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M본부에서 금요일 새벽에 <문화사색>이란 프로그램을 했었죠. 그 프로는 한 주간 우리나라 문화 공연계를 조명하는 그런 프로입니다.


뒤늦게 이 프로를 발견하고 너무 좋아 늘 12시를 넘기지 못하고 자는 저는 목요일 늦은 밤 TV를 끄지 않고 기필코 보고 자곤했습니다. 


이 프로가 제법 오래 전 한 모양인데 거의 1년 좀 넘게 보다가 폐지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얼마나 아쉬웠는지 M 본부에 항의 메일을 써 볼까도 생각했죠. 결국 포기하고 있었는데 올해 초인가 우연히 K 본부에서 이와 비슷한 <문화스케치>란 프로를 발견하고 얼마나 좋아했던지.


위의 두 프로는 그저 단순히 문화 예술을 소개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만든 또는 기획한 작가나 기획자의 생각이나 작업 방식을 알 수가 있어 저 같이 시야가 좁은 사람에겐 정말 유익한 프로죠. 지난 월요일엔 사진가이며 작가인 문선희 씨의 개인전이 소개가 되었습니다. 


                 


                   


여러분, 위의 두 사진은 무엇을 찍은 것 같습니까? 물론 이건 문선희 작가가의 작품입니다. 그다지 예쁜 사진은 아니죠? 


사실 이 사진은 돼지 구제역 때 살처분된 토양의 모습입니다. 돼지를 묻었던 그땅은 지금도 물을 부어 물컹하답니다. 그리고 저렇게 곰팡이가 자라 있는 것이죠. 그리고 저런 게 언제 어떻게 우리의 밥상와 생명을 위협할지 모른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구제역이라는 건 돼지에겐 그저 감기 같은 건데 경제적 가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살처분 당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작가는 묻습니다. 살처분만이 답인지를. 


그렇지 않아도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묻혀서 그렇지 해마다 뉴스는 구제역에 조류독감을 보도하느라 바빴습니다. 특히 구제역 같은 경우는 70도 이상의 고온에서 사라진다는데 굳이 살처분을 해야하는 것인가 의문을 가졌더랬죠.또 그 일에 투입된 사람들은 그야말로 돼지를 대량으로 죽여야하는 임무를 맡은 건데 정신적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는 어땠을까요. 이것을 일깨우기 위해 문선희 작가는 현장을 3년간 추적했다고 합니다.             

                       

작가가 찍은 고라니 작품 중 하나입니다. 사실 이 고라니는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종으로 되어있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단순히 개체수가 늘어 난다는 이유만으로 포획되어 사라진다고 합니다. 고라니는 원래 한 두마리의 새끼만 낳는데 최근엔 3, 4마리씩 낳는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자꾸 포획을 하니까 종을 보호하려는 본능 때문에 그렇다는 겁니다. 도대체 이 인간의 무지함을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의 말마따나 우린 도대체 무슨 짓을 하며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밖에도 광주 5.18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서도 노력하는 작가는 일찌감치 자신의 길을 정한 참 똑똑하고 야무진 사람이었습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예술가란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불을 켜는 사람이라고. 또한 예술은 세상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을 바꾸는 일이라고. 더 나아가, 광부는 항상 탄광에 들어갈 때 카나리아 새를 데리고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건 거기서 나오는 가스를 사람은 잘 감지하지 못하는데 그 새는 가스에 만감에 조금만 마셔도 죽는다고 합니다. 그럼 광부는 그것을 보고 얼른 탄광을 나올 수 있는 거죠. 말하자면 예술가는 그런 카나리아 같은 존재라고도 했습니다. 

저는 이제부터 이 작가의 팬이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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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12-21 21: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카나리아 비유에 소름 돋았습니다. 동물들 살처분되는 모습보면 너무 잔인해서 뭐라 표현이 안되더라고요. 한라산에서 고라니 봤던 기억이 나네요.ㅠ

2021-12-21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1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1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1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1-12-21 21: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바쁘게 살다 보면 잊게 되는 것들을 이렇게 자꾸 상기하게 하는 글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말로만 자연 보호, 동물 보호가 아니라 따지고 살펴보는 마음자세가 필요해요.
참 좋은 글을 읽었습니다. ^^

stella.K 2021-12-21 22:04   좋아요 2 | URL
저는 극히 일부만 생각나는대로 쓴 거구요
이 프로 한 번 보세요. 정말 작가가 똑똑하고 야무져요.
그리고 고라니도 참 얼굴이 여러가지더군요.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이 많아져요.
좋은 작가입니다.^^

