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환자
재스퍼 드윗 지음, 서은원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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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잃은 여자가 불처럼 뜨겁게 모든 것을 태우는 복수를 시작한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은 몬테 크리스트 백작이랑 어딘가 닮았다 였는데 작가가 존경하는 대작가 뒤마에게 오마주로 이 소설을 썼단다.

몬테 크리스트 백작의 주인공은 믿었던 친구를 비롯해 모두의 배신으로 철저하게 나락으로 떨어져 어두운 감옥에 십수 년을 갇혀지내는 형벌을 받았기에 탈옥한 후 보물을 찾아 그 돈을 디딤돌 삼아 모두에게 복수하는 모습이 공감이 갔었다면 이 책의 주인공 역시 믿었던 사람들... 친척을 비롯해 부하직원 그리고 선의를 베풀어 준 대상 모두의 공모 아래 한순간 모든 것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 후에야 이런 사실을 알게 되고 몇 년의 노력 끝에 끝내는 모든 것을 불로 태워버리듯 복수한다는 설정이 닮아있다.

단지 차이점이라곤 주인공이 남자에서 이 책에선 여자로 그것도 아들을 지극히 사랑하는 엄마라는 위치만 다를 뿐...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한 은행의 설립자이자 존경받았던 인물의 장례식이 거행되는 순간 이 집안의 상속자인 고인의 손자가 위에서 뛰어내리는 일이 발생한다.

당연하게도 장례식은 엉망이 되고 피 흘리고 의식이 없는 아들을 병원으로 싣고 가는 고인의 외동딸이자 상속녀인 마들렌은 평정을 잃고 이후 그녀의 모든 관심은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하반신이 마비된 아들의 치료에 쏠려있다.

그리고 그런 마들렌과 그녀의 아들 폴에게 고인의 거의 모든 재산 즉 집과 돈, 은행의 지분이 상속되는 것에 불만을 품은 삼촌과 그녀와 결혼을 해 은행을 물려받을 것을 당연시 여겼다 뜻밖의 거절로 조롱거리가 되었다고 느끼고 있던 은행장 귀스타브는 그녀에게서 모든 재산을 뺏어올 궁리를 한다.

그녀가 아픈 자식 때문에 주위를 둘러볼 여유라곤 없고 오랫동안 자신의 집안을 위해서 일해왔던 사람들을 맹목적으로 믿으리라는 그들의 자신감은 맞아떨어졌다.

평생을 부유하게 살아왔지만 돈에 대해서 그리고 사람들에 대해서 너무나 몰랐고 순진했던 마들렌을 속이는 건 너무나 쉬웠고 그녀로 하여금 은행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심어줘 그녀가 가진 재산을 비롯해 은행의 지분을 팔게 한다는 이 계략은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들어맞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1년이 채 안 된 시간에 상속받은 재산 거의 전부를 잃어버린다. 심지어는 폴의 몫인 재산까지도...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모든 것을 잃은 후였고 자신에게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게 되었지만 스스로의 선택으로 이렇게 된 거라는 걸 알기에 어디에도 호소할 수도 없었다.

은행가의 딸로 태어나 한 번도 돈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마들렌이지만 이제 아들을 위해서라도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한순간의 선택으로 평생을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폴은 모든 의욕을 잃고 살아가다 우연히 듣게 된 한 오페라 가수의 노래를 듣고 새로 삶을 살아갈 의지를 갖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이제까지 사고의 이유에 대해 말하지 않았던 입을 떼어 그날 사고의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면서 마들렌을 새로운 충격에 빠트린다.

