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낙 형사 카낙 시리즈 1
모 말로 지음, 이수진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음에 둘러싸인 곳 그린란드에서 잔인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이곳으로 코펜하겐의 강력반 형사 코낙이 사건 수사를 위해 온다.

당연하게도 이곳 경찰에서는 그의 등장을 반기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들을 지배하는 덴마크인에 대한 극렬한 반감마저 드러내고 그의 수사를 방해하는 기미마저 보인다.

심지어 그들은 경찰이라면 너무나 당연한 일 즉 사건 현장을 보존하는 것조차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청소마저 끝낸 상태였고 카낙의 눈에 보인 죽은 피해자들의 모습은 사람의 짓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잔인하고 흉포하게 피해를 입어 현지 경찰의 주장처럼 북극곰에게 당했다는 주장이 얼핏 일리 있게 들릴 정도였다.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주장을 하는 이유는 죽은 피해자들이 모두 이곳 현지 사람이 아닐뿐 더러 자신들의 자원 즉 석유를 훔치러 온 외부인이라는 반감이 한몫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얼어붙은 땅 아래 엄청난 양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고 그 석유의 개발을 둘러싼 외국계 기업들의 치열한 수 싸움에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기업들과 손을 잡은 정치인까지...

모든 것은 치밀하게 계획된 계획 살인이었고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지만 가장 힘없고 약한 존재인 낯선 땅에 돈을 벌러 온 근로자들이 희생당한 사건이었다.

범행 수법이 마치 북극곰이 사냥하는 형태를 닮아있다는 것만 제외하고 보면 사건은 단순할 수 있다.

이런 살인으로 인해 누가 가장 득을 보는가?

라이벌 기업들 간의 팽팽한 접전과 석유 시추권을 둘러싼 인과관계 등 특정 용의자들을 좁혀가는 와중에 그에게 다른 곳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이곳보다 휠씬 멀리 떨어진 그린란드 북부 그중에서도 카낙에서 이와 유사한 살인사건이 두 건이나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대지만 사실은 그로 인해 자신의 위치가 흔들린다 생각한 경찰서장이 연줄을 된 때문...

이렇게 해서 마침내 카낙은 운명처럼 자신의 이름과 같은 곳인 카낙으로 가게 된다.

사실 그는 유명한 작가인 아버지와 유명한 경찰이었던 어머니를 두고 있지만 3살 때 입양이 된 케이스이고 그의 이름은 그가 발견된 곳인 카낙을 본뜬 것이었다.

운명처럼 자신이 태어났던 곳으로 돌아온 카낙을 맞이 한 건 이곳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온 이누이트들의 거센 반발과 저항 여기에다 자신도 몰랐던 자신과 부모님에게 벌어졌던 사건과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살인사건과의 유사성이었다.

그렇다면 수십 년 전 카낙의 가족에게 벌어진 비극이 사건이 아니라 살인사건이었던 걸까?

차디찬 얼음 속에 저장된 석유를 둘러싼 치열한 이권다툼과 덴마크에서 독립하고자 하는 이누이트 현지인들의 열망, 외부인에 대한 거부감이 용광로처럼 끓어올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태가 된 이곳에 이누이트족이면서도 외부인의 피가 섞여 있고 외부에서 자란 카낙은 가장 완벽한 상대가 아닐지...

특이한 이력, 범죄 사건의 피해자이면서 이제는 범죄 사건을 수사하는 입장이 된 형사라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는 설정부터 흥미로운 형사 카낙 시리즈... 시리즈의 다른 편도 읽어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걸프렌드
미셸 프란시스 지음, 이진 옮김 / 크로스로드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아름다운 외모에 뛰어난 머리를 가진 여자는 늘 지금 있는 곳이 자신에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남들보다 나은 대접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면 스스로 취득하리라 결심하고 부자들의 모여살고 있는 곳에다 직장을 마련한다. 마치 먹이가 잘 다니는 곳에다 거미줄을 치고 기다리는 거미처럼...

