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이 출몰하던 조선의 바다 - 서양과 조선의 만남
박천홍 지음 / 현실문화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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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역사 쳐놓고도 그 분야가 세분회 돼서 문화사나 정치사 또는 미시사 등등으로 나뉘곤 한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외교사적 관점에서 접근한 책이다. 그것도 16세기 조선의 외교사. 또한 특이할 사랑은 조선의 인접 국가가 아닌 서양 관계사다.

사실 저자가 초두에도 썼듯이 조선은 중국의 어깨에 숨어 남의 나라와 교류하기를 꺼려했다. 그런 조선이 서양과 교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새삼 놀랍기도 하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었을 것이다. 서양은 탐험과 정복의 역사고 그런 기질이 우리 조선까지 그 손을 뻗히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그건 어찌보면 긴 시간 문제였을 것이다. 근대적 동양은 서양의 침략을 받고 패배하고 착취되었을 때 비로소 근대에 들어섰다(17p)고 전하고 있다. 그러한 저자의 진술이 좀 서글프긴 하지만 그건 맞는 이야기일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라는 게 서양의 그것과 달라서 능동의 역사는 되지 못하고 수동성의 역사가 아닌가?  

하지만 서양이 그렇게 호전적이고 정복적 기질만을 가지고 동양의 근대를 깨웠을까에 다소의 의문은 남는다. 적어도 우리나라가 서양과 교류하게 된 것은 기독교 전래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고 볼 때 그러면서 문물도 함께 전해졌다. 그런데 침략 받고 착취 당하면서 깨었다고...? 물론 내가 생각하는 시선으로만 서양 외교사를 보는 것도 너무 단선적이긴 할 것이다.

우리가 처음에 서양인을 봤을 때 기괴한 느낌이 들었던 것처럼 그들도 우리나라 사람을 바라 볼 때 같은 심정이었음을 이 책은 누차 반복하고 있다.(그래서 난 좀 이 책이 지루했다.)어쨌거나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건 꽤 솔직하고 가식이 없는 표현이었을 것이다. 오늘 날을 보라. 누가 서양을 그렇게 표현하겠는가? 매일이든 또는 어쩌다가든 길거리를 나서면 우린 한 사람 이상의 서양인을 만나며 우리나라의 외국과의 교류는 너무 중요해졌다. 그러니 그 시대에 그런 표현은 솔직한 표현인 동시에 그 시대를 대표하는 정치적인 표현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오늘 날이었으면 좀 더 복잡하고 더 많은 해석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

사실 난 이 책이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았다. 외교사 쳐놓고도 정치적인 관점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전에 <스웨던 기자, 아손 100년 전 한국을 걷다>는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말이다. 물론 그 책은 이 책처럼 학술 서적은 아니다. 개인적인 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시선으로 우리나라를 보는 것과 외국 특히 서양인의 시작으로 우리나라를 바라 보는 것이 이렇게 다르구나 해서 흥미로웠다. 그래도 그 책을 굳이 분류하자면 민간 외교사나 문화 외교사의 범주에 집어 넣어도 되지 않을까? 