그리고 그녀가 받았던 그대로 그들에게 하나씩 복수하기 시작하는데 그들이 그녀를 함정에 빠드린 것보다 더 치밀하고 교묘하게 함정을 파 그들이 가지고 있다 생각했던 모든 것을 빼앗아 가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게 그려져 있는 화재의 색은 평범하면서도 순진했던 한 여자가 어떻게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냉정한 복수자가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그녀에게 폴의 사고가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모든 것을 훨훨 태우는 듯한 복수를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자신의 복수에 가장 도움이 될 사람을 포섭하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그들 한사람 한사람 누구 하나 빠트리지 않고 복수하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고 어쭙잖은 용서 따윈 없는 모습에서 마지막까지 시원함을 선사하고 있다.

1930년대의 어수선하고 복잡한 유럽의 분위기... 파시즘과 나치즘의 태동, 정부의 지독하리만치 쥐어 짜낸 세금에 시민들이 반대해 들고일어나 파업을 선언하기도 하고 그런 분위기에서 언제나 그렇듯 부자와 권력자들은 탈세를 밥 먹듯이 하는 당시 상황과 한 가문의 상속녀의 몰락과 복수의 과정을 엮어놓은 화재의 색은 배경이 30년대일 뿐이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더 흥미로웠다.

스릴러 작품으로 먼저 만나본 작가지만 탁월한 필력과 스토리텔링은 장르를 막론하고 어필할 수 있음을 알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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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에비
J .P. 포마레 지음, 이순미 옮김 / 서울문화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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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외딴곳에서 낯선 이방인인 남녀가 숨어 들어오듯이 정착한다.

당연하게도 주변인들은 그 남녀를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어찌 된 일인지 남자는 여자아이의 본명이 아닌 에비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고 자신을 그녀의 삼촌이라 말한다.

게다가 그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밤마다 그녀의 방문을 잠그고 그녀가 매일 약을 먹도록 감시할 뿐 만 아니라 에비가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싫어하며 모든 행동을 통제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상한 건 에비라 불리는 소녀의 상태다.

어딘지 불안한 눈빛과 말투 그리고 제대로 기억할 수 없는 모습은 누가 봐도 정신이 온전치 못한 듯 보이는 데 에비는 짐이 오히려 거짓말을 하고 있고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서 기억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누가 봐도 이 두 사람의 행보는 수상하기 그지없다.

마치 무슨 죄를 짓고 쫓기듯 숨은 사람들 마냥 주변 사람들을 경계하고 위치를 추적당할 염려 때문에 전화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할 뿐 아니라 에비로 하여금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범죄자의 모습을 하지만 짐은 이 모든 속박과 간섭이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만 될 뿐 어떤 이야기도 들려주지 않는다.

이렇게 두 사람의 날카로운 대립으로 책의 중반까지 넘어가면서 분명 두 사람이 어떤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는 걸 드러내지만 무엇 하나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은 채 흘러가고 있다.

이런 방식의 전개는 뒤의 엄청난 반전을 위한 복선이라는 건 짐작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의 모호한 말들과 행동은 독자에게 친절하지 않게 느껴질 뿐 아니라 자칫 지루하게 느껴지게 한다.

기억이 온전치 못한 소녀가 드문드문 기억해내는 그날 밤 사건의 진실이 이 모든 일의 시작이자 발단인 건 분명하고 누군가가 그들의 뒤를 집요하게 쫓아 사진을 찍어 될 만큼 큰 화제성 있는 사건임은 분명한데 모든 것을 모호하게 둔 채 그저 짐이 에비에게 가하는 압력과 통제만 두드러지게 강조하고 있어 중간이 전부터 흡인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보호하기 위해 감시하고 감금한다는 남자도 자신의 기억조차 분명하지 않으면서도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소녀도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뻔히 보이는 모습에는 분명 숨겨진 진실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과연 두 사람 중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를 예상하지 못한 반전으로 드러내는 것이 심리 스릴러의 묘미라면 큰 사건 없이 그저 두 사람의 서로에게 정반대되는 말에서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찾아내야 하는 과정이 장황하게 흘러가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유추해 볼 만한 단서에는 친절하지 않다는 게 이 책의 가장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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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거짓말 요다 픽션 Yoda Fiction 2
정해연 지음 / 요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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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강력사건이 벌어져 제대로 된 휴식조차 취하지 못한 채 또다시 사건 현장으로 가게 된 미령은 아무도 살지 않는 폐건물에서 낯익은 인물의 시신을 만나게 된다.

