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게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를 챙겨 봤다.

이 드라마 꽤 괜찮다. 

스토리도 좋고, 연출도 꽤 훌륭하다.

막장이라고 해서 다 막장이 아니라는 걸 유감없이 보여줬다.

한마디로 우아한 막장이다.

.

솔직히 드라마치고 막장 아닌 게 얼마나 될까?

시청률 때문에라도 꼬고, 비틀고, 부딪히고, 깨지게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왜 막장인가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보여주지 않으면

막장은 막장으로 끝나버릴 수 밖에 없다.

그저 시청률에 연연하는 그저 그런 드라마로.

근데 이 드라마는 한 가지 목소리를 끝까지 일관성 있게 가져갔다.

그것은 인간의 욕망이다. 

인간의 욕망이 어디까지 갈 수 있으며, 그 끝은 무엇인가를

너무나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드라마에서 교훈적인 걸 보여줘야 하니,

욕망으로 막장인생 살지 말고 건강한 멘탈을 가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성실하게 살아라 이런 것도 보여줘야 한다.

또 그것이 메인이 되어야 하고.

그것을 우아진 역을 맡은 김희선이 나름 잘 보여줬다.

 

솔직히 나는 김희선의 연기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과연 그녀가

연기를 잘하는 배운지 아닌지 잘 알지 못했다.

잘 생긴 배우는 연기를 못 한다는 선입견 역시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런데 여기선 제 역할을 잘 해냈다.

하지만 내가 볼 때 이 드라마는 박복자 역을 맡은 김선아가 위한 드라마는

아니었을까  싶다. 

 

이 드라마는 우아진과 박복자를 위한 드라마고,

그들의 연기 대결이 볼만 했다.

물론 우린 드라마를 보면서 박복자가 잘 되면 안 되는데

시종 박복자가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보고 싶어했을 것이다.

그런데 조금 더 노련한 드라마라면 박복자에게 악한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우아진 역시 선하고 착한 면만을 보여주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그것을 잘 보여줬던 드라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도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1%의 부자들이 어떻게 살까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부자들이 어떻게 살까를

어느 만치는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항상 서민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1%의 부자들이 이 드라마를 볼까?

당연히 안 볼 것이다. 봐도 얼마나 시크하게 볼 것인가.

드라마가 서민편인 건 당연 시청률 때문이고,

드라마의 기능 중 하나는 우린 저렇지는 않지 하는 위로, 위안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만 하던가 아니면 그 보다 못한 사람에게선

최대한의 위로는 나오지 않는다.

그들에게선 공감을 얻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받으려면 우리 보다 잘난 사람에게서 얻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보다 잘난 사람을 어떻게든 희화화시켜야 하는데

그럴 때 잘 쓰는 방법이 부자를 희화화시키는 것이다.

그래, 늬들이 아무리 고상한 척 해 봤자 늬들도

나을 게 없는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야란 끌어내리기 동류의식이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부자는 종종 졸부로 그려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그것을 비껴가지 않았다.

그래서 부자는 고집불통에, 자기 밖에 모르는

무례한 꼴통으로 나오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선 안태동 일가를 대표한다.

 

그런데 이걸 보면서 역으로,

우리나라 부자들이 과연 저렇기만 할까?

만일 안 그렇다면 어쩔 것인가?

오히려 그들은 똑똑하고, 예의도 바르며,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면

거기서 오는 그 묘한 실망감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만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러므로 드라마를 너무 믿지 말 것.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어쨌든 여기선, 군계일학이랬다고 다른 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우아진이다.

그렇다면 우아진은 어떤 사람인가?

그야말로 평범한 서민 가정에서 자라 상류사회에 입성한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안태동 일가와는 뼛속부터 다른 존재다.

굳이 우아진과 같은 존재라면 그건 박복자다.

물론 박복자는 우아진 보다 더 불행하지만 굳이 같은 카테고리에

넣을 수도 있다. 상류사회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선 말이다.

 

이 드라마가 여타의 드라마와 다른 건,

그런 두 여자가 상류사회란 그라운드에서 서로 대결한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상류사회에서 우아하게 살아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를

잔혹동화로 보여줬다는 것 아닐까?

 

나는 특히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인물에 의미있는 캐릭터와 대사를

부여할 수 있을까? 대단하다 싶다.

 

이 드라마가 놀라운 건 또 있다.

박복자를 죽일 것이냐 말 것이냐로 시간 끌지 않고 아예 죽는다는

전제로 시작한다는 점.