그래도 이 책은 외교사적 관점에서 조선을 조망했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이 책에 쏟은 노고도 충분히 짐작할 수도 있고. 이쪽에 관심있는 분은 일독해도 좋을 것 같다. 책이 두꺼운 게 좀 흠이라면 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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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의 황홀한 여행
박종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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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이탈리아를 동경해 왔다. 왜 그런지는 알 수가 없다. 그냥 혹시 해외여행을 할 기회가 있다면 나는 제일 먼저 가보고 싶은 나라가 이태리다. 우리나라가 대륙간 영향을 받기론 일본이나 중국, 미국등을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정서적으로 통하기는 차라리 이태리가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황홀했고 행복했다. 당장에라도 떠돌이 방랑자가 되어 이태리를 여행해 보고 싶은 충동이 불끈 뿔끈 솟았다. 저자는 무슨 복을 많이 타고 났길래 어떤 사람은 한번도 못가 본 나라를 매년 가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저자는 정신과 의사다. 그러면서도 클래식을 좋아하고 오페라를 미치도록 좋아해 아마추어라고는 할 수 없는 프로다운 경지에서 관련 분야의 책을 이미 여러권 낸 바 있다. 그렇게 클래식을 좋아하고 오페라를 좋아하면 이태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다시피 우리가 학교 때 음악 시간이면 배우게 되는 서양 음악의 음표라는 것도 알고보면 다 이태리 말이 아니던가? 이를테면 아다지오니, 크레센토니 하는 것도 이태리어에서 나온 말이 아니던가? 왜 서양음악의 음표가 이태리 말로 되어있는 것이냐고 따져 물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태리 로마는 이미 르네상스의 발원지고 중흥지기  때문에 역사, 지리, 음악, 미술, 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꽃을 피웠던 나라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이태리를 동경하게 된 것도 다 이유가 있었구나 새삼 깨닫게 된다.  하기야, 나도 얼마 전 기회가 좋아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을 본적이 있었는데 오페라라는 장르는 생애 처음으로 대했음에도 그때 본 감동은 가히 열광할 것만 같았다.   

요즘엔 여행서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 여행서는 저마다 목적을 달리하고 있다. 이를테면 여행자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여행을 하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질 수가 있다는 말일 것이다. 어떤 작가는 책이 좋아 서점을 돌아 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음식이 좋아 음식을 주제로 여행기를 쓰기도 할 것이다. 아니면 그냥 여행 자체가 좋아 그곳에서 본 광경들, 사람들을 쓰기도 한다.이 책의 저자는 음악이 좋아 당연히 이태리 출신의 음악가들의 자취를 돌아보며 글을 썼다. 내가 만일 어딘가를 여행해 여행서를 쓴다면 어떤 내용을 중심으로 여행서를 쓸까? 그것을 생각해 보는 것도 나름 즐거운 고민이 될 것 같다.

저자는 글발도 좋지만(그것은 다분이 부르주아적이다.), 사이 사이 끼워 넣은 사진은 정말 낭만적이다 못해 유혹적이기까지 하다. 도대체 저자를 생각하면서 이 사람이 못하는 건 뭘까 잠시 질투가 났다. 그리고 모든 것을 버리고(또는 두고) 언제든지 훌쩍 떠나는 방랑객들이 부러웠다. 나도 그렇게 살아 볼 수는 없는 것일까?

이 책은 언제라도 아무 페이지나 열어보고 사진과 글을 읽으면서 마음을 달래 볼 수 있는 좋은 책 같다. 아직 안 읽은 독자라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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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2008-08-20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탈리아는 어릴 적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었을 때부터 가고 싶었어요. ^^
근데 음악이 주를 이루나 봐요. ^^;; 관심 갑니다. ^^

stella.K 2008-08-21 11:49   좋아요 0 | URL
네. 전 아주 좋았어요. 함 읽어보세요.^^

2008-09-01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메르헨 2008-09-03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도 괜찮게 보았고..풍월당도 한두어번 가봤는데...이번엔 여행과 음악이네요.
님의 마지막 구절이 맘에 옵니다.
아무 페이지나 열어보고 사진과 글을 읽으면서 마음을 달래 볼 수 있는 좋은 책...
장바구니로...바로 갑니다. 하핫...^^
갓만에 와서 글 남기고 가요.^^

stella.K 2008-09-04 11:34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어요. 메르헨님.
이 책 정말 좋았어요.
기회되면 정말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요.^^

메르헨 2008-09-22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속 있어서 광화문 갔다 오는 길에 반이상 읽었어요.^^
오가는 시간은 뭐 두어시간이었지요.
완전 빠져들더군요. 군대군대 오타가 보여 투덜거리면서 푹~빠져서 황홀했답니다.
권해주신 책으로 오늘 하루 행복했어요.^^힛...고맙습니다.
오늘밤에 나머지부분 읽으며 이탈리아로 여행하렵니다.

