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그것이 들어가지 않아
고다마 지음, 신현주 옮김 / 책세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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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상당히 원색적인 느낌을 주는 제목의 이 책을 보면서 왜 하필 이런 거부감을 줄 수 있는 제목으로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마치 성을 주제로 코믹하게 풀어놓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책은 읽어보면 알겠지만 전혀 그런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가까운 사람인 남편과의 소통에도 어려움을 겪는 단절된 삶을 살았던 여자의 이야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평탄하지 않았던 부모의 삶을 보면서 자란 여자는 자신이 자란 곳의 폐쇄된 환경이 너무나 싫었고 자신에게 늘 윽박지르듯 화를 내고 무시하는 엄마에게 기죽어 살아서인지 자신의 목소릴 내기엔 너무 소심한 성격으로 자랐다.
그래서 대학 입학을 계기로 고향을 떠나온 게 너무 좋았지만 더 좋았던 건 남과 어울리기 힘든 자신에게 친밀하게 다가온 남자 선배와 같은 곳에서 생활하게 된 것이었다.
거리낌 없이 말을 걸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는 그 선배에게 마음이 끌린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가 자신에게 만나자고 하는 말이 사귀자는 뜻인 줄도 몰랐을 정도로 그녀는 세상 물정이라고는 몰랐었고 사람과의 관계에 서툴고 미숙한 타입이었다.
십 대 때에도 누군가와 사귀기는 했지만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상대방의 청을 거절하지 못해 그냥 사귀는 것처럼 된 것과 달리 선배와의 만남은 그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일 만큼 그녀에게 그는 첫사랑이나 다름없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의 것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녀가 이런 성격이 된 데에는 타고난 성격도 있겠지만 늘 사소한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내고 변덕이 심한 엄마에게 기죽어 자란 탓도 컸다.
거기다 부모의 늘 위태롭고 불안불안한 부부관계를 보면서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 두려움과 거부감을 가지게 된 게 그녀가 남편과의 관계를 맺을 수 없게 된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을 곳도 하나 없는 그녀는 모든 것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고 남편의 외도에도 침묵하게 되지만 답답한 속마음을 온라인상에 털어놓다 만나게 된 생판 모르는 남자와는 관계가 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무너지듯 일탈하기 시작한다.
늘 자신의 탓을 하던 엄마의 영향으로 모든 잘못된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그녀의 태도는 결국 스스로 그렇게 원하던 교사로서의 긍지도 잃게 되고 한순간 모든 것을 놔버리는 절망의 끝에 선다.
부부관계도 할 수 없는 이런 이상한 상태인데도 이상하게 남편은 그녀를 떠나지 않는다.
그렇게 원하던 아이를 낳을 수도 없고 온몸이 뒤틀리는 병에 걸려 일을 할 수 없게 되었음에도 그녀의 곁에 머무르는 남편은 어쩌면 나름 대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가장 가깝고 친밀한 사람과의 관계가 불가능한 그녀를 연민하는 건지...
어쨌든 모든 힘든 과정을 거치고 어느새 중년의 나이가 된 그녀는 그렇게 불같던 성정의 친정엄마조차 부드럽게 변한 걸 보면서 조금씩 편안해져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녀를 보면서 어쩌면 곁에 있는 사람에게조차 자신의 속마음과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듯했다.
소통의 단절, 관계의 단절은 지금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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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영휴
사토 쇼고 지음, 서혜영 옮김 / 해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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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이 사랑했던 연인을 잊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몸을 빌어 다시 돌아온다면...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 달의 영휴
얼핏 소재만 봐서는 영원한 사랑 혹은 죽어서도 잊지 못하는 아름다운 로맨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건 다시 만난 두 사람의 나이차가 얼마 되지 않을 때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런 조건을 갖추려면 두 연인의 죽음이 비슷한 시기에 이뤄져 둘 다 다시 만날 소원을 간직한 채 비슷한 시기에 다시 환생을 하고 전생의 기억을 간직하고 서로를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그렇게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전생의 인연이 이 생에서 다시 이어지는 게 가능하다는 이야기인데 그런 조건을 잊어버린 채 그저 단순히 전생의 연인을 잊지 못한 한 사람이 다시 태어나 그 사람을 찾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그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달의 영휴는 그래서 로맨스보다 판타지에 가깝고 어찌 생각하면 슬쩍 무섭기도 한 내용이다.
몇 번을 죽어서도 다시 그 연인을 찾아가는 여자 루리를 보면서 왜 난 지고지순한 사랑을 느끼는 게 아닌 고집과 집착 그리고 독선을 느끼게 된 걸까?
일단 그녀 루리와 오래전 연인이 된 미스미의 처음 만남은 아름다운 우연으로 시작되었고 첫눈에 서로에게 끌려 사랑을 나누게 되는 과정은 풋풋하기 그지없지만 루리가 미스미보다 연상인 건 둘째치고 이미 결혼한 기혼자라는 게 첫 번째 그들의 불운이었다.