그렇다면 왜 죽는가를 역으로 추적하는 것인데

작가가 스토리에 웬만치 자신있지 않으면 이런 시작은 쉽지 않을 거다.

그리고 박복자가 흘린 피조차도 우아했다.

이 드라마는 드라마 작가가 되려는 사람에게 좋은

교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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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7-10-21 2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드라마 재밌다는 얘길 들었는데 한 번도 못 봤어요.

저 역시 많은 인물에게 각기 다른 캐릭터와 대사를 주는 드라마 작가를 대단하게 보는 사람이에요. 천재 같다고나 할까요...

stella.K 2017-10-23 13:39   좋아요 1 | URL
안 보셨으면 보셔야죠.
정말 우아하게 잘 만든 드라마예요.^^

서니데이 2017-10-23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섯 시가 지나니까 저녁느낌이 많이 나요.
stella.K님,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stella.K 2017-10-23 17:51   좋아요 1 | URL
아, 친절한 서니님!
그렇죠? 오늘은 제법 쓸쓸하고...ㅠ
서니님도 따뜻한 저녁 시간 보내요.^^
 

《읽은 책》

 

출간 때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얼마 전, 알라딘 중고샵에 갔더니 눈에 띄어 낼름 업어와 조금씩 읽고 있었다.

 

죽음에 관한 우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묻는 책이기도 하다. 여기엔 5명의 세계적인 명사들이 나온다. 프로이트와 수전 손택, 존 업다이크, 딜런 토마스, 모리스 센닥. 이들의 죽음을 조명했다. 

 

어찌보면 죽음을 통해 바라 본 그들의 삶을 조명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단지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도 우리처럼 죽음을 앞에두고 살기를 갈망했다는 것. 그러나 죽음이 닥쳤을 때 담담하게 받아 들였다는 것. 하긴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누구나 죽음이 닥치면 내가 왜 지금 죽어야 하나? 그런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시간에 가까워지면 삶에 대한 욕망은 수그러들면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도 일견 생기게 되지 않을까? 왜냐하면 이 세상에서 삶이 더 이상 허락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더 이상 버틴다는 게 의미없다는 것을 아니까. 아쉬움은 어쩔 수 없이 남는 것. 그것이 없다면 인생이 아닐 것이다.

 

나의 아쉬움이란, 내가 더 이상 이곳에 없을 거라는 것. 그것으로 인해 슬퍼할 사람이 있을 거라는 것과 더 이상 책을 읽을 수 없고,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이 되겠지. 그래서 오늘 책 한 장이라도 더 읽고, 한 줄의 글이라도 더 써야할 것 같은데 그게 늘 마음에만 있지 실천이 안 된다.   

 

이 책과 관련이 없는 얘기이긴한데, 오늘 우연히 TV에서 고독사를 다룬 프로를 봤는데 남의 얘기 같지 않더라. 고독사하는 사람도 자신의 최후가 그럴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런데 고독사 하는 사람의 거의 대부분이 자신을 돌보지 않다가 쓰레기더미속에서 죽더라는 것. 그건 좀 민폐다 싶다. 내 시신을 치워줄 사람을 조금이라도 배려해 사는 동안은 깨끗히 정리할 거 정리하고 그러고 죽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을 얼마만에 완독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해를 넘겼던 것 같다. 읽기 싫은 것도 아니었다. 나도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생각하지 못한 걸 예리하게 파고 들어가 송곳에 찔리는 것 같다.

그런 것을 자꾸 다른 책에 밀리고, 채이고 결국 어제 겨우 다 읽었다(앞으로 다시 안 읽을 책이라면 모를까 한번 읽기로 정했다면 끝까지 읽도록 해야겠다).

 

저자는 인문학자인만큼 철학이나 역사에 대한 식견이 대단하다. 게다가 반박할 수 없는 논리 정연함 또한 탁월하다. 노학자로서 오늘 날의 교회에 일침을 가하는 쓴소리 역시 가차없다.

 

첫장의 예수님 구유에 나셨을 때 우리는 뭐했는가는 확실히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우린 주로 예수님 구유에 나신 사건에 동방박사 세 사람을 대입하기를 좋아한다. 그들은 아기 예수를 경배했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곧 아기를 낳을 산모에게 자리 하나 내어주지 못해 마굿간에서 낳게 만든 유대인은 아닐까?

