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의 사막여우 - 교과서에 살아있는 과학체험 학습프로그램, 해피페이퍼
엠아이페이퍼 편집부 엮음 / 엠아이페이퍼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누구나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한 책 한 권쯤 있지요. 저에겐 <어린왕자>가 그런 책이랍니다. 어린왕자를 만난 때가 언제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초등 4,5학년 때 쯤이 아닐까 싶어요. 어린왕자는 작고 아담한 행성을 떠나 별을 여행하다가 마침내 지구에 도착하지요. 그리고 때마침 비행기를 타고 가다 불시착한 '나'와 운명적으로 만난답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지." 그리고 서로가 상대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 '길들여 진다는 것'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했던 시간이었어요.  

 

 그 때, 어린왕자가 만났던 여우가 바로 사막여우[fennec fox] 랍니다. 사막여우는 전체가 40cm 정도로 몸집이 크지 않고 작은 편입니다. 털의 색은 아마도 모래색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사막여우는 귀가 커서 한 쪽 귀로 얼굴의 반을 덮을 수도 있답니다. 큰 귀는 더운 열기를 식히기에 좋아요. 아프리카 코끼리가 아시아 코끼리 보다 귀가 더 크다는 것을 생각하면 되겠지요. 그리고 땅을 파고 그 속에서 생활을 하며 발바닥에도 털이 나 있어서 모래 위를 달릴 때도 미끄러지지 않는다고 해요. ^^

 



울 아들 지난번에 사자를 만들어 봐서 그런지 이번엔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고 시작부터 큰 소리를 칩니다. 사실 사자 만들 때, 아빠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렇게 신나게 즐기면서 만들 수 없었을 텐데도 말입니다. 그런데 조각들을 보니 사자 보다 훨씬 간단한 것이 정말 아이랑 저랑 둘이서만 해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단은 조각부터 휘리릭 뜯어서 잘 모아두고 아자아자 화이팅을 외치면서 시작합니다. 

막상 만들기를 해보면 사소한 것이긴 하지만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있어요. 종이를 뜯을 때 가위가 필요없이 그냥 뜯으면 되는데 "한 손으로 종이를 누르고 다른 손으로 만들 조각을 차근차근 떼어냅니다"라고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종이를 바닥에 놓고 손으로 지그시 누른 상태에서 뜯어내면 힘들이지 않고 깔끔하게 잘 떼어진답니다.

 



 그리고 꼭 기억할 것은 반드시 순서대로 해야 합니다. 마음만 급해서 이것저것 마구 진도를 나가다 보면 남은 조각들을 이어붙여야 하는데 풀칠할 공간도, 손을 집어 넣어 눌러줄 공간도 없어 결국은 눈물을 머금고 다시 뜯어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긴답니다. 그리고 사자 만들때처럼 딱풀을 사용했는데 가급적 넉넉하게 발라야(붙일 때 약간 튀어나올 정도로) 마른 뒤에 이음새가 뜨지 않고 깔끔해요. 잘 마를 때까지 지그시 눌러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구요.

 




 머리 부분은 의외로 쉬워요. 일단 머리가 완성되면 반은 완성된 듯한 기분이 든답니다. 그리곤 앞다리 붙이고, 몸통, 꼬리를 차례로 붙여줍니다. 제 손에 풀이 너무 많이 묻어서 머리만 찍고는 중간 과정샷을 많이 못찍었네요. ^^;; 그런데 사진으로 보이는 부분이면서도 그림이 참 섬세하지요? 커다란 귀에는 솜털이 진짜 박힌 것 같고, 눈매도 날카로워요. 앞다리 까지는 무난하게 진행되었는데 나머지 몸통 붙이는 작업이 좀 힘드네요. 사막여우가 완성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었어요. 그리고 꼬리와 몸통이 이어지는 부분은 좀 약한 것 같아서 안쪽에서 셀로판 테잎으로 고정해 주었어요.