이런 그녀의 노력이 마침내 빛을 발해 보기만 해도 흐뭇한 잘생기고 돈 많은 부모를 둔 의대생 남자를 만난다.

마침내 그녀는 많은 여자들이 원하는 신분 상승의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지만 뜻하지 않는 걸림돌을 만나게 된다.

남자의 엄마라는...

이렇게 요약해서 보면 외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아니라 우리나라 아침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이 익숙한 플루트이다.

한 남자를 두고 여자 둘이 서로 대립하다 끝내는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이런 짐작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대부분의 막장드라마에선 아들이 데려온 여자를 괴롭히는 시어머니 역은 악역 중의 악역이 대부분이고 이에 연인이나 며느리는 답답할 정도로 착하거나 순종적이어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할 뿐 아니라 믿었던 남자마저 중간에서 중심을 잡지 못해 엄마에게 휘둘리다 끝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면 이 책에선 그런 면에선 답답하지않다.

체리라는 여자는 언제나 받은 만큼 돌려주는 정도가 아니라 받은 것에 몇 배 되는 보복을 단행하고 치밀하고 교묘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조종해서 자신을 받아들여주지 않는 연인의 엄마를 말려 죽일 만큼 괴롭히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고립시킨다.

여자들의 치열한 심리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런 여자를 이기는 게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그녀가 얼마나 나쁜 년인지 알 것이다.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남자친구의 엄마인 로라가 오해받을 상황을 만들고 자신은 피해자인 것처럼 낙심하는듯한 말과 행동으로 로라의 잔인성을 부각시키고 자신은 힘없고 약한 여자인 척하는 행동으로 이전까지는 엄마와 너무나 사이가 좋았던 아들 대니얼로 하여금 점점 엄마와 멀어지게 만든다.

사실 이 둘의 사이가 처음부터 이렇게 멀어지다 못해 서로를 치열하게 증오하게 된 건 아니었다.

늘 아들에게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아들의 성장이 자신의 자긍심이었던 로라는 대니얼이 소개한 체리가 괜찮은 아이라고 생각했지만 처음같이 간 휴가지에서 자신을 따돌리고 둘만 있고 싶어 할 뿐 아니라 자신과 아들 사이를 점점 멀어지게 하는 체리의 행동이 못마땅하다고 느끼게 되었을 즈음 둘이 묵는 방에서 그녀의 거짓말을 증명할 증거들을 발견하면서 파국이 시작된다.

여기에 로라의 변화를 눈치챘을 뿐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그녀가 자신의 방에서 뭘 발견했는지를 깨달은 체리는 영리하게도 그걸 이용해 역공을 펼치는데 똑똑하고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이지만 싸워서 뭔가를 뺏어본 적이 없는 로라는 그런 그녀에게 역부족이었다.

처음부터 부자들의 돈을 노리고 접근한 체리에 대한 거부감이 전반부에서 로라의 편이 되게 했다면 대니얼과 둘이 같이 간 여행에서 사고가 나면서부터는 분위기가 바뀌게 된다.

따지고 보면 부잣집 아들에게 접근하는 여자가 한 둘이 아닌데 아들과 사이가 멀어지게 되었다는 이유로 체리를 향해 원망과 분노의 감정을 느끼는 로라는 어쩌면 체리뿐만 아니라 대니얼이 어떤 여자를 데려왔어도 겉으로는 환영하는 척하지만 온갖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둘 사이를 반대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로라의 아들 대니얼을 향한 집착은 이해할 수준의 도를 넘어 광기처럼 느껴지고 그런 그녀에게 한방 크게 먹은 체리에게 동정심을 느낄 정도로 로라는 여느 엄마와는 달랐다.

그녀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행동은 이해의 도를 넘어섰고 스스로가 한 거짓말을 숨기기 위한 행동은 위태위태해서 긴장감이 고조될 즈음 마침내 모든 진실이 밝혀졌을 땐 차라리 속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이젠 누가 되었던 끝장을 낼 순서 즉 클라이막스만 남았을 뿐...