stella.K 2008-09-23 09:58   좋아요 0 | URL
앗, 오타가 있었나요? 전 너무 황홀하여 있는지도 몰랐다는...ㅋㅋ
지금쯤 다 읽으셨겠군요. 행복하셨죠?^^
 
독신남 이야기
조한웅 지음, 이강훈 그림 / 마음산책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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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라이터란 말이 있다. 그것은 아마도 비주류 글쓰기 정도가 될 것이다. 이 이야기는 바로 비주류 글쓰기에서 나름 성공한 책이 아닐까 싶다. 요즘엔 그런 책이 뜬단다. 아주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어떠한 형식이나 사상에 구애받지 않고 부담없이 읽힐 수 있는 책들 말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책을 참 재밌게 읽었다. 사실 뭐, 제목이 시사해 주듯이 어찌어찌하다 결혼 못하고 여전히  독신으로 사는 사람의 시시껄렁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또 한 둘이어야 말이지. 그래도 처녀가 애를 낳도 이유가 있다는데, 또 듣고 있으면 쏠쏠한 재미가 있다. 왜냐구? 그것은 아마도 동병상련의 마음 때문은 아닐까? 

그래도 독신으로 눌러 있는 건 누구 얘기를 들어도 비슷비슷하다. 아직 인연을 못 만난 것이 전제가 되면서 내가 마음에 있어하는 사람은 딴 사람을 바라보고 있고, 나를 마음에 있어하는 사람은 내 성에 차지않는 이 독신이유설의 만고 불변의 법칙은 누구도 피해가질 않는다. 게다가 이 놈의 경제학적 원리도 독신 탈출의 발목을 잡는 주요한 이유중의 하나가 된지 오래다. 사람으로 태어난 것만으로도 축복 받아 마땅한데 왜 이러저러한 이유에서 독신을 고수해야 하는 것인지 성경 창세기 말씀에 하나님이 사람이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다는 말에 위배되도 한참 위배된다.

난 솔직히 독신으로 사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의 말을 거의 믿지 않는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둘 중의 하나겠지.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거나 카사노바여서 도무지 외로울 틈이 없던가. 물론 연애도 지겨울 때가 있으니 잠시의 브레이크 타임을 틈타 그렇게 말하는 것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또 그 얘기야?"라고 할지라도 이렇게 까놓고 얘기하는 사람이 오히려 인간적여 좋은 것 같다.   

어쨌거나 이 책은 그렇고 그런 독신남 이야기인데도 재미있다. 어쩌면 이렇게 사적인 이야기가 뜨는 건 관음증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지금까지 책을 내는 사람은 선택된 사람들 즉 지식인의 고매한 내용을 담은 권위주의로 무장한 책들에 식상한 반작용인지도 모른다. 도대체 책에서 무슨 대단한 지식을 얻겠다고 그렇게 따분하고 권위주의로만 무장하고 있을 것인가? 솔직히 그런 책들중에 좋은 책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한심한 건 무지 한심해서 읽고 있으면 화나는 책도 더러는 있다.

이렇게 언제부턴가 책은 지식습득만으로 읽어야 한다는 권위주의적 독서를 벗어나 유희적 글쓰기와 책읽기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러므로써 나타나는 문제점이 없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어차피 모든 것은 상호공존해야 균형이 맞는 것인지라 이 현상을 지금으로선 지켜보는 수 밖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 책 정도면 인디라이터치고는 꽤 읽을만 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책이란 남의 생각, 남의삶을 엿보는 기능도 있지 않은가? 그렇게 열린 마음으로 읽자면 전혀 무익한 독서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저자는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서 글 줄을 다루는 사람이 그러하듯 책을 맛깔나게 썼다. 어떤 것은 웬만한 단편 소설을 연상케도 한다.

