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의 미학 - 통계는 세상을 움직이는 과학이다
최제호 지음 / 동아시아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해상을 지나는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겠습니다. 점차 구름이 많아지고 동해안지방은 바람이 약간 강하게 불겠습니다. 낮 최고기온은 13도에서 18도로 어제보다 3~4도 가량 높아 당분간 평년기온을 웃도는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며 강수확률은 20% 입니다. 바다의 물결은 동해전해상에서 1.0~2.5m로 먼바다에서 높게 일겠습니다. (네이버 날씨)" 지금 현재 제가 사는 지역의 날씨 현황입니다. 뜬금없이 왠 날씨 타령이냐구요? 요 며칠간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바람에 옷장을 뒤져 두꺼운 외투를 찾느라 마음이 바빴다지요. 더구나 날씨가 추워지면 신종플루 감염이 늘어난다고 하니 날씨에 신경이 쓰일 밖에요.  
 
 방금 읽은 책이 통계에 관한 내용이다 보니 통계와 관련된 것을 연상하게 되고, 때마침 날씨가 떠오르더라구요. 날씨 말고도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통계가 많긴 많지요. 우선 스포츠 경기를 설명할 때 통계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을 것이고 뉴스를 보더라도 원인과 과정과 결과 혹은 상황을 예측할 때 막연하게 문장으로 설명하는 것과 통계 자료를 이용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어요. 말하고자 하는 것이 현실감있게, 이해하기 쉽게 와닿는답니다. 선거를 치를 때도 통계를 빼놓고는 설명이 안되겠고 로또의 경우도 순전히 운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결국은 확률이란 수학적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사실 저는 수학을 엄청 싫어했고 잘 하지도 못했어요. 대학때 교양으로 통계를 배우긴 했지만 그렇게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구요. 그런데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지금 근무하는 사무실에 입사해서 처음 맡은 업무가 통계를 관리하는 것이었답니다. 월마감을 하고 나면 회계 부서와는 별도로 수십종의 데이터를 만들어서 본사에 올리곤 했어요. 숫자를 싫어하던 제가 하루 종일 수백억을 단위의 숫자와 놀아야 했으니 눈이 뱅글뱅글 돌 지경이었죠. 그런데 업무에 요령이 늘다보니 시간도 단축되고 숫자가 점점 좋아지기 시작하더군요. '업무를 한다' 라는 행위 자체를 숫자화 할 수 있다는 것, 통계 자료를 보면서 사무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고 즐거웠던 기억이 나요.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데이터라고 해도 그것을 나누고 세분화 하면 우리가 알려고 하지 않았던, 알 필요도 없었던 그런 새로운 정보의 세계를 볼 수 있다. (p.139)"
 
<통계의 미학> 이 책은 크게 4부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1부 데이터 수집의 중요성' 에서는 자료 수집의 정확성에 대해 말하고 있어요. 가령 설문의 응답자가 전체를 대표할 만한 표본인가, 측정 방식의 타당성과 일관성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2부 다양성의 통찰' 에서는 통계의 결과를 분석하는 방법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요. 무조건 평균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는 점과 세일이라더니 내가 고른 물건은 왜 세일이 안되는지, 집값이 떨어졌다지만 싼 아파트는 눈 씻고 봐도 못 구한다는 등 실생활과 밀접한 예가 많아서 재미있네요. '3부 비교 그리고 관계'에서는 데이타 값의 상대성과 통계값의 상호작용에 대해, '4부 예측과 판단'에서는 소제목 내용처럼 통계를 이용해서 예측해 낼 수 있는 것들을 카지노의 승률, 스포츠 결과 등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어요.  
 
  초반부에는 진도가 잘 나가다가 뒤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면이 있긴한데 전체적으로는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하니 이해가 쉬웠어요. 중요한 것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통계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충분히 그 결과값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통계입니다. 그러니 현명한 유권자나 소비자가 되기위해서 혹은 통계를 이용해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입장이 되었을 때 바른 판단을 하기위해서는 왜 그런 값이 나왔는지, 오차의 범위는 얼마인지, 의심할 수 있는 오류는 없는지 까지도 고려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니까 엄청 머리 아플것 같지만 통계는 '1+1=2' 가 되는 수학과는 달라요. 통계는 수학 보다는 훨씬 더 인간적인 학문이랍니다. 그래서 통계가 친근하고 좋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 다락방 -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
이지성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을 보냈던 한옥집에는 작은 다락방이 있었어요. 그곳에는 온갖 잡다는 물건들이 많았었는데 두꺼운 이불이나 철지난 옷가지들과 돗자리나 바구니, 콩이나 고추 같은 곡식류도 있었던 것 같아요. 다락에만 올라가면 어두침침한 것이 냄새도 이상하고 구석에서 쥐라도 풀쩍 뛰쳐 나올것만 같아 어찌나 무섭던지요.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는 전집 한 질을 사다가 아버지 몰래 다락에 감추셨어요. 저희한텐 필요한 만큼만 몇 권씩 가지고 와서 읽으라고 당부하셨죠. 그때부터 다락방은 이전의 공간과는 전혀 다른 곳이 되었답니다. 책이 있어 설레고 마음껏 상상하고 꿈꿀 수 있는, 저의 가장 소중한 공간이 되었거든요. ^^