그리고 역시 짐작대로 체리의 반격이 시작되었는데 그녀 역시 보통 사람은 아니어서 그 보복의 강도가 점점 더 강해지면서 이제 둘의 싸움의 원인이었던 대니얼의 존재감은 사라지다시피했다.

체리의 뻔뻔함에 치를 떨다 로라의 집착에 진저리를 칠 때까진 아침 드라마였다가 둘이 점점 극한으로 치달아갈 때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주는 스릴러의 맛을 제대로 보여줬다.

과연 이 둘의 싸움은 어떻게 끝나고 과연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하는 궁금증으로 단숨에 읽게 한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목마름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늘 어둡고 어딘지 불행의 그림자를 안고 사는 듯한 해리 홀레

그래서인지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분위기는 어둡고 암울하다. 마치 스칸디나비아반도의 날씨처럼...

그랬던 시리즈가 이번 편에선 그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여전히 술의 유혹에 흔들리고 범인을 잡기 위해선 자신의 몸을 거침없이 날리지만 조금씩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이 처한 현실도 볼 줄 알고 흔들리는 자신을 보면서 불안해하는 가족이 있다는 것도 자각하는 해리는 이제서야 비로소 완전한 한 사람 몫을 하는 성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모든 것이라 생각했던 라켈과의 결혼생활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해리지만 라켈은 가끔씩 다른 생각에 빠진듯한 그에게서 불안함을 느낀다.

해리 역시 그녀와의 결혼생활이 너무나 행복해 오히려 언제쯤 자신에게 불행이 덮쳐올지 기다리는 것이 불안해 차라리 빨리 그 순간이 왔으면 하고 바란다.

그리고 그런 순간은 해리의 소망대로 빨리 찾아왔다.

오슬로에서 미혼 여성을 상대로 잔인하게 살해하는 살인사건이 연속으로 발생하면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데 탁월한 해리가 급히 필요해진 것

하지만 다시는 살인사건 수사를 하지 않겠다 라켈과 굳게 약속했던 해리는 자신의 결혼생활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금 일어나는 일련의 살인사건에 관심을 두지 않지만 경찰청에서도 언론에서도 이 살인사건 수사에 탁월한 형사인 그를 가만두려 하지 않는다.

제목처럼 이 책에서는 각자의 욕망과 본능에 타는듯한 목마름을 가진 사람들이 나온다.

본능에 충실한 그들은 누군가는 피를 원하는 자신의 욕구를 위해 거침없이 엽기적인 살인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명예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부하를 협박하는 것도 거침이 없다.

그리고 언제나 살인사건과 알코올에 대한 타는듯한 목마름을 가진 우리의 해리는 원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 의해 자신이 원하던 살인사건 현장으로 등 떠밀려 오게 되고 이와 더불어 생각지도 못했던 술집마저 소유하게 되면서 그가 간절히 원하던 두 가지를 단숨에 손에 쥐게 된다.

여자들이 가장 안전하게 느끼는 자신의 집에서 잔인하게 살해하는 사건에는 피해자의 경동맥을 마치 짐승의 이빨로 문 것 같이 찢긴듯한 상처가 있을 뿐 아니라 피의 일부를 살인자가 마신듯한 증거가 나와 사람들을 더욱 경악게 하는데 잔인한 살인마는 현장에 어떤 증거조차 남기지 않았다.

그리고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들을 마치 조롱하듯 연이어 벌어지는 살인사건

해리는 살인사건 현장을 보면서 살인마가 청결에 유난히 신경 쓸 뿐 아니라 살인 자체도 치밀한 계획하에 벌어진 일이라는 걸 간파하고 마침내 또 하나의 살인사건에서 그토록 원하던 증거를 손에 쥐지만 그 증거에서 믿을 수 없는 용의자가 표면에 떠오른다.

이제껏 많은 사건을 수사하면서 잡지 못했던 단 한 사람... 발렌틴!

