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빛 매드 픽션 클럽
미우라 시온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불과 몇주전에 영화 <해운대>를 봤었다. 국내 최초의 재난 블럭버스터로 알려지면서 개봉 당시부터 주목을 받았었는데 천만 관객을 훌쩍 넘겼다기에 모처럼 극장 나들이를 했다. 거대한 쓰나미가 해운대를 휩쓸어 버린다는 설정은 외국의 해변에 해일이 닥친다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게 다가왔던 것 같다. 무엇보다 재난이 닥치기 전 평화로웠던 분위기와도 대조될 뿐 아니라 제각각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섰을 때는 이전의 힘든 상황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검은 빛> 이 책은 나오키상 수상작가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제목에서 느껴지는 모순과 아이러니 탓에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 속에서 읽기 시작했던 책이다. 흔히들 빛은 어둠을 밝혀주는 존재로 인식하기 마련이다. 어둠은 폭력일 수도 있고, 내면의 깊은 상처 혹은 막연한 두려움 일수도 있으나 어두우면 어두울 수록 빛의 존재를 느끼기도 쉬워진다. 그런데 '검은 빛' 이라니... 밝은 빛이 어둠의 깊은 곳까지 비추듯이 검은 빛도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휘감아 버린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간밤에 몰아닥친 쓰나미는 아름다웠던 미하마 섬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섬 주민들 대부분의 목숨을 앗아갔다. 노부유키와 미카는 밀회를 즐기기 위해 섬의 높은 곳에 위치한 신사에 갔다가 화를 면했고 두 사람을 따라왔던 다스쿠와 밤낚시를 하기 위해 섬을 빠져나갔던 몇 명이 목숨을 건졌을 뿐 쓰나미가 안겨준 상처는 너무나 컸다. 섬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노부유키, 미카, 다스쿠 세 사람은 세월이 흘러 평범한 직장인, 유명한 배우, 노동자가 되어 각자의 삶을 꾸려나간다. 하지만 그들의 기억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던 그날의 폭력은 마침내 그들을 재회하게 만든다.   

 

 책 읽는 동안 머릿속에 계속 의문이 들었다. 과연 자연 재해인 쓰나미가 더 위협적일까 아니면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폭력성이 더 무서울까 하는... 사실 인도네시아의 쓰나미도 그렇고 이웃 나라 일본이 지진으로 인해 겪는 공포와 두려움을 생각하면 자연재해 만큼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하지만 폭력을 폭력으로 되갚은 것에 대해 양심을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 어린 시절 학대당한 기억때문에 결국 폭력적인 어른으로 자랄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검은 빛이야 말로 쓰나미 보다 더 위협적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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