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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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무리 아름다운 것을 창조해낸다고 하여도 자연이 간직한 아름다움을 따라갈 수는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따지고 보면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는 것도 자연에서 오는 것이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타히티는 남태평양에 위치한 섬으로 태고적 아름다움, 원시적인 순수함을 간직한 곳이다. 고갱의 그림으로 잘 알려진 그곳은 하와이와 비교되곤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섬이기도 하다. 

 

 "마치 꿈같다. 마치 무지개를 보는 것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 세계에 일곱 가지 빛깔이 모두 들어 있다. 그리고 그 빛들이 서로 번지듯 가늘고 예쁜 리본 띠가 되어 한들한들 퍼져 나가는 것 같았다. 시간이 멈춰 버린 듯 고요한 세계다. 갖가지 일이 있었지만, 다시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보고 있다. 살아 있는 한, 언젠가는 괴로운 일도 있으리라. 그래도 또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이 눈앞에 나타나 준다. 반드시. (p.17)"

 

 주인공이 이렇게 감탄하면서 빠져들어 있는 것은 타히티의 열대어들이다. 일곱 색깔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물고기들... 아이를 위해서 아쿠아리움을 자주 갔었는데 그 때 봤던 열대어들이 생각난다. 원색의 물고기들, 무지개 색을 띤 물고기들, 아예 색을 버리고 뼈가 보일만큼 투명한 물고기들 그리고 레몬빛 상어도 봤던가 싶다. 모든 동물들은 '보호색'이란 것을 띠게 마련인데 열대어들은 어찌나 화려하고 이쁘기만 한지.   

 

 주인공 에이코는 지난 10여년 동안 타히티 전문 음식점에서 근무해 오면서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왔던 모범 직원이었다. 하지만 할머니와 어머니의 잇단 죽음으로 심신이 지쳤을 무렵 레스토랑 오너의 가정부로 일할 것을 제안받는다. 겉으로 보기엔 나무랄 것 없어 보이는 오너의 가정은 사실상 부부라고 하기엔 너무나 위태한 지경이었는데, 몇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오너와 에이코는 서로에 대한 감정이 예사롭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솔직히 내 자신이 아줌마라서 그런지 불륜을 미화한 듯한 소설을 읽을때면 좀 불편하다. 하지만 아내의 배신으로 인해 '이름만 부부'로 살아가는 오너의 입장을 생각하면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라는 맹세로 시작한 결혼생활이라 할지라도 과연 끝까지 유지할 가치가 있는가 싶기도 하다. 신뢰가 무너져 서로에게 배신감과 상처만 주는 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에이코 입장에서는 직원과 사장과의 불륜이라는 현실때문에 괴로울 수 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에이코가 했던 말 중에 "고양이나 개나 인간이나, 모두 심장 하나를 지니고 태어나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것뿐이다. 그런데 왜 인간만 이렇게 복잡해지는 것일까... (p.174)" 라는 말이 생각난다. 자신의 감정으로 인한 혼란스러움을 표현한 것으로 푸념처럼 내뱉은 말이지만 공감이 갔다. 때론 어떤 선택을 하든 단순해 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복잡한 세상을 잠시 떠나 한 가지 일(자연의 아름다움에 빠진다든지)에만 몰두하다 보면 오히려 미래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일본 문학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작가로 국내에도 팬이 많은 것으로 안다. 그녀의 작품 중에는 <왕국>을 가지고 있긴 한데 맘 먹고 읽은 책은 <무지개>가 처음이다. 작가의 명성으로 인한 기대감일 수도 있겠지만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평범한 소재를 벗어나지 못한 점이 아쉽기도 했고, 착하기만 한 여자 주인공과 우유부단한 성격의 남자주인공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밋밋한 감이 없지 않다. (막장 드라마에 너무 익숙해진 것인가. ^^;;) 
 

 기억할 것은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상처와 치유'에 관한 것이다. 힘든 시간을 뒤로 하고 여행을 선택했던 주인공이 타히티의 아름다움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로 인해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또한 타히티의 아름다움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노력이 곳곳에서 느껴졌는데 타히티 원주민처럼 보이는 여인이 그려진 표지부터 타히티의 풍경을  그림과 사진으로 싣기도 했다. 서술에 있어서도 시각적 효과가 뛰어나고 서정적이면서도 섬세한 문체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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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디자인 산책>을 리뷰해주세요.
핀란드 디자인 산책 디자인 산책 시리즈 1
안애경 지음 / 나무수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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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서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소개된 나라에 너무나도 가고 싶고, 떠나지 못하는 내 처지가 안타까워 마음이 복잡해 지곤 한다. 지금 당장이라도 가고 싶은 곳을 곳을 적으라고하면 나라 이름과 도시를 줄줄 읊을 수도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여행이라면 몰라도 외국에서 자리잡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드물다. 누가 뭐라해도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 가족과 친지들이 있는 곳이 맘 편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굳이 여행이 아닌 머물고 싶은 외국을 떠올려 보라고 하면 미국도 프랑스도 아닌 북유럽의 도시들을 꼽고 싶다. 
 