해리가 3년간의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발렌틴이 4년 동안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덕분이기도 한데 그 발렌틴이 마침내 오랜 잠적을 깨고 드디어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엽기적인 살인사건과 함께 나타나 존재를 증명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해리의 주변 사람들을 위협하며 접근해온다.

이제는 혼자가 아닌 가장으로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발렌틴을 잡아야 하는 해리는 그와 대면의 순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총을 쏜다.

늘 수사를 하면서도 마치 세상에 혼자인듯하고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스스로 위험을 무릅쓸 뿐 아니라 주변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오로지 맹목적으로 범인을 잡는 것에 몰두했던 해리가 조금씩 변화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전히 알코올에 대한 타는듯한 목마름과 살인사건에 몰두하느라 중요한 걸 놓치는 일도 많지만 그럼에도 이제는 조금씩 주변을 둘러보고 어깨의 짐을 나눠질려는 노력을 하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해하려는 마음속 어둠이 조금은 옅어진 걸 알 수 있었다.

그의 모든 것인 라켈과의 결혼생활이 그에게 가져온 평안이 아닐지...

그러다 문득 이런 걱정이 든다. 늘 해리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가는 작가가 그의 생명줄과 같은 라켈을 어떻게 하지는 않겠지 하는 불안감...

어쨌든 여전한 필력을 자랑하는 작가의 해리 홀레 시리즈...

어서 다음 편이 나오길 애타게 기다리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착한 소녀의 거짓말 - 구드 학교 살인 사건
J.T. 엘리슨 지음, 민지현 옮김 / 위북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가 어릴 때 우리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고 배워왔다.

하지만 살다 보면 알겠지만 어떤 사람이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단지 많고 적음 혹은 악의적인가 아닌 가로 거짓말에도 선악을 부여할 뿐...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 제목에서의 거짓말은 분명 나쁜 거짓말일듯하다.

게다가 모두가 착한 아이라고 믿었던 아이의 거짓말이 불러온 파장으로 보자면 그녀가 과연 착한 소녀이긴 했던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교묘하고 파괴적이다.

학교 정문에 얼굴을 잔인하게 훼손당한 채 목매 달린 소녀의 시신이 걸리고 모두를 충격과 공포에 빠트린 강렬한 프롤로그로 시작하면서 이 명문학교가 보기보다 만만치 않은 곳임을 선전포고하듯 시작한다.

그리고 그 매달린 시신을 보면서 아이들이 하나같이 지목하는 그 이름 애쉬... 그 아이는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된 걸까

영국에서 미국의 명문 학교인 구드로 전학 온 애쉬는 그녀가 겪은 일에 연민을 가진 교장의 선처로 이곳의 입학이 가능했지만 처음부터 이 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군림하는 베카의 눈에 띄어 고초를 겪는다.

게다가 입학부터 쭉 같이 함께 해온 다른 아이들과 달리 2학년부터 편입된 상태인데 어디서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낯선 곳에서의 시작은 쉽지 않듯이 애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를 이 학교에 입학하게 할 수 있게 한 피아노 수업을 맡은 담당 선생이 애쉬가 건네준 초콜릿을 먹고 돌연 병원에 실려갔다 죽는 일이 발생하지만 애쉬는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지 않는 수상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녀가 교장이 생각하듯 상처로 힘들어하는 평범한 소녀가 아닐뿐 아니라 그녀에게서 범죄자의 냄새를 맡는다.

같은 방 룸메이트는 밝고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애쉬에게 어떤 선을 긋듯 곁을 주지 않고 자신이 어울리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애쉬를 경원시하고 졸업반인 베카는 데리고 다니는 친구들을 통해 그녀를 괴롭히지만 아무도 애쉬를 도와주려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집단적인 은근한 따돌림을 당하고 있지만 그녀에게는 그런 고충을 털어놓을 사람조차 없어 괴로워하는 모습에서는 또 평범한 십대의 모습을 연상케한다.