요즘엔 출판이 자유로워져 시쳇말로 개나 소나 책을 낼 수 있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어쨌거나 팔리는 책을 써야한다는 것은 기정 사실이므로 막상 내가 이런 인디한 글을 쓴다면 과연 얼마나 읽어줄까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긴하다. 그래도 누군가 책을 내고자 원한다면 좋은 참고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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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2008-08-20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 안 땡겼는데... 음... 생각 중... ^^*

stella.K 2008-08-21 11:48   좋아요 0 | URL
ㅋㅋ 그럴 수도 있어요. 그냥 킬링타임용 정돈데
또 그러기엔 다소 격조도 있어 보이고 그냥 읽을만 하다고 생각해요.^^

anddy 2008-09-01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조한웅의 '낭만적 밥벌이' 도 좋죠..
 
연애, 오프 더 레코드 - 여자들끼리만 공유하는 연애의 모든 것
박진진 지음 / 애플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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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집에서 구독하고 있는 모일간지 격주 목요일이 되면 김태훈의 '러브 토크'라는 연애 칼럼을 볼수가 있다. 처음엔 그냥 그렇고 그런 연애 입담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읽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심 기다려지는 코너가 된지 오래다. 그것은 글쓴이가 남자인만큼 남자의 관점에서 연애를 다루고 있는데 내가 모르는 남자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게 읽혀지는 것이다.그런데 비해 이책 '연애, 오프 더 레코드'는 남자들이 여자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여자는 이런 존재라고 대변해 주고, 바람직한 연애상을 제시해 주고 있어 어찌보면 남자들이 읽으면 더 좋을 법한 책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도 연애에 관한 책은 거의 전무한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연애에 박사가 아닌 이상에 연애에 관한 책도 좀 읽어 줘야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이런 책은 좀처럼 손이 가질 않았다. 읽으면 웬지 나는 연애 못하는 인간이라는 걸 자인하는 것 같아 싫기도 했고, 아님 그와는 반대로 밝힘증이 있는 것처럼 오해 받는 것 같아 싶기도 했다. 또 아니면 모 아니면 도랬다고, 꼭 여자 대 남자는 그렇게 연애 상대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말해질 수 있는 것인가 하여 그런 경직된 분위기에 저항하고 싶은 것도 있었던 것이다. 즉 이를테면 너무 생물학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다 보니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하면 평화 공존하며 인간적인 유대 관계를 증진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에도 초점을 맞혀주면 안되는 걸까 그런 생각도 든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생각엔 고답적이란 평가도 받겠지만 너무 섹스, 섹스해서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건 또 어쩌란 말인가? 섹스 이외에도 할 말이 많은 게 사람 사이라는 것일텐데 말이다.)

그래도 어쨌든 저자가 산정한 범위를 놓고 볼 때 나는 저자 특유의 똑부러지는 문체가 좋았다. 나라면 이렇게까지 못했을 것 같은 부분에서도 거침이 없었고, 특히 Q&A 코너에서 저자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 같아 새삼 놀랍기도 했다. 그것은 저자가 전혀 쌩뚱 맞은 대답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그런 질문이 떨어졌다면 다소 당황했거나 내 식의 말도 안되는 썰을 풀어 놨겠지만 저자는 상당히 침착하고도 현실성 있는 조언을 하고 있어 놀랍다는 것이다.

그런데 책의 내용에서도 언급했지만, 나 같은 경우 아니 여자라면 거의 다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지나간 사랑에 대해 그다지 미련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지나간 사랑을 만나는 것은 거의 의미없는 일처럼 느껴진다. 물론 만나서 친구처럼 지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뭐 어떻다는 것일까? 김 빠진 풍선을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른거지?(그러고 보니 확실히 남자와 여자는 모 아니면 도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비해 남자들은 헤어지고도 옛 사랑을 오래도록 잊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그런 사람을 보면 내내 좋다가도 싫어진다. 물론 그러는 거야 그 사람의 자유니 뭐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그의 질질거림이 싫고, 만약 그런 사람을 사랑하면 그건 짝사랑이 될 확률이 높으며, 설혹 사랑한다고 해도 신뢰할 수 없을 것만 같아 마음을 접게 될 것만 같다.

