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름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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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어둡고 어딘지 불행의 그림자를 안고 사는 듯한 해리 홀레

그래서인지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분위기는 어둡고 암울하다. 마치 스칸디나비아반도의 날씨처럼...

그랬던 시리즈가 이번 편에선 그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여전히 술의 유혹에 흔들리고 범인을 잡기 위해선 자신의 몸을 거침없이 날리지만 조금씩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이 처한 현실도 볼 줄 알고 흔들리는 자신을 보면서 불안해하는 가족이 있다는 것도 자각하는 해리는 이제서야 비로소 완전한 한 사람 몫을 하는 성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모든 것이라 생각했던 라켈과의 결혼생활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해리지만 라켈은 가끔씩 다른 생각에 빠진듯한 그에게서 불안함을 느낀다.

해리 역시 그녀와의 결혼생활이 너무나 행복해 오히려 언제쯤 자신에게 불행이 덮쳐올지 기다리는 것이 불안해 차라리 빨리 그 순간이 왔으면 하고 바란다.

그리고 그런 순간은 해리의 소망대로 빨리 찾아왔다.

오슬로에서 미혼 여성을 상대로 잔인하게 살해하는 살인사건이 연속으로 발생하면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데 탁월한 해리가 급히 필요해진 것

하지만 다시는 살인사건 수사를 하지 않겠다 라켈과 굳게 약속했던 해리는 자신의 결혼생활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금 일어나는 일련의 살인사건에 관심을 두지 않지만 경찰청에서도 언론에서도 이 살인사건 수사에 탁월한 형사인 그를 가만두려 하지 않는다.

제목처럼 이 책에서는 각자의 욕망과 본능에 타는듯한 목마름을 가진 사람들이 나온다.

본능에 충실한 그들은 누군가는 피를 원하는 자신의 욕구를 위해 거침없이 엽기적인 살인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명예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부하를 협박하는 것도 거침이 없다.

그리고 언제나 살인사건과 알코올에 대한 타는듯한 목마름을 가진 우리의 해리는 원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 의해 자신이 원하던 살인사건 현장으로 등 떠밀려 오게 되고 이와 더불어 생각지도 못했던 술집마저 소유하게 되면서 그가 간절히 원하던 두 가지를 단숨에 손에 쥐게 된다.

여자들이 가장 안전하게 느끼는 자신의 집에서 잔인하게 살해하는 사건에는 피해자의 경동맥을 마치 짐승의 이빨로 문 것 같이 찢긴듯한 상처가 있을 뿐 아니라 피의 일부를 살인자가 마신듯한 증거가 나와 사람들을 더욱 경악게 하는데 잔인한 살인마는 현장에 어떤 증거조차 남기지 않았다.

그리고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들을 마치 조롱하듯 연이어 벌어지는 살인사건

해리는 살인사건 현장을 보면서 살인마가 청결에 유난히 신경 쓸 뿐 아니라 살인 자체도 치밀한 계획하에 벌어진 일이라는 걸 간파하고 마침내 또 하나의 살인사건에서 그토록 원하던 증거를 손에 쥐지만 그 증거에서 믿을 수 없는 용의자가 표면에 떠오른다.

이제껏 많은 사건을 수사하면서 잡지 못했던 단 한 사람... 발렌틴!

해리가 3년간의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발렌틴이 4년 동안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덕분이기도 한데 그 발렌틴이 마침내 오랜 잠적을 깨고 드디어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엽기적인 살인사건과 함께 나타나 존재를 증명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해리의 주변 사람들을 위협하며 접근해온다.

이제는 혼자가 아닌 가장으로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발렌틴을 잡아야 하는 해리는 그와 대면의 순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총을 쏜다.

늘 수사를 하면서도 마치 세상에 혼자인듯하고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스스로 위험을 무릅쓸 뿐 아니라 주변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오로지 맹목적으로 범인을 잡는 것에 몰두했던 해리가 조금씩 변화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전히 알코올에 대한 타는듯한 목마름과 살인사건에 몰두하느라 중요한 걸 놓치는 일도 많지만 그럼에도 이제는 조금씩 주변을 둘러보고 어깨의 짐을 나눠질려는 노력을 하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해하려는 마음속 어둠이 조금은 옅어진 걸 알 수 있었다.

그의 모든 것인 라켈과의 결혼생활이 그에게 가져온 평안이 아닐지...

그러다 문득 이런 걱정이 든다. 늘 해리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가는 작가가 그의 생명줄과 같은 라켈을 어떻게 하지는 않겠지 하는 불안감...

어쨌든 여전한 필력을 자랑하는 작가의 해리 홀레 시리즈...

어서 다음 편이 나오길 애타게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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