여왕으로부터 작위까지 받을 정도로 잘나가던 자산관리사였던 아빠가 불륜 스캔들이 터지면서 자살했고 이를 본 엄마 역시 충격을 이기지 못해 총으로 자살한 아픈 상처가 있는 애쉬는 모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숨기지만 어디에서든 그런 비밀의 냄새를 민감하게 맡는 사람이 있듯이 애쉬에게서 뭔가 비밀의 냄새를 맡고 그녀의 뒤를 추적하는 아이들... 룸메이트를 비롯한 그 친구들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녀의 비밀을 폭로해버리지만 여전히 그녀를 도와줄 사람은 없다.

밀폐된 학교라는 공간,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명문 대학 입학이 보장된 명문학교 재학생이라는 우월감, 그리고 그곳에서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오랫동안 은밀하지만 공공연하게 존재해왔던 비밀 클럽의 폐쇄성... 이 모든 것이 응축된 구드 학교에 수많은 비밀이 존재하고 전통이라는 묵인하에 가해지는 잔인한 폭력이라는 조합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이런 곳에 낯선 이방인이자 엄청난 비밀을 감추고 등장한 애쉬라는 존재에 모든 관심과 호기심이 집중하는 건 당연한 결과... 게다가 애쉬에게는 그녀와 교장이 알고 있는 비밀 이외에도 뭔가 숨기는 게 있다.

그 또래의 아이들이라면 대부분 주목받고 싶어하고 남들보다 뛰어나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한데 애쉬는 남들 눈에 띄는 것도 자신의 재능이 모두의 주목을 받는 것도 꺼려 할 뿐 아니라 절대로 눈에 띄고 싶어 하지 않지만 그런 그녀의 남다른 태도는 오히려 베카의 관심을 끌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런 때 애쉬의 룸메이트가 닫힌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을 끌어들이게 되면서 학교 전체가 위기감에 휩싸인다.

경찰의 조사로 하나둘씩 밝혀지는 비밀들은 애쉬를 향하고 그녀에게로 올가미가 조여올 때 학교 교문 앞에 잔인하게 훼손된 시신... 즉 소설의 맨 처음을 강렬하게 장식했던 그 사건이 발생하면서 점점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의 특성 즉 어떤 일이 생겨도 어른들에게 의논하지 않고 자신들끼리 해결하려 한다거나 혹은 어른의 시각으로 보면 얼토당토않은 비밀을 지키기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하는... 그래서 알고 보면 사건 자체가 복잡하지 않고 별다를 것 없는 사건이 좀체 해결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점점 더 수렁으로 깊이 빠져든다는 걸 느낀다.

이야기 전체를 구드학교가 가진 어딘지 은밀하고 음산한 분위기에다 소녀들 사이에 존재하는 팽팽한 경쟁과 시기, 질투심에 초점을 둬서인지 뭔가 당장 벌어질 것 같으면서도 좀처럼 벌어지지 않는 긴장감이 좋았었는데 중반 이후까지도 이런 다소 느긋한 진행은 오히려 긴장감이 떨어지게 하는 요소로 작용해서 아쉽게 느껴졌다.

이후에 벌어진 살인사건 자체보다 애쉬가 숨기고 있던 비밀의 비중이 더 큰데 읽다 보면 그녀의 비밀에 대해 쉽게 눈치챌 수 있었던 점 그래서 반전이 뒤통수를 치는듯한 맛이 적은 점은 아쉬웠지만 소녀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질투와 시기심 그리고 알력과 같은 심리묘사를 보는 재미는 괜찮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악한 자매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이 부모를 죽였다는 자책과 괴로움을 가진 채 15년간 정신병원에 수감된 채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었던 여자가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얻은 사건 기록을 보고서야 그게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된다.

자신이 그날 어떤 총으로 엄마를 살해했는지 그리고 그걸 본 아빠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분명하게 기억하는데 경찰 관계자는 그녀는 절대로 그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음을... 아니 사용할 수 없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잘 못 알고 있었던 그날의 진실은 뭔지 스스로 알아내고자 사건 현장이자 나고 자랐던 곳으로 돌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사악한 자매는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를 확실하게 지목하면서 시작하고 있다.

