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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스
나가우라 교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2월
평점 :
underdog... 이기거나 성공할 확률이 적은 약자를 일컫는 말
그런 약자들이 모여 개인이 아닌 국가를 배경으로 한 집단과 전쟁 아닌 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처럼 이 책 언더독스는 일단 스케일이 크고 사방에는 총질이 난무하는 하드보일드 한 작품이다.
마치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듯한 작품이랄지...
그래서일까 일본보다는 좀 더 폭력에 어울리는 장소인 홍콩을 배경으로 해서 스토리의 개연성을 높여주고 있고
시대적 배경으로는 홍콩의 중국 반환 시점인 1997년으로 해 당시의 혼란스럽던 국제정세와 각국의 첨예한 대립이 맞물려 더 흥미진진하게 해준다.
평범했던 직장인 고바 게이타는 직장의 vip 고객인 이탈리아 기업가 마시모 조르지아니의 거절할 수 없는 의뢰를 받으면서 걷잡을 수 없는 수렁에 빠진다.
이탈리아에서 잘나가던 마시모는 자신의 회사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어떤 음모로 인해 자신이 일궜던 회사를 뺏긴 걸로 모자라 하나뿐인 아들마저 자살에 이른 아픈 과거가 있었다.
이 과정에 국가조직이 간여한 걸 알게 된 마시모는 복수를 다짐하게 되고 이에 고바를 비롯한 팀을 결성,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는 어수선한 시기를 노려 홍콩의 지하은행에 숨겨진 국가기밀을 가로채 그들을 파멸시키고자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 하나
이렇게 위험부담이 크고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큰 게임에 왜 특공대 출신이나 전문 스파이도 아니고 특출한 능력도 없어 보이는 평범한 고바를 선택했을까?
사실 고바는 일본의 농림성에서 일했던 전직 관료였고 그의 과거는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평범하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눈치챘을 것이다.
당연히 고바를 비롯한 사람들이 겉보기완 달리 선택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뭔가 남다른 능력이나 사연이 있음을...
하지만 이야기가 제대로 전개되기도 전 작전의 핵심인 마시모가 피살되면서 처음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고바를 비롯해 그의 팀원들 모두의 정보는 이미 비밀이 아닌 상태였고 그들을 노린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그들은 노골적으로 고바의 팀에게서 원하는 것 빼앗고자 한다.
한마디로 말해 목숨을 걸고 자신들을 위해서 일하면서 처음 마시모의 계획대로 홍콩 은행에서 그 비밀문서를 가로채 오라는 것인데 여기서도 고바의 팀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쉽게 버려질 수 있는 존재 그 이상은 아니다.
이렇게 사방의 적에 둘러싸인 상태에서 문제를 더욱 힘들게 하는 건 다국적 사람들이 모인 고바의 팀원들조차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상태라는 것...
누가 그들의 적에게 동조하고 배신했는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목숨을 건 작전은 계획대로 실행되고 특별한 능력이 보이지 않는 팀원 중 가장 약한 존재인 고바의 능력이 발휘되기 시작하면서 사방에서는 총질이 난무하고 여기저기서 죽는 사람이 속출하는 지옥이 펼쳐진다.
작가의 전작인 머더스에서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한 눈 뗄 틈을 주지 않는 스피디한 전개와 화려한 총격 신 장면들을 보여준다.
연이어 벌어지는 총격전과 누구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모두가 적인 상태에서 제대로 된 무기 사용법도 모르는 고바가 과연 어떻게 살아남을지도 물론 궁금하긴 했지만 무엇보다 가장 궁금했던 건 각국의 조직들이 왜 그렇게 사활을 걸고 그 비밀문서를 손에 넣고자 했는가였다.
얼핏 생각하면 마시모가 조직한 팀이 아닌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그 문서를 손에 놓을 수도 있는데 왜 이런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고바를 어르고 달래고 겁을 줘가며 작전 수행을 할까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여기에 작가의 치밀한 전략이 숨어있다.
작가는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의 구멍을 마시모를 내세워 차단해 고바를 살려두고 그를 내세울 수밖에 없는 외통수를 마련했고 그 촘촘하고 치밀한 스토리에 박수를 보내게 한다.
머더스에서도 그랬지만 작가는 늘 독자의 예상을 벗어나는 걸로 모자라 늘 한두 단계 더 뛰어 생각지도 못한 전개를 보인다.
아마도 머릿속으로 치밀하게 계산하고 또 계산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일본 소설답지 않게 스케일이 크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가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웅장하고 긴박감이 넘쳤다.
하드보일드하고 누아르적인 장르를 좋아한다면 만족할 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