릿터 Littor 2017.8.9 - 7호 릿터 Littor
릿터 편집부 지음 / 민음사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어제 민음사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새로나온 <릿터 8>을 내일(그러니까 오늘) 발송한다고. 순간, 아!했다. 리뷰 쓰는 것을 잊어 먹은 게 생각난 것이다.

 

그런데 하도 띄엄 띄엄 읽으니 이제와 리뷰를 쓰려니 내용이 하나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내 나이 땐 뒤돌아서면 잊어 먹는다. 그래도 전화기 냉장고에 안 집어넣는 게 어디냐?

 

자, 생각을 차근차근 되짚어 보면, 마가릿 애트우드를 특집으로 다룬 게 제일 먼저 생각이 난다. <시녀 이야기>로 유명한. 마거릿 애트우드의 책은 우리나라에 수 권 번역되어 나와있다. 여기전 그동안 애트우드의 책을 번역했거나 편집한 사람들이 애트우드에 관해 얘기한 거랑 그녀의 인터뷰가 실려 그녀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얼마 전, 모처에서 올해의 노벨문학상을 맞히는 퀴즈가 있었는데 거론된 작가 중 아무래도 가장 최근에 안 작가니 이 사람을 선택했는데 알다시피 나는 미끄덩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건 새롭게 연재에 들어간 <<문학사 굿즈샵>>이다. 그러니까 8,90년대 유명작가들이 글을 쓰면서 애용한 물품들을 소개한 글인데, 첫번째로 <워드프로세서 '르모'의 추억>이다. 좀 놀라웠던 건, 아직도 육필을 고수하는 일군의 작가들이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바인데(그중 잘 알려진 게 김훈 작가일 것이다), 반대로 육필을 고집할 것 같은 작가가 워드프로세서라는 당대 첨단의 도구를 선호했다는 것. 대표적인게 고 박완서 작가라는 사실. 그는 더 이상 파지를 내지않아 좋다며 애용의 변을 남겼다고.

 

워드프로세서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건 80년 대 말, 90년 대초 무렵이었을 것이다. 그전까지 작가가 글을 쓰려면 그렇게 육필로 쓰거나 전동 타자기를 사용하는 것이 전부였다. 타자기도 있는 사람이나 쓸 수 있는 거지 작가라고 아무나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리라.

 

작가가 꿈이었던 나도 워드프로세서가 무척 갖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한창 갖고 싶었던 시절은 개인용 PC가 막 보급되기 시작한 때라 내가 워드프로세서를 갖고 싶다고 하면 하나 같이 그럴 바엔 돈 조금 더 보태서 PC를 사라고 권유 받았던 시절이기도 했다. 내 주제에 무슨 PC는...기계치에게 PC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러다 90년대 중반, 컴퓨터 관련학과를 졸업하고 비교적 얼리어답터에 속하는 동생으로부터 PC를 물려 받았다. 유난히 모니터가 누런 게 담배에 찌든 느낌이 나는 286 컴퓨터였다. 마침 그때는 내가 연극 대본을 막 쓰기 시작한 때여서 누렇거나 파랗거나 따질 게제가 아니었다. 그냥 뽀대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동생은 쓰던 컴퓨터를 주게되서 미안했던지 프린터기를 사 주기도 했다. 지금 노트북이나 태블릿 PC를 사용하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같은 얘기다.

 

문득 이 코너를 읽고 있는데, 나에게 있어 굿즈는 뭘까를 생각해 봤다. 그건 역시 노트북은 아닐까 한다. 나는 이제 거의 육필로 글을 쓰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기만큼은 육필로 써 볼까 했는데, 습관이 무섭다고 도저히 기분도 안 나고 힘들어 못 쓰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블로그다.

 

언젠가 내 책 후기에도 그런 얘기를 썼지만 블로그는 나의 굿즈이면서 동시에 나의 글쓰기를 대변한다. 얼떨결에 독서 에세이를 냈지만 그 보단 내 블로그질이 훨씬 더 할 얘기가 많을 것이다. 아무튼 '문학사 굿즈샵'은 상당히 흥미로운 코너임엔 틀림없다. 두 번째 편은 어떨지 기다려진다. 

 

그밖에 단편 소설로는 장강명의 소설이 눈에 띈다. 장강명을 좋아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나로선 아직 판단이 서질 않지만, 그의 단편 '괜찮아요' 는 나름 괜찮은 소설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나운서에 도전하는 미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데 잔잔하게 잘 읽혔다. 시작 전 작가의 사진이 실려있는데 선하고, 장난기 가득한 안경 낀 얼굴이 왠지 미워할 수 없는 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새로 안 사실이었는데, 창원 MBC가 살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작가가 능청스럽게 찔러넣은 것이다. 근데 이 작가 그렇게 열심히 글을 쓴다며? 열심히 글 쓰는 작가를 싫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소설가 최진영의 인터뷰도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글 쓰는 태도가 나와 비슷한 것 같은데, 나 역시도 글을 쓰면서 고쳐 쓰기를 같이한다. 그녀와 내가 다른 건, 그녀는 그렇게 써서 어쨌든 책을 내지만 나는 쓰다가 엎는다는 것. 아, 소설 쓰기는 세상에 못할 일중의 하나인 것 같다.  

