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있게되고 나는 더 넓고 깊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시인이 상처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은 '옹이'라는 시에서가 아닌가 싶다.

 

흉터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이것도 꽃이었으니 

비록 빨리 피었다 졌을지라도

상처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눈부시게 꽃을 밀어 올렸으니

비록 눈물로 졌을지라도

 

죽지 않을 것이면 살지도 않았다

떠나지 않을 것이면 붙잡지도 않았다

침묵할 것이 아니라면 말하지도 않았다

부서지지 않을 것이면, 미워하지 않을 것이면

사랑하지도 않았다

옹이라고 부르지 말라

가장 단단한 부분이라고

한때는 이것도 여리디여렸으며

다만 열정이 지나쳐 단 한 번 상처로

다시는 피어나지 못했으니  (12P)

상처에 대해 이만큼 통찰적이고 잘 표현한 시도 드물것이다. 상처는 없애고,  잊어버려야 할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어쩌면 상처는 보듬고, 이해하고,  토닥여줘야 잘 아무는 것인지도 모른다. 상처는 미워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긍휼히 여겨야 하는 대상인지도 모른다. 그 상처도 상처가 되기까지 얼마나 싫었을까를 생각하면 말이다. 상처는 어찌보면 미리 열어 본 판도라의 상자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시집의 제목은 '이런 시를 쓴 걸 보니 누구를 그 무렵 사랑했었나 보다'란 시에서 따온 것이다.

'너는 나에게 상처를 주지만 나는 너에게 꽃을 준다, 삶이여 나의 상처는 돌이지만 너의 상처는 꽃이기를, 사랑이여 삶이라는 것이 언제 정말 우리의 것이었던 적이 있는가 

우리에게 얼굴을 만들어 주고

그 얼굴을 마모시키는 삶

잘 가라, 곁방살이 애인아(110P)

사랑도 대상이 있어야 하듯 상처도 대상이 있어야 한다. 이 시를 읽고 있으면 다분히 자조적이기도 하고 나로 인해 상처 받았던, 다시 말하면 상처를 줘야만 그 누구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도 같다. 그것도 너무 미안해 직접 구하지 못하고 한낱 자의적으로 조그맣게 구하는 용서. 나는 그에게 사랑이 되길 바랬는데 한낱 돌 같은 상처 뿐이었다니. 그돌 나에게 주고 너의 기억속에 나는 꽃같이 남아 있기를 사람들은 하나 같이 바라는 걸까? 사랑도, 상처도 이해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것을 삶이 언제 정말 우리의 것이었던 적이 있냐고 자조적으로 되묻고 있다. 우리의 것이 었다면 상처도 주지 않고 사랑을 이루고 살았겠지.  '우리에게 얼굴을 만들어 주고 그 얼굴을 마모시키는 삶' 그렇다. 따지고 보면 내 삶이 아니었던 그 알량한 삶도 나의 삶인 것이다. 그것은 얼굴을 마모 시키고 주름으로 남겠지.  '잘 가라, 곁방살이 애인아' 끝내 다가서지 못한 사랑을 곁방살이 애인이라면서 보내기 까지 했다.  상처만 줬던 곁방살이 애인. 사랑은 그리도 두려운 것이었을까? 피해버리고 말게. 그렇다면 앞으로 누구를 만나든 사랑 아니면 상처를 주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난 이 시가 참 마음에 든다.

 

나에게 부족한 것은 비켜선 것들에 대한 예의였다

 

 

나에게 부족한 것은 비켜선 것들에 대한 예의였다

(중략)

중심에 있는 것들을 위해서는 많은 눈물 흘리면서도

비켜선 것들을 위해서는 눈물 흘리지 않았다

(중략)

곁눈질이라도 바라보아야 할 것은

비켜선 무늬들의 아름다움이었는데

일등성 별들 저 멀리 눈물겹게 반짝이고 있는 삼등성 별들이

있었는데

절벽 끝 홀로 핀 섬쑥부쟁이처럼

조금은 세상으로부터 물러나야 저녁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아, 나는 알지 못했다.