 우선은 최근들어 북유럽의 신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그리스, 로마의 영향권 아래 있었던 나라들과는 색다른 매력이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세계적으로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는 나라를 꼽을 때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같은 북유럽 국가들이 단연 돋보이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모두 제치고라도 잘 보존된 호수와 곧게 자란 자작나무로 대표되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이야말로 가장 끌리는 부분이다. 

 

 "핀란드 사람들이 대부분이 그렇듯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 특히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남다르다. 디자인이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 힘은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의 세밀한 관찰력과 예술적 감각이 디자인으로 전해지는 데서 온다. (p.56)"

 

 <핀란드 디자인 산책> 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사실 디자인하면 이탈리아나 프랑스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왜 하필 핀란드일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던 것이 사실이다. 핀란드는 북유럽의 국가들 중에서 '살기 좋을 것 같은 나라' 중 한 곳으로 미수다에 출연했던 소주를 좋아하는 아가씨, 한국인 보다 더 한국적인 따루의 나라이기도 하고 노키아, 자일리톨 껌 등으로 유명한 나라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핀란드의 디자인'에 관한 책이기도 했지만 '디자인을 통해 바라본 핀란드'라는 설명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가진 자연은 결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매장된 석유처럼 거저 얻어진 것도 아니다. 어릴 때부터 목공을 가르침으로써 나무를 친근하게 느끼고 나아가 자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어른으로 자라게 되는데, 생활속에서 습관처럼 지켜지는 자연보호가 인상깊었다. 책 읽는 내내 핀란드인들이 얼마나 철저하고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사람들인지 그러면서도 넉넉하고 여유로운 삶의 방식이 마냥 부럽기만 했다. 무엇보다 자연 속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디자인에 담아내는 방식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한국은 한국만이 가진 문화와 전통 그리고 사회환경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디자인은 결코 근거 없이 만들어지거나 다른 데서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분명 한국 사람만이 가진 뿌리 깊은 전통과 그 빛나는 가치를 현대 생활 속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진실한 생각이 먼저 필요하다가는 생각을 한다. (p.325)"

 

 오래된 도시를 손보더라도 돌 하나 함부로 옮기지 않는다는 핀란드인의 생각과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저자의 주장에 깊이 공감했다. 비단 디자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문화산업 전반에 걸쳐 해당되는 것이기도 한데, 무조건적으로 새것을 추구하거나 뉴욕, 파리의 것을 모방하려 애쓰기 보다 '우리 것'을 보존하고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핀란드의 디자인의 통해 최근들어 주목받고 있는 에코 디자인과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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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Lion - Happypaper Deluxe Series
엠아이페이퍼 편집부 엮음 / 엠아이페이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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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만들기] 사자 LION (해피페이퍼 디럭스 시리즈) | 엠아이페이퍼 | 2009년 7월

 
 아이들은 왜 동물을 좋아할까, 라는 생각 해본적 있나요? 유아, 아동기의 아이들 대부분 동물을 좋아하겠지만 우리 아이는 유별나다 싶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남자 아이의 경우 자동차 아니면 공룡에 빠진다고 하는데 내 아이는 공룡, 동물 쪽이었고 요즘은 곤충에도 관심이 많아졌답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물은 인간과 다른 종이 아니라 '동물 : 동물', 다시말해 다같이 자연의 일부로 인식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요. 동물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에는 두려움이란 것이 없잖아요. 정말 친구를 대하듯 하거든요. 어쨌거나 아이의 동물사랑이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으로 사자 만들기 시작합니다~!! 

 



 표지에 그려진 사자가 참으로 용맹스럽네요. 보통 책처럼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아니라 작은 상자구요 옆으로 열면 대형 사자 사진과 종이접기 키트 등이 들어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측할 수가 없어서 퇴근 후 저녁시간에는 엄두가 나질 않더라구요. 그래서 택배를 받아놓고는 아이한테 보이지 않고 주말까지 감추어 두었답니다. ;;   
 




 네~ 드뎌 날 잡았습니다. 상자를 꺼내 놓으니 정신없이 조각을 뜯어내기 시작합니다. 워워~ 초장부터 너무 스피드를 내면 조바심만 커지는데...  아이는 잘 할 수 있다면서 의욕을 보입니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과 어렵다는 말은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ABC 순서대로 필요한 조각들을 뜯어 놓고 설명서를 봐가면서 하면 크게 어려운 점은 없는데 붙일 때 얼마만큼 섬세하게 마무리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중간샷입니다. 머리를 가장 먼저 만들었는데 왠지 반이상은 끝낸듯한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되지요. ^^;  설명서에 보면 '목공풀' 사용을 권하고 있던데 저는 그냥 딱풀을 사용했어요. 딱풀이다보니 마를때까지 지긋이 눌러주는 인내심이 필요하고, 조각이 커질수록 안쪽에서 눌러줄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워 붙이는데 조금 힘이듭니다. 자세히 보면 풀칠해서 붙는 부분이 빗금이나 색깔로 표시되어 있어 하면 할수록 요령도 늡니다. 
   