 

사춘기 시절부터 신앙에 입문해 지금까지 교회를 다니고 있지만 지금은 많이 덤덤해졌다. 예전엔 예배 드리다가도 가슴이 뜨거워 눈물을 흘리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러는 경우가 거의 없다. 글쎄, 저자의 말대로 목사가 예언자가 아니고 제사장적이어서일까? 예언자라면 광야로 나가야 하는데 그래서 억압 받고, 고통당하는 사람를 대변하고 그들을 도와줘야 하는데, 제사장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못하니 교회만 지키려고 하고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세례만을 베풀려고 하고 있다. 그러니 그런 교회에서 매번 마음이 뜨거워 눈물을 흘리며 예배를 드린다는 건 한계가 있어보인다고 하면 핑계일까? 나름 말씀과 은혜가 살아있는 멋지고 근사한 교회를 다니고 있긴 하지만 난 그것에 안주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읽으면서 느꼈던 건 인문학의 정점은 종교 즉 신앙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리고 신은 당신만을 경배하라고 하시지 않으신다. 신은 당신 자신을 위해 인간이 뭔가를 해 주길 바라지 않으신다. 신은 전지전능하다. 무엇을 바라겠는가? 단지 인간을 향해 인간답게 살아주길 바라는 것 아니겠는가? 나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행복을 짓밟지 않는 뭐  그런 것들 말이다. 그런데 이 계율조차 온전히 지키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의 경배 따윈 받으시지 않으실 것 같다.

 

《읽고 있는 책》

오늘부터 읽기 시작한 책이다.

어쩌면 저자를 전에 한 번 봤는지도 모르겠다. 

<탄핵, 헌법으로 체크하다>가 나왔을 때 독자와의 만남에 당첨이 돼서 갔을  때 저자 중 한 사람으로 나오지 않았나? 그런데 미안하지만 지금은 워낙 오래된 일이라 코빼기도 기억나지 않는

 

다. 단지 나온 사람 중 제일 잘 생긴 사람이 있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가 이 책의 저자이길 바랄뿐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최초 보도 하면서 JTBC 뉴스룸이 상종가를 치고, 일반인들에게 헌법을 다시 보게만든 계기를 마련해 준 것도 역시 뉴스룸을 만드는 팀이었다. 거기에 왜 작가가 없겠는가?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 역시도 그전까지 뉴스는 기자가 만드는 거지 작가가 있을 거라는 걸 크게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새삼 작가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여기서 새롭게 알았다. 그만큼 방송에서 작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을지도 모르고, 우리가 그들의 존재를 너무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방송 작가면 드라마 작가나 생각하고, 라디오 방송의 각 코너의 멘트를 써 대는 사람으로나 생각하지 이렇게 생각 보다 쓰임새가 많다는 걸 누가 알겠는가? 작가는 이래저래 불쌍한 존재다. 그럼에도 그 길을 가겠다고 하고, 또 실제로 가는 것을 보면 제정신인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작가는 언제나 멋있다. 이런 자부심없이 어떻게 작가가 될 수 있겠는가?

 

     

《읽을 책》

    

오늘 도착한 책이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지금 읽고 있는 책과 앞으로 읽을 이 책을 같이 읽어야 할 것 같다.

 

독특하게도 저자가 신경과 전문의란다.

대문호 도스토옙스키가 간질병 환자라는 건 나도 들어서 알고는 있다. 또 바로 이것이 그를 예술혼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말도 들은 것 같고. 저자는 바로 도 선생의 간질병과 그의 작품을 통해  200년 전 러시아와 200년 후 한국 사회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근현대의 어두운 이면을 꼬집는다고 했다. 과연 어떤 책일지 궁금하긴 하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난 꼬집는 책은 별로다. 그냥 도 선생의 간질병을 앓는 삶에 대해서 연구한 책이라면 더 없이 좋았을 텐데. 아무튼 난 작가의 삶을 연구한 책들을 좋아해 선택한 책인데 이 책을 통해서도 도 선생님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그냥 막연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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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0-20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 저 책 출판사 서평 부탁을 받아서 무료로 받은 책이에요. 그런데 그때 한창 대학 생활하느라 바빠서 서평을 못 썼어요. ^^;;

stella.K 2017-10-20 18:57   좋아요 0 | URL
아, 그런 적이 있었구나.
난 김경집 교수 책은 이게 첨인데
인문학적 지식이 풍부하더군.
일침을 가하는 쓴소리도 거침이없고.
읽기가 어려운 건 아닌데 쉽게 읽히진 않지?ㅋ

북프리쿠키 2017-10-21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끼옹 <죄와벌> 얼마전 읽었는데요.
이렇게 재미있는 책인줄 몰랐어요^^;

stella.K 2017-10-21 13:20   좋아요 1 | URL
ㅎㅎ 알고 있어요.
그런데 재미있었나요?
저도 아주 오래 전에 읽은 적이 있는데
생각 보다는 잘 읽혔는데, 전 되게 읽기가 어려울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결코 만만한 건 아니었죠.
다시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어리석음의 미학> 한 번 읽어보세요.
아, 진짜 아무리 예술혼도 좋다지만
간질을 앓고 어떻게 살았을까?
그리고 도 선생의 삶이 생각 보다 굉장히 척박했더라구요.
정말 어떻게 살았을까?
저 같으면 하루도 못 살고 단명했을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아직 첫 부분이지만 이 책 뭔가 흥미롭더라구요.