나의 증명을 위해

수많은 비켜선 존재들이 필요했다는 것을

언젠가 그들과 자리바꿈할 날이 오리라는 것을

한쪽으로 비켜서기 위해서도 용기가 필요했다는 것을

비켜선 세월만큼이나

많은 것들이 내 생을 비켜 갔다

나에게 부족한 것은 

비켜선 것들에 대한 예의였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잠깐 빛났다

모습을 감추는 것들에 대한 예의였다     (118~119P) 

문학의 증명은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비켜선 것들에 대해 사람들이 예의를 갖추도록 하는 것.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서 그것만이 그들의 세상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 그래서 문학은 늘 약자의 편이고, 잊혀지고 감추어진 것의 편인 것이다. 그것이 문학의 사명이며, 인간적이 아닌 것에 대해 끊임없이 저항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문학은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매력적이면서도 위대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또한 그것은 나에게 '시'가 아닐까 싶다. 나는 앞서 시에 대해 문외한이라고 말했는데 그동안 내가 얼마나 시에 대해 예의가 없었는지 이 시를 대하는 순간 조금은 뜨끔했다. 시는 나에게 '절벽 끝 홀로 핀 섬쑥부쟁이'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조금은 세상으로부터 물러나야 저녁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아, 나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는 시인의 말처럼 언젠가 자리바꿈할 날'을 기다리지도 않는다. 시는 그저 항상 거기에 그렇게 있을 뿐이다. 그것의 진가를 알아주고 못 알아주는 것은 시를 대하는 사람의 몫으로 남겨둘 뿐이다. 시를 좀 더 가까이 해야겠다. 

 

그밖에...

 

나는 시인의 이런 말도 좋아한다.  

'적신호에도 멈추지 않는 사랑을 좋아한다

빛을 들고 어둠 속으로 들어가면 어둠을 알 수 없다고 말하는 시인을 좋아한다'(122p)

나도 이랬으면 좋겠다. 상처를 받아도 언제 상처를 받았느냐며 열심히 사랑을 하고, 열심히 자기 사명을 다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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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2-05-14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적이면서 좋네요, 시요.. 저는 현실적인 시어들보다 관념적인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포착한 시어들이 좋은데 류시화님은 그런 분이라고 생각 안했는데 인용하신 부분은 좋은 것 같아요. "비켜선 것들에 대한 예의' 그건 뭐지.. 뭘까요.. 뭘까..

stella.K 2012-05-15 18:01   좋아요 0 | URL
시가 조금은 어렵더라구요.
좋은 건 아주 좋은데.
하긴 시는 다 어려운 것 같아요. 이 작가뿐 아니라.
저는 류시화의 책을 정식으로 읽어 본적은 없는데
언뜻 언뜻 보면 정말 잘 쓴다 싶어요.
통찰적이고. 깊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에 제대로 읽어 본 건데 아이님한테도 그럴까요?^^
 
좌파하라 - 박노자, 처음으로 말 걸다
박노자.지승호 지음 / 꾸리에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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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진우 기자의 '정치정통활극 주기자'란 책을 읽어서일까? 내가 우리나라 상황을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하는 자각과 함께 그런 류의 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그래서 연이어 읽게된 책이 바로 이책이다. 박노자 씨야 워낙에 오래 전부터 유명한 사람이라 새삼 말이 필요없지만, 이번에 읽은 '좌파하라'는 주진우 기자의 책과 비교하기는 뭣하지만 더 강력하고 '급진'적이지 않나 싶다. 한마디로 앞의 책은 몰랐던 것을 깨우쳐 주면서도 특유의 인정과 감성이 묻어나는 느낌이 드는데, 이책은 그야말로 물기 쫙 빼고 건조하다 못해 좀 심하다 싶을 가혹한데가 있다.

 

이책은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 씨가 박노자 씨를 인터뷰한 것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작년 말 또는 올초부터 소위 말하는 우리나라 '야인'들의 대중적인 정치평론집(?)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그건 아무래도 올해가 정치의 계절이기에 그렇지 않은가 싶다.

