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티켓
조 R. 랜스데일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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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아주 어릴 때 tv로 방영된 엄마 찾아 삼만 리라는 만화영화를 재밌게 본 기억이 있다.

소년의 엄마가 멀리 일하러 간 건지 왜 엄마랑 헤어져서 지내게 된 건지 기억은 안 나지만 어쨌든 그 보고 싶던 엄마를 찾아 어린 소년이 계속 길을 떠나 온갖 사람을 만나고 헤맸던... 그 과정이 슬프고 안타까워서 울기도 했던 그런 추억의 만화였고 당연히 미국 소년이었다고 생각했던 주인공이 아르헨티나 소년이었다는 걸 알게 된 건 시간이 한참 흐른 후였다.

느닷없이 이 만화영화를 소환한 이유는 이 책 빅티켓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찾는 대상이 엄마가 아닌 동생이라는 것만 다를 뿐...

잭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전염병으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누이와 함께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친척 집으로 가던 날 악당들과 마주치면서 할아버지는 악당들 손에 죽임을 당하고 누이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악당들에게 끌려간 동생을 찾고 할아버지를 죽인 악당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길을 나섰지만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잭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자신이 물려받을 유산으로 추적팀을 구성해 그들을 쫓는다.

동생 룰라를 끌고 간 악당 무리들은 인근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을 뿐 아니라 그중 우두머리는 별다른 이유 없이 사람들의 목을 그어버리는 걸로 유명해 일명 컷스로트 힐로 불리는 잔인한 놈이었고 인근 은행을 털어 달아나던 길이었다.

시대적 배경은 뚜렷하게 나오지 않지만 책을 읽다 보면 사방에는 총질이 난무하고 원하는 게 있으면 죽여서 빼앗는 일이 예사라는 걸 알 수 있다.

마치 우리가 봐왔던 혼란스러운 서부시대의 모습 그대로를 닮아있다.

잭이 만든 일명 추적팀의 면면을 보면 작가가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썼는지를 조금 알 수 있는데... 일단 동생을 찾기 위해 수색팀을 꾸린 잭은 아직 열여 섯 살밖에 되지 않은 미성년자이고 그와 함께 하는 사람들 역시 평범하지 않다.

사랑을 믿지 않고 세상을 염세적으로 바라보는 철학자 기질의 난쟁이와 거구의 흑인 총잡이 그리고 도중에 그들과 함께하는 여자는 매춘부였다.

이 들의 세상에는 유색인종과 함께는 술도 마시지 않을 뿐 아니라 파는 것조차 거부하기 예사고 난쟁이는 서커스에서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여겨지는 걸 당연시하고 여자들은 남자들의 부속이나 노리개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 오로지 백인의 남자들만이 모든 걸 갖는 게 당연한 세상이었다.

이렇게 불평등한 세상에서 비록 악당이지만 그들이 쫓는 사람은 백인의 남자였고 추적하는 잭의 일행은 그들의 시선으로 봐선 루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잭 역시 처음 그들 즉 난쟁이 쇼티와 흑인 유스티스를 만났을 때 그들을 미덥지 못하게 생각한 건 마찬가지였지만 잭의 이런 생각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바뀌게 된다.

쇼티와 유스티스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추적에 진심이었고 심지어는 그 일을 잘 해냈을 뿐만 아니라 선택의 순간에는 망설임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현상금 사냥꾼 다운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룰라를 찾기 위해 악당들의 뒤를 쫓으면서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과의 잔인하지만 거침없는 혈투도 그렇고 사람을 죽이는 것이 너무나 쉽게 이뤄지는 모습에 잭은 이제까지 믿어왔던 종교관과 양심의 가책 때문에 내내 고민하고 갈등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쇼티와 유스티스와 함께 하는 동안 잭 역시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작가는 세상이 선과 악 두 가지로 만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쇼티의 입을 빌려 사람들이 가진 이중적인 잣대를 비꼬고 있다.

사방에 총질이 난무하고 살인이 예사로 이뤄지는 무법천지 같은 세상에서 신을 믿고 정의를 믿었던 소년 잭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자신이 가진 외모적 특징 때문에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보지 못했던 쇼티와의 대화를 보는 게 무엇보다 좋았다.

염세적이지만 사색적이고 철학적인 인물로 묘사된 쇼티라는 인물이 가진 반전 매력도 그렇고 종교적이고 금욕적인 인물로 보였던 잭의 할아버지가 숨기고 있었던 비밀도 그렇고 나오는 인물들 모두의 캐릭터가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묘사되어 마치 한편의 서부영화를 보는듯한 재미를 줬다.

알고 보니 작가가 아주 오래전 인상적으로 읽은 밑바닥의 작가였는 데 그 책에서도 인종차별에 대한 고발이 있었던 걸 보면 작가가 어떤 부분에 관심이 많은지를 알 수 있었다.

작가의 책을 두 권 읽었는데 둘 다 마음에 드는 걸로 봐서 다음 책도 기대해 볼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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