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게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를 챙겨 봤다.

이 드라마 꽤 괜찮다. 

스토리도 좋고, 연출도 꽤 훌륭하다.

막장이라고 해서 다 막장이 아니라는 걸 유감없이 보여줬다.

한마디로 우아한 막장이다.

.

솔직히 드라마치고 막장 아닌 게 얼마나 될까?

시청률 때문에라도 꼬고, 비틀고, 부딪히고, 깨지게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왜 막장인가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보여주지 않으면

막장은 막장으로 끝나버릴 수 밖에 없다.

그저 시청률에 연연하는 그저 그런 드라마로.

근데 이 드라마는 한 가지 목소리를 끝까지 일관성 있게 가져갔다.

그것은 인간의 욕망이다. 

인간의 욕망이 어디까지 갈 수 있으며, 그 끝은 무엇인가를

너무나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드라마에서 교훈적인 걸 보여줘야 하니,

욕망으로 막장인생 살지 말고 건강한 멘탈을 가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성실하게 살아라 이런 것도 보여줘야 한다.

또 그것이 메인이 되어야 하고.

그것을 우아진 역을 맡은 김희선이 나름 잘 보여줬다.

 

솔직히 나는 김희선의 연기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과연 그녀가

연기를 잘하는 배운지 아닌지 잘 알지 못했다.

잘 생긴 배우는 연기를 못 한다는 선입견 역시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런데 여기선 제 역할을 잘 해냈다.

하지만 내가 볼 때 이 드라마는 박복자 역을 맡은 김선아가 위한 드라마는

아니었을까  싶다. 

 

이 드라마는 우아진과 박복자를 위한 드라마고,

그들의 연기 대결이 볼만 했다.

물론 우린 드라마를 보면서 박복자가 잘 되면 안 되는데

시종 박복자가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보고 싶어했을 것이다.

그런데 조금 더 노련한 드라마라면 박복자에게 악한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우아진 역시 선하고 착한 면만을 보여주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그것을 잘 보여줬던 드라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도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1%의 부자들이 어떻게 살까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부자들이 어떻게 살까를

어느 만치는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항상 서민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1%의 부자들이 이 드라마를 볼까?

당연히 안 볼 것이다. 봐도 얼마나 시크하게 볼 것인가.

드라마가 서민편인 건 당연 시청률 때문이고,

드라마의 기능 중 하나는 우린 저렇지는 않지 하는 위로, 위안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만 하던가 아니면 그 보다 못한 사람에게선

최대한의 위로는 나오지 않는다.

그들에게선 공감을 얻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받으려면 우리 보다 잘난 사람에게서 얻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보다 잘난 사람을 어떻게든 희화화시켜야 하는데

그럴 때 잘 쓰는 방법이 부자를 희화화시키는 것이다.

그래, 늬들이 아무리 고상한 척 해 봤자 늬들도

나을 게 없는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야란 끌어내리기 동류의식이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부자는 종종 졸부로 그려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그것을 비껴가지 않았다.

그래서 부자는 고집불통에, 자기 밖에 모르는

무례한 꼴통으로 나오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선 안태동 일가를 대표한다.

 

그런데 이걸 보면서 역으로,

우리나라 부자들이 과연 저렇기만 할까?

만일 안 그렇다면 어쩔 것인가?

오히려 그들은 똑똑하고, 예의도 바르며,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면

거기서 오는 그 묘한 실망감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만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러므로 드라마를 너무 믿지 말 것.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어쨌든 여기선, 군계일학이랬다고 다른 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우아진이다.

그렇다면 우아진은 어떤 사람인가?

그야말로 평범한 서민 가정에서 자라 상류사회에 입성한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안태동 일가와는 뼛속부터 다른 존재다.

굳이 우아진과 같은 존재라면 그건 박복자다.

물론 박복자는 우아진 보다 더 불행하지만 굳이 같은 카테고리에

넣을 수도 있다. 상류사회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선 말이다.

 

이 드라마가 여타의 드라마와 다른 건,

그런 두 여자가 상류사회란 그라운드에서 서로 대결한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상류사회에서 우아하게 살아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를

잔혹동화로 보여줬다는 것 아닐까?

 

나는 특히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인물에 의미있는 캐릭터와 대사를

부여할 수 있을까? 대단하다 싶다.

 

이 드라마가 놀라운 건 또 있다.

박복자를 죽일 것이냐 말 것이냐로 시간 끌지 않고 아예 죽는다는

전제로 시작한다는 점.

그렇다면 왜 죽는가를 역으로 추적하는 것인데

작가가 스토리에 웬만치 자신있지 않으면 이런 시작은 쉽지 않을 거다.

그리고 박복자가 흘린 피조차도 우아했다.

이 드라마는 드라마 작가가 되려는 사람에게 좋은

교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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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7-10-21 2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드라마 재밌다는 얘길 들었는데 한 번도 못 봤어요.

저 역시 많은 인물에게 각기 다른 캐릭터와 대사를 주는 드라마 작가를 대단하게 보는 사람이에요. 천재 같다고나 할까요...

stella.K 2017-10-23 13:39   좋아요 1 | URL
안 보셨으면 보셔야죠.
정말 우아하게 잘 만든 드라마예요.^^

서니데이 2017-10-23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섯 시가 지나니까 저녁느낌이 많이 나요.
stella.K님,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stella.K 2017-10-23 17:51   좋아요 1 | URL
아, 친절한 서니님!
그렇죠? 오늘은 제법 쓸쓸하고...ㅠ
서니님도 따뜻한 저녁 시간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