 

 <꿈꾸는 다락방> 이라는 제목을 보니 문득 그 때 그 시절이 생각나네요. 어린 시절에는 현실적이다, 비현실적이다 라는 생각 없이 내 머리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가 무척 넓어요. '신데렐라'와 '백설공주'를 읽고 나면 어느새 저는 공주가 되었고, '로빈슨 크루소'를 읽고나면 저도 모르게 의지가 강한 사람으로 변화 되는 것 같았죠. 때론 제인 에어도 되었다가 빨강 머리 앤이 되기도 하고 키다리 아저씨를 기다리는 소녀가 되기도 해요. 하지만 점점 철이 들어가면서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갑니다. 

 

 하지만 저자는 말합니다. 꿈을 크게 가지라고, 남들을 의식하지 말고 정말 자신이 원하는 꿈을 간절히 바라면 신기하게도 이루어진다고 말입니다. "생각대로 하면 되고~ " 라는 광고 문구처럼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이 현실로 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책에 소개된 많은 위인들과 유명인사들의 경우 비슷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뚜렷했다는 것이죠. 그들은 단 한 순간도 자신의 꿈을 의심하지 않았고, 그 꿈이 실현되었을 때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그 꿈이 이루어졌다는군요. 올레~!!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무의식적 사고의 힘' 이라 칭했고, 에스테 로더가 '시각화의 힘'이라고 부른 그 힘을 이 책에서는 공식 R=VD 라고 부른다. 이것을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생생하게 vivid 꿈꾸면 dream 이루어진다 realization. "  - 서문 중에서 -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들의 꿈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긴 했어도 '허황된 꿈'이 아니라 '구체적인 꿈' 이었다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막연히 공상하듯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직업군과 하는 일이 명확했습니다. 그리고 간절히 원한다고 해서 집에 틀어박혀 웅얼거리는 것만 반복한다는 뜻은 아니겠지요. 방향이 정해지면 망설임 없이 자신의 길을 갔습니다. 그리고 그 꿈이 실현되었을 때를 지속으로 상상하는 것은 'CEO가 되기 위해서는 CEO의 마음을 가져라.'는 말과 비슷합니다. 그 위치에 올랐다고 상상하면 내면에서 자신감이 생기고 생각과 행동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책을 펼쳐들고 초반부를 읽어갈 때는 일단 신기했습니다. 중반부로 접어들어서는 약간 사이비 종교같다는 느낌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구요. 그리고 후반부엔 "생생하게(간절하게) 꿈꾼다."는 것과 "자신을 믿는다."는 것이 너무나 간단하면서도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반신반의 하면서 중간에 포기하거나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안전한 범위 내에서 꿈꾸는 것을 선택할테니까요.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 모든 것이 내면에 존재하는 긍정의 힘을 끌어내는 과정이며 스스로를 믿는 믿음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 지금 시작하시겠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광기
라우라 레스트레포 지음, 유혜경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다른 이유는 없다. 단지, 주제 사라마구가 "좀처럼 만나기 힘든 위대한 작품" 이라고 격찬했다는 내용때문에 그 이유 하나만으로 관심이 갔던 작품이다. 책이 출간될때마다 누군가 격려사를 써주고 홍보 문구로 이용되기도 한다지만 사라마구의 경우는 좀 다르다. 일단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라는 점과 그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라는 표현이 더 맞겠다. 어떤 계기가 되었든 이렇게 또 한사람의 의식있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들뜬다.   

