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선생님이 들려주는 축소지향의 일본인 세트 - 전2권 - 우리 아이들을 위한 지식의 샘
이어령 지음, 김준연 그림 / 생각의나무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2007.7.31일 미하원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반가운 마음이야 당연하지만 한국도 일본도 아닌 미하원에서 어찌 결의안이 채택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하였다. 알고보니 아무런 법적 효력도 없고 당장 뭔가 해결의 기미가 보이는 것도 아니란다. 그러나, '위안부 결의안'은 하나의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고 하겠다.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았을 때도 일본의 잘못이 크다는 의미, 비록 돈칠이긴 해도 국제사회에서 한목소리 하는 일본에게 가장 큰 우방인 미국이 일침을 가한다는 의미, 일본으로서는 분명 압박을 느낄 것이다. '위안부 결의안'을 위해 애써주신 많은 분들과 오랫동안 고통속에 사셨던 할머니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지셨기를 바란다. 

 한일합방 직후에 태어나신 조부모님과 해방둥이 부모님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일본이란 나라를 좋아하지 않는다. '미움'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라고 하였던가. 요즘 말로는 '악플'보다 더 무서운게 '무플'이라고 한다던데...  솔직히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별로 알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10년도 훨씬 전에 우연히 이어령님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이라는 책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그 책이 이번에 청소년판으로 나왔다고 하여 묘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저자는 독자의 마음을 벌써 알고 있다는 듯이 책의 첫머리부터 다독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미운 상대라도 알아야 한다고, 알아야 이길 수 있다고 말이다. 

한국인은 경치 좋은 곳을 발견하면 정자부터 짓고, 일본인은 풍경 그대로를 마당에 재현한다고 한다. 아기자기한 일본식 정원으로도 모자라 분재와 분석, 꽃꽃이를 통해 풍경을 축소화하였다. 자연물에 나타난 축소문화를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연을 손안에 움켜쥠으로써 지배하고자하는 욕망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문학에 있어서는 6센티의 '작은 거인'이 등장하는 전래동화와, 시조의 1/3 길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하이쿠라는 시, 그리고 '길다는 뜻'의 '장편'이 아닌 손바닥에 들어갈만큼 짧다는 의미의 '장편'을 소개하였다. 원고지 2-3매 분량의 초단편 소설이 존재하는 나라 일본, 정말 신기하다.  

일본인이 축소지향적인 면으로 인해 대박을 터트린 예를 보자. 중국을 거쳐 일본으로 건너간 둥근 부채는 일본인에 의해 쥘부채로 새롭게 태어났다. 작은 부채를 예술품으로 승화시켜 긴장과 집약의 미, 축소지향의 미를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독일에서 들여온 우산은 접이식으로 바뀌었다가 삼단으로까지 축소되어 역수출 되었다. 뿐만아니라 미국에서 발명된 트렌지스터를 휴대용으로 새롭게 생산하여 누구나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전자제품으로 만든 만든 사람도 일본인이다. 일본하면 '모방의 나라'로 일컫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아시아의 어느 나라보다 서양 문물을 일찌기 받아들여 필요한 것만 철저히 자기것으로 만든 나라, 정말 대단하다.  

 일본은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여 비약적으로 발전하였고 이로써 축소지향의 일본이 확대지향을 꿈꾸게 된 계기가 된다. 잘못된 확대는 '태평양 전쟁'이라는 비극을 불러오고 다시 '확대지향은 일본의 길이 아니다'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일본인은 자신들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된 행동을 철저히 반성하고 칼로 혹은 돈으로 이루려는 확대지향을 버려야 한다. 
 
<축소지향의 일본인> 이 책은 80년대초 일본에서 먼저 출간되어 그들의 공감을 얻어냈고, 일본과 일본인을 알기 위한 추천도서로까지 인정받은 책이다. 일본식 고유명사가 낯설고 어렵기는 하지만 초등고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하였기에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무리가 없다고 본다. 단락이 끝날때마다 만화로 핵심을 짚어주는등 책 읽는 재미를 더해주기위한 구성과 편집이 돋보인다. 내용면에서 저자는 시종일관 일본이 축소지향적이며 또한 축소지향적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 또한 일제시대를 경험한 때문인지 이따금씩 과격한 말투와 강하게 밀어붙이는 듯한 주장도 보인다. 그러나, 무조건 깍아내리고 흠집을 내려한 것이 아님을 또한 편협한 시선이라기보다는 일본의 문화를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관점이 '축소지향적' 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작년 8.15때 고이즈미 일본전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한다는 소식에 안그래도 더운 날씨에 황당하기까지 하였다. 한중 양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의 눈총에도 아랑곳하지않고 재임기간 툭하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더니 정말 제정신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토록 많은 사람이 반대하는데 꼭 그래야만 했었는지. 그러나, 노련한 정치가는 분명히 꿰뚫고 있었다. 다수의 일본인이 자신을 주시하며 지지하고 있음을. 그런 행위가 일본인을 더욱 결속시킬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말이다. 당시 일본의 여론은 역대 어느 총리보다 고이즈미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내고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일본은 아직도 '확대지향의 실패'에 대하여 침묵하고 있다. 아니 도리어 지나치게 당당하다.  


 한국을 마치 피해의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듯이 매도하는 일본, 50년전 할아버지의 잘못을 들춰내가며 죄없는 손자에게 느닷없이 죄를 물으려는 것이 아니다. 손자는 할아버지의 잘못이 조금도 없다하고, 오히려 진실을 왜곡하고 있으니 '과거지사'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과거로 부터 지금까지 우리 민족을 자극해 온 것이 누구였던가 떠올려보라. 요즘은 '민족'이라는 말을 못쓰게 한다지만 수많은 외세의 침략속에서 지금의 우리를 있게한 것은 바로 굳건한 '민족의식'을 이었음을. 그 사실만은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는 민족주의를 계승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포용적인 '진화된 민족주의'를 말함이다. 일본도 그들만의 문화적 본질을 이해하고 더 커기지위해 작아질 줄 아는 '진화된 축소지향'을 꿈꾸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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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8-31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소년용으로 다시 나왔군요.저는 1982년 출간된 재판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애들 읽어보라고 사야 할 것 같군요.
20년도 더 전에 '축소지향' 읽으며 이어령씨는 참 분석력이 뛰어나다 감탄했어요.
리뷰 잘 읽고 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