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경관 마르틴 베크 시리즈 4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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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소설의 원점이자 경찰 소설의 모범으로 추앙받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여느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뒤로 갈수록 점점 더 흥미로워졌다.

주인공인 마르틴 베크 외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춰 수사하는 팀원들 개개인의 개성이 시리즈가 더 해 갈수록 뚜렷해지고 캐릭터의 묘사 또한 생생해 이 책을 훨씬 더 흥미롭게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 웃는 경관에서 언제까지나 함께 할 것 같은 이 팀원에 이상이 생기게 된다.

베트남전 반대 시위로 온 거리가 떠들썩할 때 시내를 운행 중이던 이층버스가 인도를 넘어가 철조망을 들이받고는 멈춰버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단순한 교통사고처럼 보였던 이 사고는 버스 안 승객 9명 전원이 총격에 의해 사망한 게 밝혀지면서 스웨덴 최초로 대량 총기사망사고가 되고 온 언론을 비롯한 국민들의 주목을 받는 사건이 된다.

더군다나 이 버스 안의 희생자 중에는 베크의 팀원 역시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가 왜 이 버스를 타고 있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사건 주변에는 이렇다 할 증거는 없었고 희생자를 포함 그 주변 인물 모두를 탐색해 봐도 누구 하나 뚜렷한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누가 범인의 목표였는지조차 특정 지을 수 없이 시간은 흘러만 간다.

범인의 목표물이 누구였는지를 알 수 없으니 범죄의 목적도 알 수 없고 경찰들 역시 어디를 조사해야 하는지 방향을 잃은 채 각자가 믿는 대로 조사를 하면서 점점 더 사건 해결은 요원해져갈 뿐이었다.

도대체 이 사건은 어떻게 실마리를 찾아 사건을 해결하게 될까 하는 의구심이 짙어져갈 즈음 마침내 발견하게 된 단서 하나는 결국 사건 수사 전체를 뒤집는 결과를 가져온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 중 가장 걸작으로 꼽히는 웃는 경관은 미국 추리작가협회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처음 읽었을 때와 재독했을 때의 느낌이 좀 다르게 느껴졌다.

처음 읽었을 땐 범인이 누구인가 하는 사건 해결에만 초점을 맞춰 읽었다면 두 번째 읽었을 땐 사건을 바라보는 팀원들의 행동이나 태도에 좀 더 집중해서 읽었다.

그리고 깨닫게 된 게 작가가 각각의 캐릭터를 얼마나 특징을 살려 생생하게 묘사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고 그때부터 이야기에 훨씬 더 몰입하게 되었다.

왜 사람들이 시리즈 전체를 재독 삼독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시대적 배경도 그렇지만 요즘 소설과 달리 지극히 현실적인 범죄와 현실적인 수사로 용의자를 추적해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요즘 범죄 스릴러와는 또다른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역시 이 시리즈도 전체를 다 읽어야 할 작품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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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에 선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3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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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소설의 모범이라고 불리는 형사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마치 실제로 경찰들이 수사를 하는 듯한 현실적인 모습이 인상적인 책이었다.

특출나게 잘 난 사람도 단박에 모든 정황을 꿰뚫어 볼 만한 능력도 없이 그저 묵묵하게 사건 현장을 관찰하고 피해자의 모든 걸 조사하면서 주변 사람들 중 목격자를 찾거나 하나의 단서를 쫓아가는... 어찌 보면 지루할 수도 있는 경찰의 업무를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 팀들 중에서도 마르틴 베크를 비롯해 개인들의 개성적인 모습과 능력을 사건 수사에 적용하기는 하지만 기본 베이스는 팀원 전체가 합심해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현실의 경찰 조사와 닮아있다.

이번이 마르틴 베크 시리즈 3번째 편인데 앞의 사건도 쉽지는 않았지만 특히 이번 편에선 피해자가 어린 소녀들이라는 점 때문에 마음 편하지않았고 그 중에서도 범인을 유추해가는 과정이 어려웠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 사건이 벌어진 곳이 실내가 아니라는 점도 그렇고 불특정 다수의 어린 여자아이들이 희생양이라는 점 때문에 희생자들 주변에서 특이할 만한 점이나 인과관계를 조사할 수 없어 용의자를 특정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범행 장소가 모두가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넓은 공원이라는 점 때문에 특히 목격자의 증언이 반드시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밝은 대낮에 범행이 벌어졌음에도 누구 하나 사건을 목격한 사람은커녕 피해자인 어린 소녀가 사라지는 걸 본 사람조차 없었다.