그것이 바로 여자와 남자의 다른 점일텐데, 여자는 남자를 사랑할 때 자신의 모든 것을 걸지만 남자는 여러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사랑이기 때문에 사랑이 끝나고 나서 여자는 미련을 갖지 않지만 남자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닐까 한다. 이처럼 만약 여자가 사랑이 끝나고 난뒤 미련이 남는다면 그것은 끝난 것이 아닐 것이다.

또 하나의 아이러니는 그러면서 남자는 지나간 사랑에 대해 허풍 떨며 말하는 것이다. 그것이 마치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양 말하는 것인데 그것이 이미 지나간 사랑인데 훗날 그렇게 허풍 떨며 말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여자는 이미 지나간 것에 연연해 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그려려니 할뿐이다(물론 안 그럴수도 있겠지만 만약 안 그렇다면 이것 역시 미련이 남는 것이겠지).

이런 책이 있었다. 여러 종류의 포도주를 자신이 사귀어 왔던 여자들에 빗대어 설명해 놓은 책. 포도주의 종류가 한 둘이 아니니 포도주도 알릴 겸, 자기가 사귀어 온 여자들도 말할 겸 은근 저자는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다. 처음엔 와~! 하며 읽었다. 그런데 저자도 밝혔지만 자신을 거쳐간 사람들이 또 어느 샌가 친구가 되었더라는 것이다. 그를 알았던 그녀들은 묘한 동류 의식이 생겼겠지. 하지만 그녀들끼리 무슨 말이 오고 갔을지는 그거야 말로 오브 더 레코드일 것이다. 그러면 뭐하겠는가 말이다. 지나간 사랑일 뿐인데.

언젠가 그런 질문을 받는 적이 있다. 이상형이 뭐냐고. 예전엔 주저리 주저리 떠들었던 것 같다.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하고. 등등. 그런데 지금은 그냥 한마디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만 사랑해 주는 사람요." 이것처럼 명확한 대답이 또 있을까? 우리가 사춘기 어린애도 아니고 그 나이 먹도록 사랑 한번 제대로 못하고 "니가 첫사랑이야."라는 말을 듣는 건 그다지 듣고 싶은 말이 아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그 순간만큼은 나에게만 집중해 주는 그래서 마치 상대가 이전에 한번도 사랑한 적이 없는 것처럼 사랑해 주는 그 사람에게 여자는 모든 것을 허락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자들이여, 아무 때나 시도 때도 없이 옛 사랑을 잊지 못한다고 질질거리고 다니지 마라. 누가 알겠는가? 그 자리에 마침 그에 대해 관심있어 하는 어느 여자가 앉아 있을지. 그런 건 방에서 혼자 있으면서 해도 되는 일 아닌가? 그리고 옛 애인이 그렇게 손을 털 땐 어딘가에 이 보다 더 나은 사랑이 있을거란 희망 있기 때문에 터는 것이다. 정말 그녀를 사랑한다면 아니 만나고 있을 때 올인 하지 못한 것을 자인한다면 그녀가 자신 보다 더 좋은 사랑 만나기를 바라는 것이 휠씬 성숙한 남자의 모습은 아닐까?        

이렇게는 써도 역시 사랑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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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공주 2008-07-26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제 주변은 반대예요.남자들은 금방 잘 잊고 여자들은 꼬리가 길더라고요...

stella.K 2008-07-26 20:48   좋아요 0 | URL
헉, 정말요? 어떻게 그렇게 반대일수가...ㅠ.ㅠ

L.SHIN 2008-07-26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보니까, 오늘 낮에 어디선가 읽은 구절이 떠오릅니다.

