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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오프 더 레코드 - 여자들끼리만 공유하는 연애의 모든 것
박진진 지음 / 애플북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집에서 구독하고 있는 모일간지 격주 목요일이 되면 김태훈의 '러브 토크'라는 연애 칼럼을 볼수가 있다. 처음엔 그냥 그렇고 그런 연애 입담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읽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심 기다려지는 코너가 된지 오래다. 그것은 글쓴이가 남자인만큼 남자의 관점에서 연애를 다루고 있는데 내가 모르는 남자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게 읽혀지는 것이다.그런데 비해 이책 '연애, 오프 더 레코드'는 남자들이 여자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여자는 이런 존재라고 대변해 주고, 바람직한 연애상을 제시해 주고 있어 어찌보면 남자들이 읽으면 더 좋을 법한 책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도 연애에 관한 책은 거의 전무한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연애에 박사가 아닌 이상에 연애에 관한 책도 좀 읽어 줘야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이런 책은 좀처럼 손이 가질 않았다. 읽으면 웬지 나는 연애 못하는 인간이라는 걸 자인하는 것 같아 싫기도 했고, 아님 그와는 반대로 밝힘증이 있는 것처럼 오해 받는 것 같아 싶기도 했다. 또 아니면 모 아니면 도랬다고, 꼭 여자 대 남자는 그렇게 연애 상대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말해질 수 있는 것인가 하여 그런 경직된 분위기에 저항하고 싶은 것도 있었던 것이다. 즉 이를테면 너무 생물학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다 보니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하면 평화 공존하며 인간적인 유대 관계를 증진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에도 초점을 맞혀주면 안되는 걸까 그런 생각도 든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생각엔 고답적이란 평가도 받겠지만 너무 섹스, 섹스해서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건 또 어쩌란 말인가? 섹스 이외에도 할 말이 많은 게 사람 사이라는 것일텐데 말이다.)
그래도 어쨌든 저자가 산정한 범위를 놓고 볼 때 나는 저자 특유의 똑부러지는 문체가 좋았다. 나라면 이렇게까지 못했을 것 같은 부분에서도 거침이 없었고, 특히 Q&A 코너에서 저자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 같아 새삼 놀랍기도 했다. 그것은 저자가 전혀 쌩뚱 맞은 대답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그런 질문이 떨어졌다면 다소 당황했거나 내 식의 말도 안되는 썰을 풀어 놨겠지만 저자는 상당히 침착하고도 현실성 있는 조언을 하고 있어 놀랍다는 것이다.
그런데 책의 내용에서도 언급했지만, 나 같은 경우 아니 여자라면 거의 다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지나간 사랑에 대해 그다지 미련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지나간 사랑을 만나는 것은 거의 의미없는 일처럼 느껴진다. 물론 만나서 친구처럼 지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뭐 어떻다는 것일까? 김 빠진 풍선을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른거지?(그러고 보니 확실히 남자와 여자는 모 아니면 도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비해 남자들은 헤어지고도 옛 사랑을 오래도록 잊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그런 사람을 보면 내내 좋다가도 싫어진다. 물론 그러는 거야 그 사람의 자유니 뭐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그의 질질거림이 싫고, 만약 그런 사람을 사랑하면 그건 짝사랑이 될 확률이 높으며, 설혹 사랑한다고 해도 신뢰할 수 없을 것만 같아 마음을 접게 될 것만 같다.
그것이 바로 여자와 남자의 다른 점일텐데, 여자는 남자를 사랑할 때 자신의 모든 것을 걸지만 남자는 여러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사랑이기 때문에 사랑이 끝나고 나서 여자는 미련을 갖지 않지만 남자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닐까 한다. 이처럼 만약 여자가 사랑이 끝나고 난뒤 미련이 남는다면 그것은 끝난 것이 아닐 것이다.
또 하나의 아이러니는 그러면서 남자는 지나간 사랑에 대해 허풍 떨며 말하는 것이다. 그것이 마치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양 말하는 것인데 그것이 이미 지나간 사랑인데 훗날 그렇게 허풍 떨며 말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여자는 이미 지나간 것에 연연해 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그려려니 할뿐이다(물론 안 그럴수도 있겠지만 만약 안 그렇다면 이것 역시 미련이 남는 것이겠지).
이런 책이 있었다. 여러 종류의 포도주를 자신이 사귀어 왔던 여자들에 빗대어 설명해 놓은 책. 포도주의 종류가 한 둘이 아니니 포도주도 알릴 겸, 자기가 사귀어 온 여자들도 말할 겸 은근 저자는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다. 처음엔 와~! 하며 읽었다. 그런데 저자도 밝혔지만 자신을 거쳐간 사람들이 또 어느 샌가 친구가 되었더라는 것이다. 그를 알았던 그녀들은 묘한 동류 의식이 생겼겠지. 하지만 그녀들끼리 무슨 말이 오고 갔을지는 그거야 말로 오브 더 레코드일 것이다. 그러면 뭐하겠는가 말이다. 지나간 사랑일 뿐인데.
언젠가 그런 질문을 받는 적이 있다. 이상형이 뭐냐고. 예전엔 주저리 주저리 떠들었던 것 같다.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하고. 등등. 그런데 지금은 그냥 한마디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만 사랑해 주는 사람요." 이것처럼 명확한 대답이 또 있을까? 우리가 사춘기 어린애도 아니고 그 나이 먹도록 사랑 한번 제대로 못하고 "니가 첫사랑이야."라는 말을 듣는 건 그다지 듣고 싶은 말이 아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그 순간만큼은 나에게만 집중해 주는 그래서 마치 상대가 이전에 한번도 사랑한 적이 없는 것처럼 사랑해 주는 그 사람에게 여자는 모든 것을 허락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자들이여, 아무 때나 시도 때도 없이 옛 사랑을 잊지 못한다고 질질거리고 다니지 마라. 누가 알겠는가? 그 자리에 마침 그에 대해 관심있어 하는 어느 여자가 앉아 있을지. 그런 건 방에서 혼자 있으면서 해도 되는 일 아닌가? 그리고 옛 애인이 그렇게 손을 털 땐 어딘가에 이 보다 더 나은 사랑이 있을거란 희망 있기 때문에 터는 것이다. 정말 그녀를 사랑한다면 아니 만나고 있을 때 올인 하지 못한 것을 자인한다면 그녀가 자신 보다 더 좋은 사랑 만나기를 바라는 것이 휠씬 성숙한 남자의 모습은 아닐까?
이렇게는 써도 역시 사랑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