게다가 미스미의 경우는 루리가 첫사랑이자 첫 여자이고 한창 좋아서 그녀의 조건을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빠져있을 때 느닷없이 그녀의 죽음으로 사랑이 끝을 보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오랜 세월 그녀를 잊지 못하고 마음속 깊이 그녀를 간직하고 있다는 게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루리는 왜 그렇게 미스미를 못 잊고 몇 번을 다시 태어나 그의 곁으로 가고자 하는지 솔직히 그녀의 절실한 마음이 확 와닿지 않았다.
일단 그녀의 죽음 역시 사고사인 것 같지만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자살로 생각하는 것처럼 그녀의 죽음은 왠지 그녀 스스로 선택했다는 의심이 든다.마치 다시 태어날 걸 염두에 둔...
하지만 미스미는 자신이 다시 그의 곁으로 가고 싶다는 것만 생각했지 그동안 세월이 흘러 미스미가 나이를 먹는다는 건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게 두 연인의 두 번째 불운이다.
루리 자신은 다시 태어나 스스로 전생을 기억하지만 그녀가 다시 태어난 걸 모르는 미스미는 나이를 먹고 그 나이대의 사람이 하는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걸 전혀 예상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그의 곁으로 가고 싶다는 열망만 가지고 막무가내의 선택을 하는 루리
남들이 볼 땐 아직 어린 소녀와 중년의 남자라는 겉모습 따윈 전혀 신경조차 쓰지 않는 루리는 자신의 심정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주변을 괴롭힐 뿐 아니라 자신과 같이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 루리로 인해 가장 큰 데미지를 입은 사람이 바로 마사키라는 인물이다.
그는 다시 태어난 루리를 유일하게 알아보지만 아무도 그녀가 전생의 죽은 아내였다는 그의 말을 믿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어린 소녀에게 수상한 눈길을 보내는 변태 성욕자로 오인받고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는데 다시 태어난 연인이 아무리 전생에 열렬한 사랑을 했고 그 마음이 변치 않았다 해도 지금 현재 두 사람의 겉모습이 나이차가 많다면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심각한 범죄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인 것 같다.
그래서 읽는 내내 아름다운 사랑, 죽어서도 끝나지 않은 사랑을 느끼기 보다 오히려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그 사람이 당연히 기다려줄 거라 믿고 그 사람에게 달려가는 루리의 맹목적인 사랑이 살짝 무섭게 느껴졌다.
그렇게 몇 번을 다시 태어나 그를 만나고 싶었다면 왜 현실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나 싶어 그녀의 절실함에 공감하지 못했달까
그녀의 선택으로 몇 번이나 환생해서 그의 곁으로 가고자 하는 열망은 주변 사람의 이해는커녕 오히려 그녀 곁의 사람을 불행을 빠뜨리게 하는 걸 보면 루리의 맹목적인 방법은 좀 이기적인 게 아닐까?
뭐... 이렇게 현실적이고 냉소적인 시선으로 보는 나 자신이 너무 속물적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독성도 좋고 소재도 독창적이어서 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는지는 알겠지만 영원한 사랑 지고지순한 사랑에 목말라하는 지극히 일본적인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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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온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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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미묘한 심리 그중에서도 특히 사춘기 소녀의 불안정한 심리를 잘 표현하는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의 소설 `아침이 온다`는 아이를 가지고 싶어도 낳을 수 없어 아이를 입양해야 했던 엄마와 아이를 가졌어도 키울 수 없었던 낳은 엄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낳은 엄마가 역시 어린 소녀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입양에 관한 이야기이자 모성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일단 기른 엄마인 사토코는 아이를 낳기 위해 체외수정까지 하는 등 온갖 노력을 다 했지만 너무 힘든 과정에 지쳐버려 모든 걸 포기할 즈음 우연히 방송을 보고  `특별 양자 결연`이란 걸 알게 된 후 고민 끝에 입양을 결정한 케이스이다.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부부에게 아이를 찾기 위한 게 아닌 아이의 복지를 위해 아이에게 필요한 환경을 제공하는 게 특별 양자 결연의 목적이라는 다소 의외의 말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처음의 고민과 달리 아이를 보자마자 그야말로 사랑에 빠진 것 같은 감정을 느끼고 이름을 아침이라는 뜻의 아사 토라 지은 후 정성을 다해 양육할 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입양한 걸 숨기지 않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부부에게 어느 날 갑자기 아사토를 돌려달라는 친모의 전화가 오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그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여자의 모습은 한눈에 봐도 병들어 있고 어딘가 불안정해 보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그들 부부가 알고 있는 친모의 모습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과연 누구일까?
