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녀의 거짓말 - 구드 학교 살인 사건
J.T. 엘리슨 지음, 민지현 옮김 / 위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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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릴 때 우리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고 배워왔다.

하지만 살다 보면 알겠지만 어떤 사람이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단지 많고 적음 혹은 악의적인가 아닌 가로 거짓말에도 선악을 부여할 뿐...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 제목에서의 거짓말은 분명 나쁜 거짓말일듯하다.

게다가 모두가 착한 아이라고 믿었던 아이의 거짓말이 불러온 파장으로 보자면 그녀가 과연 착한 소녀이긴 했던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교묘하고 파괴적이다.

학교 정문에 얼굴을 잔인하게 훼손당한 채 목매 달린 소녀의 시신이 걸리고 모두를 충격과 공포에 빠트린 강렬한 프롤로그로 시작하면서 이 명문학교가 보기보다 만만치 않은 곳임을 선전포고하듯 시작한다.

그리고 그 매달린 시신을 보면서 아이들이 하나같이 지목하는 그 이름 애쉬... 그 아이는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된 걸까

영국에서 미국의 명문 학교인 구드로 전학 온 애쉬는 그녀가 겪은 일에 연민을 가진 교장의 선처로 이곳의 입학이 가능했지만 처음부터 이 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군림하는 베카의 눈에 띄어 고초를 겪는다.

게다가 입학부터 쭉 같이 함께 해온 다른 아이들과 달리 2학년부터 편입된 상태인데 어디서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낯선 곳에서의 시작은 쉽지 않듯이 애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를 이 학교에 입학하게 할 수 있게 한 피아노 수업을 맡은 담당 선생이 애쉬가 건네준 초콜릿을 먹고 돌연 병원에 실려갔다 죽는 일이 발생하지만 애쉬는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지 않는 수상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녀가 교장이 생각하듯 상처로 힘들어하는 평범한 소녀가 아닐뿐 아니라 그녀에게서 범죄자의 냄새를 맡는다.

같은 방 룸메이트는 밝고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애쉬에게 어떤 선을 긋듯 곁을 주지 않고 자신이 어울리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애쉬를 경원시하고 졸업반인 베카는 데리고 다니는 친구들을 통해 그녀를 괴롭히지만 아무도 애쉬를 도와주려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집단적인 은근한 따돌림을 당하고 있지만 그녀에게는 그런 고충을 털어놓을 사람조차 없어 괴로워하는 모습에서는 또 평범한 십대의 모습을 연상케한다.

여왕으로부터 작위까지 받을 정도로 잘나가던 자산관리사였던 아빠가 불륜 스캔들이 터지면서 자살했고 이를 본 엄마 역시 충격을 이기지 못해 총으로 자살한 아픈 상처가 있는 애쉬는 모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숨기지만 어디에서든 그런 비밀의 냄새를 민감하게 맡는 사람이 있듯이 애쉬에게서 뭔가 비밀의 냄새를 맡고 그녀의 뒤를 추적하는 아이들... 룸메이트를 비롯한 그 친구들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녀의 비밀을 폭로해버리지만 여전히 그녀를 도와줄 사람은 없다.

밀폐된 학교라는 공간,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명문 대학 입학이 보장된 명문학교 재학생이라는 우월감, 그리고 그곳에서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오랫동안 은밀하지만 공공연하게 존재해왔던 비밀 클럽의 폐쇄성... 이 모든 것이 응축된 구드 학교에 수많은 비밀이 존재하고 전통이라는 묵인하에 가해지는 잔인한 폭력이라는 조합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이런 곳에 낯선 이방인이자 엄청난 비밀을 감추고 등장한 애쉬라는 존재에 모든 관심과 호기심이 집중하는 건 당연한 결과... 게다가 애쉬에게는 그녀와 교장이 알고 있는 비밀 이외에도 뭔가 숨기는 게 있다.

그 또래의 아이들이라면 대부분 주목받고 싶어하고 남들보다 뛰어나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한데 애쉬는 남들 눈에 띄는 것도 자신의 재능이 모두의 주목을 받는 것도 꺼려 할 뿐 아니라 절대로 눈에 띄고 싶어 하지 않지만 그런 그녀의 남다른 태도는 오히려 베카의 관심을 끌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런 때 애쉬의 룸메이트가 닫힌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을 끌어들이게 되면서 학교 전체가 위기감에 휩싸인다.

경찰의 조사로 하나둘씩 밝혀지는 비밀들은 애쉬를 향하고 그녀에게로 올가미가 조여올 때 학교 교문 앞에 잔인하게 훼손된 시신... 즉 소설의 맨 처음을 강렬하게 장식했던 그 사건이 발생하면서 점점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의 특성 즉 어떤 일이 생겨도 어른들에게 의논하지 않고 자신들끼리 해결하려 한다거나 혹은 어른의 시각으로 보면 얼토당토않은 비밀을 지키기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하는... 그래서 알고 보면 사건 자체가 복잡하지 않고 별다를 것 없는 사건이 좀체 해결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점점 더 수렁으로 깊이 빠져든다는 걸 느낀다.

이야기 전체를 구드학교가 가진 어딘지 은밀하고 음산한 분위기에다 소녀들 사이에 존재하는 팽팽한 경쟁과 시기, 질투심에 초점을 둬서인지 뭔가 당장 벌어질 것 같으면서도 좀처럼 벌어지지 않는 긴장감이 좋았었는데 중반 이후까지도 이런 다소 느긋한 진행은 오히려 긴장감이 떨어지게 하는 요소로 작용해서 아쉽게 느껴졌다.

이후에 벌어진 살인사건 자체보다 애쉬가 숨기고 있던 비밀의 비중이 더 큰데 읽다 보면 그녀의 비밀에 대해 쉽게 눈치챌 수 있었던 점 그래서 반전이 뒤통수를 치는듯한 맛이 적은 점은 아쉬웠지만 소녀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질투와 시기심 그리고 알력과 같은 심리묘사를 보는 재미는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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