 

이책을 읽다보면 박노자 씨는 연말 대선에 누가 대통령이 되던지 하등 관심이 없다는 말을 했다. 물론 그것이 알다시피 그가 (귀화한)외국인이기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읽다보면 그가 우리나라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많고 애정이 많은지 느껴진다. 그는 오히려 우리나라 국민이 대통령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 말을 했던 것인데, 이것도 관심이 없으면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만큼 그는 대화에 막힘이 없었고, 우리나라에 대해 진짜 우리나라 사람 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하긴, 어느 나라든 자국인 보다 외국인이 그 나라의 실정을 더 잘 아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외국인은 객관적일 수 있기 때문에 시각에 치우침이 없다. 그런데 비해 자국인은 일단 좌와 우가 나뉘어져 힘의 논리 때문에 보는 시야가 치우쳐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중 박노자 씨가 초두에 지적한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 주의를 주기도 한다. 그건 확실히 맞는 말이긴 하다. 워낙에 비운의 대통령이기에 그에 대한 연민 또한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정서를 노무현의 남겨진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할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박노자 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생전 잘못했던 것을 지적하므로(예를들면 우리 군의 이라크 파병 같은) 그에 대해 치우쳐 있는 감정을 바로할 것을 지적한다(나는 하루빨리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평가가 나와주길 바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노무현 대통령의 살아생전 강력한 오른팔이었던 유시민이나 문재인에 대해서도 경계할 것을 지적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그 사람들은 그렇게 많이 신뢰할만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솔직히 이 부분을 읽으면 조금은 혼돈스러웠다. 믿어야 하는 것인가, 믿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적어도 나는 주진우 기자의 책을 읽으면서 내친김에 아직 읽어보지 못한 문재인의 '운명'이란 책을 읽어 볼 참이었다. 그런데 내가 팔랑귀는 팔랑귀인가 보다. 그런 말을 들으니 슬그머니 그책에 대한 관심이 한풀 꺾였다(그래도 언젠가는 읽어봐야겠지ㅋ). 

그밖에도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처음엔 외국인이니까 이렇게 말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의심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우리나라에 대해 정통한 사람이다. 물론 다소의 견해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읽다보면 이만한 식견을 가지고 하는 말이라면 새겨들을 필요는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사실 그의 말을 다 알아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야 워낙에 정치와는 무관하게 살아 온 사람이라 어떤 말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대충 파악만 하고 넘어가야 했던 것도 적지않았다(인터뷰의 한계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 것 같다. 그는 좌파 논객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 좌파를 함부로 두둔하지 않는다. 아니 같은 좌파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좌파를 더 강도 높게 비판한다. 심지어 우리나라 좌파는 그저 우파에 대한 불온한(?) 좌파지 진짜 좌파는 아니라고까지 한다. 즉 그들은 진짜 뼛속까지 좌파는 아니라는 말이다.

 

솔직히 좌우파에 대한 논쟁은 우리나라로선 (아직)좀 불가능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예전에 이념의 시대엔 좌파와 우파는 오직 한 가지였다. '빨갱이'냐 아니냐는 식의. 하지만 탈이념화된 지금은 보다 복잡해졌다. 그러니 나름 좌파라는 사람조차도 자신이 무엇을 주장해야 하는지 우왕좌왕한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다. 더 좌파다워지는 것. 그래서 아마도 박노자의 말은 더 자극적이고 강경하게 들리는지도 모르겠다.