페넬로페 2021-12-21 22: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술은 사람들의 시선을 바꾼다‘는 말에 절대 공감합니다. 올려주신 사진으로 다시 시선을 돌리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어요^^
얼마전 조류독감이 유행한다는 뉴스를 들었어요. 인간의 근본적인 생활을 바꾸지 않는 한 점점 살기 더 힘들어지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stella.K 2021-12-22 15:49   좋아요 2 | URL
이 글을 쓰려고 제가 이 프로의 문선희 작가 부분을 두 번 봤습니다.
근데 그 말을 잊고 있었더라구요. 그렇구나 했습니다.
정부가 똑똑한 것 같아도 그렇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가도 좋지만 이렇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예술가도 멋진 것 같습니다.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얄라알라 2021-12-21 22: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두 장의 사진. 고라니.. 사람이, 사람 아닌 존재를 생명으로 여기지 않고 해온 폭력을 싸늘하고 소름끼치게 드러내주네요. stella. K님의 이 페이퍼가 이달의 당선작이 선정되서 이 글 많은 분들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stella.K 2021-12-22 15:55   좋아요 2 | URL
설마요. 알라딘은 이 정도 가지곤 어림...
더 이상 말을 말죠.ㅎㅎ
좋게 봐 주셔서 고마워요.^^
전 정말 살처분이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감염을 막느라고 그런 줄 알았더니 고작 경제적인 이윤 때문에
그런 만행을 벌이다니 이 나라 정부는 정말 정신이 나간 것 같습니다.

mini74 2021-12-21 2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살처분 업무하다가 자살하신 공무원분 생각나요. ㅠㅠ그 일 맡은 분들 외상후스트레스도 엄청나다고 하고.

stella.K 2021-12-22 15:57   좋아요 1 | URL
저도 들은 것 같습니다. 살처분 될 때 돼지들의 비명 소리가
환청으로 남아 있기도 하고 고생이 말이 아니더군요.
지금도 살처분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뭔가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 같은데...

희선 2021-12-22 0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조류독감 이야기 본 것 같기도 해요 코로나19 때문에 그런 기사가 묻히기도 하네요 닭을 죽였다는 말 있었던 듯도 합니다 구제역으로도 그랬군요 그런 것도 다 사람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해요 사람이 만들어 내고 그게 사람한테 돌아오는 거겠습니다 코로나19도 그렇군요


희선

stella.K 2021-12-22 16:03   좋아요 2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코로나가 무슨 박쥐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박쥐가 무슨 죕니까?
알고보면 다 인간이 뿌린 재앙을 인간이 거두는 거지.
정말 닭이 살처분되고 닭과 계란을 수입해 온다는 말 있던데
싸게라도 팔면 안 되는 건가 싶기도 해요.
어제 ESG에 대한 강좌를 EBS에서 하던데
기업이 이윤추구할 때는 지나고 친환경 어떻게하면
자연을 덜 훼손하고 기업활동을 할 거냐가 관건이라고 하더군요.
그런 거 들으면 마음이 놓이기도 하고. 이런 거 보면 마음 아프고
널을 뜁니다.ㅠ

책읽는나무 2021-12-22 06: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혀....사진 보니 안타깝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무슨 권리인양 동물을 함부로 대한다는 건 정말 다시 생각해봐야 될 문제에요ㅜㅜ

stella.K 2021-12-22 16:05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인간이 동물을 어쩌고 할 권리는 없는 건데
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ㅠ

새파랑 2021-12-22 07: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술가란 마음에 불을 켜는 사람이라는 말이 확 공감이 가네요 ^^

stella.K 2021-12-22 16:05   좋아요 1 | URL
멋진 말이죠? 새파랑님도 기억해 두세요.^^

기억의집 2021-12-22 08: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살처분은 반대하는데… 이게 살아 있는 돼지를 생매장한다는 걸 지켜본다는 게… 고통스러울 것 같어요 이건 진짜 개선 되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stella.K 2021-12-22 16:07   좋아요 0 | URL
동물 보호 운동하시는 분들 유기된 개나 고양이 지켜내기도 힘들겠지만
살처분될 동물들도 지켜야한다고 외쳐줬으면 좋겠어요.
그건 아무래도 도축될 동물들이라 권한이 없는 건지...
아니면 환경 단체라도.
하긴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목소리를 높여왔을 겁니다.
전 이제야 들었으니 저의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