페크pek0501 2017-10-21 2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선생이 평범한 삶을 살았다면 대작이 탄생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스텔라 님의 책 이야기는 언제나 좋습니다.

stella.K 2017-10-23 13:43   좋아요 0 | URL
오, 정말요?
그런 칭찬 첨 들어요. 으쓱 으쓱~ㅋㅋ

언니 기회있으시면 저 <어리석음의 미학> 꼭 보세요.
전 지금 조금씩 읽고 있는 중인데
저자가 정말 잘 썼어요.
솔직히 전 도 선생의 책 좀 난공불낙이라
읽을 엄두가 안 났는데 이 책 읽고나면
읽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흐흐
 
[블루레이]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 카미키 류노스케 목소리 / 기타 제작사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신카이 마코토를 안지는 거의 10년쯤 되오는 것 같다.

아는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무슨 초대권 비슷한 걸 받았는데 마침 피지못할 사정이 있어

못 가게 됐는데 간다면 양도하겠다고.

 

에니메이션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볼 기회가 그리 많지 않으니

딱히 좋아할 기회도 없었다.

그런데 뭐 때문인지 거절하면 안 될 것 같아 딱히 같이 볼 사람도 없으면서

안 되면 혼자라고 보자했다.

마침 그때 시나리오 학원을 다닐 때였고

같은 수강생중에 에니메이션 전공자가 있어

보러가지 않겠냐고 했더니 거절했다.

제깐엔 뭔가의 핑계를 댔던 것 같은데,

웬지 느낌이 내가 마음에 있어 보러가자는 뜻으로 받아들인 것 같아

나도 오해받고 싶지 않아 더 이상 권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때가 딱 이맘 때였던 것 같다.

그때 본 작품이 <초속 5센티미터>와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그리고 한 작품을 더 본 것 같은데 그게 뭔지 헷갈린다.

<별의 목소리>였을까,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였을까?

 

아무튼 세 편 모두 좋기는 한데 스토리가 약한 게 흠이었다.

또한 그걸 보면서 일본이 달리 애니매이션 강국이 아니로구나

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았고.

우리나라야 하청 받은 거나 잘하지 뭐하나 창의적으로 잘하는 게 있나?

쓴 입맛도 다셔졌다.

 

애니매이션이면서 영상이 어찌나 사실적이던지

감독의 완벽주의가 빛을 바란다 싶었다. 

 

그날 관객과의 대화도 준비되어 있었는데

정작 중요한 감독은 안 나오고 감독 밑에서 일하는 조감독인가,

무슨 문하생이었나 하는 사람이 대신 나와 실망을 안겨 주었다.

 

그후에도 위에 열거한 작품들을 TV로 다시 봤는데

역시 보면서 그림은 좋은데 스토리가 약한 건 용서가 안 됐다.

아니 약하다기 보단 전달이 잘 안 된다고나 할까?

뭔가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보는 사람에게 와닿지 않았는 것.

 

이 작품도 그렇지 않을까 솔직히 그리 많이 기대했던 것도 아니다.

그래도 그림이 좋으니 그거 하나 볼 맛에 본다했다.

더구나 언제나 그렇듯 SF 판타지다.

감독은 SF 판타지 넘 좋아하는 것 같다.

 

오, 근데 이번 작품은 정말 잘 만들었다.

스토리를 제대로 엮는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말하면 우리 영화 <시월애>를 연상케도 하고,

혜성이란 우주과학과 시간과 공간, 황혼, 기억상실 일본 민화 등을 

억지스럽지 않게 잘 엮었다. 

 

감독의 작품을 본지 가히 10년만의 결실 아닐까?

그동안 감독은 자신의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부단히 많은 노력을 했겠구나 싶다.

과연 노력파는 아닐까 싶었다.

 

물론 어느 감독이 노력파가 아니겠냐만,

특히 애니메이션은 작풍을 많이 따지는 편이라

그럼 점에서 작품은 한층 더 발전되고 노련해진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솔직히 지금까지 내가 본 일련의 작품들은 좋긴한데

뭔가 넘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 작품은 백화만발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꽤 만족스러웠다.