 짜잔~ 우리집 '으릉이'를 소개합니다~ 울 아들이 완성됨과 동시에 이름을 붙여주었어요. ^^ 다 만들어 놓고 보니 꽤나 흐뭇한것이 허접스럽지 않고 폼이 납니다. 총 소요시간은 1시간 20분 정도이고 참여인원은 아빠, 엄마, 아들 입니다. 사자 머리, 갈귀랑 몸통 합체 등 중요한 부분은 거의 아빠가 했어요. 다리 부분은 제가 했고, 아들은 조각 뜯어서 곡선 만들기, 풀바른 거 누르고 있기, ' 빨리 하라고 재촉하기'를 맡았네요. (참, 최종적으로 머리, 몸통, 허리 뒷부분 이렇게 세 부분이 되는데요 딱풀로 허리 부분을 붙여주니 전체적으로 고정이 됩니다. )

 
 사실 유아의 경우 혼자하는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고, 그렇다고 다 만들어 주고 가지고 놀게 한다는 것도 곤란해 보입니다. 초등 3학년 정도 되면 혼자서 만들 수 있으려나 모르겠는데 그보다 어린 우리 아이의 경우 온 가족이 함께 만드니 좋았습니다.  아이가 만드는 비중을 좀 더 늘려주고 싶으시다면, 애플비 <입체 공룡관> 이라고 우리 아이 여섯살 때 거의 혼자서 만들다시피 했거든요. 단순한 대신 완성된 후에 강도와 섬세함에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에 만든 사자는 진열장에 넣어두고 싶을 정도로 정교하고 멋지답니다. ^^ 
 




 다른 장난감처럼 마구 가지고 놀만큼은 안되지만  종이라는 재료로 만든 것 치고는 튼튼해 보입니다. 아이들에게 익숙한 호랑이, 기린, 코끼리 같은 동물들을 비롯해서 '천연기념물'이나 '멸종동물' 시리즈는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넌 왜 공룡이 좋아? 왜 동물이 좋아?"/ "힘이 세고 멋있잖아~" 아이의 대답은 참 단순합니다.  엄마가 나름대로 어떤 의미를 부여해가면서 분석하려 시도했던 것 조차 부끄럽게 만들정도네요. ^^;; 어쨌거나 아들의 손에 건네진 '사자'는 이미 아들의 좋은 친구가 되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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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빛 매드 픽션 클럽
미우라 시온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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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과 몇주전에 영화 <해운대>를 봤었다. 국내 최초의 재난 블럭버스터로 알려지면서 개봉 당시부터 주목을 받았었는데 천만 관객을 훌쩍 넘겼다기에 모처럼 극장 나들이를 했다. 거대한 쓰나미가 해운대를 휩쓸어 버린다는 설정은 외국의 해변에 해일이 닥친다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게 다가왔던 것 같다. 무엇보다 재난이 닥치기 전 평화로웠던 분위기와도 대조될 뿐 아니라 제각각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섰을 때는 이전의 힘든 상황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검은 빛> 이 책은 나오키상 수상작가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제목에서 느껴지는 모순과 아이러니 탓에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 속에서 읽기 시작했던 책이다. 흔히들 빛은 어둠을 밝혀주는 존재로 인식하기 마련이다. 어둠은 폭력일 수도 있고, 내면의 깊은 상처 혹은 막연한 두려움 일수도 있으나 어두우면 어두울 수록 빛의 존재를 느끼기도 쉬워진다. 그런데 '검은 빛' 이라니... 밝은 빛이 어둠의 깊은 곳까지 비추듯이 검은 빛도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휘감아 버린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간밤에 몰아닥친 쓰나미는 아름다웠던 미하마 섬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섬 주민들 대부분의 목숨을 앗아갔다. 노부유키와 미카는 밀회를 즐기기 위해 섬의 높은 곳에 위치한 신사에 갔다가 화를 면했고 두 사람을 따라왔던 다스쿠와 밤낚시를 하기 위해 섬을 빠져나갔던 몇 명이 목숨을 건졌을 뿐 쓰나미가 안겨준 상처는 너무나 컸다. 섬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노부유키, 미카, 다스쿠 세 사람은 세월이 흘러 평범한 직장인, 유명한 배우, 노동자가 되어 각자의 삶을 꾸려나간다. 하지만 그들의 기억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던 그날의 폭력은 마침내 그들을 재회하게 만든다.   