인근 고등학교의 교복을 입은 시신에는 손톱이 모두 뽑혀 있었고 누군가와 몸싸움이 있었던 걸로 추정되는 바 CCTV를 확인해보기로 하지만 그 화면에서 의외의 인물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란다.

게다가 범죄 현장 곳곳에 찍힌 지문을 확인한 결과 오래전 집을 나온 후 왕래가 없어 생사조차 몰랐던... 미령에게는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아빠라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흡수할 새도 없이 그 아빠가 피 묻은 칼을 들고 뒤를 쫓는 대상이 자신의 딸아이라는 걸 알고 정신없이 자신의 집으로 향하고 마침내 딸에게 해를 가하려던 아빠를 현장에서 검거한다.

시신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손톱을 제거하면서도 사건 현장에 수많은 지문과 족적을 지우지 않은 점이라던가 왜 그 아이를 죽였는지 이유가 분명치 않은 점 등 많은 의문점이 있지만 모두가 보는 앞에서 미령의 집까지 쫓아가 혜리에게 폭력을 행사하려다 사건 현장에서 검거된 용의자의 혐의가 너무나 분명해 사건은 쉽게 일단락되는듯했다.

외진 곳에서 늦은 밤 현장에 있었던 세 사람... 그중 한 명은 살해당했다면 용의자는 둘 중 하나가 분명하기에 이 책에선 누가 범인인지가 중요한 사항은 아니다.

너무나 혐의가 분명히 드러나지만 죽은 아이와 접점이 없는 나이 든 남자와 일견 겁먹은 피해자의 모습을 하고 사건 현장에서 달아났지만 죽은 아이와 비슷한 연령대의 소녀라면 정황증거를 빼고 보면 노인보다 여자아이가 더 혐의가 적다고 말할 수 없을듯하지만 경찰은 정황증거를 들어 더 이상 수사할 의지도 없이 노인을 범인으로 결론짓는다.

하지만 능력 있는 수사관이었던 미령은 충격과 당황에서 벗어나면서 사건의 진실을 한눈에 파악하고 이때부터 형사로서의 미령이 아닌 엄마로서의 미령으로 임하면서 불리한 증거는 모두 은폐하거나 없애기 위해 노력하면서 사건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아빠의 범행으로 마무리되는 듯하지만 처음부터 사건 현장에 의문을 가졌던 은호는 그런 미령의 노력을 하나하나 깨면서 사건의 실체에 점점 접근해온다.

경찰서 내부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온 두 사람의 대결은 창과 방패의 싸움이나 다름없었지만 조금만 조사하다 보면 죽은 아이와 혜리의 접점은 찾을 수 있었고 두 아이가 서로 아는 사이였을 뿐 아니라 단둘이 연락하고 만나던 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집에서 나가지 않은 채 컴퓨터 게임만 하고 엄마와의 대화도 거부하고 있었던 혜리가 죽은 그 아이와만 만나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어쩌면 너무 쉽게 유추해낼 수 있다.

딸아이만큼은 자신처럼 살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던 결과는 딸의 방황으로 이어지고 그런 딸을 지키고자 했던 미령의 노력은 오히려 혜리로 하여금 자신의 안으로 움츠러들게 만들고 대화마저 거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아직 어린 자식이 폭력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되었을 때 부모로서 그런 자식을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식의 앞날을 생각해서 없었던 일처럼 묻고 진실을 외면한 채 쉬쉬해야 할까?

아니면 상처를 만처하에 드러내놓고 사람들의 관심과 험한 말을 이겨낼 수 있을거라 믿고 지켜봐야하는걸까?