한편 부부 모두 교사를 하고 있는 평범한 가정의 중학생 소녀 히카리는 꽉 막히고 고지식한 사고를 가지고 자식들에게조차 그런 사고를 강요하는 부모에게 넌더리가 난 상태이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그런 부모를 혐오하고 경멸해마지않는 조금은 조숙하고 남다른 소녀이기도 하지만 첫사랑의 남학생에게 순수하게 빠져드는 영락없는 철부지 소녀이기도 하다.
부모 몰래 남학생과 사귀고 언니보다 빨리 성 경험을 하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그래서 이 조숙하지만 순진한 소녀가 임신을 하고 난 뒤 겪게 되는 모습은 그런 순수한 소녀의 첫사랑과 달리 지독히 현실적이고 진흙탕처럼 추하게 느껴진다.
부모의 외면, 학교의 모르쇠, 믿었던 첫사랑의 배신 그리고 친척이 보내는 경멸의 시선은 어린 히카리가 감당하기엔 너무 가혹했고 아이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제 갓 14살인 중학생 딸아이의 임신은 솔직히 누구라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이고 그래서 히카리 부모가 내린 결정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순간도 히카리를 이해하거나 포용하려는 노력은 없고 아이보다 자신들의 체면을 더 생각하는 모습이라든가 아이 혼자 출산하러 멀리 보내는 건 자신들의 눈앞에서 문제를 치워버리는 모습처럼 느껴져 히카리가 느끼는 배신감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우리가 너무 쉽게 간과한 건 비록 어린 소녀의 몸이지만 그녀 역시 자신이 낳은 아이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모성을 가진 엄마라는 사실이었다.
그녀 역시 엄마였다는 걸 이해하면 자신의 손으로 아이를 건네준 후 히카리가 느낀 죄책감이 이해가 되고 그 이후 그녀의 방황과 일탈에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래 너도 힘들었겠구나 하는 이해와 함께...
이렇게 각자의 사연으로 나름대로 힘들었던 두 엄마에게 어둠을 물리치고 밝은 빛으로 다가와 희망의 아침이 된 존재인 아사토
모성으로 희망을 이야기하는 `아침이 온다`는 어쩌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어둠을 물리치는 아침 같은 존재라는 걸 잊어버리고 사는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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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위 - 꿈에서 달아나다 모노클 시리즈
온다 리쿠 지음, 양윤옥 옮김 / 노블마인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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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매일 꾸는 꿈을 눈으로 볼 수 있고 구체화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상상을 구체화한 작품이 온다 리쿠의 `몽위`다.
늘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몽환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려내는 온다 리쿠만의 특징이 잘 살아있는 이 책은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이 꾸는 꿈에 대해서 제대로 그 의미를 알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끄집어 내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저 밑바닥에 흐르는 무의식의 세계.. 그 세계는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있을까?
꿈에서 펼쳐진 이야기에는 어떤 진실이 숨겨져있을까? 이런 의문을 온다 리쿠만의 화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꿈 해석사일을 하는 히로아키는 도서관을 찾았다 우연히 오래전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쳤던 고토 유이코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12년 전에 죽은 사람이었고 자신이 본 건 그녀와 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의 이런 생각을 비웃듯 그가 가는 곳마다 그녀가 생전에 즐겨듣던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우연이라 치부하기엔 어딘가 의심스러운 그날의 일들은 히로아키에게 앞으로 뭔가 발생하고 그 일이 고토와 연관되어있음을 직감하게 되지만 자신의 이런 생각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한 학교에서 학급 전체 아이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는 일이 발생하고 그 일이 일어난 직후 악몽을 꾸면서도 꿈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그날의 일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긴급하게 그 아이들의 꿈을 모아 조사하는 몽찰이 시작된다.
그리고 몽찰속에서 크고 어두운 새의 형상으로 나타난 고토의 모습에 놀라게 되는 히로아키와 팀원들은 곧 뭔가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히고 이를 뒷받침하듯 죽은 고토의 모습을 봤다는 사람이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왜 아이들의 꿈속에 고토가 보인 걸까?
사실 고토는 죽기 직전까지 예지몽을 꾸는 사람으로 유명했지만 그녀는 앞으로 일어날 불행한 일을 미리 꿈으로 보지만 정확히 언제 어디서 일어나는지 알 수 없어 예방할 수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끼고 힘들어했다는 걸 알고 있는 히로아키이기에 아이들의 악몽속에 그녀가 나오는걸 이해하기 힘들다.