 

 책 읽는 동안 머릿속에 계속 의문이 들었다. 과연 자연 재해인 쓰나미가 더 위협적일까 아니면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폭력성이 더 무서울까 하는... 사실 인도네시아의 쓰나미도 그렇고 이웃 나라 일본이 지진으로 인해 겪는 공포와 두려움을 생각하면 자연재해 만큼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하지만 폭력을 폭력으로 되갚은 것에 대해 양심을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 어린 시절 학대당한 기억때문에 결국 폭력적인 어른으로 자랄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검은 빛이야 말로 쓰나미 보다 더 위협적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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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생각들>을 리뷰해주세요.
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위대한 생각들 - 유가에서 실학, 사회주의까지 지식의 거장들은 세계를 어떻게 설계했을까?
황광우 지음 / 비아북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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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모 사피엔스, 생각하는 인류야 말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표현한 말이다. 인간은 자신과 주변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의문으로 생각을 발전시켰고, 개개인의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사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생각이라는 것이 개인에 한정될 때는 하나의 의견일 뿐이지만 집단의 생각을 하나로 모았을 때에는 나라를 움직이고 세계를 움직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자유주의, 사회주의, 민족주의 등 그러한 사상들은 결코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진 것이 아니며, 상호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나가가고 있다.
 

 자유주의 사상은 중세 봉건 제도가 막을 내리면서 억눌렸던 생각들이 표출된 결과였다. 문예부흥과 종교개혁은 신중심의 사고에서 인간 중심을 부르짖으며 종교, 과학 문야를 비롯한 모든 문야에서 두드러진 발전을 가져오게 된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최소의 국가가 최선의 국가'라는 생각이 자리잡게 되었고, 애덤 스미스 같은 경제학자들은 국가가 경제에 개입하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화롭게 발전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자유주의는 이론과 달리 노동자에게는 희망없는 나날을, 가진 자에게는 넘치는 부를 안겨줌으로써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생겨나게 된 바탕이 된다.   
 

 민족주의는 봉건시대 이후 나라와 나라간의 무역이 활발해 지면서 싹을 틔우게 되었는데 나폴레옹의 정복 전쟁을 계기로 유럽 전역에 확산된다. 민족주의는 국가적 통일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세계대전의 불씨로 이어졌다. 히틀러의 '파시즘'이 독일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1차세계대전의 패전국가라는 상처와 살인적인 인플레가 있었다. 한편, 자유주의와 마찬가지로 사회주의 또한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이상일 뿐이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치 사상이 등장하게 된다. 

 
 <위대한 생각들> 이 책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일단 인문학 서적 그것도 사상을 다루는 책 중에서 거부감없이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고 체계적이라는 점이다.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만큼의 위대한 사상들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으며,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통해 발전하게 되었는지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어느정도 깊이 있는 내용을 원하는 독자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사상'에 대해 관심있었던 이들에게는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가지는 지금까지 '사상'에 관한 책이라고하면 외국의 저자들이 쓴 서양중심의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동양의 것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유가, 도가, 법가 사상을 비롯하여 동서양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의 경우 그토록 혼란한 분위기에서 제자백가 사상이 꽃피웠던 것은 무력으로 정복할 수는 있지만 백성의 마음을 얻지는 못한다는 것, 다시말해 치국을 위해서는 국가의 기틀이 되는 사상이 필요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동, 서양의 사상을 균형있게 이해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며 우리의 실학과 동학까지 다루고 있다는 점이 흐뭇했다.    
 

"인간은 아는 만큼 세계를 이해한다. 정치사상을 통해서만 세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위해서는 사상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어야 한다. (p.300)"
 

 사상이란 것이 그렇다. 아무 생각없이 살 때는 몰랐는데 깊이 생각할 수록 머리가 아파진다. 예를 들어 지금 대한민국은 '자유 민주주의'를 정치 이념으로 하고 있다. 인터넷에 '자유 민주주의' 라고 검색해보라. 자유, 평등, 기본권, 법치주의, 권력분립 등 자유만 해도 보장된 권리가 엄청나며, 다수에 의해 움직이는 듯 하면서도 소수의 권익이 보장된다는 환상적인 문구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왜 그럴까. ^^; 어쩜 현재 우리가 선택한 사상도 역사의 흐름으로 보면 전단계에 영향을 받아 필연적으로 생겨난 것이며, 미래에는 수정되고 보완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아울러 국민적 합의와 정치인들의 실현 의지가 없다면 아무리 '위대한 생각'이라 할지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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