 

 책의 첫장면은 아내를 잃어버린, 아니 정확한 표현으로는 아내를 되찾은 남자 아길라르의 절규로 시작한다. 겨우 나흘간의 출장을 다녀왔을 뿐인데 아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내를 찾은 곳은 호텔이었다. 그것도 낯선 사내가 문을 열어주면서 아내인 아구스티나를 떠넘기고는 사라져 버린다. 남편이 출장간 사이 아내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아길라르는 정신이 나가버린 아내를 붙들고 자신마저 광기에 전염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아내의 광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길라르가 아구스티나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눈이 부실만큼 아름다운 외모와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아길라르를 사로잡았고 그것 보다 사랑스러운 아구스티나일 때나 광기에 사로잡힌 아쿠스티나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아길라르는 사랑은 말뿐인 사랑이 아니었다. 아구스티나에게 더할 수 없을 만큼 헌신적이었고 그녀를 돌보기 위해, 그녀의 광기를 잠재우기 위해 모든 정성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 소설이 한 남자의 순수한 사랑과 광녀의 사랑이야기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미다스라는 의문의 남자와 아구스티나의 이모 등 주변인물을 통해 그녀의 어린시절과 집안의 이야기를 끄집어 냄으로써 한 여인의 광기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집단적인 이기심과 이중적인 면들이 개인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고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망쳐가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아구스티나의 어머니가 아버지의 배신을 감추기위해 연극을 하는 장면에서는 어찌나 오싹하던지. 남편이 다른 여자를 품는 순간 보다 그 사실이 발각될 때 모든 것이 끝장난다는 것.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남편과 가정과 명예와 부를 잃지 않기 위해 연극하는 아내 그리고 맞장구치는 가족들의 모습이 소름끼치면서도 슬펐다. 또한 불안정하고 어수선한 정치, 사회 문제를 적절하게 배치시킴으로 광기라는 것이 개인과 가족의 문제를 벗어나 사회적으로도 존재한다는 것을 내비치고 있다.

 

 솔직히 초반에는 읽기에 몰입하기가 좀 힘들다. 우선은 불친절한 편집이라고 해야하나. 숨쉴틈 없이 이어지는 문장에다 문장부호 사용을 극도로 아낀 글이어서 주의 깊게 읽지 않으면 내용 파악이 어렵다. 더구나 1인칭에서 3인칭으로, 1인칭의 대상 조차도 수시로 바뀌어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또한 사라마구의 작품이나 소설 속 주인공인 블리문다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하는데 작가가 사라마구의 작품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아내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고민하면서 질투심과 괴로움으로 몸부림치던 아길라르는 아내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녀를 좀 더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여느때처럼 잠시 제정신이 돌아온 아내가 쓴 쪽지를 읽으며 다시 행복에 겨워한다. 바보같지만 순수한 아길라르의 사랑처럼 모든 것이 그렇게 단순하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중요한 것은 아구스티나의 광기 보다 미친 척하고, 미친 것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무섭다는 사실이다. 주제도 내용도 묵직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고는 못하겠지만 사라마구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에 관심을 가져도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장바구니담기


세상은 앞에서 활약하는 주연들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배경을 이루는 보통 사람들에 의해 돌아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주연이 아님을 부끄러워 하는 대신, 이 '배경'의 위력을 항상 생각하며 ' 좋은 배경'이 되겠다는 뜻으로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조용히 씨를 뿌리며 사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기로 했다. 태끌인 나에게 태산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71쪽

그래도 가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거나 밥순이 노릇이 지겨울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부엌일이 영재 교육의 일환이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우리 아이들이 "내가 아는 모든 것은 식탁에서 배웠다"라고 진지하게 말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 성적은 그저 그래도 영재임에 틀림없다. 학교라는 거대한 사회에 적응하면서도 그 시스템의 노예가 되지 않는 것, 적성이 비슷한 아빠를 따라 도약하는 아들, 취향이 다른 부모 밑에서 자신의 고유성을 지켜내는 딸, 자긍심 지수를 학교 점수와 동일시하지 않는 현명함, 이런 점들이 모두 우리 아이들이 영재라는 증거다. -80-81쪽

인류의 경제가 항상 상승 곡선을 탈 수는 없다. 경제가 휘청거릴 때마다 나타나는 약육강식의 패거리 문화를 막는 유일한 길은 어떤 일이 있어도 개인이 자신의 양심과 판단 능력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다. 현대의 독일 군인들은 상관의 명령이라도 법에 어긋나면 복종하지 말라는 교육을 받는다. 이것은 나중에 심판을 받을 적에 상부의 명령이었다는 핑계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178쪽

우리는 이제 다른 민족과 섞여 사는 일이 불가피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다른 문화를 가진 외국인들이 들어와 섞인다고 고유문화가 파괴되는 건 결코 아니다. 포용력을 갖고 서로를 맞아들인다면 여러 문화의 평화로운 공존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실 성공한 다문화 현상의 수혜자는 바로 자국민들이다. -229쪽