아이들의 꿈을 몽찰하면서 그 역시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한 히로아키 역시 그 악몽 속에서 본 풍경이 현실 속에서 등장하면서 혼란을 느끼기 시작하고 자신이 지금 보는 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는 지경에 이른다.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새 무의식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뒤섞이는 상황이 되고 누군가의 개입으로 자신도 모르는 새 그 의지가 조종당할 수도 있다는 걸 이야기하는 몽위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한 사실은 이야기의 진위 여부를 떠나 자신도 모르는 새 무의식에 고착되고 이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조종하면 얼마나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지 그 폐해에 대해 말하고자 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책 몽위는 단순히 무섭고 어딘지 기괴한 유령이야기라기보다 사람들의 무의식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고자 하는 일이 언젠가 일어날 수도 있음을 우리에게 경고하는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거나 저거나 보통의 사람에겐 무섭긴 마찬가지지만...
자꾸 되씹어 볼수록 무섭게 느껴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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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매미 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7
하무로 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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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무사의 길이란 무엇일까?
주군을 위해 죽고 사는 것만이 진정한 무사인 걸까?
무사이면서 작은 실수로 친우를 다치게 하고 그 징계의 의미로 할복이 예정되어 있지만 군 부교일 적에 올바른 행정과 처사로 농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았던 도다 슈코쿠공을 감시하는 역을 맡게 된 쇼자부로
가로의 명이었기에 거절할 수도 없어 감시자와 감시받는 사람으로 만나게 된 두 사람
하지만 처음부터 도다의 인품에 깊은 호의를 가졌던 쇼자부로는 자신의 역할이 괴롭기만 하고 그런
쇼자부로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는 도다와 그 식구들의 배려에 더욱 맘이 쓰인다.
할복이 예정된 도다가 혹시 도주할 것을 예방하기 위해 이곳에 와있는 걸로 알고 있는 쇼자부로의 진짜 임무는 사실 전대 가문의 가보를 편찬하는 소임을 맡고 있는 도다 옆에서 그가 기록하는 것 중 특히 자신이 할복을 하게 된 사건의 기록을 어떻게 하는지를 눈여겨보다 가주에게 은밀히 알려야 하는 것인데 자신이 곁에서 지켜본 바로는 도다가 감히 자신이 모시는 주군의 측실과 밀통이라는 건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직접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그날 사건의 진실은 도다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누군가를 대신해 명분이 될 희생양이 된 것이라는 결론이 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자신의 구명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도다
오히려 마을에 흉년이 들어 농민들 사이에 동요가 심하고 이런 농민들의 처지를 이용해 헐값으로 땅을 빼앗는 외지인까지 등장해서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마을 분위기에 더 신경을 쓴다.
무사로서 자신의 일에만 정진하던 쇼자부로 역시 이곳 마을에 살면서 농민들의 처지를 보고 들으면서 마을 사람들을 돕고 그들을 위해 일해야 할 관리와 무사들이 오히려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전횡을 일삼는 걸 보고 자신이 걸어갈 길이라고 믿었던 무사의 길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농민들의 눈에 비친 무사는 주군과 주군이 이끄는 마을 번들을 위해 그곳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이미지가 아닌 그저 칼을 차고 다니면서 곡식을 축내며 거드름만 피우는 게으르고 못된 족속일 뿐이라는 사실에 절망하게 된다.
그래서 이 모든 혼란과 뒤숭숭한 분위기에도 굳게 자신을 길을 걷는 도다 같은 무사가 쓸데없는 정쟁에 희생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쇼자부로는 그를 구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지만 도다는 뜻을 굽힐 생각이 없다.
주군이 믿어주지 않는 무사란 이미 무사로서의 자격을 잃었다 생각하는 도다이기에 자신의 구명을 위한 변명에는 뜻이 없었던 것이고 자신이 진정으로 믿고 따랐던 유일한 주군이었기에 그가 끝끝내 자신을 믿어주지 않았다는 것에 이미 모든 걸 내려놓은 상태였다는 걸 깨닫게 된 쇼자부로는 그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그래도 가족을 위해 살아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내려놓을 수 없다.
이런 때 세금 때문에 농민들의 동요가 커지고 결국 마을관리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조용했던 마을에 피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감시하는 역할로 왔다가 서서히 감시대상인 도다의 인품에 반하고 그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곧은 의지를 보면서 진정한 무사로서 거듭나는 쇼자부로
가로의 원대로 그가 가진 걸 주고 가보의 내용을 조금만 바꾸기만 해도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치의 흔들림 없이 모든 것을 진실대로 아는 대로 쓰고자 하는 도다는 어떤 위협과 불의 앞에도 당당하고 그런 그의 태도를 보고 자란 아들 역시 어린 소년이지만 이미 무사였다.
목숨을 바쳐 진정한 무사란 무엇인지...무사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를 모두에게 보여준 도다의 가르침은 슬프지만 멋있기도 하다.
도다가 쓰던 저녁매미 일기처럼 하루를 살아도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후회 없이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무사의 길이 아닐지...
전체적으로 고즈넉하고 마치 정물화같이 잔잔한듯하지만 그 속에서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고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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