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라고는 (+ 마라톤이라는 희미한 추억을 뒤로 한 채) 걷기만 하는 나의 입에 담을 단어는 아닌 듯한데, 소위 "테니스 엘보우"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테니스 라켓은커녕 파리채 한 번 휘두른 적 없이 팔꿈치를 귀하게 모셔 주었건만, 웬 통증이 이리 지독한가? 샤브샤브 야채 가위질과 양치질할 때 비명이 절로 나오더라. 외투에 팔을 넣을 때도 비명을 삼킨다. 아픈 이유가 궁금해서 기억을 뒤져봤자, 가끔 4~5시간씩 소파에 널브러져 핸드폰과 노느라 팔목과 팔꿈치를 지지대 삼은 정도? 그런데도 '테니스 엘보우' 통증이라니, 매우 부끄럽다. 엄살 부려서 더 부끄러운데, 매일 물리치료 받고 약 처방도 한 달 치나 받았다.


문제는, 




커피 머그잔도 왼손으로 받들어 양손으로 드는 처지에, 이 많은 책들을 한 번에 들고 왔다는 것이다. 처음엔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만 빌릴 계획으로 도서관을 찾았다. 그러나....언제나 그랬듯이, 새 책 앞에 선 나는 황홀한 기대감에 팔꿈치 통증 따위는 홀딱 잊었다. 대출가능 최대치로 꽉꽉 채워 빌리고는 흐뭇해서 비실비실 웃음이 나오는 걸 숨기며 도서관에서 걸어 나왔다. 지금 이 녀석들은 내 집 서가에 자리잡았는데, 막상 앉혀놓고 보니 이 녀석들을 들고 온 사람, 참 우악스럽게 힘자랑 했지 싶다. 한 팔로 들고 올 수 있는 분량이 아니다.

*

이건 마치, 뭐랄까, 제 자식이기 때문에 20킬로가 넘는 어린이도 번쩍 안아올릴 수 있는 엄마의 괴력에 비유할까? 팔꿈치가 그렇게 아팠는데도 번쩍 이 녀석들을 업어 온 나는 뭔가... 안 읽은 새로운 책들을 보면 가슴이 설레고, 더 잘 살고 싶은 욕심이 올라오는 나는 뭔가... 물리치료나 받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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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3-02-07 18: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책들 본 순간 엘보가 치유되는 기적이 일어났나보네요.
저희집에 테니스 광이 있어서 그 고질병을 잘 아는데 얼른 나으시길 바랍니다.

얄라알라 2023-02-08 00:20   좋아요 1 | URL
네, coolcat님.
‘고질병‘이라고 말씀하시는 걸 보니 흑..^^:;;
저도 가볍게 생각했다가
만성통증이라는 의사 선생님 설명 듣고 당황했어요.

감사드립니다. 얼렁 통증 줄일 수 있도록 당분간 스마트폰을 적게 해야겠습니다 ㅎ

레삭매냐 2023-02-07 18: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역시 책쟁이들의
책에 대한 욕심이란.

저도 책 대출 한도가 꽉
차 버렸답니다. 반납해야
하는데 말이죠...

얄라알라 2023-02-08 00:19   좋아요 2 | URL
꽉찬 대출 권수에서 한 권씩 반납하며 숫자 낮춰나갈 때의 쾌감...

그 역시 책쟁이들이 아는, 즐기는!

레삭매냐님의 책 욕심에 비하면 저는 찍 소리도 못합니다요!^^

다락방 2023-02-07 19: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걸 다 어떻게 들고 오신 거에요 ㅠㅠ (방금 서점에서 책 사서 백팩에 책 8권 있는 사람)

얄라알라 2023-02-08 00:10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8권..새책으로 8권...
다락방님의 8권 두께가 어쩌면 13권 두께일지도..