정신병원에 스스로를 수감하는 형벌을 줬던 레이첼의 현재 시점과 사이코패스로 태어난 딸이 어떻게 자신들의 희망과 기대를 저버리는지 그 과정을 두 딸의 엄마의 시점 즉 과거의 시점으로 나눠서 펼쳐 결국 그날의 진실에 다가가도록 이끌고 있다.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는 딸아이가 처음부터 남과 다름을 눈치챈 젊은 엄마는 이사 간 집의 옆집 아이가 자신의 집안 수영장에 빠져 죽은 사건에서 자신의 어린 딸이 무관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딸아이를 너무 사랑하지만 누구에겐가 위험할 수 있는 그런 딸을 지켜볼 수만 없어 가족 모두가 사람들로부터 고립된 곳으로 가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기로 결정하게 되고 그런 결정은 처음에는 옳았던 것처럼 보였다.

다이애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 즉 죽은 동물을 박제하는 일에 몰두하면서 그 아이의 문제도 표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보였지만 또 다른 딸아이이자 다이애나에겐 동생인 어린 레이첼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본 순간 또다시 악몽이 시작되었음을 깨닫는 엄마

미시간주 어퍼 반도의 숲은 고립되어 있고 천혜의 자연에 둘러싸인 평화로운 곳으로 그곳에서 자연과 함께하면 딸아이의 정서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굳게 믿었지만 이 결정은 잘못된 결정 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사이코패스로 태어난 딸 다이애나에게는 처음부터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을 뿐 아니라 아무리 가족이 사랑을 쏟고 정성을 들여도 느낄 수 없기 때문인데 그걸 인정하기엔 너무 오랜 세월이 걸렸다.

그래서 어떤 희생을 치루더라도 다이애나를 사랑하고자 한 엄마와 아빠의 모습은 차라리 안타깝고 연민을 느끼게 하는데 문제가 있는 자식을 바라보면서 끊임없이 자책하면서도 그 아이에게 자꾸만 면죄부를 주고 어떤 결정을 내리길 미루고 미루는 모습은 자식을 기르는 부모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그날 일어난 사건의 범인은 다이애나임이 분명해 보이는 데 왜 레이첼은 자신이 엄마를 죽인 장면을 사용했던 총기부터 시작해서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다이애나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관찰해 온 엄마의 이야기에서도 다이애나의 남다른 점 즉 타인과 감정 교류가 안되고 공감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충분히 증명되었지만 어떤 사건을 일으킨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것도 의문점이다.

게다가 레이첼은 오랜 기간 정신병원에 갇혀있었고 온갖 약물을 투여받은 전적이 있는 데다 처음부터 병실 구석의 거미와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여 그녀의 기억을 모두 믿기에는 의심이 들 뿐 아니라 스스로도 자신의 기억을 확신하지 못하는 것이 그날 이후 2주간의 기억이 아예 삭제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날의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평소의 행동과 엄마의 시점을 따라가다 보면 다이애나에게 충분히 혐의점을 둘 수 있지만 너무나 뻔히 보이는 범인이라 혹시 여기에서 작가는 뭔가 반전을 노린 건 아닐지...

전작 마쉬 왕의 딸에서도 그렇고 작가는 이 책에서도 범인은 누굴지 사건을 거슬러 올라가 재구성하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사건의 배경이 된 어퍼 반도의 숲속에 사는 온갖 동물과 자연의 생태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그걸 아주 매력적으로 글로 옮기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래서 그 대비가 주는 간격의 차가 더 인상적이고 섬뜩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평화로운 자연과 이에 대비되는 공포와 긴장감이 잘 섞여 아주 매혹적인 작품이 되었다.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지 않음에도 지루할 틈이 없이 단박에 몰입하게 한 사악한 자매는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