이 부분에 대해선 사실 나조차도 어떤 입장이라 말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이유로 딸 혜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직업조차 버린 채 전력으로 대항했던 미령의 심정이 이해도 가고 그런 엄마를 보면서 현실을 피하고 움츠러들며 모두를 거부하는 혜리의 모습도 이해가 갔다.

아마도 작가 역시 살인사건의 해결보다 이런 문제를 드러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여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발생했을 때 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서 먼저 원인을 찾는 건지... 사람들의 무신경한 그런 말과 시선이 피해자와 그 가족을 두 번 울리는 거라는 걸 정말 모르는 건지...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를 살인사건과 연결해 사건의 인과관계를 쫓아가는 과정을 통해 하나둘씩 민낯을 보여주고 있는 두 번째 거짓말

범인을 찾는 재미는 적지만 가독성도 좋고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성폭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계기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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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도
조동신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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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로 인해 사람들이 나갈 수 없는 처지가 되고 그런 와중에 사람들이 죽어나간다는 설정은 미스터리 소설이나 스릴러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장치다.

분명 그 들 중 범인이 있는 게 분명하기에 어디서 트릭이 있는 건지 누가 범인인지를 맞춰보는 것도 책을 읽는 재미중 하나이긴 하지만 그런 이유로 다소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 책 아귀도는 그래서 밀실 살인에다 새로운 소재를 첨가해서 이런 식상함을 피하고자 한 것 같다.

바다낚시를 갔다 조난당하고 시신조차 찾지 못한 아버지의 행방을 찾기 위해 승진은 제주도로 와 아버지가 미리 신청해뒀던 낚시 모임 정모에 참가하게 된다.

하지만 그 모임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아버지가 운영했던 회사의 부도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었던 사람을 포함해 모두가 한 사람의 메일을 받고 이 배를 타게 된 거라는 사실을 배가 폭발하고 난파된 후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지만 아귀도라는 섬에 갇힌 터라 어찌해 볼 수 없다.

당연하게도 기후는 악천후이고 바깥으로 통신은 불가능한 상태라 섬 밖으로의 탈출은 꿈도 못 꿀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한 사람이 잔혹하게 살해당한 채 모두에게 보란 듯이 버려진 걸 발견하면서 남은 사람은 경악하게 되고 서로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되지만 그런 그들도 서로 협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들이 그 누구도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괴생명체가 나타나 그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사람을 잡아먹는 모습을 보면서 패닉 상태가 된 사람들

이제 남은 사람들은 안으로는 자신을 노릴지도 모르는 살인마를 경계해야 하고 밖으로는 언제 나타나 단숨에 먹어치울지 모르는 괴수를 두려워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집채만큼 큰 덩치에 보기에도 혐오스러울 정도의 모습도 무섭지만 이 괴생명체는 바다와 육지를 막론하고 거침없이 다닐 수 있는 그야말로 전천후에다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잔인한 포식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과연 그 괴생명체의 정체는 뭔지 그리고 그들을 누가 이 섬으로 유인해 하나둘씩 죽이는지 살인마의 정체도 밝혀야 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생각만큼 긴박감이 넘치진 않는다.

아무래도 누가 그들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있는지 그 살인마의 정체를 쉽게 유추할 수 있고 살인의 순서와 계획이라는 것 역시 구구절절의 설명을 통해 알리고 있지만 그 구구절절함이 오히려 긴박감을 높이는 게 아닌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면서 개연성도 떨어지는 듯해 전체적으로 아쉽게 느껴졌다.

책을 읽으면서 괴생명체의 탄생에는 영화 괴물이 연상되기도 했지만 그렇게 연상하면서 보는 것도 괜찮을 방법일 듯...

영화 같은 시각적인 방법으로 표현했으면 더 재밌는 시나리오였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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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밤
할런 코벤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수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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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에서 많은 것을 의미하는 할런 코벤의 사라진 밤은 이제까지의 그의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느닷없는 이별,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 그리고 비밀과 거짓말들...