언제고 다시 보고 싶어질 것 같다.

 

사람이 무슨 일이든 10년 동안 노력하면 결실을 맺는다더니

감독 역시 이를 잘 증명해 준 것 같다.

경의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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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10-19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태그를 눌러 확인해 봤더니,
2009년 9월에 신카이 마코토 특별전에서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한 작품만 본 것으로 나온다.
그러니까 나머지 모든 작품은 다 TV로 본 것이다.
아, 인간 기억의 취약함이라니...ㅠ

cyrus 2017-10-19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국내 만화영화산업의 안습한 현실로 봐서는 향후 우리나라에 십 년 넘게 만화영화 제작에 종사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오기가 힘들어 보여요.

stella.K 2017-10-19 18:05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다.
뭐는 좋은 시스템이겠니?
그런데 만화는 좀 더 안타깝지.
가능성이 굉장히 많은 분얀데 말야.ㅠ

서니데이 2017-10-19 1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얼마전에 보았어요. 중간이 될 때까지는 조금은 지루한 느낌도 없지 않았는데, 그래도 후반부가 재미있었어요. 후반부는 동일본대지진을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참, 전에 페이퍼에 소개해주신 <색, 계>도 보았습니다. 영화를 볼 때는 생각을 못했지만, 보고 나서 다시 페이퍼를 읽으니, stella.K님이 쓰신 내용과 비슷하게 느낀 점이 많았어요.
오늘도 저녁이 되면서 바람이 차갑습니다.
stella.K님, 따뜻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stella.K 2017-10-19 18:10   좋아요 1 | URL
오, <색,계>보셨습니까?
공감하신 부분이 많다니 기뻐요.

저는 신카이 마코토 이번 작품은 만족합니다.
전작이 약간의 지루함이 느껴지긴 했죠.
놀라웠습니다.
서니님도 따뜻한 저녁 시간되시길...^^

transient-guest 2017-10-20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애니매이션은 구해놓기만했고 책을 읽었어요. 내용도 좋고 일본특유의 뭔가 10대때의 감성을 끌어내는 솜씨가 좋다고 생각했어요. 애니매이션은 비쥬얼효과에 있어 이런 감성을 더욱 잘 끌어냈을 것 같아요.

stella.K 2017-10-20 13:27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일본 애니매이션은 정말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더군요.
제가 볼 때 한국 영화 이제 노쇄의 길로 접어든 것도 같은데
지금이라도 애니에 투자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걸 안하네요.ㅠ
 
릿터 Littor 2017.8.9 - 7호 릿터 Littor
릿터 편집부 지음 / 민음사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어제 민음사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새로나온 <릿터 8>을 내일(그러니까 오늘) 발송한다고. 순간, 아!했다. 리뷰 쓰는 것을 잊어 먹은 게 생각난 것이다.

 

그런데 하도 띄엄 띄엄 읽으니 이제와 리뷰를 쓰려니 내용이 하나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내 나이 땐 뒤돌아서면 잊어 먹는다. 그래도 전화기 냉장고에 안 집어넣는 게 어디냐?

 

자, 생각을 차근차근 되짚어 보면, 마가릿 애트우드를 특집으로 다룬 게 제일 먼저 생각이 난다. <시녀 이야기>로 유명한. 마거릿 애트우드의 책은 우리나라에 수 권 번역되어 나와있다. 여기전 그동안 애트우드의 책을 번역했거나 편집한 사람들이 애트우드에 관해 얘기한 거랑 그녀의 인터뷰가 실려 그녀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얼마 전, 모처에서 올해의 노벨문학상을 맞히는 퀴즈가 있었는데 거론된 작가 중 아무래도 가장 최근에 안 작가니 이 사람을 선택했는데 알다시피 나는 미끄덩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건 새롭게 연재에 들어간 <<문학사 굿즈샵>>이다. 그러니까 8,90년대 유명작가들이 글을 쓰면서 애용한 물품들을 소개한 글인데, 첫번째로 <워드프로세서 '르모'의 추억>이다. 좀 놀라웠던 건, 아직도 육필을 고수하는 일군의 작가들이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바인데(그중 잘 알려진 게 김훈 작가일 것이다), 반대로 육필을 고집할 것 같은 작가가 워드프로세서라는 당대 첨단의 도구를 선호했다는 것. 대표적인게 고 박완서 작가라는 사실. 그는 더 이상 파지를 내지않아 좋다며 애용의 변을 남겼다고.

