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
이은희 감독, 디오 (EXO) 외 출연 / 알스컴퍼니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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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는 영화마다 실망을 했던터라 이 영화 역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봤다.

평식이, 평순이의 평점을 믿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어, 근데 이 영화 정말 쓰레기 더미에서 건져낸 보석 같은 영화다.

 

얼핏 <써니>를 만들었던 사단에서 만들었다나,

아니면 그 영화와 계보를 같이 한다나..

하나 확실한 건, <써니>의 계보를 잇는다는 것.

형식이나 구조도 흡사하다.

혹시 <써니>를 보고 괜찮았다고 생각한다면

이 영화도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써니>와 비슷하다면 다소 식상할 수도 있을 텐데 그렇지가 않다.

솔직히 이야기도 어디서 본듯하긴 하다.

그런데도 가랑비에 옷 젖듯이 빠져 드는 데가 있다.   

 

확실히 영화는 음악과 함께할 때 그 효과는 배가가 되는 것 같다.

90년대 인기 팝송을 차용해 추억을 자극한다.

 

나도 가끔 사춘기 시절을 추억해 보는 때가 있다.

물론 사춘기는 다시 돌이키고 싶지 않은 인생의 한때 이긴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그때만큼 풋풋하고 좋았던 시절도 없었던 듯하다.

온전히 나 하나로만 꽉 찬 시절 아닐까?

누구를 먹여할 책임도, 누구의 인생을 책임져 줘야할 것도 없다.

오로지 친구와 공부와 미래에 대한 고민과 공상만 하면 된다.

부모가 입혀주고,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뭐가 걱정이랴.

그런데도 그 시절은 또 그렇지만도 않다.

그 고민으로도 머리가 터진다.

지나놓고나면 아무 것도 아닌 걸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소진해야 하는 것인지.

인간은 걱정 기계인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는 어찌보면 황순원의 '소나기'의 또 다른 버전 같기도 하다.

수옥이 왜 다리를 저는 불구의 몸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때 다리를 고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있다 그것이 좌절되자 절망한다.

또 그때 수옥을 좋아하던 범실이 수옥에게 비로소 사랑을 고백하는 건

확실히 순정이다. 그 사랑을 약속하는 것 또한 순정이다.

 

인상적인 건, 범실이 그 사랑을 고백한 후 수옥의 입술에 키스하지 않고,

입술을 정조준한 투명 우산에 키스한다는  것.

아, 이렇게 순박하고 인상적인 키스라니...

 

나중에 수옥이 그런 절망과 함께 친구들과 마을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사고,

게다가 범실의 사랑 고백까지 많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결국 바다에 자신의 몸을 던지는데 워낙 바다 물결이 거세어 수옥의 시체를

구할 수가 없다. 그러자 범실이 물속에 들어가 구하는데 성공한다.

그 장면이 어찌나 마음이 짠하던지.

 

암튼 전편에 흐르는 다섯 명의 친구들의 우정이 정말 진하다.

과연 저런 우정이 있을까 싶은데

영화가 아기자기 하면서도 마음을 후빌 땐 제대로 후빈다.

약간의 트릭도 있고.

 

굳이 흠이라면 영화가 너무 수학적이고 퍼즐 맞추듯 한다. 

그냥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도 좋을 텐데 그런 점에서는 

너무 열심히 만들었단 티가 난다.

그래도 이만하면 훌륭하다.

모처럼 좋은 영화를 본 것 같아 뿌듯했다.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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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7-10-07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써니>를 본 사람으로서 이 영화에 관심이 가는군요.
옛 시절을 자극하는 영화가 좋을 나이에 (제가) 와 있는 것 같아요.

추석 연휴는 잘 보내고 계신가요?

stella.K 2017-10-07 11:04   좋아요 1 | URL
아, 언니!
명절 잘 지내셨습니까?
저도 잘 지냈습니다.

<써니>를 재밌게 보셨다니
꼭 보셔야 할 것 같네요.
후회 안하실 거예요.^^
 
그래, 가족
마대윤 감독, 이요원 외 출연 / 알스컴퍼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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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이 대체로 좋은 편이라 보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난 이제 한국 영화도 식상한 편이라

그리 많은 기대를 한 건 아니다.