어쩌면 늘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는데도 첫 장을 읽기 시작하면 이런 것 따윈 다 잊어버릴 만큼 단숨에 몰입하게 하는 힘... 그것이 오랫동안 할런 코벤이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 사라진 밤에서도 느닷없는 이별로 고통을 겪는 사람이 나온다. 그의 이름은 냅

오래전 어느 날 밤 영혼의 단짝인 쌍둥이 동생이 사고로 죽고 그가 사랑했던 연인 역시 사라져버리면서 그의 인생은 그 순간에 멈춘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이제 멈춰버린 그의 인생에 한줄기 빛이 찾아들었다.

할런 코벤은 사라진 연인의 흔적을 찾는 사람에게 가장 극적인 방법, 즉 누군가가 살해되기 직전의 과정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그에게 그녀가 죽지 않고 살아있음의 흔적을 들이밀고 독자로 하여금 그녀의 정체에 의문을 가지게 한다.

동생이 죽은 밤 그 이후로 어디에서도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던 연인 모라의 흔적이 경찰이 살해된 현장에서 지문으로 나오게 되고 죽은 경찰 역시 오래전 그가 다녔던 고교의 동창임이 밝혀지면서 냅은 그녀가 죽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토록 꽁꽁 숨어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사는 이유와 그의 인생에서 사라지게 된 이유를 추적하는데 한발 다가서게 된다.

그녀와 함께였던 경찰을 처리하는 방식이 전문가의 냄새가 났을 뿐 아니라 그 이후 그녀의 흔적은 또다시 사라져 적어도 누군가가 그녀의 뒤를 쫓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냅은 그녀가 사라진 이유를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하면서 언제나 의문스러웠던 쌍둥이 동생과 동생의 연인의 죽음에도 새롭게 접근하게 된다.

그리고 하나둘씩 묻혔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날 즈음 또다시 냅의 고교 동창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 들의 사건이 서로 연관되어 있음이 명확해지지만 주변 사람들은 사건 사이의 시간 차이가 너무나 크고 동생의 죽음은 타살이 아니며 사건들에 공통적인 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사건의 연관관계를 믿으려 하지 않는다.

사실 냅 역시 사건이 연관되어 있음을 본능적으로 믿지만 그조차도 왜 15년이 지나서 지금 다시 그들이 살해당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그저 그 아이들 모두 하나의 클럽에 가입되었던 친구였다는 사실만 밝혀졌을 뿐...

사람들은 여전히 비밀이란 단어와 진실이라는 단어에 매혹된다.

마치 누군가의 은밀한 속내를 들여다보는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가 숨겨왔던 거짓과 위선이 만 천하에 까발려지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런 이중성을 제대로 표현하는 영리한 작가 중 한 사람이 할런코벤이 아닐지...

이 책에서도 그렇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고 비밀도 모두 공유하고 있다 자신했던 쌍둥이 동생이 숨겨왔던 비밀들이 사건을 수사하는 중 드러나면서 냅이 겪는 혼란은 사실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다.

뉴스나 주변에서 벌어진 사건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의외의 인물이 사건의 중심에 섰을 때 그 사람을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 혹은 가족들은 그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는 걸 종종 볼 수 있었다.

명확하게 사건 관계가 드러났을 때도 이를 부정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자신하는 걸 보면서 느끼는 점은 자신도 자신에 대해 다 모를 때가 있는 데 하물며 아무리 가족이라 할지라도 타인인데 그 사람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것은 오만이 아닐지...

그런 부분들을 가장 잘 파악하고 파고들어가는 사람이 아마도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그중에서도 스릴러 작가만큼 그걸 잘 표현하고 이용하는 작가도 없을 듯...

개인의 일탈과 거대한 음모가 섞여서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아간 과정을 밝혀가는 과정이 치밀하게 그려진... 할런 코벤식 스릴러~

역시 영화로 만들기엔 딱인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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