"한 번도 웃어 본 적 없는 것처럼 울었다. 그리고 우는게 어떤건지 모르는 것처럼 웃었다."

stella.K 2008-07-27 16:15   좋아요 0 | URL
오, 멋진 구절이네요. 저도 그냥 패러디한 거여요.
근데 정작 내가 뭘 패러디 한 건지 기억을 못하고 있습니다요.ㅜ.ㅜ

플라시보 2008-07-28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09님 안녕하세요
정말 너무 마음에 쏙 드는 서평이었어요. 책에 대한 분석도 좋지만 저는 늘 이런 서평들이 좋더라구요. 서평에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담아두는..^^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내 책에 대한 서평이라는 부담감 하나도 없이요. 흐흐.

지나간 사랑, 첫사랑에 대한 생각이 저랑 많이 비슷하신것 같아요. 어쩌면 여자들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인지. 또 아닌지는 모르겠지만요. 저 역시 지나고 난 사랑에 대한 미련이 없어요. 그건 아마도 그 순간에는 죽기 살기로 사랑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록 남들 눈에는 미적지근해보여도 제 마음은 활활 탔었거든요.^^

언젠가 제가 좋아했던 싱어 송 라이터 한 사람이 (주로 절절한 발라드를 잘 부르는 가수였습니다.) 자신의 노래에 등장하는 모든 여자는 한 사람을 모델로 했다는 말을 TV에 나와 하더라구요. 그때 뭐랄까 너무나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름이 끼치더라구요. 그 많은 가사속에 멜로디속에 그렇게 잊지 못할 그녀가 매번 사랑했던 여자들이 아닌 일생의 단 한 사람이라니요. 그 첫사랑을 잊지 못해 십년이 지나도 이십년이 지나도 붙잡고 늘어지는 것은 얼마나 또 무서운 집념인가 싶어서요. 물론 순애보로 볼 수도 있었겠지만. 어쩌면 실은 그만큼 그립지는 않았지만 그걸 이용해서 곡은 써야했기에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이후로 그 가수의 노래는 잘 안듣게 되더라구요. 참 좋아했던 노래들인데 말입니다.

다시한번 서평 너무 잘 읽었습니다.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작가적 입장이 아닌 그냥 독자의 입장에서 잘 읽었다는 말을 하고싶게 만드는 서평이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작가보다는 독자로써의 제가 더 저와 어울린다고 생각을 하니까요.^^

stella.K 2008-07-28 16:53   좋아요 0 | URL
ㅎㅎ 플라시보님 언제 제 글을 읽어주실까 마음 졸이며 기다리고 있었죠.
이렇게 저자가 직접 댓글 달아주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저 지금 실감하고 있습니다.
저의 글 읽어줘서 고마워요.
어제 편의점에 갔다가 거기서 흘러 나오는 노래가 있었어요. "사랑해, 사랑해. 죽을만큼 널 사랑해."이런 가산데 너무 싫더라구요.
여자에게 사랑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죽을 정도라면 너무 심각하지 않나요? 그것도 남자가...

그래요. 플라시보님과 제가 비슷하네요. 저도 죽기 살기로 사랑했어요. 활활 탔구요. 비록 남이 보기엔 미적지근 해도. 언젠간 나를 알아 주는 사랑을 만나겠죠? 응원해 주세요.
플라시보님 글을 시원시원 똑부러져서 좋습니다. 다음에도 더 좋은 글 쓰세요.^^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걷고 싶은 동네
정진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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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래 전에 동네 서점이 같은 구역에 한 두개쯤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지금은 없어진 종로서점이나 교보문고를 나가려면 버스타고 시내를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이런 동네 서점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무작정 높이 쌓은 책더미 속에서 내가 원하는 책이름을 대면 그 서점주인은 사다리를 놓고라도 기어이 내가 원하는 책을 코앞에 내려놓는다. 나는 도저히 찾을 것 같지 않은 높이 쌓은 책들 속에 주인은 용케 잘도 찾아 대령해 놓은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정겹던지. 또 그뿐인가?  주인 아저씨 잘 사귀어 놓으면 막걸리 한 사발은 그냥 얻어 마실 수도 있었다.(물론 그 옛날 권하는 막걸리 한 사발은 내가 술을 잘 못하는 관계로 정중히 사양을 했지만) 어차피 책은 정찰제라 에누리 없는 장사고 그런 막걸리라도 권함을 받은 때가 있었으니 얼마나 정겨우랴?