 

아니나다를까 정말 보다가 끌까 하다가 겨우 다 봤다.

나 참, 이렇게 배우랑, 시나리오랑, 연출이 따로 노는 영화도 드물 것이다.

 

그나마 이 영화의 공신은 이요원과 11살 소년으로 나온 정준원은 아닐까 싶다.

정준원은 확실히 연기 꿈나무다.

순박하면서도 능청스러운 연기를 잘 해 낸다.

 

문제는 시나리오다.

그나마 영화는, 이요원과 정준원이 방송사 사장 집에

잠입해 녹취에 성공하지 못한 것 까지는 봐줄만 했다.

사실 방송사 사장이 뭔가의 비리에 연루되어 있는데

그곳 기자로 일하고 있는 이요원이 그 비리를 파헤치는 역할을 맡은 것.

 

아무튼 그 이후 영화는 한국 영화 특유의 신파로 흐르기 시작한다.

그렇지 않아도 제목 봐라. 뭔지 안 봐도 알 것 같지 않은가.

단지 한글 네 자일 뿐인데.

 

그래. 가족은 그런 거다.

별로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은데

그래도 가족이기에 엮이고 설켜야하는 관계.

그래도 끌어 안아야 하는 관계.

가끔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그저 정치적 올바름일 뿐이다.

 

근데 시나리오 정말 후지다.

난 이렇게 무식하고 성의없는 시나리오는 첨본다.

과연 작가가 일년이면 책을 몇 권이나 읽고 시나리오를 쓰는지 묻고 싶다.

 

시나리오 작가가 영화나 많이 보면 됐지 무슨 책이냐고 한다면

이런 작가는 희망이 없다.

이런 작가는 영화사에서 애저녁에 싹을 잘라야 한다.

 

내가 정말로 불쾌하게 생각했던 건,

막내 낙이(정준원 분)의 탄생 비화가 밝혀지는 과정이다.

그건 세째 주미를 통해 밝혀지는데,

엄마가 원래 지병이 있어 누워만 있었단다.

게다가 말을 하지 못한다.

그 사이에 막내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더 웃긴 건 그걸 주미는 엄마가 배가 부른 게 복수가 차서

그런 줄만 알았단다.

물론 11년 전의 일이니 주미는 어렸을 때고 어린 마음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설정이 상당히 작위적이라는 것이다.

 

엄마가 아파 누워 있을 때 임신이 됐다?

과연 아플 때도 성욕이 동하던가?

죽어 가면서 아이를 한 명 더 낳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던가?

과연 그렇게까지 대사를 쳐 바를 생각이 나는가 말이다.

 

난 그 대사를 귀로 듣는데 연상이 되는 건

부부가 정말로 사랑해서 막내를 낳은 것이 아니라,

남편이 아내를 강간해서 낳게 되었다는 것으로 들린다.

더구나 아내는 말 못한다잖나?

 

사실 낙이는 아버지 장례 때 처음 알게된 동생이다.

그런 설정이라면 차라리 아버지의  배다른 자식 설정이

차라리 자연스럽다.  

그런 개구라가 어딨나?

 

어쨌든 부부가 막내를 낳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딱히 설득력 있게 와 닿지 않는다.

부부가 사랑했다면 어느 정돈지 그 관계도 모호하다.

시나리오는 과학이란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한국 영화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정말 잘하는 줄 알고

착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봐야 우물안에 개구리 아닐까?

항상 얘기하는 거지만 한국 영화는 시나리오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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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0-04 1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나온지 얼마 안 되는 영화네요.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영화를 볼 때, 우리 나라 영화를 많이 봐야 할텐데, 외국영화를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소설도 그런 편이고요.