완성했어요~!!  ^^ 총 소요시간은 1시간, 참여한 사람은 엄마와 초등 1학년 아들입니다. 엠아이페이퍼에서 나온 만들기가 지난번 사자처럼 만들기 어려운 종류만 있는가 싶었는데 종류와 난이도, 가격대가 매우 다양하게 나와있네요. 아이가 좋아할 만한 것들, 이젠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만한 것들을 사줘야 할 것 같아요. ^^  

 



 

사막여우를 만들고 나더니 여우에 대해 더 알고싶다며 자연관찰책을 가져 왔어요. 여우는 포유류 중에서도 가장 널리 퍼져 산다고 하네요. 추운 극지방에서도 살아요. 지금 보이는 여우는 '북극에 사는 여우' 입니다. 사막여우가 모래빛 이라면 북극의 여우는 눈처럼 흰 색이네요. 그리고 몸 밖으로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귀가 작답니다. 사막여우와는 반대지요. 그 밖에도 다양한 크기와 모습을 한 여우들이 정말 많네요. 사막여우도 만들고 여우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여러면에서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사막여우가 완성되자 지난번에 만든 사자와 만나게 해주야 한다고줍니다. 두마리의 포식자가 만나면 분위기가 살벌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평화로운 분위기네요. 뭔가 대화를 주고 받는 것 같은데... 각자의 영역을 나누는 것에 대한 것인지, 지구 환경에 대한 것인지 아님 어제 산 만화책 이야기를 나누는 것인지 하여간 진지합니다. 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가 태어난 날엔 곰도 춤을 추었지 내인생의책 그림책 6
낸시 틸먼 지음, 이상희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등학교를 통틀어 최고의 순간은 6학년 때 담임선생님 이셨던 박정선 선생님을 만난 순간이었다. 소심덩어리에 존재감없는 학교생활을 하던 내가 선생님의 칭찬 한 마디에 책을 좋아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글을 쓴다는 것의 기쁨을 처음 알게 되었다.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을 통틀어서는 교내 신문반에 뽑혔을 때였고, 대학 시절엔 졸업 직전에 지금의 직장에 입사하게 된 것이 최고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 겪었던 최고의 순간을 모두 합친다 해도, 심지어 내 남자와 함께 결혼 행진곡에 맞춰 스텝을 밟을 때 조차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생애 최고의 날은, 그 날은 바로 내 아이가 태어난 날이다. 
 

네가 태어난 그날 밤,
달은 깜짝 놀라며 웃었어.
별들은 살그머니 들여다봤고
밤바람은 이렇게 속삭였지.
"이렇게 어여쁜 아기는 처음 봐!"

정말이지, 지금껏 이 세상 어디에도
너 같이 어여쁜 아이는 없었단다. 

 



 정말로 곰이 춤을 춘다. 덩실덩실~~ 한 생명이 탄생한다는 것은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생물학적 결합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 그 이상이다. 이 책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던 날, 세상은 오로지 한 생명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부모와 가족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이들의 아이를 축복해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렇게 어여쁜 아기는 처음 봐!" 라는 표현처럼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너무나 공감가는 내용이다. '내리사랑'이란 말이 있듯이 아이가 지금의 내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새털처럼 많은 시간과 수많은 밤이 지나 아빠가 되어서야만 가능하리라 생각하니 너무 앞서나가는 것 같아 웃음이 난다. 
 

처음엔 초등 1학년인 아이에게 좀 쉬운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진지하게 읽어가는 모습이 기특했다. 혼자서 한 번 읽고 나더니 한 번 더 읽어달라고 한다. 아이는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거의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고 엄마의 입을 통해서 자신이 태어난 날이 어떠했는지 더듬어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유아기때 읽은 책들 중에서 이와 비슷한 내용의 책이 몇 권 있었는데 '네가'라는 부분에 아이의 이름을 넣어서 읽어주면, 내 표정만 보고는 환하게 웃던 모습이 떠오른다. 책을 읽고 나면 아이가 태어나던 때의 상황을 설명해주곤 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야기 해달라고 조른다. 
 

우리 가족이 사는 곳은 겨울에 눈을 구경하기가 참 힘든 곳이다. 물론 흩뿌리는 정도야 어려울 것도 없겠지만 지난 7,8년 동안 눈싸움을 할 수 있을 만큼 쌓였던 때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니 말이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 집으로 오던 날 아침에 함박눈이 어찌나 탐스럽게 쌓였던지. 전날까지 세차게 불던 바람도 잦아들었고 온 세상이 아늑하고 포근해서 기분이 이상할 정도였다. 양가의 할머니들도 신기해 하시면서 끊임없이 덕담을 해주셨음은 물론이다. 아이는 지금도 눈이 내리거나 책, 영화를 보다가도 눈과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심지어 스키장 갔을 때 조차도 자신이 태어난 날을 떠올린다. 
 