 

나 개인적으로는 이책을 읽으면서 악한 국가라도 없는 것 보단 있는 것이 나은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다. 자고로 보수 진영의 정치적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80년대부터 이어 온 좌파의 시끄러움을 폄하하거나 이해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작금의 나라의 현실을 지켜볼 때 우리는 더 들끓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국가의 개인에 대한 폭력과 인권 탄압으로부터 개인을 지켜내는 것은 연대하여 들끓는 것 밖에는 없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좌파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박노자는 말하는 것이다. 한번쯤 그의 말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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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2-05-10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재밌을 것 같아요. 유익할 것 같고. 많이는 못 읽었는데 정치색과 상관없이 이 분 너무 좋아요. 외국인의 눈으로 본 우리를 꾸준히 말해주니까요. 그런데 귀화외국인은 이제 우리나라 사람인 거죠?ㅋㅋㅋ 조만간 다른 분 또 찾아야겠네.. 좀 덜 오래된 분이요ㅋㅋㅋ

stella.K 2012-05-10 19:15   좋아요 0 | URL
대단한 사람 같아요.
정치인들이 말하는 건 아무래도 구라가 없지 않죠.
그런데 비해 이 사람은 칼 같고 거리낄 것이 없죠.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나라를 정말 이 사람만의 방법으로
사랑하는구나. 수긍이 가요.

귀화한 사람중 덜 오래된 분이라...
글쎄요. 저도 언뜻 생각 나는 사람이 없네요.
생각나면 알려드릴게요.^^
 

얼마 전 문학과지성사에서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 출간 이벤트를 했었다(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detail_book.aspx?pn=120403_oe)

 

사실 오에 겐자부로는 좀 어려워서 선호하는 작가는 아닌데, 개인적으론 '작가'라는 직업에 관심이 많은 관계로 이책을 언젠가 한번은 사야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마침 출간 이벤트를 하고 당첨되면 책을 보내준다는 말에 혹해 응모를 했다. 그런데 간만에 행운을 잡게 되어 이책을 받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응모를 하게 된 것도 이벤트 미션이 흥미로워서다. 이책은 대담집인데 대담에 다섯 가지 질문이 나오고 이에 대해 작가가 대답한 것을 응모자에게 똑같이 묻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한번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이를테면,

질문1,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질문2, 다시 태어난다면 남성과 여성, 어느 쪽이 좋으신지요? 이유도 한마디.

 

질문3, 무인도에 한 권의 책만 가지고 간다면 무엇을 고르시겠습니까?

 

질문4, 잘 모르는 곳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질문5,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은?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1. 저녁에서 늦은 밤 사이. 오늘 하루로 무사히 보냈구나 하는 안도감. 그리고 TV를 틀어놓고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잠이 드는 것.

 

2. 다시 안 태어났으면. 만일 그래도 태어난다면...글쎄 꼭 인간으로 태어나 여자 아니면 남자로 살아야 하나? 그냥 뭔가의 생명으로 태어나야 한다면 새로 태어나 하늘을 마음껏 날아보고 싶다.
3. 전자책을 가져가고 싶다. 이거 하나면 심심하지 않을 것이다.
4. 길치라 늘상 격는 일이다. 처음엔 다소 막막하긴 하지만 당황할 정도는 아니고 모르는 곳에서 내가 갈 길을 찾아가는 그 경험도 나쁘지는 않다. 요즘엔 이정표도 잘 되있는 것 같고, 친절한 사람도 새삼 많다는 걸 알게될 때 세상이 아주 삭막하지마는 않구나 하는 걸 느끼게된다.
5. 작가가 되서 돈도 벌고 여러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

 

 여러분도 답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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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2-05-04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당첨되신거 축하드려요. 누님이 하신 이벤트, 저도 기억이 나요.
다섯가지 질문, 저도 한 번 곰곰히 생각해봐야겠어요. 잠깐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생각해봤는데 쉽지 않네요. 한 두가지가 아니라서요 ^^;;

stella.K 2012-05-04 22:10   좋아요 0 | URL
요즘 기분 꿀꿀한데 잘 됐지?
알라딘에 글 쓰는 게 편치마는 않은데 그래도 생까고 계속 쓰려구.ㅋㅋ
뭐 질문이 어려운가?
답은 꼭 여기다 해줘.ㅎ

cyrus 2012-05-04 22:37   좋아요 0 | URL
네, 먼댓글로 달아놓을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