지금과 달리 cctv도 없는 시절인 만큼 제보자의 전화 와 목격자의 존재가 간절해질 즈음 마침내 목격자의 존재가 등장하지만 하필이면 제대로 된 단어도 구사하기 어려운 세 살배기 어린 소년이었다.

이렇게 용의자의 존재가 오리무중일 즈음 문득 드는 생각이 그렇다면 제목인 발코니에 선 남자는 누굴 말하는 걸까 하는 것이었다.

발코니에 선 남자는 얼핏 생각하면 용의자의 모습이라 짐작할 수 있지만 이 모든 사건을 지켜본 목격자일 수도 있다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가정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과연 어떤 존재인 걸까? 범인일까 목격자일까

사실 그 사람의 존재는 이야기 초반부에 스치듯이 나오긴 했다.

이렇듯 별 의미 없어 보이던 하나하나의 장면들이 서로 엮이고 엮여 마침내 한 사람의 용의자를 도출해가는 과정이 너무나 흥미롭게 그려졌다.

범인이 누군가 하는 것보다 아무런 증거도 제대로 된 목격자도 없는 상태에서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지루하고 지난한 수사를 거쳐 어떻게 범인에게 도착하는지의 과정에 중점을 두고 그리고 있는 발코니에 선 남자

어린 소녀가 피해자라는 사실에 분노하면서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가는 마르틴 베크를 비롯한 경찰들의 활약에 숨죽여 읽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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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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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십여 년 전에 처음 등장해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빅 픽처

이번에 새롭게 리뉴얼되어 나와서 다시 한번 읽게 되었다.

어느 부분은 기억이 나고 어떤 부분은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새로 읽어도 여전히 흥미진진하고 스토리에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는 작품이란 걸 새삼 깨달았다.

왜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인기가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이미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은 다 알듯이 한 남자가 자신이 지은 죄로부터 도망 다니는 이야기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듯 보이는 한 남자

하지만 언젠가부터 부부 사이는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서로 대화조차 나누지 않게 되었다.

어쩌면 이 부부가 이렇게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데에는 아내의 외도만이 문제는 아니지 않았나 싶다.

남자 역시 변호사로 성공의 길을 걷지만 현실의 문제에 부딪칠 때 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찾기 보다 자신의 오랜 꿈이자 이루지 못했던 사진의 세계로 도피하고 있는 쪽을 선택했고 그 기간이 길어지면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게 아니었을까?

그 파경의 스모킹 건이 결국 아내의 불륜이었고...

그리고 그토록 회피하고 싶었던 문제의 본질과 마주했을 때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남자가 감정을 폭발하면서부터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그 한순간의 폭발로 인해 이제까지 자신이 이룬 모든 커리어는 물론이고 자신의 가족으로부터도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남자

그리고 운명은 그런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토록 간절히 원했을 땐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그의 재능이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모두의 시선을 받게 된다.

마치 오래전 트루먼 쇼라는 세상 모두가 한 남자의 모든 걸 훔쳐보는 리얼리티 쇼처럼 주인공의 인생은 마치 진짜가 아닌 쇼처럼 시시각각 버라이어티하게 흘러만 간다.

게다가 움직이는 운명의 수레바퀴는 스스로의 의지를 가진 것처럼 보여 남자가 원해도 멈출 수도 없다.

분명 남자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결과지만 한순간에 바뀌어버린 운명 앞에서 허둥 되며 달아나고자 하는 남자에게 나도 모르게 연민이 생기고 감정이입이 되어 응원하게 된다.

스피디한 전개에 긴장감도 느껴지고 단숨에 몰입하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스토리 또한 재밌었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역시 마지막에서의 다소 평범한 결말 부분이 아닐까?

재밌었던 책은 다시 읽어도 역시 재밌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 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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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처럼 사라진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2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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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경찰 소설과는 다른 맛과 매력으로 어필하고 있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

로재나에 이어 그 두 번째 편인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에서는 주인공의 영역인 스웨덴이 아닌 헝가리 부다페스트가 주 배경이 된다.

주간지 기자가 취재차 머물던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이후 가족을 비롯해 직장에도 연락 한 통 없이 그야말로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것이다.

문제는 이 남자가 주로 동유럽 문제를 주로 다루는 기자였기에 자칫하면 국가 간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고

이에 외교부에서는 이 민감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휴가를 떠난 마르틴 베크를 소환하기에 이른다.

마르틴 베크는 혼자서 조용히 헝가리로 가 사라진 기자의 흔적을 찾기 시작하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부다페스트에서의 조사가 쉬울 리 없다.

게다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어린아이나 청소년이 아닌 성인의 실종사건에는 범죄에 휩쓸렸거나 사건의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경찰의 조사는 미온적일 수밖에 없었기에 헝가리 경찰은 그의 실종에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오히려 이 실종사건을 조사하러 온 마르틴 베크의 행보에 더 관심을 두고 지켜볼 뿐...