 

워드프로세서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건 80년 대 말, 90년 대초 무렵이었을 것이다. 그전까지 작가가 글을 쓰려면 그렇게 육필로 쓰거나 전동 타자기를 사용하는 것이 전부였다. 타자기도 있는 사람이나 쓸 수 있는 거지 작가라고 아무나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리라.

 

작가가 꿈이었던 나도 워드프로세서가 무척 갖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한창 갖고 싶었던 시절은 개인용 PC가 막 보급되기 시작한 때라 내가 워드프로세서를 갖고 싶다고 하면 하나 같이 그럴 바엔 돈 조금 더 보태서 PC를 사라고 권유 받았던 시절이기도 했다. 내 주제에 무슨 PC는...기계치에게 PC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러다 90년대 중반, 컴퓨터 관련학과를 졸업하고 비교적 얼리어답터에 속하는 동생으로부터 PC를 물려 받았다. 유난히 모니터가 누런 게 담배에 찌든 느낌이 나는 286 컴퓨터였다. 마침 그때는 내가 연극 대본을 막 쓰기 시작한 때여서 누렇거나 파랗거나 따질 게제가 아니었다. 그냥 뽀대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동생은 쓰던 컴퓨터를 주게되서 미안했던지 프린터기를 사 주기도 했다. 지금 노트북이나 태블릿 PC를 사용하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같은 얘기다.

 

문득 이 코너를 읽고 있는데, 나에게 있어 굿즈는 뭘까를 생각해 봤다. 그건 역시 노트북은 아닐까 한다. 나는 이제 거의 육필로 글을 쓰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기만큼은 육필로 써 볼까 했는데, 습관이 무섭다고 도저히 기분도 안 나고 힘들어 못 쓰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블로그다.

 

언젠가 내 책 후기에도 그런 얘기를 썼지만 블로그는 나의 굿즈이면서 동시에 나의 글쓰기를 대변한다. 얼떨결에 독서 에세이를 냈지만 그 보단 내 블로그질이 훨씬 더 할 얘기가 많을 것이다. 아무튼 '문학사 굿즈샵'은 상당히 흥미로운 코너임엔 틀림없다. 두 번째 편은 어떨지 기다려진다. 

 

그밖에 단편 소설로는 장강명의 소설이 눈에 띈다. 장강명을 좋아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나로선 아직 판단이 서질 않지만, 그의 단편 '괜찮아요' 는 나름 괜찮은 소설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나운서에 도전하는 미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데 잔잔하게 잘 읽혔다. 시작 전 작가의 사진이 실려있는데 선하고, 장난기 가득한 안경 낀 얼굴이 왠지 미워할 수 없는 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새로 안 사실이었는데, 창원 MBC가 살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작가가 능청스럽게 찔러넣은 것이다. 근데 이 작가 그렇게 열심히 글을 쓴다며? 열심히 글 쓰는 작가를 싫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소설가 최진영의 인터뷰도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글 쓰는 태도가 나와 비슷한 것 같은데, 나 역시도 글을 쓰면서 고쳐 쓰기를 같이한다. 그녀와 내가 다른 건, 그녀는 그렇게 써서 어쨌든 책을 내지만 나는 쓰다가 엎는다는 것. 아, 소설 쓰기는 세상에 못할 일중의 하나인 것 같다.  

 

또한, "출근 시간도 한참 지나서 잠을 깼다."로 시작하는 시 '카프카, 당신도 나를 찾았었지' 도 독특하다. 흔히 보아 온 시가 아니다. 무슨 시가 활자가 그리도 많은지. 시 같기도 하고 짧은 에세이 같기도 하다. 이런 시도 나름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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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0-12 19: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누님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누구 찍었어요? 저는 줄리언 반스를 찍었어요. 마거릿 애트우드도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한 작가인데, 2013년 수상자 앨리스 먼로가 애트우드와 같은 캐나다 출신이라서 올해는 물 건너 갔다고 생각했어요. 애트우드가 상을 받으려면 몇 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이번에 나온 《시녀 이야기》 드라마판에 대한 반응이 좋고, 세계적으로 페미니즘 열풍이 불고 있어서 애트우드가 올해 상을 받았으면 이견이 없다고 생각해요. ^^

stella.K 2017-10-13 13:2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애트우드 찍었다 미끄덩이었다니까.
근데 이 사람이 캐나다 사람이었어?
난 영국인 줄 알았다능...ㅠ
글치않아도 <시녀이야기> 드라마가 나왔다고 해서
나도 관심 폭증인데 최근에 나온 건가 보지?
내가 보려면 시간 좀 들여야 할 것 같다.