백팩이 남아나셨나요?^^;;;;
저는 알라딘에서 얼마전 ‘짐 많은?? 책 많이 나르는??˝ 요런 문구로 굳즈 판매할 때 아주 큼지막한 가방 하나 사서, 요긴하게 쓰지만 그 가방도 많아야 10권 수용인 듯 합니다. 욕심이 가방 솔기 튿어지게 할까봐 조심조심하지만 조만간 솔기 터질 것 같습니다 ㅎ

그렇게혜윰 2023-02-07 20: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테니스엘보는 안 써야 낫는다던데요 ㅠㅠ 전 어제 당근으로 엄마책 받아왔는데 19권.....20분 걷는데 곡소리 날 뻔요 ㅠㅠ

얄라알라 2023-02-08 00:11   좋아요 1 | URL
ㅎㅎㅎ20분..19권...아, 그러실만 합니다....어깨에 멍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그러시다가 어깨 멍 드실 것 같아요. 살살, 조금씩 읽으시어요(라고 말씀드리기엔, 제 이 포스팅이 떳떳하지 않네요 ㅎㅎ)

그렇게혜윰 2023-02-08 08:34   좋아요 0 | URL
전 끌어안고 왔어요! 어깨에 메고 오신 거예요? 😭

건수하 2023-02-07 20: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마트폰 엘보도 있다더라고요… 저도 코로나 시절 삼시세끼하며 왔는데 오래갔답니다. 지금도 무리하면 아프구요.. 얄라알라님, 치료 잘 받으셔요!

얄라알라 2023-02-08 00:13   좋아요 2 | URL
ㅎㅎ수하님, 저 아까 걷다가 폰으로 수하님 댓글 확인하고 순간 걸음 멈춘 것 있죠 ㅎㅎ바로 답글 쓰고 싶어서 ㅎ

수하님께서 일깨워주신 그대로, 저는 ‘스마트폰 엘보‘입니다. 요 2~3달 사이에,‘무비어퍼컷‘이라는 유투버의 모든 동영상을 단 하나도 안 빼놓고 다 보았거든요^^;;;;;;


수하님께서도 엘보 통증에서 벗어나시길요.
감사합니다.

singri 2023-02-07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부림은 언제나 옳긴하지만 ;;
잘 나으시길.

얄라알라 2023-02-08 00:18   좋아요 0 | URL
singri님 감사합니다.

명함 내밀기도 부끄러운 통증으로 야단을 떠는 저를 반성하고 있었어요. 조금이지만, 통증을 느끼니 다른 분들의 행동반경이나 움직임에 좀 관심이 생기더라고요...안 아플 땐 별 생각 없이 살다가요...

근데 ˝책부림˝이라는 말 좋은데요^^ 언제나 옳습니다 ㅎ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은오 2023-02-08 05: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얄라님 옆으로 누우셔서 팔꿈치와 팔을 모두 소파에 붙이세요!!! 자세가 중요합니다. 얄라님 팔 소중해....😭 - 와식인간 은오 올림

얄라알라 2023-02-09 17:24   좋아요 0 | URL
그러잖아도 최근 겨울호랑이님이셨던 것 같은데, 전라도 화순 와불 사진 올려주셔서 유심히 보았더랬어요 ㅎㅎ
와식이 중요한 거군요^^

와식인...이 단어 아주 맘에 드는걸요^^

독서괭 2023-02-08 1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아… 앞으로는 도서관 가실 때 백팩을 준비하시는 건 어떨지요? 안 써야 낫는다고 하니ㅠㅠ 어서 나으셔서 더 많이 들고오시길 빕니다 ㅎㅎ

얄라알라 2023-02-09 17:23   좋아요 0 | URL
누군가 그러시더군요. 책욕심 많은 사람은 아예 가방을 큰 거 사지 않도록, 원천 봉쇄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제가 알라딘 굳즈로 나온 대형 캔버스 백을 산 후에 한 쪽 어깨가 찌그러지려 합니다 ㅎㅎ

근데 더 많이 들고오라고요?^^ ㅎㅎ독서괭님의 애정어린 응원에 저, 힘자랑 조만간 하겠습니다. ㅋ

고양이라디오 2023-02-09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한도가 몇 권입니까 ㅎㄷㄷ

팔꿈치 조심하시고ㅠ 얄라님 글과 댓글들을 보니 저도 어서 책 읽고 싶네요!ㅎㅎ

얄라알라 2023-02-09 17:24   좋아요 1 | URL
이름을 빌려쓰고 있습니다. 제 욕심을 제 이름으로만 다 채우지 못합니다^^;;;;ㅋㅋ

2023-02-09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0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