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야 나는 비로소 내 책을 봤다. 그냥 급한대로 한 권만 가져왔다. 원래 사진에 찍힌 내 모습을 보는 것을 지독하리만치 싫어하는지라, 책도 그러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저녁을 먹고 2차로 생맥주집을 갔는데, 가는 동안 내 책을 가슴에 안고 길 가는 누구라도 붙들고 "제가 책을 냈어요!"라고 자랑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꾹 참았다.
어제는 그냥 '글쓴이의 말'만 읽고 습관처럼 어딘가에 꽂아 두려고 했다. 이미 원고만으로도 3번인가, 4번을 봤으니 또 봐질 것 같지 않았다. 근데 이게 또 생각과 같지가 않다. 그렇게 '글쓴이의 말'을 읽고, 결국 첫장부터 읽기 시작했다. 아무리 내 글이더라도 원고 상태로 보는 것과 책으로 보는 게 또 다르다. 좀 낯설게 보인다. 이 상태에서 내 문장이 어떻게 읽히는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읽고 보니 내 문장은 좀 과잉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쳅터 하나 하나에 너무 많은 의미를 담으려고 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 좀 여백이 있고, 물 흐르듯이 편하게 읽혔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소양이 부족해 보인다.
게다가 오탈자는 정말 징글징글하다. 이건 나도 보고, 교정자도 보고, 편집자도 봤는데 그러고도 부족해 이렇게 또 발견이 됐다. 그걸 보고 어떻게 빨간 표시를 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남의 책의 오탈자는 시크하게 잘도 넘어가더만 내 책에 오탈자는 그럴 수가 없었다. 물론 이제 와 누구를 원망하기 위함은 아니다. 그냥 체크해 두는 것이다.
또한, 한끗 차이더라도 단어 하나, 문장의 어미 하나를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문장 공부를 해 두는 것이다. 이 문장의 어미와 단어가 원래 내가 쓴게 맞는지, 편집자의 편집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렇게 공부해 놔야 다음 번 글을 쓸 때 참고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이유 하나가 더 있는데, 어제 경인방송에서 연락을 받았다. 책과 관련해서 방송 출연을 해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TV 방송 출연이면(뭐 그럴 깜냥도 못되지만) 거절했을 텐데 라디오 방송 출연이라 허락했다. 그것도 녹음 방송이란다. 나중에 인터뷰 질문지를 보내주겠다는데 어떤 질문이 걸릴지 예습은 해 둬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뭐 자평을 하자면 내 책은 100점 만점에 75점은 줄 수 있지 않을까?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