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렌드
미셸 프란시스 지음, 이진 옮김 / 크로스로드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아름다운 외모에 뛰어난 머리를 가진 여자는 늘 지금 있는 곳이 자신에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남들보다 나은 대접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면 스스로 취득하리라 결심하고 부자들의 모여살고 있는 곳에다 직장을 마련한다. 마치 먹이가 잘 다니는 곳에다 거미줄을 치고 기다리는 거미처럼...

이런 그녀의 노력이 마침내 빛을 발해 보기만 해도 흐뭇한 잘생기고 돈 많은 부모를 둔 의대생 남자를 만난다.

마침내 그녀는 많은 여자들이 원하는 신분 상승의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지만 뜻하지 않는 걸림돌을 만나게 된다.

남자의 엄마라는...

이렇게 요약해서 보면 외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아니라 우리나라 아침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이 익숙한 플루트이다.

한 남자를 두고 여자 둘이 서로 대립하다 끝내는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이런 짐작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대부분의 막장드라마에선 아들이 데려온 여자를 괴롭히는 시어머니 역은 악역 중의 악역이 대부분이고 이에 연인이나 며느리는 답답할 정도로 착하거나 순종적이어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할 뿐 아니라 믿었던 남자마저 중간에서 중심을 잡지 못해 엄마에게 휘둘리다 끝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면 이 책에선 그런 면에선 답답하지않다.

체리라는 여자는 언제나 받은 만큼 돌려주는 정도가 아니라 받은 것에 몇 배 되는 보복을 단행하고 치밀하고 교묘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조종해서 자신을 받아들여주지 않는 연인의 엄마를 말려 죽일 만큼 괴롭히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고립시킨다.

여자들의 치열한 심리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런 여자를 이기는 게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그녀가 얼마나 나쁜 년인지 알 것이다.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남자친구의 엄마인 로라가 오해받을 상황을 만들고 자신은 피해자인 것처럼 낙심하는듯한 말과 행동으로 로라의 잔인성을 부각시키고 자신은 힘없고 약한 여자인 척하는 행동으로 이전까지는 엄마와 너무나 사이가 좋았던 아들 대니얼로 하여금 점점 엄마와 멀어지게 만든다.

사실 이 둘의 사이가 처음부터 이렇게 멀어지다 못해 서로를 치열하게 증오하게 된 건 아니었다.

늘 아들에게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아들의 성장이 자신의 자긍심이었던 로라는 대니얼이 소개한 체리가 괜찮은 아이라고 생각했지만 처음같이 간 휴가지에서 자신을 따돌리고 둘만 있고 싶어 할 뿐 아니라 자신과 아들 사이를 점점 멀어지게 하는 체리의 행동이 못마땅하다고 느끼게 되었을 즈음 둘이 묵는 방에서 그녀의 거짓말을 증명할 증거들을 발견하면서 파국이 시작된다.

여기에 로라의 변화를 눈치챘을 뿐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그녀가 자신의 방에서 뭘 발견했는지를 깨달은 체리는 영리하게도 그걸 이용해 역공을 펼치는데 똑똑하고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이지만 싸워서 뭔가를 뺏어본 적이 없는 로라는 그런 그녀에게 역부족이었다.

처음부터 부자들의 돈을 노리고 접근한 체리에 대한 거부감이 전반부에서 로라의 편이 되게 했다면 대니얼과 둘이 같이 간 여행에서 사고가 나면서부터는 분위기가 바뀌게 된다.

따지고 보면 부잣집 아들에게 접근하는 여자가 한 둘이 아닌데 아들과 사이가 멀어지게 되었다는 이유로 체리를 향해 원망과 분노의 감정을 느끼는 로라는 어쩌면 체리뿐만 아니라 대니얼이 어떤 여자를 데려왔어도 겉으로는 환영하는 척하지만 온갖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둘 사이를 반대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로라의 아들 대니얼을 향한 집착은 이해할 수준의 도를 넘어 광기처럼 느껴지고 그런 그녀에게 한방 크게 먹은 체리에게 동정심을 느낄 정도로 로라는 여느 엄마와는 달랐다.

그녀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행동은 이해의 도를 넘어섰고 스스로가 한 거짓말을 숨기기 위한 행동은 위태위태해서 긴장감이 고조될 즈음 마침내 모든 진실이 밝혀졌을 땐 차라리 속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이젠 누가 되었던 끝장을 낼 순서 즉 클라이막스만 남았을 뿐...

그리고 역시 짐작대로 체리의 반격이 시작되었는데 그녀 역시 보통 사람은 아니어서 그 보복의 강도가 점점 더 강해지면서 이제 둘의 싸움의 원인이었던 대니얼의 존재감은 사라지다시피했다.

체리의 뻔뻔함에 치를 떨다 로라의 집착에 진저리를 칠 때까진 아침 드라마였다가 둘이 점점 극한으로 치달아갈 때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주는 스릴러의 맛을 제대로 보여줬다.

과연 이 둘의 싸움은 어떻게 끝나고 과연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하는 궁금증으로 단숨에 읽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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