그나저나 너의 굿즈는 뭐니?
그것 좀 알면 안 되겠니..?ㅋ

cyrus 2017-10-13 13:32   좋아요 0 | URL
제가 굿즈를 받으려고 책을 사겠습니까? ㅎㅎㅎ 당연히 제가 좋아하는 굿즈는 책이죠. ^^

stella.K 2017-10-13 13:57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렇군. 당연한 걸 다 물어 보고 말이지.
나쁜 누나다. 그지?ㅋㅋㅋㅋ

서니데이 2017-10-13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의 굿즈는 티코스터가 인기입니다.^^
오늘 아침에 기온이 서울은 6.1도 였다고 하는데, 그래도 오후는 어제보다 조금 더 기온이 오른 거라고 해요.
stella.K님,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stella.K 2017-10-14 11:49   좋아요 1 | URL
오, 그 이쁘고 앙징 맞은 티코스터요!
글치 않아도 저의 커피잔이 엉덩이가
따뜻하다고 하네요.ㅎㅎ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습니다.
이제야 가을 날씨답다 싶긴한데
앞으로 점점 추워질 거 생각하니까
얼마 전까지의 날씨가 그리워지네요.
서니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시길....!^^

페크pek0501 2017-10-14 15: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타자기, 워드프로세서... 오랜만에 들어 보는 반가운 이름입니다.
저도 워드프로세서를 살 생각이라고 말하면 돈을 더 보태서 컴퓨터를 사란 말을 듣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때 집에 팩스는 있었어요. 그래서 원고지에 쓴 것을 팩스로 어느 잡지사에 보내는 일을 했던 적이 있는데 어느 시점부터 이메일로 제출하는 시대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팩스는 무용지물이 되었죠.
팩스 시대에서 컴퓨터 시대로 전환되던 그때를 지금도 기억합니다.

stella.K 2017-10-14 18:21   좋아요 1 | URL
아, 맞아요. 팩스!
전 이게 정말 신기하더라구요.
어떻게 이쪽에서 보내면 저쪽에서 받을 수 있는지...
진짜 이메일 생기고부턴지 아님 우리 나이가 그래서인지
편지도 잘 안 쓰게 되더라구요.
대신 이렇게 실시간 댓글을 쓰는데 편지가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구요.ㅎ

서니데이 2017-10-14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컴퓨터가 있는 집이 많지 않았는데, 인터넷 전용선이 집집마다 들어오는 시기부터는 컴퓨터가 가전처럼 된 것 같고, 요즘은 휴대폰도 그런 느낌입니다. 그런데, 가끔 팩스로 보내달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집에는 팩스가 없어서 조금 불편해요. 그러면서 아직도 팩스를 많이 쓰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
stella.K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stella.K 2017-10-14 18:51   좋아요 1 | URL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간혹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도 있긴 있나보군요. 신기해라.ㅋ

그래요. 서니님도 미투요!^^

transient-guest 2017-10-17 0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타이핑과 손글씨로 하는 작업의 가장 큰 차이는 생각하는 방식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손으로 쓸 때보다 훨씬 빨리 글이 나오는데, 익숙해지고나면 이게 거의 로보트처럼 작업이 됩니다. 손으로 쓰던 시절에는 생각하면서 한줄씩 채워보던 것이 쓰고 지우고 재구성을 반복하면서도 멈춤없이 계속 작업이 되는 것이 타이핑 같습니다. 시험을 손으로 치룬건 대학시절이 끝이고 이후엔 늘 노트북을 들고 다녔어요. 워드프로세서는 92-93년 정도에 잠깐 사용한 기억이 있지만, 이후론 늘 PC가 곁에 있었습니다.ㅎㅎ

stella.K 2017-10-17 13:25   좋아요 0 | URL
그래요. 맞아요. 손으로 쓰면 그런 건 있는 것 같아요.
쓰고 지우고 재구성하고.
그런데 기계에 익숙해져 버리면 그런 신경이 이예
퇴화되버리는가 봅니다.ㅠ

와, 근데 워드프로세서를 직접 써 보셨군요.
저는 주위에 pc 권하는 사람만 있었지 그걸 쓰고 있다는
사람은 못 만났습니다.ㅎ

2017-10-18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10-19 13:25   좋아요 0 | URL
아, 네. 즐독되시기 바랍니다.^^
 

 

어제 영화 <박열>을 보았다.