오늘이 벌써 5일째 되는 날이니까, 중간쯤 되는데, 남은 날들도 즐겁고 좋은 시간 되세요.^^
stella.K님,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stella.K 2017-10-05 18:07   좋아요 1 | URL
서니님도 연휴 잘 보내고 계십니까?^^

그러게요. 저도 영화나 소설이나 외국작품을 선호하는 편인데
단지 잘 안 보는 유일한 분야가 있다면 그건
허리우드 메이저급 영화들입니다.
그 유명하다는 가디언 오브 갤럭신가 하는 영화 평점이 아주 높던데
앞부분 조금 보다 말았습니다.
저는 비허리우드 영화를 좋하하죠.^^

stella.K 2017-10-05 18:10   좋아요 1 | URL
ㅎㅎ 저 방금 서니님 서재에 있다 왔는데
자주 보내요.^^
 
대배우
석민우 감독, 이경영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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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잘 쓴 시나리오를 연출에서 말아 먹을 수는 있어도, 잘못 쓴 시나리오를 연출에서 살려내는 법은 없다고 했다. 이 영화가 딱 그짝이다.

어쩌자고 천만 배우 국민요정 오달수는 이런 후진 영화에 선뜻 출연을 허락했는지 모르겠다. 주연이 그리도 하고 싶었나?

후진 주연 보다 빛나는 조연이 났다는 걸 몸소 보여준다.

 

이 영화는 박찬욱 사단에서 만들었나 보다.

이경영을 깐느 박으로 나오면서 굳이 박찬욱임을 감추지 않는다.

더구나 고진감래 끝에 오달수는 깐느 박의 영화에 단역을 따냈는데 그 영화가 또 <박쥐>에서 딴 장면임을 누가 봐도 알 수 있게 했다.

 

이 영화를 굳이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건 주인공 오달수가 맡은 장성필 역이 아니라 그의 아들 장원석의 시각이다. 조그만 아이가 연기를 제법한다. 그런데 그 연기가 과연 아버지 피를 이어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 보단 아버지의 연기를 반면교사 삼아 가능성을 보였던 건 아닐지? 

 

그도 그럴 것이, 누가 요즘 다리 저는 연기를 위해 친히 자신의 발을 망치로 치는가? 그걸 열정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진짜 정신 나간 거다. 몸은 배우의 최종병기다. 그걸 미련스럽게 파괴하면서까지 연기하겠다는 건 열정이 아니라 무모함이고 그는 이로써 연기를 더 이상 하면 안 된다는 걸 보여준 꼴이다. 그짓까지는 가지 말았어야 했다. 그래서 그나마 실패했지만. 성공하는 걸로 나왔다면 오히려 욕을 더 먹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까지는 좋다고 치자. 그걸 또 가족을 위한 사랑과 희생하는 것으로 몰아가는 건 확실히 넌센스다. 가족 누구도 장성필이 그렇게 하면서까지 배우로 성공하길 바라지 않는다. 장모가 좀 한심스러워 하는 건 있지만 딱히 구박하는 것도 아니다. 괜히 자기가 주눅들어 깐느 박의 영화에 출연한다고 거짓말하고 그런 난리 브루스를 치는 거지.

 

더구나 시나리오가 개판인 건, 영화와 전혀 상관이 없는 대사도 막 넣었다. 이를테면, 딸이 일하다 다쳐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친정엄마가 되가지고 사위 그게 크냐 작냐를 가지고 딸과 농담 따먹기를 한다. 도대체 이게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생각하나? 

 

영화를 보면 남자들을 정말 한심한 존재로 그렸다. 이를테면 중요한 배역을 앞두고 전날 술을 잔뜩 쳐먹고 후배 설강식에게 배역을 빼앗기고 교통사고로 다리를 저는 신세가 되는 대호. 그리고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 그 후배는 배우로서 성공하자 모든 것을 달관한 양 자네가 잘 해서라고 자조하듯 말하는 거. 그런 설정이라면 대배우는 애초에 강성필이 아니라 설강식이여야 했다. 그리고 나중에 은혜 갚듯 강성필에 어렵게 따낸 깐느 박의 배역을 대호에게 주는 건 정말 썩소가 나오게 만드는 부분이다. 세상이 남자들의 것이라면 그래서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거라면 정말 웃기는 세상이다. 

 

 이 영화에 대한 평이 좋아서 나름 기대를 했는데 영 실망이다. 

