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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의 황홀한 여행
박종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평점 :
오래도록 이탈리아를 동경해 왔다. 왜 그런지는 알 수가 없다. 그냥 혹시 해외여행을 할 기회가 있다면 나는 제일 먼저 가보고 싶은 나라가 이태리다. 우리나라가 대륙간 영향을 받기론 일본이나 중국, 미국등을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정서적으로 통하기는 차라리 이태리가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황홀했고 행복했다. 당장에라도 떠돌이 방랑자가 되어 이태리를 여행해 보고 싶은 충동이 불끈 뿔끈 솟았다. 저자는 무슨 복을 많이 타고 났길래 어떤 사람은 한번도 못가 본 나라를 매년 가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저자는 정신과 의사다. 그러면서도 클래식을 좋아하고 오페라를 미치도록 좋아해 아마추어라고는 할 수 없는 프로다운 경지에서 관련 분야의 책을 이미 여러권 낸 바 있다. 그렇게 클래식을 좋아하고 오페라를 좋아하면 이태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다시피 우리가 학교 때 음악 시간이면 배우게 되는 서양 음악의 음표라는 것도 알고보면 다 이태리 말이 아니던가? 이를테면 아다지오니, 크레센토니 하는 것도 이태리어에서 나온 말이 아니던가? 왜 서양음악의 음표가 이태리 말로 되어있는 것이냐고 따져 물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태리 로마는 이미 르네상스의 발원지고 중흥지기 때문에 역사, 지리, 음악, 미술, 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꽃을 피웠던 나라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이태리를 동경하게 된 것도 다 이유가 있었구나 새삼 깨닫게 된다. 하기야, 나도 얼마 전 기회가 좋아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을 본적이 있었는데 오페라라는 장르는 생애 처음으로 대했음에도 그때 본 감동은 가히 열광할 것만 같았다.
요즘엔 여행서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 여행서는 저마다 목적을 달리하고 있다. 이를테면 여행자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여행을 하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질 수가 있다는 말일 것이다. 어떤 작가는 책이 좋아 서점을 돌아 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음식이 좋아 음식을 주제로 여행기를 쓰기도 할 것이다. 아니면 그냥 여행 자체가 좋아 그곳에서 본 광경들, 사람들을 쓰기도 한다.이 책의 저자는 음악이 좋아 당연히 이태리 출신의 음악가들의 자취를 돌아보며 글을 썼다. 내가 만일 어딘가를 여행해 여행서를 쓴다면 어떤 내용을 중심으로 여행서를 쓸까? 그것을 생각해 보는 것도 나름 즐거운 고민이 될 것 같다.
저자는 글발도 좋지만(그것은 다분이 부르주아적이다.), 사이 사이 끼워 넣은 사진은 정말 낭만적이다 못해 유혹적이기까지 하다. 도대체 저자를 생각하면서 이 사람이 못하는 건 뭘까 잠시 질투가 났다. 그리고 모든 것을 버리고(또는 두고) 언제든지 훌쩍 떠나는 방랑객들이 부러웠다. 나도 그렇게 살아 볼 수는 없는 것일까?
이 책은 언제라도 아무 페이지나 열어보고 사진과 글을 읽으면서 마음을 달래 볼 수 있는 좋은 책 같다. 아직 안 읽은 독자라면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