깔끔하기로는 디스플레이가 잘된 대형 서점만 하겠는가? 특히나 요즘 같이 더운 날은 그런 대형 서점 같은 곳에 죽치고 앉아 마냥 책을 고르고 만지는 기쁨도 솔솔하다. 하지만 그곳 매장 직원은 친절하기는한데 정감은 없다. 정감 넘치기로야 동네 서점만 같겠는가? 그런 서점이 지금은 없어져 아쉬움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8년 전쯤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오기 전 먼저 동네에 큰 길가에 동네 서점이 있었다. 그 서점을 지나치노라면 옛날 내가 단골로 다녔던 서점의 운치가 생각이나 좋았다. 그런데 그곳이 어느 날 없어졌다. 지금의 동네도 몇년 전까지만 해도 서점이 있었는데 버스를 암만 타고 다녀도 그 서점의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없다. 그곳은 바로 몇발자국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학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없어져 버리고 만 것이다. 학교가 멀지 않으니 애들 참고서는 팔리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없다. 아쉽다.

요즘에도 그런 동네 서점이 있을까? 그나마 옛 향수를 그대로 간직하기론 헌책방이 아직 대안인 것 같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설마 이것이 없어지지는 않겠지? 고질적인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건재한 것을 보면 다행이다 못해 대견하다 싶기도 하다. 물론 그나마 헌책방도 아무대나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이용하는 것도 아니지만.

서론이 너무 길었다. 이책<유럽의 책마을을 가다>는 저자가 유럽을 여행하면서 골목골목을 누비며 그곳의 서점을 소개하는 조금은 특이한 기행문이다. 특이하다고 하는 것은 책방을 소재로 했다는 것인데, 보통 기행문인 경우 시장이나 이색 명물이 있는 곳을 소개하건만 이 책은 서점을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 이색적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점점 사라져 가는 동네 서점을 저자는 유럽 각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너무나 자연스럽고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간간히 문학이나 예술가의 삶 등을 소개하므로 그 책이 거기 존재하게 된 경위와 역사 등을 말해줌으로 흥미를 배가 시켰다. 또한 사진도 꽤 낭만적으로 보여지고 있어 읽는대는 부담없이 손쉽게 읽혀진다.

그러고 보니 저자더러 우리나라 서점 기행문은 써 줄 수 없느냐고 묻고 싶어졌다. 하지만 과연 이 책만큼이나 동네 서점이 곳곳에 있을지 그래서 그만큼의 분량의 나올 수 있을런지 의문스럽기도 하다. 도대체 그 많던 서점은 어디로 간 것일까?

사춘기 시절 한때는 책이 너무 좋아 서점을 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말에 의하면 그런 낭만적인 생각을 가지고 하면 오히려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젠 그런 낭만적인 꿈조차 꿀 수 없게 되어버린 것 같다. 모든 건 대형서점 아니면 인터넷 서점이 점유해 버리지 않았던가? 낭만적인 생각에 동네에 서점 차렸다고 배곯는 건 고사하고 미친놈 소리 듣기 딱 좋다. 그래서 아마도 우리나라에선 서점을 소재로한 기행문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 할 것 같다.

유럽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궁금하기도 하다. 국가적 지원 시스템이라도 있는 걸까? 어쨌거나 이렇게 한권의 책이 되어 나오리만큼 그곳에 서점이 있다는 게 부럽고 우리나라엔 그 많던 서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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