상생 관계에 있는 친구를 경쟁상대로 보게 만드는 교육제도는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나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절대로 쓰러져서는 안 되는 옆의 동지를, 내가 밟고 지나가야 하는 적으로 여기도록 하는 교육제도 아래서 과연 우리나라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248쪽

사람을 쓸데없이 초조하게 만들어 창조적인 사고를 배워야 할 귀중한 시점을 놓치게 만드는 등수 경쟁은 과연 누구에게 이익이 될까? '분할하라, 그리고 지배하라(divide et impera).' 이것은 기원전부터 서구 사회에 전래하는 널리 알려진 병법이다. 적을 따로따로 경쟁시켜 자기네들끼리 힘을 빼게 만든 후에 효율적으로 잡아먹으란 뜻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끼리 자진해서 경쟁이라니?-24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차폰, 잔폰, 짬뽕>을 읽고 리뷰해주세요.
차폰 잔폰 짬뽕 - 동아시아 음식 문화의 역사와 현재
주영하 지음 / 사계절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지난 주말에 '키즈 카페'란 곳을 처음 갔었다. 아이가 같은 반 친구의 생일 파티에 초대되었는데 저학년이다 보니 엄마들도 함께 모이기로 한 것이다. 아이들의 취향에 맞춘 실내 놀이 시설부터 깔끔하게 서빙되는 음식까지 어른인 내가 봐도 정말 신기한데 아들의 마음이야 오죽하랴 싶었다. 머리카락 끝에서 땀이 뚝뚝 떨어질 만큼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보니 문득 옛생각이 떠올랐다. 그 시절엔 생일이나 입학, 졸업 등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면 특별식을 먹으면서 축하하곤 했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 빠지지 않았던 0순위가 바로 자장면과 짬뽕이었다. 얼굴에 검은 칠을 해가면서, 때론 매워서 호호 거리면서도 맛나게 먹었던 중국음식은 유년의 추억과는 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다. 
 

 요즘 아이들은 특별한 날에 무엇을 먹을까 하고 물으면 하나같이 입을 모아 '피자'를 외친다. 엄마 세대에 최고의 특별식이었던 중국음식이 그렇게 왕좌를 내어주는 것을 보는 순간, 세월의 흐름과 변화된 음식 문화를 느끼게 된다. 따지고 보면 고된 노동(정신적, 육체적)을 하고 아둥바둥 사는 것도 기본적으로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보니 어느 사회든지 먹고 사는 것을 유심히 살펴보면 문화가 보이고 역사가 보이고 의식이 보이는 것이다. 

 

 <차폰 잔폰 짬뽕> 일단 내용은 뒤로하고 올들어 읽은 100여권의 책들 중에서 제목 만큼은 가장 잘 지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동아시아 음식 문화의 역사와 현재'라는 부제목과 비슷한 수준의 제목을 달았더라면 여느 인문서적과 다를 것이 없는 외모를 가졌을 터이지만 삼국의 음식 문화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고, 상호 영향을 주고 받았다는 내용까지 함축하고 있는 제목이라서 참 마음에 든다.

 

 내용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한국인과 '매운 맛'에 관한 것이다. 요즘도 해외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중에는 필수품처럼 가방 가득 된장, 고추장, 김치, 컵라면 등을 챙겨가는 분들 있을 것이다. 외국을 여행한다는 것은 그 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느끼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 음식도 당연히 포함되어야 마땅하다고 하면서도 기름지거나 혹은 덜 자극적인(닝닝한) 음식을 먹게되면 김치 생각이 간절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저자가 우려한 대로 '한국 맛'과 '매운 맛'이 같은 의미로 알려지게 된 것인데, 세계화에 성공할 가능성을 가진 음식들이 많음에도 특정한 이미지로 굳어진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국의 어느 호텔에 가든지 지방을 대표하는 토속 음식은 없고 획일화된 외국의 요리만 선보인다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고유의 음식은 점차 사라지는 반면 육지에서와 같은 횟집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니 관광문화 활성화로 봐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부분이다. 토속 음식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져서 체계적으로 정리되는 날이 오기를, 손맛도 중요하지만 레시피를 통해 누구나 만들어 즐길 수 있을 만큼 보편화 되기를 기대해 본다. 

 

 흔히들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 세 가지를 의식주라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나 세 가지 중에서도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초반부에 짬뽕의 발생과 전파 경로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한국인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식재료인 고추의 보급과정, 일본 가고시마의 고구마 소주, 중국의 경우 구조 조정하듯 소수 민족을 몇 개라고 규정해 버림으로써 그들의 문화마저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 등을 대할 때, 음식이란 것이 생계를 위한 조건을 넘어서 정치, 경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결국 '모든 길은 음식으로 통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