 
 문득 저자인 낸시 틸먼이 사는 곳은 어떤 곳인지 궁금해 진다. 솔직히 책 속에 장면들은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라기 보다는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한 장면이 많은데 말이다. 어쩌면 현실과 환상이 적절하게 섞인 장면들 때문에 더욱 경이롭고 신비스럽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보살핌을 받고 사랑 받을 권리를 가진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자신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 번째 빙하기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좋은생각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표지가 반짝인다. 뒤 돌아 서있는 소년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살아가면서 누구나 자신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한번쯤 고민하기 마련이다. 이런 고민은 청소년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느끼는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성장소설을 통해 유년의 기억, 청소년기를 떠올리기도 하고 미래를 고민해 보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또한 성장소설이 주는 풋풋함과 역경을 딛고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은 스토리면에서도 매력적인 구성이 아닐 수 없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니?" 하늘을 빨갛게 칠한 와타루에게 선생님이 묻는다. 저녁 노을이라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믿어주시지 않는다. 이번엔 계란을 탁구공처럼 그렸다가 혼이 난다. 아래쪽에서 보면 계란도 탁구공처럼 보이는데 와타루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이 답답할 뿐이다. 아버지 없이 태어난 아이라는 이유로, 또래 아이들과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편견 가득한 시선을 받아야만 했던 주인공의 일상이 안타깝게 그려진다. 

 

 성장기의 소년에게 아버지의 부재는 정체성의 혼란으로 이어졌고, 가슴속에 채워지지 않는 구멍을 남겼다. 어느날 우연한 계기로 아버지의 존재를 추리하게 된 와타루는 자신이 크로마뇽의 자식이라고 믿게 된다. 그런 믿음은 지금껏 겪어왔던 모든 부당함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되어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또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말해주었다. 그제서야 와타루는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한다. 그의 꿈은 멋진 창던지기 선수가 되어 크로마뇽의 후예로서 떳떳해 지는 것이다.

    

 <오로로 콩밭에서 붙잡아서> <유랑가족 세이타로> 이후 오랜만에 만난 오기와라 히로시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요란스럽지 않고 서정적이어 좋다. 그러면서도 일본소설 특유의 조금은 엉뚱하고 기발한 전개라서 심심하지 않다. 한 소년의 성장기를 통해 기본적으로는 우정과 사랑을,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함께 풀어가야 할 여러 문제점들을 짚어 보기도 했다.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빙하기를 겪게 마련이다. 하지만 빙하기를 이겨내는 자만이 새싹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길을 걷다가 스치듯 지나치는 사람들 중에서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봐도 스타일이 멋진 여자가 있다. 화려하거나 과감한 의상때문이 아니라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흔히들 말하는 카리스마라고 할지 포스가 느껴지는 경우다. 그런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라고 하면 움츠림없이 정말 당당하다는 점인데 걸음걸이부터 얼굴 표정 하나하나가 자신감이 넘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도 표지의 저자에게서 자신감과 당당함이 느껴져서 참 좋았다. "소설 쓰느라 고생했던 나를 위로해주려고", 여행의 이유를 묻는 잡지사 기자에게 이렇게 대답하면서 떠났다는데... 소설을 출간한 직후 신간 홍보와 인터뷰를 뒤로하고 훌쩍 떠날 수 있었던 작가의 자유로움때문에 부러움 가득한 시선으로 읽기 시작했던 책이다.

 

 예술가들이 작품을 만들어 낼 때에는 지금까지 보고 겪고 느꼈던 것들이 작품 속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 여행을 통해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되면 자신이 경험했던 범위만큼 표현의 경계가 넓어지고 자유로와 진다. 부푼 기대감으로 실행에 옮겼던 여행이 초반부터 예상치 못했던 어긋남으로 꼬인다 할지라도 여행이 끝나고 나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 거리로 남게되고 추억이 된다. 또한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주는 당혹스러움을 통해 여행의 지혜를 얻게 되기도 한다.       