최근 이준익 감독의 영화가 좋아져 이 영화도 관심이 갔는데

글쎄..생각 보다는 별로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이게 한국 영환지 일본 영환지 헷갈릴 정도로 한국어 보다는

일본어를 많이 쓰고 자막을 많이 사용했다.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난 솔직히 좋지는 않았다.

물론 박열이 우리나라가 아니라 일본 현지에서 살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영환데 좀 더 친절해질 수는 없었을까? 

 

시점도 좀 아쉬웠는데,

차라리 박열의 동거녀였다던 가네코 후미코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갔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후미코에게 시점을 내어주기가 그리도 싫었나 싶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 나의 예상을 빗나간 것도 있다.

즉 나는 당연 박열이 일본놈들의 등쌀에 일찌감치 죽고,

그의 삶을 후미코가 글로 남겼을 거란 생각을 했더랬다.

실제로 그녀가 쓴 <나는 나>란 책도 있지 않던가.

 

그런데 영화를 보니 오히려 후미코가 박열 보다 일찍 죽었다.

그리고 그건 그녀의 선택이기도 했다.

박열은 생각 보다 훨씬 오래 살았다. 그것도 감옥에서.

후미코가 왜 박열을 선택했는지도 별로 나타나지도 않았다.

요즘 같은 감성으로 사랑은 작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설명이 너무 없다.

 

박열을 변호해 준 일본인 변호사를 우리나라가 언젠가 훈장을

수여했다는데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몹쓸 일을 많이한 건 사실이지만

잘한 건 잘했다고 인정을 해 줘야지.

그런 점에서 훈장 수여는 잘한 일 같긴 하지만 좀 늦은 감이 없지않다.

 

영화가 좀 단조롭다. 

박열이란 인물을 총제적으로 드러내주지 못하고 너무 한정적으로만

보여주는 것 같다. 이를테면 재판에만 포커스를 맞혔다고나 할까?

 

게다가 좀 의도적이란 느낌도 든다.

요즘의 한일관계도 썩 편치마는 않은데

그렇다고 어디다 데고 공식적으로 욕할 수 없고

그러니 영화에 대고 욕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가장 안전한 방법이긴 하지만 그도 너무 많이 쓰면

작위적이란 느낌도 든다.

과유불급이라고 적당히 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야 역사적으로 한일관계에 대해선 파고 파도 끝이 없겠지만,

일본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나가는지

새삼 궁금해졌다.

 

이런 계보를 잇는 영화 자꾸 만들어져야겠지만

그 생각 끝에 늘 켕기는 건 베트남이다.

물론 우리가 베트남을 침략한 적은 없지만

알게 모르게 못된 짓을 많이했다고 하던데

그 과거사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이제훈은 나무랄 때 없는 연기를 펼쳤다고 생각하지만

후미코 역의 최희서는 별로다.

일본어를 잘해서 캐스팅 했다던데,

그냥 영화 <동주>에서처럼 안전하게 나오는 것이 오히려 낫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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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10-11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봐야겠어요 ㅎㅎ;;;

stella.K 2017-10-11 14:54   좋아요 0 | URL
동주는 좋았는데 말이죠.ㅠ

2017-10-11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11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11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한국 역사가 영화 소재로 많이 사용하다보니 영화로 역사를 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영화보다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정리된) 책을 보는 게 유용하다고 생각해요.

stella.K 2017-10-11 16:19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다.
영화 덕분에 책을 볼 사람도 많겠지만
대충 영화만 보고 안다고 할 사람도 있겠지.
영화에선 다 담을 수 없는 것들도 많은데...

후애(厚愛) 2017-10-11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 연휴는 잘 보내셨지요.
늦은 인사 드립니다.^^;;

날씨가 싸늘해졌어요.
감기조심 꼭 하세요.^^

stella.K 2017-10-12 13:4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오늘은 공기가 어제완 많이 다르네요.
후애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고맙습니다.^^

transient-guest 2017-10-17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본 느낌은 선전에서 나온 클라이맥스를 이어붙인 것 같다는 것입니다. 흐름이나 구성이 지루했고 몇 가지 장면의 신선함으로 영화를 끌어가기엔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입니다. 말씀처럼 박열보다는 가네코 후미코의 눈으로 영화를 가져갔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일단 영화화하기엔 그 한 순간을 지나면 박열의 삶이 너무 지리했다는 생각도 합니다.

stella.K 2017-10-17 13:30   좋아요 0 | URL
제가 영화를 허투로 보진 않았군요.ㅋ
영화를 너무 진지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감독의 영화를 대체로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이 영화에서 제동이 걸리고 말았어요.
혹시 작가주의 감독이되는 건 아닐지
살짝 걱정이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