그런데 난 이 실패한 영화에 뭐 할 말이 그리 많아 이렇게 길게 평을 쓰는지 모르겠다. 이유가 있다면 하나. 우리 영화 이제 좀 한계가 그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뭔가 제대로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지는 건 아닌지. 무엇보다 시나리오에서 영 받혀주는 힘이 약하다. 지금이라도 대오각성 해 줬으면 좋겠다. 어쩌려고 이러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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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9-23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강식은 설경구 송강호 최민식... 이었을까요.^^
잘 읽었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stella.K 2017-09-23 20:1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설경구의 은유는 아니었을까 하는데
그걸 윤제문이 맡았죠.
제가 윤제문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암튼 이 영화는 비추입니다.

서니님도 즐건 주말요!^^

AgalmA 2017-09-25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기를 위해 이를 뺐다던 최민수 생각이...
최근 나온 <보안관>이 이 영화의 모범일 듯도. 캐릭터 잘 살려 떡밥 회수를 알차게 하는 감독의 스킬이 돋보인다고 해서 저도 보려고 찜^^

stella.K 2017-09-25 18:00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근데 최민수는 유명해져서 뺏잖아요. 그럼 폼나죠.
굉장한 열정이다 뭐다해서.
그런데 이 영화에선 글쎄..그렇지 않아도 그지 같은데
꼭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오히려 한심하더군요.
그러니까 사람이 겉보란이라고 뭘 하나 하더라도
때와 장소와 지위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하긴 감독 눈에 띌려고 배우들이 뭔들 못했겠습니까?
우리가 다 몰라서 그렇지.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거죠.
 
더 셰프
존 웰스 감독, 시에나 밀러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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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이나 음식을 소재로한 영화나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일까?

이 영화도 그다지 많이 감동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짜임새 있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영화 중간중간 터지는 탄산수 같은 대사도 나름 괜찮았다.

그런 것으로 봐 시나리오 작가가 확실히 프로란 생각을 갖게 한다. 

 

주인공 아담 존스 역을 맡은 브래들리 쿠퍼를 어디서 봤나 했더니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었구나.

털북숭이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영화에서 거뭇하게 하고 나오니

것도 나름 섹시미를 풍긴다.

 

미셸 역의 오마 사이도 브래들리 쿠퍼와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서양의 흑인들은 거의 구릿빛이 감도는 피부색인데

이 사람은 거의 원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뭔가 흑인 특유의 건강미가 느껴진다.

 

스위니 역의 시에나 밀러의 연기도 좋긴하다.

그런데 영화 종반쯤에 어느 어시장에서 물건을 사서 나올 때

아담을 부르며 훅 들어가는 그녀의 기습 키스는 어디선가 본듯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뭐 저런 키스도 나쁘진 않구나 싶다.

그러자 아담이 더 미친 키스를 하지만. 

그런데 진짜 클리셰라고 느끼는 건 그 이후에,

우리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니예요? 하는 식의 대사다.

어쩌라구?

그럴 것 같으면 시작을 말았어야지.

언제나 그렇듯 여자 주인공의 키스는 이런 식이 많다.

입술박치기 수준에서 어물쩡 우리 없었던 걸로 해요. 이런식.

 

내가 요리를 주제로한 영화나 드라마를 별로 안 좋아하는 건

평생 또는 늘상 먹는 음식이 아니어서인지도 모른다.

미슐랭 가이드로가 얼마나 권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고?가 된다.

그것이 인정한 레스토랑과 셰프가 만들어주는 음식을 내가 평생

맛이나 볼 수 있을까? 그렇다고 내가 그런 걸 밝히는 호사가도 아니고.

그래봐야 전세계 1%를 위한 것 아닌가?

나 같은 평범족에겐 현실감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아무리 대단한 셰프라고 해도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

성질 팍팍 부려가면서 만든 음식이 뭐 그리 피가 되고 살이 되겠나?

사랑으로 만들어도 부족할 판에.

 

된장찌개 하나를 먹더라도 울엄마가 성질 안 부리고 끊여주는 그것이 훨씬 좋다.