 

 "예술을 알면, 문학을 좋아하면 인생이 복잡해진다. 좋게 말해 인생이 풍요로워진다. 보통 사람들은 밖에 보이는 것만 보고 이렇다 저렇다 미추를 논하는데, 예술가들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다른 각도에서 보는 사람들이거든. 자신이 남다른 생을 살아야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법이다. p.120" 

 

 예술 작품이나 문학 작품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평소 궁금해했던 질문에 답을 얻는 경우보다 오히려 생각이 참 많아지고 수많은 의문을 품게 하는 경우도 많다. 삶과 인생에 대한 질문,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때론 사회적인 문제점, 불편한 진실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때문에 인생이 풍요로와지면서 동시에 복잡해진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이 갔다. ^^

 

 유명한 관광지를 돌아보는 여행이 아니라 '문화 예술 기행' 이라고 하면 딱일 것이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명화를 감상하고, 영화 이야기를 나누고 기차에서 유명 여배우를 만나 인연을 맺은 사연을 읽으면서 정말 억세게 운 좋은 여인이라는 생각도 했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주저함이 없는 그녀, 길을 잃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그녀의 당당함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톨른 차일드
키스 도나휴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올초에 개봉했던 영화 체인질링(Changeling)이 생각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에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해서 화제가 되었었는데 흥행성적은 뒤로 하고라도 지금까지 여전사 이미지였던 졸리의 연기 변신이 돋보였다는 평을 들었다. 잃어버렸다가 되찾은 아이, 하지만 다른 아이였다. 경찰은 실적을 위해 개인의 행복을 무시하고 국민을 기만한다. 진짜 내 아이를 찾기위한 눈물겨운 모정에 가슴이 찡했던 한편, 불과 80여년 전 뉴욕에서 실제 있었던 이야기라는 사실이 긴장감을 더했던 기억이 난다. 

 

 <스톨른 차일드> 이 책도 '뒤바뀐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북유럽의 신화에 나오는 요정을 모티브로한 '파에리'들이 등장하는데 7세 전후의 어린 아이의 키에 재빠른 동작, 몸을 마음대로 늘렸다가 줄일 수 있는 능력, 뛰어난 청력 등 재주가 많은 요정들이다. 열명 남짓한 이들은 야생의 생활에 적응해 살며 나름대로 리더도 있고, 서열과 규칙도 있다. 행복하지 않아 보이는 아이를 점찍어 관찰한 후, 가장 서열이 높은 아이와 바꿔치기 한다. 새로이 파에리가 된 아이는 거의 1세기쯤 지나서야 다시 사람으로 돌아갈 수 있는 서열이 된다.

 

 드물게 부모가 알아차리는 경우 파에리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되는데 보통은 아이의 부모가 뒤바뀐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사람처럼 살아가게 된다. 주인공 헨리 데이는 일곱 살 무렵에 파에리 애니데이와 뒤바뀐 삶을 살아간다. 삶에 있어서 좋고 나쁘다는 개념은 사람이나 요정 모두 마찬가지인가 보다. 인간의 삶의 동경해서 헨리 데이로 살아가게 된 파에리는 사람처럼 보이게 노력하는 것들이 힘들기도 하고 부모님을 비롯한 동생들,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도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애니데이가 된 헨리 데이는 동굴에서 살면서 훔친 음식과 곤충을 먹으면서 살아가는데 점차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을 잃어간다.    

 

  그로부터 30여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헨리 데이로 살아가던 애니데이는 헨리 데이의 인생을 훔치기 전 자신도 파에리에 의해 삶을 도둑맞았다는 것을 알게되고 자신이 누군인지 찾고자 한다. 애니데이로 살아가던 헨리 데이도 파에리의 규칙을 어겨가면서 잃어가는 기억을 글로 남긴다. 언젠가는 자신의 삶을 빼앗아 간 파에리를 만날 것이라는 기대,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은 체 말이다. 하지만 아버지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사실은 어른이 된 '뒤바뀐 나'라는 사실에 다시금 혼란스러워 하는데... 지금이라도 두 사람이 각자의 삶을 찾아가는 것이 맞을까! 정체성이란 본질적인 나로부터 오는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나에게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참 어렵다. ^^;;

 

 신화란 자연현상을 통해 만들어진 것일수도 있고,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지어진 내용이기도 하다. 체인질링에 관해서도 고대에 못생긴 아이나 몸이 불편한 아이가 태어나면 그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파에리가 자신들의 진짜 아이와 뒤바꾼 것이라고 주장하며 아이를 숲에 내다버리는데 이용되었다고 한다. 그런 문화를 전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과거에 인권에 대한 개념도 없고 노동력이 절실하던 시절 생겨난 이야기가 아닐가 생각해 본다. 책 읽는 내내 안타까운 맘이 들어 힘들기도 했지만, 신화가 주는 신비로움과 환상적인 분위기만큼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