지금처럼 도시 곳곳에 CCTV가 있거나 했다면 좀 더 쉬웠겠지만 다 큰 성인이 제 발로 호텔을 걸어나가 돌아오지 않는 이 사건은 어디서부터 조사를 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이에 우리의 형사 마르틴 베크는 모든 걸 염두에 두고 기자가 처음 이곳에 도착한 이후부터의 모든 행적을 하나하나 따라가며 발자취를 쫓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마르틴 베크에 의해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남자의 또 다른 면이 드러나면서 그의 실종은 사건화되어간다.

지금의 과학 수사와 달리 모든 걸 직접 조사하거나 발로 뛰어 일일이 관계자를 만나고 탐문하는 등... 그야말로 형사의 진짜 수사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은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그만큼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다 보면 하나의 단서를 가지고 어떻게 수사의 영역을 넓혀가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조사를 해야 하는지 등이 너무나 잘 그려져 있어 마치 직접 진짜 형사들이 조사를 하는 걸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실종 사건의 전말을 찾아가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진 타국 경찰들과의 미묘한 신경전을 보는 재미도 좋았고 당시 헝가리의 사회적 분위기나 냉전시대의 헝가리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사건이 복잡하게 얽혀있거나 반전 자체를 위한 의도적인 속임수가 없이 오로지 사라진 남자를 찾기 위해 정석적으로 밟아가는 경찰 수사의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내겐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

어서 다음 편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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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창자 명탐정 시리즈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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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 명탐정의 재물은 내게 다소 이상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실제 사건이었던 인민 교회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마치 그 현장을 본 것처럼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부분에서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나오고 또 다른 반전이 나오면서 사건의 본질이 헷갈릴 즈음에 드디어 원하던 진실이 등장하지만 왠지 찜찜함이 남아있는 결말을 보고서 아... 맞다. 나 본격 미스터리를 좋아하지 않았지 하는 깨달음을 얻게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명탐정의 창자가 출간되었단 소식에 또다시 궁금증이 생겨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잘 쓴 작품은 호불호를 넘어서는 매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나 보다.

명탐정의 창자에서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일본 전후의 어지러운 정서 속에서 벌어진 잔인하기 그지없는 살인사건을 뽑아 그중에서도 하룻밤에 마을 주민 상당수를 총과 칼로 살해한 후 유언을 남기고 자살해버린 스케야마 사건을 이야기의 가장 핵심으로 두고 불특정 다수에게 독이 든 콜라로 독살을 한 사건이나 연인을 죽이고 신체 일부를 가져간 엽기적인 사건, 이질 예방약으로 속여 사람들을 죽이고 보석을 강탈해 간 사건 등을 스토리에 섞어 새롭게 재해석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작가는 여느 작품들의 전개와는 다른 방법으로 독자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를테면 주인공으로 여겼던 인물을 초반부에서 어이없이 죽음을 맞도록 하는가 하면 그 인물을 느닷없이 부활시키는 식의 충격요법은 기존의 장르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전개 방식이었다.

여기에서도 명탐정으로 일컬어지던 우라노 큐라는 인물은 탁월한 추리능력을 보여주면서 사건 해결에 한걸음 가까워지는가 싶은 순간 느닷없이 죽어버린 후 새로운 인물이 우라노 큐의 얼굴로 나타나는 기이한 전개는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방법이지만 이걸 또 전후 엄청난 살해 사건을 일으켰던 범인들의 부활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소재로 덮어버린다.

마치 좀비가 부활하듯 악질적인 범인들이 다른 모습으로 부활해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이야기로 전환되면서부터 소재의 제한이 사라짐으로써 좀 더 자유로운 발상과 상상력으로 우리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게다가 일본어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은 모르지만 창자라는 뜻을 가지고 이중적인 은유로서 사용하는 작가의 기발함은 무릎을 칠 수밖에 없다.

오래전 사건의 범인들이 현시대로 돌아와 다른 사람의 모습을 한 채 똑같은 사건을 재현하고 있다는 설정은 분명 말도 안 되는 설정임에 분명하지만 그걸 또 말이 되는 것처럼 그려놓았고 그 엉뚱함 속에서도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범인의 현재 모습을 찾아 괴멸시키는 탐정과 조수의 활약 또한 엉터리 같지만 흥미진진하게 그려놨다.

분명 개연성이라곤 없을 것 같은 소재임에도 독자로 하여금 납득하게 만들고 사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흡인력을 보여줄 만큼 작가의 필력이 굉장한 덕분이 아닐까 싶다.

낯설지만 매력적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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