우리나라 사람들 오성급 호텔에서 배터지게 먹고도 집에 돌아와 김치 찢어

밥 먹는 것은 물론 평소 익숙치 않은 음식을 먹은 것에 대한 헛헛함 때문일 수도 있지만

알게 모르게 셰프들의 괴팍한 성미가 조미료로 들어가 

살도 피도 되지 않기 때문이라면 너무 과장일까?

암튼 난 큰 주방에서 일사불란하게 대량으로 만든 음식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패스트푸드와 무엇이 다를까 싶다.

 

그보다는 <생활의 달인> 같은 프로에 나오는 음식계 무림고수들이

더 흥미롭고 존경스럽다.

그들은 오늘의 일용할 양식이라고, 딱 오늘에 할당된 양만 만들고 장사를 접는다.

종업원도 없거나 최소한의 인원만을 데리고 한다.

그러니 불필요하게 화를 내거나 독화살을 쏠 필요가 없다. 

 

그들중엔 자신이 뭘하는 사람인지를 특별히 알리지 않으면

정말 뭘하는 사람인지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

정말 이 분이 채소나 젓갈 장순지 찐방계 고수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는 건 바로 이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또 다른 측면에서 물리학자이기도 하다.

어떤 재료가 어떤 재료를 만났을 때 어떤 반응을 일으키고

어떤 요리로 탄생될 수 있는지 수없이 많은 실험과 실패를 반복해

알아내고 그들만의 요리 노하우를 발전시켰다.

그러니 물리학자랄 밖에.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외모 하나로 판단해 하대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어쨌든 음식은 사랑이고, 이해며, 용서다. 인간 그 자체.

이 영화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볼만하다.

중간에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흘렀던 음악

전에 무슨 CF 배경 음악으로 쓰였는데

이 영화에서 듣고 아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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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9-22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있는 음식 한 접시가 되기까지 보이지않는 사람들의 수고가 크네요.
영화도 그렇겠지요.
잘 읽었습니다.
Stella.k님 좋은하루되세요.^^

stella.K 2017-09-22 17:56   좋아요 1 | URL
요리를 만들어도 전투적으로 만들죠.
영화도 그래요. 그래서 뭔가 보고나면 남는 게 없어요.ㅠ


hnine 2017-09-22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고?> ㅋㅋ
물리학자들이 사실 음식의 만들어지는 원리에 그렇게 관심이 많을까요?
음식 영화를 별로 안좋아하시는구나~ 카모메 식당도 별로던가요? 전 그래도 그 영화는 좋던데.

stella.K 2017-09-22 17:54   좋아요 0 | URL
아, 그건 또 아니죠.
<카모메 식당>도 그렇고, <앙; 팥 인생 이야기> 같은 건
정말 좋죠. 미니멀리즘하고 인간적이잖아요.
허리우드 영화는 뭘해도 인간적이지가 않고
상업주의여요. 쇼적이고. 그게 참 마음에 안 들어요.
 
재심 : 초회 한정판 (2disc) - 고급 디지팩 + 시나리오북
김태윤 감독, 이경영 외 출연 / 오퍼스픽쳐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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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기대가 없어서일까? 그냥 범작이란 생각이 든다.

이야기를 이야기로 풀듯,

영화는 영화로 푸는 게 맞는 것 같긴하다.

 

그런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면서

그냥 우리가 익숙히 봐왔던 조폭이나 경찰의 비리를

까발렸던 그렇고 그런 영화류처럼 보인다. 

 

법이 힘없는 자의 편이 아니라는 건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것이긴 하나 이걸 너무 작위적으로 만들어 놓으니

좀 질린다는 생각이 든다.

인물의 변화도 역시 어디서 많이 본듯한 과정으로 변화하고.

 

이 영화에서 그나마 빛났던 건 현우 모로 나왔던 김해숙이다.

어촌에서 억척스럽게 늙어버린 할머니역을 맡았는데

정말 자기를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버렸을 때 연기력은 빛난다.

반듯한 이미지의 강하늘이 여기선 동네 양아치로 나오는데

나쁘지 않았다. 가능성이 많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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