 

또한, "출근 시간도 한참 지나서 잠을 깼다."로 시작하는 시 '카프카, 당신도 나를 찾았었지' 도 독특하다. 흔히 보아 온 시가 아니다. 무슨 시가 활자가 그리도 많은지. 시 같기도 하고 짧은 에세이 같기도 하다. 이런 시도 나름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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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0-12 19: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누님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누구 찍었어요? 저는 줄리언 반스를 찍었어요. 마거릿 애트우드도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한 작가인데, 2013년 수상자 앨리스 먼로가 애트우드와 같은 캐나다 출신이라서 올해는 물 건너 갔다고 생각했어요. 애트우드가 상을 받으려면 몇 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이번에 나온 《시녀 이야기》 드라마판에 대한 반응이 좋고, 세계적으로 페미니즘 열풍이 불고 있어서 애트우드가 올해 상을 받았으면 이견이 없다고 생각해요. ^^

stella.K 2017-10-13 13:2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애트우드 찍었다 미끄덩이었다니까.
근데 이 사람이 캐나다 사람이었어?
난 영국인 줄 알았다능...ㅠ
글치않아도 <시녀이야기> 드라마가 나왔다고 해서
나도 관심 폭증인데 최근에 나온 건가 보지?
내가 보려면 시간 좀 들여야 할 것 같다.

그나저나 너의 굿즈는 뭐니?
그것 좀 알면 안 되겠니..?ㅋ

cyrus 2017-10-13 13:32   좋아요 0 | URL
제가 굿즈를 받으려고 책을 사겠습니까? ㅎㅎㅎ 당연히 제가 좋아하는 굿즈는 책이죠. ^^

stella.K 2017-10-13 13:57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렇군. 당연한 걸 다 물어 보고 말이지.
나쁜 누나다. 그지?ㅋㅋㅋㅋ

서니데이 2017-10-13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의 굿즈는 티코스터가 인기입니다.^^
오늘 아침에 기온이 서울은 6.1도 였다고 하는데, 그래도 오후는 어제보다 조금 더 기온이 오른 거라고 해요.
stella.K님,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stella.K 2017-10-14 11:49   좋아요 1 | URL
오, 그 이쁘고 앙징 맞은 티코스터요!
글치 않아도 저의 커피잔이 엉덩이가
따뜻하다고 하네요.ㅎㅎ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습니다.
이제야 가을 날씨답다 싶긴한데
앞으로 점점 추워질 거 생각하니까
얼마 전까지의 날씨가 그리워지네요.
서니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시길....!^^

페크pek0501 2017-10-14 15: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타자기, 워드프로세서... 오랜만에 들어 보는 반가운 이름입니다.
저도 워드프로세서를 살 생각이라고 말하면 돈을 더 보태서 컴퓨터를 사란 말을 듣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때 집에 팩스는 있었어요. 그래서 원고지에 쓴 것을 팩스로 어느 잡지사에 보내는 일을 했던 적이 있는데 어느 시점부터 이메일로 제출하는 시대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팩스는 무용지물이 되었죠.
팩스 시대에서 컴퓨터 시대로 전환되던 그때를 지금도 기억합니다.

stella.K 2017-10-14 18:21   좋아요 1 | URL
아, 맞아요. 팩스!
전 이게 정말 신기하더라구요.
어떻게 이쪽에서 보내면 저쪽에서 받을 수 있는지...
진짜 이메일 생기고부턴지 아님 우리 나이가 그래서인지
편지도 잘 안 쓰게 되더라구요.
대신 이렇게 실시간 댓글을 쓰는데 편지가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구요.ㅎ

서니데이 2017-10-14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컴퓨터가 있는 집이 많지 않았는데, 인터넷 전용선이 집집마다 들어오는 시기부터는 컴퓨터가 가전처럼 된 것 같고, 요즘은 휴대폰도 그런 느낌입니다. 그런데, 가끔 팩스로 보내달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집에는 팩스가 없어서 조금 불편해요. 그러면서 아직도 팩스를 많이 쓰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
stella.K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stella.K 2017-10-14 18:51   좋아요 1 | URL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간혹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도 있긴 있나보군요. 신기해라.ㅋ

그래요. 서니님도 미투요!^^

transient-guest 2017-10-17 0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타이핑과 손글씨로 하는 작업의 가장 큰 차이는 생각하는 방식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손으로 쓸 때보다 훨씬 빨리 글이 나오는데, 익숙해지고나면 이게 거의 로보트처럼 작업이 됩니다. 손으로 쓰던 시절에는 생각하면서 한줄씩 채워보던 것이 쓰고 지우고 재구성을 반복하면서도 멈춤없이 계속 작업이 되는 것이 타이핑 같습니다. 시험을 손으로 치룬건 대학시절이 끝이고 이후엔 늘 노트북을 들고 다녔어요. 워드프로세서는 92-93년 정도에 잠깐 사용한 기억이 있지만, 이후론 늘 PC가 곁에 있었습니다.ㅎㅎ

stella.K 2017-10-17 13:25   좋아요 0 | URL
그래요. 맞아요. 손으로 쓰면 그런 건 있는 것 같아요.
쓰고 지우고 재구성하고.
그런데 기계에 익숙해져 버리면 그런 신경이 이예
퇴화되버리는가 봅니다.ㅠ

와, 근데 워드프로세서를 직접 써 보셨군요.
저는 주위에 pc 권하는 사람만 있었지 그걸 쓰고 있다는
사람은 못 만났습니다.ㅎ

2017-10-18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10-19 13:25   좋아요 0 | URL
아, 네. 즐독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