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 걸스
M.M. 쉬나르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시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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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구세대의 사람이라 그런지 웹상에서 누군가와 채팅을 통해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된다는 걸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아니 그 사람을 뭘 보고? 하는 의문이 강하게 들 뿐 만 아니라 심지어 자신의 프라이빗 한 정보를 웹 상의 그 누군가에게 아무런 거리낌 없이 보이는 걸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요즘 세대들에게는 자신과 취미가 맞고 코드가 비슷하면 그 사람을 어디에서 만나든 그런 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받아들이기가 쉽지않다.

어쩌면 내 생각은 요즘 시대에 뒤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그 밑바탕에 사람에 대한 불신과 의심이 깔려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내 우려를 키우는 건 언제나 즐겨 읽는 이런 스릴러 책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호텔방에서 이상한 모습...마치 춤을 추는 듯한 모습으로 목 졸려 죽은 여자의 시신이 나온다.

경찰들의 조사로 그녀가 이날 처음 이곳으로 왔을 뿐 아니라 회사 세미나 참석 차 온 커리어 우먼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낯선 곳에서 살해당한 그녀가 묻지 마 살인의 피해자라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같이 호텔방으로 들어 간 후 금방 나왔던 한 남자의 존재가 거슬린다.

모두의 의견이 그녀가 재수없게 묻지마 살인에 당했다고 생각하지만 조 푸르니에 경위는 그렇게 쉽게 이 사건을 놓을 마음이 없다.

언제나 현장에서 범인을 찾는 것이 좋았던 조는 경위로 진급된 후 현장에서 멀어져 항상 서류 작업만 하는 것에 싫증을 느끼던 차에 이 사건을 맡게 되었고 그래서 더 반드시 범인을 잡고 싶다는 열망이 큰 상태였다.

하지만 남편을 비롯해 직장 동료까지 모두 조사를 해도 죽은 여자가 살해당할 뚜렷한 이유도 용의자도 특정 짓지 못한 채 사건이 덮일 뻔한 순간 휴가차 간 뉴올리언스에서 자신이 맡았던 사건과 모든 것이 비슷한 또 다른 살인사건을 알게 된다.

사건에 관한 정보를 보면서 순식간에 같은 놈에 의한 살인임을 직감하는 조

누군가가 회사의 일로 낯선 곳으로 온 유부녀를 노린다... 그리고 범인과 피해자는 전혀 모르는 사이는 아니다

하지만 죽은 피해자 주변을 아무리 훑어봐도 떠오르는 사람은 없고 처음의 살인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은밀하게 이루어져서 사건 추적이 쉽지 않다는 것까지... 모든 것이 닮아 있는 두 건의 살인사건을 보면서 조 경위는 분명히 이와 유사한 사건이 더 있을 거라는 걸 예감하고 그녀의 이런 짐작은 맞아 떨어진다.

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을 특징 지어가는 단계를 보여주는 조 경위의 시점과 자신이 다음 희생자를 어떻게 선정해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꼬시는지... 그리고 손아귀에 쥔 다음 희생자를 어떻게 원하는 곳으로 오게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범인의 방법을 보여주는 범인의 시점을 번갈아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댄싱 걸스는 요즘 뉴스에서도 자주 다루는 온라인 범죄를 그대로 구현하고 있다.

이런저런 사이트에 미끼를 던져놓고 살살 꼬드겨서 원하는 정보를 취한 후 그 사람이 은연중에 원하는 걸 보여줘 환심을 사 친밀감을 형성한 뒤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단박에 낚아채는 것

여기에서는 피해자들 대부분 일상생활에 지치고 현실과 꿈꾸던 이상과의 괴리 때문에 괴로워하는 중년의 유부녀였고 범인은 그런 그녀들이 꿈꾸는 로맨스를 제시함으로써 여자들에게 꿈과 환상이라는 판타지를 선물해 환심을 사서 원하는 걸 얻는다.

웹상에서 만난 이성에게 빠져 자신의 돈을 몇 차례나 송금하고 뒤늦게야 자신이 당했다고 호소하는 뉴스를 볼 때마다 어떻게 저렇게 허술한 범죄에 당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이 책에서 범인이 보여주는 치밀함이라면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고 납득하게 된다.

초반부터 범인이 어떤 심리로 여자들에게 접근했는지부터 범죄의 수단까지 모든 걸 보여주는 댄싱 걸스는 중간을 넘어가면서부터는 다소 심심할 수 있는 위험을 의외의 반전을 통해 분위기를 다시 바꿔준다.

조 푸르니에 경위가 범죄를 알아보는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 책 댄싱 걸즈가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연작 소설의 첫 편이라는 설명을 보고 납득이 갔다.

아마도 다음 편에서 그녀의 뛰어난 재능이 제대로 펼쳐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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